일본 총리선거에 이변이 일었다. 파벌정치를 뒤바꾸겠다는 지방 평당원들의 '바꿔'열망이 脫파벌의 '고이즈미 바람'을 일으켜 파벌정치의 '하시모토'를 날려버렸다. 그러나 대표적인 강경극우파이고 비외교적 인물이며 방韓 경험없는 비지한파(非知韓派)라는데...

일본 총리를 뽑는 자민당 총재선거에 이변이 일었다. 파벌정치의 상징인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파벌 해소' '자민당 개혁'을 주창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후생상이 자민당 최대 파벌 회장인 하시모토 류타로 전 총리를 누르고 자민당 총재로 당선될 것이 확실해졌기 때문이다.

파벌정치를 뒤바꾸겠다며 지방에서 불어온 평당원들의 '바꿔'강풍이 중앙정치를 뒤흔들고 있다. 탈파벌의 '고이즈미 바람'이 파벌정치의 '하시모토 조직'을 날려버린 것이다.

'脫파벌' 돌풍 고이즈미, 일본 총리 확실시

24일 열릴 자민당 총재 본선거에 앞서 21-22일에 실시된 도도부현별 지방 예비선거에서 고이즈미 후보는 23개 지역중 20개 지역에서 1위를 차지해 59표를 확보하였고 상대부호 하시모토 후보는 불과 7표를 얻는데 그쳤다. 하시모토후보 강세지역에서도 고이즈미가 승리하였다. 여론조사에서 고이지미가 50%이상의 지지율을 보여 전체 지방표 141표중 100표이상 득표할 것으로 예상돼 사실상 차기 총재당선을 굳혀놓은 상태다.

하시모토파를 이끌고 있는 노나카 히로무 전 간사장은 21일 "사실상 흐름은 이미 결정됐다."고 말해 하시모토파가 사실상 '패배선언'을 하였고, 1차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1,2위가 결선투표까지 가지 않고 중도사퇴할 가능성도 높다.

일본 총리가 되는 자민당 총재선거는 지방표 141표에 소속의원(중의원,참의원)346표를 더한 487표로 결정된다. 내각제체제인 일본 총리선거는 우선 의회 다수파인 자민당내에서 예선, 본선을 치룬다. 예선전은 47개 도도부현에서 3명씩 141명의 대의원이 치르는 지방선거는 평당원의 표심을 반영하는 예비선거를 치룬후 자민당 국회의원들이 투표하는 당내 경선(본선)을 실시한다.

여기서 1위로 당선된 자민당 총재를 놓고 참의원 252명, 중의원 480명의 중참의원 투표로 총리를 결정한다. 자민당 총재와 의원투표가 다를 경우 중의원 결정을 따른다. 그러나 현재 자민·공명·보수당 연합이 양원에서 과반수를 갖고 있으므로 자민당 총재는 자동적으로 일본 총리가 되는 것이다.

대체로 총리선거의 향배를 알 수 있는 예비선거의 90표가 당락을 가르는 분기점으로 보고있는데 이번 고이즈미 후보는 예비선거에서 100표이상 득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평당원들의 표심에 자민당내 소·재선 소장파의원들이 파벌지시를 따르지 않고 지역구 여론에 따라 표를 던질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57명의 국회의원 표를 거느리고 있는 가메이파의 경우도 고이즈미와 적극적으로 연대를 모색하고 있어 본선에서도 고이즈미의 우세가 확실하다는 전망이다.

고이즈미 돌풍-파벌정치에 반기를 든 평당원

고이즈미의 예상을 뒤엎은 압승의 최대원인은 구태의 '파벌정치'에 찌든 지방 평당원들의 '脫파벌' 민의가 폭발한 것이다. 고이즈미는 당내 모리파 회장이었으나 이 기득권을 내팽개치는 파벌탈퇴의 용단을 내리고 '파벌해소'를 주창하였다. 그런 그의 용단에 파벌 구식정치에 반발한 지방 평당원들에게는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차세대 정치인으로 각인된 것이다. 이에 따라 파벌논리에 얽매어 투표하는 국회의원들도 파벌해소를 바라는 평당원의 표심을 따라가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의 파벌파괴 소신은 당내에서는 '왕따'를 당했지만 TV토론을 통한 후보 검증과정에서는 국민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고이즈미 후보는 일본 정가에서 '괴짜'로 통한다. 노후화된 자민당 체질로는 생각하기 힘든 파격적인 언동으로 국민의 시설을 집중시켜 '일언거사(一言居士)'라는 별명도 있다. 자민당 기반인 우정사업 민영화에서 자민당 개혁까지 주장하며 바른 말을 잘하는데다가 한번 내뱉은 말에 대해서는 절대 양보하지 않는 완고한 성격의 소유자다. 대표적인 소신파인 그는 자민당 총재에 3번째 도전하여 승리의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때문에 파벌정치의 온상 자민당에서 '파벌해소'를 주창한 고이즈미 총재 탄생은 다나카-다케시타-오부치-하시모토파로 이어지는 자민당 파벌정치를 주도해온 다나카 정치의 종식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일본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대표적인 강경 극우 보수파

두번째 원인은 고이즈미는 자민당의 개혁을 주창하는 개혁파이기는 하지만 그의 이념은 하시모토보다 더 강력한 '극우 보수파'라는 사실이다. 그가 '일본 우선주의'를 강력히 주창하는 일본 정계의 상징적인 극우 보수파라는 점에서 최근 일본의 우경화 분위기를 타고 지지세를 얻게 되었다는 것이다.

고이즈미 후보는 역사교과서 문제에 대해서 "비판은 자유지만 일본이 그 때문에 흔들릴 필요는 없다."며 교과서 재수정은 없다고 단호하게 못박고 있다. 또한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의 위폐가 놓인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97년 당시 후생상으로 강행하였다. 이때 "공인자격이냐 개인자격이냐'는 물음에 당당하게 "국무대신 자격으로 왔다."고 말해 전쟁유족들의 박수를 받았다. 정쟁유족들은 104만명에 달하고 이들은 자민당의 유력한 후원 그룹이다. 이때 하시모토 당시 총리는 국제적 비난에 대해 "총리 아닌 개인자격으로 방문한 것"이라고 해명하며 야스쿠니 참배를 중단하였던 것과 비교된다.

뿐만아니라 2차 세계대전 후 헌법으로 제한하고 있는 자위대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헌법을 변경해서라도 허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헌법을 개정하지 않고 해석만 변경하는 것에는 찬성할 수 없다."며 헌법개정론을 들고 나온 것이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전쟁의 영구적인 포기와 전수 방위원칙'을 담은 평화헌법의 내용을 엄격히 해석, 자국을 방어하는 행위를 제외한 어떠한 형태의 무력행사도 허용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러한 그의 강력한 일언거사(一言居士)식 우익소신이 현재 일본 교과서 문제등으로 더욱 우경화되고 있는 일본 국민의 정서에 상당히 어필하였다는 것이다.

또 다른 원인은 7월에 있을 참의원 선거에 대한 당내 위기감의 발로이다. 하시모토 후보는 지난 98년 참의원 선거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만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당 간판으로 내세우기에는 부적절한 인물이라는 인식이 당내에 팽배해 왔다.

방한 경험없고 한국에 대한 이해 극히 저조한 非지한파(非知韓派)

당내 최대의 파벌 하시모토의 불패실화를 붕괴시키고 당당히 일본 총리자리에 오르고 있는 고이즈미.

그러나 일본교과서 수정 절대불가, 신사참배의 강력한 소신, 헌법 개정한 자위권 행사 등 그의 극우발언은 일본 군국주의 부활에 대한 주변국들의 우려를 높이기에 충분하다. 따라서 한일 관계는 물론 동북아 각국과 일본의 관계가 상당기간 냉기가 돌 것으로 전망된다.

하시모토는 자민당의 파벌에 둘러싸여 있었지만 국민적 지지를 얻지 못하였던 인물이었고 외교적인 문제에서는 타협의 여지도 보였었다. 그러나 개인 성향상 극단적인 소신파일뿐만 아니라 극우적 그의 소신이 국민적 지지를 얻고 있고 또 파벌파괴를 주장하며 등장한 그를 자민당내에서 브레이크 걸기도 상당히 어렵다는 점에서 고이즈미와는 외교적 타협의 여지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고이즈미는 두려울 것이 없는 강성 극우파이다.

당내 눈치도, 국민적 지지율도 걱정할 것 없는 그는 국민신임과 소신을 앞세워 외교에서도 극우적 색채를 강력히 띌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이웃나라와의 조화보다는 '일본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강경 보수파이며, 특히 ‘주한미군이 공격받으면 한반도에 자위대를 파병할 수 있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가메이 시즈카 자민당 정조회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한일 외교갈등이 악화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는 또한 한국방문 경험이 전혀 없고 한일의원연맹도 탈퇴했으며 '김치를 싫어한다'고 공공연히 말할 정도로 한국에 대한 이해가 전혀없는 `비지한파(非知韓派)'로 알려진 인물이다. 또한 그는 성격상 상당히 비외교적 인물로도 알려지고 있어 향후 한일관계가 험로를 걷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때문에 미-중-일-러의 4대강국 틈바구니에 끼어 다차원적 외교전을 펼쳐야 하고 동시에 예민한 남북관계도 풀어가야 하는 이중 삼중의 난제를 안고 있는 지금, 극우적 소신으로 가득차 타협의 여지조차 없는 '비지한파' 일본의 극우 총리부상은 우리의 외교 형편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복잡다단한 고차원적인 한일외교전략 수립에 우리의 외교역량을 모아야 할 때이다.

박혜경기자polyad@ewinc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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