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창당 설, 개혁세력 독자적 움직임, 민추협 사단법인화 추진 등 정치권의 움직임 속에 권노갑 전 최고가 "당권·대권 분리 선출론"을 제기했다. 당권 장악을 통한 '제3후보' 가시화 움직임을 본격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주목되는데...

동교동계 좌장으로 복귀한 권노갑 전 최고위원이 이른바 "당권·대권 분리 선출론"을 제기해 파문이 일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레임덕 차단'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동교동 중심의 당권 및 대권 주도권 확보 의도'가 숨어있는 것으로 보여, 여권 내 차기 주자들의 입장이 처지에 따라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어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그런데 동교동계가 어떤 '대권플랜'을 그리고 있기에 권 전 최고위원이 이 시점에서 공개적으로 '당권·대권 분리 선출론'을 들고 나와 일찌감치 당론화 시키려 하는지 그 내막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교동계 일각에서 흘리고 있는 '제3후보론'과도 직접적으로 연동돼 있어 향후 여권 내 논란이 주목된다.

동교동계, 1차로 당권을 잡고 2차는 '제3후보론' 가시화?

그동안 동교동계가 물밑에서만 언급해 왔던 '당권·대권 분리론'을 지난 11일 권노갑 전 최고위원이 기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직접 언급함으로써 무게가 실리게 됐다. '당권·대권 분리론'의 대의명분은 '레임덕 방지'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내놓을 만한 대선 주자가 없는 동교동계가 1월 전대에서 당권을 장악, 그 힘으로 동교동계의 힘으로 대선 후보를 결정하고, 정권재창출도 이루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때문에 신 동교동계로 분류되면서 구 동교동계인 권 최고위원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는 한화갑 최고와 현재 당을 이끌고 있는 김중권 대표는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반면, 동교동계의 힘을 빌리고자 하는 이인제, 김근태 최고와 노무현 고문은 긍정적 반응이다.

일단 권 전 최고위원의 '당권·대권 분리론'은 동교동계의 지원으로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여권에 대한 민심이반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여권 내 대선 주자들과의 격차를 벌리면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대세론'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레임덕 방지'를 위한 대책과 함께 '제3 후보론'도 설득력을 얻어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제 3후보'로 정권 재창출, 아니면 '당권'이라도 유지

동교동계가 '당권·대권 분리론'을 공식 제기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제3 후보론'을 통해 정권재창출을 이루겠다는 포석이라는 게 대체적인 정치권의 분석이다. 또 '제3후보'를 통해 정권재창출이 실패하더라도 당권만이라도 동교동계가 장악하겠다는 계산이다.

동교동계의 이러한 계산에는 여권에 대한 민심이반이 심각한 상황에서 김대중 대통령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또 이총재의 '대세론'이 더욱 힘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거론되고 있는 여권 내 대선 주자들이 이를 차단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배경에 깔려있다.

더욱이 현재 뛰고 있는 대선 주자들 중에는 'DJ 임기 후'를 보장할 믿을 수 있는 인물이 없다는 것도 동교동계의 고민이다.

1997년 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이회창 당시 신한국당 대표에게 당권과 대권을 넘겨줌으로서 받은 수모를 '반면교사'로 삼아, 차기 대선 후보가 조기 가시화 될 경우 권력의 축이 청와대와 동교동계의 손을 떠날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속셈이다.

그래서 동교동계가 '레임덕 방지책' 마련에 주력하는 한편, 지속적으로 '영남후보론'이나 '제3후보론'을 흘리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대한 대권 후보 선출을 늦추고 당을 장악. 동교동의 입맛에 맞는 후보를 내놓겠다는 의도다.

정치구도 변화 조짐, '제 3후보' 가시화 배경

한편, 여권 내부에서는 대선 주자들의 개별적인 움직임과 민주당의 중심이 명확하게 서 있지 않아 이총재의 '대세론'을 차단할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점차 '제3 후보론'에 관심이 모아질 가능성도 많다는 게 여권 주변에서 나도는 소문이다.

그동안 3당연합이 실패했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고, 정체성 논란까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안되며, JP도 '내각제 추진' 의사를 피력하는 등 DJP 공조에 대한 이해득실 계산에 들어간 뉘앙스를 보이고 있어 여권에 미묘한 파열음이 감지되고 있다.

게다가 현 대선 주자들과 이총재 간의 지지도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는데 따른 위기의식도 크다. 그래서 최근 거론되고 있는 신당 창당에 큰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동교동계 인사는 "영남권의 강한 지역주의 성향으로 미루어 제3의 영남후보 출현 등 범야권의 핵분열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사실 정몽준·박근혜씨는 신당 창당 추진 설을 일단 부인하고 나섰지만 박 부총재가 이총재에 대한 대립각을 계속 세워가고 있는 상황에서 신당 창당 가능성이 완전히 물 건너 간 것만은 아니다. 박 부총재를 중심으로 '영남후보론' 가능성이 계속 거론되고 있고, 여권도 "박 부총재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말을 흘리고 있다.

신당 창당 설과 관련해 17일 발족하는 '화해와전진 포럼'도 주목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개혁적인 비주류가 대거 포진돼 있다는 점에서다. 정 의원이 "자신은 주체가 아닌 봉사자의 입장으로 정치발전을 위해 신당에 적극 참여할 생각을 갖고 있다"며 개혁 인사들을 거명하고 나섰듯이 "박 부총재의 얼굴에다가 개혁파들이 명분과 당의 허리를 담당한다"는 시나리오일 경우 파급력이 매우 커질 가능성도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이땐 신당과의 정책연합이나 합당을 통해 '제3후보'를 극대화시킬 수도 있다.

더불어 '동교동'과 '상도동' 출신 인사들의 모임인 민추협동지회가 결성 17주년을 맞아 사단법인화를 추진하면서 DJ와 YS의 화해를 시도하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동교동계 일각에서 DJ정부 초기부터 DJ와 YS의 화해를 시도해 왔다는데 이번에 결실을 본다면 정치구도 변화에 획기적인 단초를 제공할 가능성이 많다는 점 때문이다.

동교동계의 대권 방정식 풀기 본격 시동

3당 연합의 부정적 효과, 신당 창당 설, 개혁세력 움직임, 민추협 사단법인화 등 일련의 정치권의 움직임으로 볼 때 정치구도가 크게 바뀔 가능성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이 와중에 동교동계의 '당권·대권 분리론' 주장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도 가볍게 넘길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동교동계 중심으로 당을 장악해 나갈 때에만 가장 크게는 동교동계 주도의 대권 플랜을 추진할 수 있고, 이 때 김 대통령도 여론이나 당내 다른 주자들에 대한 부담감 없이 움직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동교동계가 추진하고자 하는 대권 시나리오는 무엇이고, '제3후보'는 누구이고 이를 가시화시키기 위해 어떤 정치적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을지 자못 흥미롭다. 하지만 동교동계의 대권 시나리오는 기존의 대선 주자들의 반발을 촉발시킬 수밖에 없어 여권 내 진통도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술 기자newflag@ewinc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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