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의원은 정풍파를 정면으로 비판하며 개혁대상으로 지목된 '동교동의 품'에 안겼다. 그러나 정풍운동을 '철없는 아이들(?)'의 행동으로 몰아붙이는 정치적 통찰력으로 권력을 좇아간 그의 정치적 선택은 국민들로부터 비난받을 것이라는데...<김민석, 추미애의원 발언전문 수록>

예상치 못한 그의 "정풍운동 비판"에 동교동계 및 일부 당 지도부는 "이제 끝났다"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정풍운동을 주도한 소장파와 개혁적 의원들은 "배신당했다"는 허탈함을 숨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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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풍파 "배신감" - 동교동 "잘했다"
성명파 의원들은 "김 의원이 정말 그럴줄 몰랐다"며 `배신감'을 토로한 반면 범동교동계 의원들은 "정말 감동적이었다"며 `환영' 일색이어서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정 최고위원은 “절차가 본질보다 중요할 수 없다”고 했고, 추미애 의원은 “너무 충격을 받아 생각이 멈추어 버렸다”고 말했으며 신기남 의원은 “기강이라니 우리 당이 무슨 군대냐”고 했다.
반면 동교동계의 최재승 의원은 "게티즈버그 연설이후 최고의 명연설"이라고 극찬했고, 김방림 의원은 발제를 마친 김 의원을 와락 끌어안으며 "잘했어"라고 격려했고 정균환 총재특보단장은 김 의원이 자신의 주장을 확인해준 때문인지 악수를 하면서 "오늘 잘했다고 여기저기서 의원들이 말하더라"고 했다.
또 동교동은 이번 워크샵에 대해 "생산적이고 유익한 토론이었다"며 긍정 평가했다.
김민석의원의 발언을 백분이해해 그가 지적한 절차상의 문제점이 타당한 면이 있다하더라고, 그의 발언의 진의는 결국 정풍파의 당정쇄신의 본질을 왜곡하고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된 동교동계를 지원한 결과를 빚고 말았다.
개혁정치인이라는 김의원이 당 개혁에 찬물을 끼얹고 동교동을 두둔한 모습에 대해 그가 정치적 기반이라고 하는 386의 젊은 세대들은 특히 허탈감과 배심감을 더 크게 느끼고 있다.
국민을 저버린 김민석의 정치적 모험
국민들은 재선인 김민석 의원을 386세대의 대표적인 개혁정치인으로 인식하고 있다. 학생운동권 지도부의 명망성을 갖고 386으로서는 최초로 의원 뱃지를 달았고, 간혹 개혁적인 정치행동을 보여주기도 했기 때문이다.
또한 노무현 고문이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차차기 대선 주자로 김민석 의원을 꼽기도 했는데, 그만큼 국민들은 그에 대한 국민들의 개혁정치의 기대감도 컸다. 김 의원 홈페이지에 글을 남긴 한 네티즌은 "나는 부산 사람이지만 김 의원의 민주화운동과 개혁 이미지로 누구보다 희망을 보여줄 정치인이 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런 내가 부끄럽다"는 글을 올렸다. 김 의원의 발언 이후 그의 홈페이지에는 실망과 비판의 글이 집중적으로 올려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 의원은 이런 국민들의 기대에 등을 돌리고 말았다. 국정난맥상이 지속되고 인사파동까지 겹친 상황에서 용기있게 당정 수뇌부의 쇄신을 요구하는 것은 권력보다는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정치인으로서는 당연하고도 용기있는 행동이다.
이러한 정치적 용기를 절차상의 문제로 '찬물을 끼얹는 것'은 지극히 권력 지상주의적 정치행위가 아닐 수 없다. 김 의원은 국민을 위한 정치적 용기를 보여주기보다는 권력을 향한 용기(?)를 보여줬다.
국민은 영원하지만 권력은 영원하지 않다
권력의 속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 김민석 의원이 확실하게 '동교동계의 품에 안겼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평가다. 초재선 의원들의 정풍운동이 뚜렷한 방향과 목표 없이 진행되면서 권력의 핵심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없는 '찻잔속의 태풍'으로 끝날 것임을 통찰한 그가 현 정권의 핵심인 동교동계를 보호하는 총대를 매는 정치적 선택이라는 것이다.
사실 '권노갑 최고 2선 퇴진' 이후에도 당 지도부가 바뀌거나 개각이 있었다고 하지만 권력의 핵심은 여전히 동교동계가 장악하고 있다. 즉 당과 대통령의 정국운영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정치생명을 건 권력투쟁이 아닌 이상 소장파들의 정풍운동은 동교동계나 권력핵심부의 일부 수용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게 권력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이를 간파한 김 의원은 동교동계가 코너에 몰려있을 때 구원투수로 전격 출전한 것이다.
또한 정동영 최고와의 라이벌 의식도 크게 작용한 행동이라는 게 민주당 주변의 반응이다. 소장파 한 의원은 "쇄신파의 구심으로 정동영 의원이 부상하자 라이벌 의식 때문에 그 같은 발언을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최고위원 경선 이후 정 최고에게 김 의원은 소장파 그룹의 리더 자격을 빼앗긴 후 당내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지 못하고 방황했으며 "김 의원이 동교동계의 후계자가 되려 한다"는 소문이 당 내부에서 끊이지 않고 나돌기도 했다.
네티즌들도 김 의원 홈페이지에 들어와 비난하는 글을 올리고 있어 폭발할 지경이다. 특히 김 의원의 이중성을 비난하는 글이 유난히 많이 눈에 띤다. 특히, 김 의원과 학생운동을 같이 했다는 한 네티즌은 "이제야 당신의 이중적인 모습을 국민들에게 진솔하게 보여주는군요"라며 비난했고, 김 의원 이미지가 아름답고 깨끗했다는 네티즌도 "동교동계의 나팔수로 변신해 소탐대실하지 말 것"을 충고했다.
특히 김 의원의 발언으로 젊은세대의 자존심을 심각하게 구겼다는 반응이다. "비록 소장파들의 행동에 동참하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조용히 넘어가는 게 훨씬 좋았다"는 것이다. 젊은세대들로부터 전폭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김 의원의 정치적 이미지가 심대하게 훼손될 것으로 관측되는 대목이다.
국민들에 왕따당한 김민석, 동교동계에 왕따당한 정동영
이번 정풍운동을 계기로 정동영 최고와 김민석 의원의 엇갈린 명암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정 최고는 집권당 내부의 핵심으로부터 완전히 왕따 당할 처지에 직면했지만, 김 의원은 자신과 가까운 동료 소장파 의원과 국민들로부터 왕따 당할 위기다.
나라를 살리고 국민을 살리고자 하는 정치인의 경우 국민이라는 든든한 '빽'은 어떤 권력에서든 두렵지 않고, 어떤 힘 앞에서도 굽힐 것 없이 당당한 태도를 보여줄 수 있다.
이번 김민석 의원의 발언 사태의 경우는 이제는 정치인들이 몇몇 권력 핵심의 눈치나 보며, 권력 지향적 정치행태에 대한 국민들의 역사적 심판이 절실히 필요함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하겠다.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고 권력자를 두려워하는 정치인들에 대한 철저한 심판을 통해 정치권 정화운동을 벌여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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