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대비 4월 물가상승률이 5.3%로 정부의 3%대 억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정부는 5월부터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반해, 환율인상과 공공요금 인상으로 하반기에도 물가상승률을 억제할 수 없는 상황이고, 더욱이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라는데...

재정경제부와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4월중 물가 동향'에 의하면 4월 중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대비 5.3%, 전월대비 0.6%를 기록했다. 이는 98년 11월(6.8%) 이후 29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 정부가 올해 목표로 잡은 '소비자물가 상승률 3%대 억제' 방침이 물 건너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지난 주말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가 1327.6을 기록하는 등 환율 불안이 완전히 가시지 않고 있을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는 엔·달러 가치를 140엔까지 낮춘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어 완·달러 환율이 더욱 상승을 것이며, 이에 따른 수출하락으로 경기침체가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물가안정을 위해 하반기로 미뤄둔 공공요금 인상요인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어서 물가상승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전년대비 4월 물가상승률 5.3%-정부, 하반기 3%대 유지할 것

재경부는 4월 물가상승률이 이처럼 높았던 이유는 작년 4월의 경우 농·축·수산물 가격이 크게 하락했던 반면, 올 4월에는 겨울철 폭설·한파 등으로 출하가 늦어져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재경부 발표에 따르면 전월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 0.6% 가운데 △농·축·수산물이 기여도는 0.22%포인트 △가죽제품은 0.16%포인트 △집세·개인서비스 요금은 0.12%포인트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한국은행은 3월 중순 이후 환율상승도 4월 물가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는데, 한국은행 한 관계자는 "3월 중순 이후 엔화가치 급락에 따른 원·달러 환율 급등이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며 "1∼3월 농산물가격·교육비·공공요금의 상승 등 내부적인 요인으로 물가가 상승한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말해 재경부의 분석과는 다른 분석을 내놓아 주목된다.

한편, 재경부 오갑원 국민생활국장은 "올 들어 물가상승요인으로 작용했던 농축산물과 공공요금 등이 앞으로는 안정세를 보여 5월부터 물가상승률이 낮아질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를 유지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 줄줄이 대기

그러나 정부의 전망과는 달리 원·달러 원율 상승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1.4분기 소비자물가 상상의 '주범'으로 지목된 공공서비스 요금 인상이 하반기에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정부의 거시정책운용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특히, 현재 정부가 낙관하고 있지만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하반기에도 공공요금이 물가인상에 미치는 요인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분석 결과에 의하면 "1.4분기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공공요금의 기여도는 44.8%로 올해 물가가 오른 것의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90∼97년 중 평균 14.4%에 불과했던 공공요금의 물가 기여도는 정부의 요금 현실화 정책에 따라 억제됐던 공공요금이 잇따라 인상되면서 99년 35.3%, 2000년 43.3% 등으로 급상승했다.

이렇듯 상반기 물가상승의 '주범'이던 공공서비스요금은 하반기에도 인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택시요금, 상·하수도료 등 지방 공공요금이 인상을 기다리고 있다.

정부에서 물가를 잡기 위해 더 이상 이들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내년 지방선거나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요금을 올릴 수 있는 시기는 올해 밖에 없기 때문이다.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공공요금 인상을 미룰 경우 여권에 가해지는 압박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더욱이 정유사측에서는 기름 값이 오른 지 1개월 여만에 환율상승에 따라 다시 올릴 것을 검토하고 있어 물가인상은 기정사실화 되고 있고, 게다가 건강보험료도 다시 올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또 환율상승에 따른 원자재 인상 및 임금인상 요인도 연쇄작용을 할 경우 정부로서는 겉잡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정부, 스테그플레이션 대응책 무언가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박사는 "원율 상승으로 원자재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불안까지 겹칠 경우 임금상승 등 비용이 늘어나 실질적인 교역조건도 악화될 것"이라며 "경제성장율이 회복되지 않을 경우 우리 경제가 스테그플레이션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환율상승에 따른 물가인상 및 공공요금 인상 등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경기침체 및 고실업이 장기화되는 스테그플레이션이 되어도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정책대안들이 크게 제한돼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면 물가에 대한 우려 때문에 경기부양을 위한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하가 어려워지고, 적극적인 재정확대를 통한 경기진작책 운용에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영술 기자newflag@ewinc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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