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근 지사는 전북지역의 심각한 민심이반 현상은 새만금 사업, 신공항 건설, 동계올림픽 유치 등 굵직굵직한 문제에 대해 정부가 결정을 미루며 책임을 회피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DJ 경제정책'이 원칙에서 크게 벗어났다고 비판했는데...

유 지사가 『e윈컴 정치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도민들이 정부의 말이라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못 믿겠다는 분위기"라고 했듯이 수십년 동안 'DJ 대통령 만들기'에 동참해온 전북도민들의 소외감과 현정부에 대한 불신은 위험수위에 도달한 것으로 보여 여권의 대응책이 주목되고 있다.
전북의 민심이반-대통령 주변의 책임
전북지역의 이러한 민심이반 현상은 전북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국책사업이 현 정부 들어 흐지부지 되거나 뒤로 밀리는 모습 때문이다. 동계올림픽 유치에 대해 이미 98년 10월 국무회의에서 "전북의 동계올림픽 유치에 대해 정부 보증"을 약속했지만 강원도가 동계올림픽 유치 뜻을 밝히자 책임을 KOC로 떠넘기면서 시간을 끌고, 용담댐 담수문제도 이미 전문가들이 용수배분 원칙을 정했음에도 충청권의 무리한 요구에 밀려 결정을 못 내리고 또 차일피일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해 왔기 때문에 정부에 대한 도민들의 불신이 크게 누적돼 왔다는 것이다.
특히 새만금 사업에 대한 정부의 책임회피는 전북도민들의 가슴에 불을 지핀 격이다. 이미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고, 환경단체와 '민관 합동조사단'을 꾸려 "문제점을 보완해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음에도 정부는 환경단체의 눈치만 보고 6번씩이나 결정을 미루는 등 정부의 무능력과 무책임을 여실히 보여주자 전북도민들의 대정부 불만은 폭발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전북지역의 일반적 정서다.
유 지사는 "새만금이 이렇게 표류하도록 놔두는 것은 잘못이다"며 "분명히 대통령을 모시고 있는 사람 중에 잘못 모시는 분들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을 가까이에 모시고 있는 당 지도부나 청와대 수석들에 대한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4.26 재보선 패배의 책임도 이들에게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전북지역의 새만금 사업, 동계올림픽, 용담댐 담수문제, 전주 신공항 건설 등에 대한 결정 과정에서 나타난 혼선과 무책임성은 국정 전반으로 확대돼 건강보험 재정 위기, 대우노조 과잉진압 등 국정운영에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유 지사도 "대통령을 모시는 분들이 정말 국가를 위해 악역을 할 수 있어야 되는데 그리 못하는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DJ 경제고문'-'DJ 경제정책'에 비판적 입장
더욱이 DJ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20% 이하로 급락하고 있는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까운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 유 지사는 잘못된 경제정책에 그 원인을 찾고 있는데, 현 정부가 시장경제의 원칙을 벗어난 결과라는 것이다. 그는 "대우문제를 처리하면서 시장의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자꾸 대우를 어떻게 끌어안고 갈 볼 수는 없는가 하다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결과가 왔는데, 대우와 같은 비슷한 상황이 또 번복되고 있다"면서 현대건설 등 현대그룹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문제가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게다가 그는 "선거가 다가올수록 원칙으로 돌아가는 것도 더 어렵게 돼 있어 안타깝다"면서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 'DJ노믹스'의 원칙으로 되돌아가야 된다"고 주장했다.
'DJ정권' 초기 IMF 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했던 그에게는 현재의 경제정책 기조가 매우 위험하고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친환경적인 '새만금 사업' 추진은 계속될 것
유 지사는 새만금 사업이 여론의 초점이 되고 있는 만큼 인터뷰 대부분을 새만금 사업에 대한 논란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그는 "새만금 사업을 계속 추진하기 위해서는 지사직을 걸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환경운동단체나 해양수산부 환경부 등 새만금 사업을 중지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와 정부에 대한 강한 톤으로 불만을 피력했다.
특히 유 지사는 환경운동의 새만금 사업 반대 활동을 두고 "이 분들이 환경을 걱정하는 것이 주 관심사인지 이 사업을 저지하는 것이 더 관심이 많은 건지, 도대체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강한 불만을 피력했다.
또 새만금 사업을 중지해야 한다는 환경단체와 정부부처의 근거를 조목조목 반박해 나갔는데, "갯벌과 농지의 경제적 가치 면에서 환경부의 연구는 객관적 근거를 상실한 것이고, 농지조성을 마치 생태계를 파괴하는 사업으로 매도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 지사는 "저희들은 새만금 사업이 계속된다는 가정 하에 어떻게 하면 환경문제들에 대해 만전을 강구하느냐가 중요한 관건이다"며 새만금지역 환경문제를 철저히 연구하고 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국책 연구기관'과 환경문제를 모니터링하고 압력을 가할 수 있는 '민관 합동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전라북도를 우리 스스로 속박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만금 지연, 지역간 견제도 한 원인
한편, 유 지사는 대형사업들이 정부의 '책임 떠넘기기'로 인해 전북지역에서 매우 난처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 지사에 대한 일부 정권실세의 견제로 지금까지 굵직굵직한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설이 전북지역에서 나돌고 있다.
한 도의원은 "유 지사가 집권 초기에 DJ로부터 신임을 받고, 차기 대선 주자로 각광을 받자 일부 실세들로부터 견제를 받아왔고, 이로인해 새만금 사업 등이 계속 미뤄지고 있는 원인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새만금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것에 대한 집권당을 향한 불만의 한 표현으로 해석된다.
또 새만금 사업 추진에 깊숙하게 관계하고 있는 한 공무원은 "새만금 지역에 항만시설이 완공되면 서해안 중심지역으로 부상할 것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는 목포지역에서 조직적으로 새만금 사업을 방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고 있어, 지역적인 견제와 경쟁심리가 갈등 양상으로까지 치닫고 있음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어쨋든 정부는 지난 16일 관계부처 차관회의에서 "새만금 사업을 강행하기로 결정"하고 25일 경에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정부의 계획이 발표되면 일단 유 지사는 "급한 불은 끈 것"으로 보인다. 유 지사로서도 도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자신에게 쏠리는 것이 여간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다음 행보와 관련 "임기가 끝날 때쯤 되면 다음 일은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을 제시해주실 걸로 믿고, 또 그렇게 제시해 달라고 기도하고 있다"는 말로 대신했는데, 아직 고민중이지만 다른 욕심이 있음을 암시하고 있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