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방송사상 최초의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이라 하여 관심을 모았던 MBC TV의 <미디어 비평>이 28일 저녁 첫 방송을 내보냈는데...

MBC 또한 <100분 토론>을 성장시킨 최용익 부장에게 이 프로를 맡기고, 대중성높은 손석희 아나운서를 투입하여, 이 프로그램의 성패에 상당한 비중을 두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28일의 첫 방송은 이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를 아직 유보하게 만들었다.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의 출발이 갖는 원론적이고 의례적인 의미의 찬사를 생략한다면, 첫날 방송은 아직 미디어 '비평'의 맛을 보여주지는 못하였다.
신문고시를 둘러싼 각 신문의 대조적인 보도 소개는, 말 그대로 '소개'에 그치고 만 느낌이다. 몇 사람의 주마간산식 인터뷰로 독자들의 욕구를 총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때로는 전율까지 시킬 수 있는 심층적인 접근을 찾기 어려웠다. 여기서 '심층적'이라는 말이 반드시 긴 시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시청자들의 호흡을 고려하지 않은 너무 빠른 진행도 부담스러웠다. 빠른 화면과 자막처리, 압축된 멘트, 객원 리포터의 빠른 낭독식 보도를 주말 밤에 TV 앞에 앉은 시청자들이 쫒아가기는 너무 힘겨웠다. 미디어 비평의 사명감에 동참하려는 '결의'를 갖고 채널을고정시켜 놓은 시청자라면 모르까, 그렇게까지 긴장하고 신경을 곤두세우며 시청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속사포식 멘트, 번갯불식 자막처리, 다소 돌출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만평을 정신없이 보다보니, 끝나는 시간이 다되어 버렸다. 장사는 끝나는 시간이 되었는데, 손에 남은 것은 없음을 발견한 공허한 느낌이었다.
최근 미디어들의 상황을 잘알고 있는 시청자들에게는 "다 아는 얘기들을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을, 반대로 그렇지 못한 독자들에게는 "내용을 쫓아가기가 너무 어렵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다양한 시청자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비평'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지극히 짧은 시간만이 허용된 TV에서 새삼스럽게 일지정리나 상황정리를 하고 있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시청자들이 모르고 있었던 정보, 그리고 그러한 정보에 대한 해석과 비평을 몇가지 씩만이라도 새롭게 제시해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하지만 미디어 비평에 스스로 의미를 부여했던 제작진의 모습, 그리고 그에 기대를 걸었던 시청자들의 시선을 의식한다면, 첫회 방송은 아직 시청자들의 성을 채워주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방송을 끝내는 멘트가 나올 때, "뭐야, 이렇게 끝나는 거야?"라는 반응이 나오게 만든 원인을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이런 프로그램을 시작한 것도 대단한 것 아니냐는 식의, 판에 박은 의미부여를 하고 있기에는 지금 '미디어 비평' 프로를 향한 시선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유창선 'e윈컴 정치뉴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