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론조사에서 이회창 대세론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특히 이인제 기반인 수도권과 대전·충청에서의
이총재 지지도 상승이 눈에 띈다. 그러나 이 지역 젊은 층의 이총재에 대한 거부감이 매우 강하게 나타나고 있어 이총재 '대세론'에 많은 한계는 안고 있다는데...

이러한 기세를 유지하며 대선구도가 굳어질 경우 이총재의 정권획득이 기정사실화 하는 게 아니냐는 반응도 많아져 한나라당과 이총재는 최근 표정관리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이총재의 '대세론'에도 많은 함정이 도사리고 있어 "아직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여론조사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야권결집, 부동층 성향의 수도권·충청에서 한나라당지지 높아져
지난 21일 <문화일보>가 보도한 TN소프레스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한나라당의 상승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월 TN소프레스의 정기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이 추격하는 가운데, 민주당(25.7%)과 한나라당(25.6%)의 지지도가 비슷하게 나타났으나,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한나라당(37.9%)이 민주당(28.1)을 거의 10%차로 따돌리기 시작했다.
이러한 결과는 수도권과 대전·충청지역에서 민주당 지지도가 하락한 것에 반해 한나라당이 큰 폭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지난 조사와 비교해 대구·경북지역에서 21%포인트 오른 60.5%, 부산·경남에서 18.2%포인트 오른 61.0%로 급등하는 모습이다. 광주·전라지역의 민주당 지지도도 13.6%포인트나 오른 71.6%로 올라 극명한 영호남 대결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서울지역에서 한나라당이 8.8% 오른 34.4%로 상승한 데 비해 민주당은 6.8%포인트 오른 32.2%의 지지도를 보였다. 인천·경기지역에서도 한나라당은 7.8%포인트 오른 30.5%로 2.3%포인트 오른 28.8%의 지지도를 보인 민주당을 앞질렀다. 특히, 대전·충청지역에서는 한나라당이 11.1%포인트 오른 28.9%인 반면, 민주당은 7.8% 하락한 20.1%의 지지도를 보이는데 그쳤다.
수도권과 대전·충청이 한나라당 지지도 돌아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한나라당이 민주당을 앞서본 적이 없고, 충청권의 맹주인 JP가 공동여권에 참여하고 있으며, 여권의 가장 강력한 대선 주자인 이 최고가 버티고 있는 대전·충청지역의 민주당 지지도 하락은 충격적인 사건이다.
민주당, 이인제 이탈표 이회창으로 흡수
특히 이번 여론조사에서 가장 큰 특징은 수도권과 대전, 충청권의 민주당과 이인제 이탈 및 이회창 쏠림현상이다.

부동성향이 강하고 인물중심적인 수도권과 대전, 충청은 이인제의 강력한 지지기반이었으나 최근 이인제가 여권내 대안으로 자리잡지 못하는 분위기때문에 이회창대세론에 편승하고 있다.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에서도 이총재(16.9%)의 이인제 최고(12.2%)를 4.7%포인트라는 근소한 차로 앞서던 것을 이번 조사에서는 이총재(20.2%)가 2위인 이 최고(7.3%)를 12.9%포인트의 격차를 더 벌렸다. 이총재는 지난 3월 조사 보다 3.3%포인트 상승한 반면 이 최고는 4.9%포인트 하락했다.
지난번 조사에서 이총재(10.0%)가 이 최고(13.9%)에 열세를 보였던 인천·경기에서 이총재(16.1%)가 이 최고(8.1%)를 역전시켰고, 대전·충청지역에서 이 최고(5.2%)의 지지도는 이총재(14.5%), 박근혜 부총재(5.7%)에 이어 3위에 머무는 수모를 맛보아야 했다.
월간 조선 6월호에 발표한 오픈소사이어티의 가상대결에서도 이총재(43.4%) 대 이 최고(37.4%)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한나라당과 이총재의 지지도가 급상승하고 있는 것은 수도권과 대전·충청지역에서 한나라당 이총재 지지로 돌아서고 있고,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으로 분류돼 왔던 30대와 저소득층이 한나라당 지지로 돌아서고 있다는 것이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오픈 소사이어티 여론조사 결과 30대의 정당 지지율은 한나라당(31.2%)이 민주당(29.5%)을 역전했고, 이총재와 이최고 가상대결에서도 이총재가 40.0% 대 36.8%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총재 약점, 반DJ 반사이익의 허약한 지지도
이렇듯 경쟁자표까지 흡수하면서 본격적인 상승무드를 타고 있는 이총재측에서도 고민이 많다. 벌써부터 이총재에 대한 지지도가 집중될 경우 이총재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높아져 이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조루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총재의 한 측근은 "갑자기 이총재가 잘 나가는 것 같아서 불안하다"며 "'위기 다음이 기회'라는 금언을 뒤집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수권정당으로서의 정책적 비전과 국민적 믿음을 통한 지지도 상승이 아니라 '반 DJ 정서'에 의한 지지도 상승이라는 맹점이 많기 때문에 더욱 불안감이 크다.
이러한 DJ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인한 지지도 상승은 그만큼 토대가 허약하다는 것으로 여권이 체제를 정비하고 민심수습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힘없이 무너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총재 '대세론'의 결정적 취약점이다.
특히, 영남권에서 유력한 영남주자가 부각될 경우 영남지역의 이총재 지지도는 "하루아침에 빠지는 고무풍선과도 같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 일각의 분석이다.
또한 어디에도 지지표명을 하지 않고 있는 부동층의 대부분은 여권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들의 투표율이 높지 않다고 가정하더라도 부동층이 여권으로 집결할 경우 이총재는 고전을 면키 어렵다.
수도권·충청권 및 젊은 층 "이회창 안찍겠다"-이총재 지지도의 양극화 현상
또다른 문제는 아직 이총재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는 사실이다. 월간조선 5월호에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반드시 이총재를 찍겠다"(38.5%)는 응답보다, "절대로 찍지 않겠다"(44.7%)는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수도권에서 이총재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데, 서울지역에서는 이총재에 대해 "절대로 투표하겠다"(37.9%)보다 "절대 투표하지 않겠다"(44.4%)가 크게 높다. 인천·경기에서도 "반드시 투표하겠다"(34.8%)가 "절대로 투표하지 않겠다"(46.5%)보다 크게 밑돌고 있다.
충청권에서도 "이회창을 절대로 찍지 않겠다"(56.1%)는 응답이 "절대로 찍겠다"(27.7%)는 응답보다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사실상 차기 대선의 승부처가 될 수도권과 대전·충청지역에서 이총재에 대한 거부감이 위험 수위에 있다는 해석이다.
이총재에 대한 강한 거부감은 20∼30대에서도 나타난다. 20대는 "이총재를 절대로 찍지 않겠다"(56.2%)가 "절대로 찍겠다"(26.6%)보다 압도적이고, 30대도 49.1% 대 34.0%로 큰 차이를 보인다.
영남 및 40대 이상층에서 이회창 지지도는 결집하고 있지만 수도권과 충청의 20-30대 젊은 층의 이총재에 대한 반감은 매우 크다.
이총재 지지도의 양극화 현상이 매우 뚜렷하다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젊은층 반감 - 미래지향적 리더로 인정 안해
이렇듯 수도권과 충청권, 그리고 젊은 세대에서 이총재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원인은 '포용력 부족'과 '권위주의', '지나친 엘리트 의식' 등 국가 지도자로서의 리더십 부재를 꼽고 있다. 한마디로 '21세기 미래지향적 리더'라기 보다는 '과거형 정치인'이미지가 매우 강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번 한나라당 당직개편이나 '국가혁신위' 인사에서 경기고, 구여권 출신인 김기배 총장을 중용하는 한편, 비주류를 철저하게 배제한 친정체제 강화를 위한 '줄 세우기' 인사라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비주류를 포용하지 못하는 '편협함'과 '엘리트주의' 등 '이총재의 한계'가 그대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이총재의 '포용력 부재'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총재의 관심이 영남지역에 집중돼 있는 것도 그 한 단면이고, 남북관계 개선에 미온적인 태도에서도 나타난다. 이부영 부총재는 23일 "이 총재는 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적극 지원, 협력함으로써 한 정파 지도자의 입장에서 벗어나 통 큰 민족의 지도자로 국민 앞에 다가갈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게다가 이총재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도 있는 '아들 병역문제', '안풍', '세풍' 등은 여전히 여권의 손안에 남아있다. 일각에서는 "여권이 이총재를 일거에 제압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하고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