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초선의원 6인에 이은 천정배 신기남 송영길 의원 3인의 '당정쇄신' 촉구 '성명'은 여권 핵심부의 전방위적 압박에도 불구하고 터져나왔다는 점에서 그 파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24일 초선의원 6명의 "안 전 법무장관 추천자 문책 및 인사시스템 개선"을 위한 '성명' 파동에 이어 재선의원들이 이에 가세할 계획으로 알려져, 민주당 초재선 의원들이 집단적 항명 파동으로 발전하지 않을까 관심이 집중됐다.

25일 오후 천정배 신기남 송영길 의원 등 3명의 의원이 "'국민의 정부'의 성공을 위해 우리 모두 백의종군해야 할 때이다"는 '국정개혁'을 촉구하는 성명서 발표로 전날 초선의원들의 '당정쇄신' 목소리를 이어 갔다.

2차거사에는 참여 의원들이 적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당 지도부의 '전방위 압박'을 뚫고 나온 24,25일의 연이은 9인의 당정쇄신 목소리는 쉽게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분위기로는 초재선 의원들의 문제의식이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은 이상 '국정쇄신책' 요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계속 대두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루종일 긴박했던 민주당과 의원회관-결국 3인의 거사로 이어져

25일 하루종일 민주당과 국회의원회관에는 긴장감과 긴박감이 감돌았다. 기자들은 민주당 초재선 의원실로 몰려다니며 과연 어제(24일) 초선 의원들의 '안 전 법무장관 추천자 문책 및 인사시스템 개선' 요구에 이어 재선의원들의 후속 거사(?)가 이어질지의 여부를 확인하며 분주했다.

청와대와 당 지도부는 초선들의 당직사퇴서를 반려하고 '항명'이 아닌 '충정'이라며 파문을 최소화하려 했고, 또 재선의원들의 성명발표를 자제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하였다. 반면 초재선 의원들은 파문확산을 무마하려는 당지도부를 피해 다니며 삼삼오오 은밀하게 모여 거사의 시기 및 내용을 숙의했다.

결국 3인의 거사로 이어졌고, 그 강도는 초선의원 6명보다 높았다. 그들은 "당.정 요직에 포진돼 있는 문제의 인사들이 국정의 효율성을 가로막고 있다"며 "당.정 수뇌부의 전면쇄신"을 요구했다.

더불어 거사의 의미에 대해 "우리는 오직 '국민의 정부'와 대통령을 성공시키고 개혁을 성공시켜 국가발전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충정에서 결연히 나서는 바이다"며 "모두 백의종군의 자세로 국민이 바라는 개혁에 매진해나가기 위해 선봉에 서서 최선을 다할 것을 엄숙하게 다짐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다른 개혁적 의원들은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거사에 참여하기를 꺼리고, 동조하는 최고위원들도 없어 3인의 조촐한(?) 모임으로 그치고 말았다.

이러한 모습을 보며 재선의 후속거사를 전방위로 막았던 당지도부의 압력에 소장파들의 '당정쇄신' 노력이 이대로 꺾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한나라당 한 당직자는 "민주당의 현 체제가 유지되는 것이 우리당에는 유리한데, 이정도로 그친 것이 다행이다"는 민감한 반응을 보여 주목된다.

'제2 거사' 노려온 초선 6인의 앞장선 결행

이에 앞서 24일 김태홍, 정범구, 정장선, 김성호, 이종걸, 박인상 의원 등 초선 의원 6명이 당직을 사퇴하면서 '인사혼선 책임자 문책'을 촉구한 것은 즉흥적인 돌출행동만은 아니라는 게 초재선 의원들의 반응이다.

그동안 13인의 반란, 정동영 최고의 '권노갑 전 최고 2선 퇴진' 발언과 反權파동에 가장 앞장서왔던 초선을 중심으로 한 소장파들은 권노갑의 정치전면 복귀와 3당연합 이후 사실상 '2차 거사' 시기만을 저울질 해왔다는 후문이다.

3당연합과 김중권체제로 인한 당 정체성의 혼란 및 국정난맥, 이로인한 민심이반 현상이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당지도부의 무대책과 지도력 부재에 대한 문제의식이 지속적으로 공유돼 왔었다.

초재선 의원 항명의 궁극적인 목표는 전반적인 국정운영 방향 및 시스템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 방향은 '당의 개혁정체성'을 되찾고, 이에 기반한 '당정쇄신 및 시스템 변화'를 모색하겠다는 의도였다. 김대중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의 획기적인 전환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개혁소신'으로 무장한 초재선들이 거사 시기를 저울질하던 중 '안동수 인사파동'이 불을 붙였다.

특히 광주가 지역구인 김태홍 의원은 "지역구가 광주인 내가 이렇게까지 나온 것은 더 이상 당이 잘못가도 있는 것을 앉아서 보고 있을 수만 없기 때문"이라면서 "많은 시간 고민했고, 당정쇄신이 더 늦춰지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의원측은 "광주민심이 동교동과 민주당에 상당한 불신이 강하다"고 말하며 김의원의 '항명파동'이 광주민심을 반영한 것이라는 점도 강조하였다. 전례로 보아 차기 공천문제나 'DJ 비판'에 대한 광주지역민들의 반발 등을 고려해볼 때, DJ에 대한 항명과도 같은 '당직사퇴'는 생각할 수도 없었지만 지금은 지역민심이 180°바뀌었다는 것이다.

초재선 결행, 돌출성 아닌 시나리오에 의한 것?

초선들의 선도 결행이후 문제는 재선의원들이 초선의원들의 당정쇄신 요구를 어느 정도의 힘으로 뒷받침 할 수 있는가의 여부였다.

25일 오후 천정배 의원 등이 2차 '성명서'를 발표하기 전 한 의원 측근은 "국정운영에 대한 총체적인 문제제기의 시기와 내용이 문제지 반드시 재선의원들의 집단적 문제제기는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또 이를 뒷받침하기라도 하듯 "초선 의원들의 행동도 돌출적인 것이 아니라 '시나리오'에 의해 움직인 것"이라고 말했다. 초재선 의원들의 움직임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강조한 대목이다.

또한 국정쇄신책 내용도 '인사 시스템'에 머물러 있지 않고 총체적인 국정개혁을 요구하고 나설 계획이었다. 한 초선의원에 따르면 "초선 의원들은 '인사 문제'를 거론했지만 재선의원들은 총체적인 국정쇄신책을 요구할 것이다"면서 "그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보다 강도 높은 행동으로 보여줄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천정배 의원 측근은 "우리당이 개혁적 서민의 정당으로 제자리를 잡을 것이냐, 아니면 '개혁 퇴보'로 민심이반을 방치할 것이냐, 기로에 서있다"며 "초재선 의원들은 개혁성을 되찾기 위해 나설 각오가 돼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들이 "당 지도부 사퇴, 조기 전당대회 개최 등을 요구하는 게 최종 목표"라는 관측도 대두되고 있다.

대부분의 초재선의원, '시기 부적절'을 이유로 참여 거부

그러나 이들 개혁의원들이 당의 개혁적 정체성 확보와 당정쇄신이라는 총론은 합의했으나 각론에서는 분명한 합의를 이루어 내지 못하고 말았다. 25일 오전 '바른정치모임' 재선의원들이 모임을 갖고 시기와 내용을 조율했으나 서로 이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당내 대부분의 초재선 의원들 사이에는 "이들 강성 소장파 움직임에는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당과 청와대에 상처를 입히는 방법으로는 안된다"며 집단행동에는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현재 여권은 벼랑 끝에 서 있는 상황인데, 등을 떠밀면 어떻게 되겠느냐"는 것이다.

정동영 최고나 김민석 의원도 "지금은 시점이 좋지 않다는 생각"으로 참여를 거부했다.

당정쇄신 목소리는 계속될 것

한 민주당 당직자는 "이번 재선들의 반란에 가담의원을 최대한 막아냈지만 그렇다고 뾰족한 대안이 없어 당정쇄신 목소리는 언제 터져 나올지 모를 일"이라고 전망했다.

총동원하여 '막기'에 나선 여권핵심부 역시 막아서 될 일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지만, 마땅한 국면전환책이 없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래서 여권에서는 내년 1월 전당대회까지 이대로 밀고 나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그러나 고민은 현 체제를 통해 민심을 되돌리고 초재선 의원들의 불만을 가라앉힐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여권 내부에서는 대표 및 청와대 일부의 개편론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정체성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김중권 대표 체제를 교체하고, 업무가 마비되다시피 한 청와대 정무수석실의 교체를 통해 당정의 원활한 협조를 복원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영술 기자newflag@ewincom.com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