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총재가 초조해 하고 있다. 자신의 지지도가 '반DJ 표'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당내 비주류의 '리더십 부재'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풍' 불똥이 한나라당에 옮겨 붙을 가능성이 많다는데...

이총재의 지지도 하락은 최근 강화되고 있는 보수화에 그 원인이 있고, 또 당내 개혁세력의 정풍운동 조짐도 보수화로 기울고 있는 이총재의 독단적 당 운영에 있어,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될 상황에 처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대세론' 속에 보수 강화에 나선 이총재
한나라당은 지난 5월 31일 이총재 총재 재취임 1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활동성과를 자평하는 보고서를 냈다. 수권정당 입지 구축, 정부 실정 견제, 국민우선 정치 실천 등을 긍정적인 사례로 꼽으면서 "자력으로 제1당을 확보한 최초의 야당으로 분열 공세에도 불구, 당을 온전시키고 포용력 및 비전 부족, 발목잡기 등의 비난을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이를 보고 기자들은 "이총재가 대통령이 다 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자신감이 과해서 그동안 '개혁적 보수'라는 애매 모호한 노선으로 개혁과 보수를 모두 포용하는 이미지를 만들려다가, 당내 개혁파와 박근혜 부총재의 "당 노선을 분명히 하라"는 요구에도 확답을 피한 채 '따뜻한 보수'를 새로 들고 나왔다.
'따뜻한 보수'는 미국 대선에서 부시가 사용한 '온정적 보수'를 벤치마킹 한 것으로 보이는 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총재가 자신감을 확보한 후 보수를 본격적으로 주장하고 나선 것"으로 해석하면서도, "자만에 가까운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김만제 정책위원장 임명도 이총재의 보수노선 강화의 한 일환이다. 5.6공 시절 국가경제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 정책위의장은 대표적인 재벌 옹호론자다. 그는 정책위의장을 맡자마자 재벌을 옹호하는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또한 이총재가 의욕적으로 만든 '국가혁신위' 구성이 보수적 인사로 채워졌다는 점도 문제다. "전혀 혁신적 내용을 생산할 인적구성이 아니라는 게" 비주류의 시각이다.
게다가 지난 4월 초 독자적 공개모임 결성을 추진하다가 이총재의 제지로 유보했던 보수성향의 의원 14명(최병렬 부총재 박관용 이상배 김기춘 김용갑 등)이 골프모임을 갖고 "이총재의 보수화에 대한 '힘 실어주기'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총재 지지도 하락의 원인은 보수 강화
이러한 이총재의 보수화를 반영한 듯 5월 27∼28일 실시한 <내일신문(한길리서치)> 정기 여론조사에서는 이총재의 '대세론'에도 불구하고 지지도가 하락하는 경향을 보여줬다. 4월 조사에서 한나라당은 민주당에 6.6% 앞선 것으로 나타났으나, 5월 조사에서는 양당이 30.9%로 동률을 이뤘고, 부동층도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나라당과 이총재의 지지도 하락은 차기 대선에서 최대의 승부처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수도권에서 두드러졌고, 개혁적 성향을 띠고 있는 20∼40대층의 이탈도 눈에 띤다. 또 남성층과 고졸 이상의 학력층, 자영업 및 사무·전문직, 생산·기술직 등 폭넓은 계층이 이총재로부터 떠나고 있다는 점이다.
한길리서치연구소 홍형식 소장은 "재벌개혁 논쟁에서 한나라당이 노골적으로 재벌편을 든 점과 최근의 보수화 경향 등이 반영된 것 같다"며 이총재 지지도 하락의 원인을 분석했다.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의외의 여론조사 결과로 지도부가 긴장하고 있다"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개혁파, '정풍' 바람에 들썩들썩
한나라당과 이총재의 지지도 상승의 한계가 '보수화'에 있다는 점이 분명해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계속될 경우 비주류와 개혁세력의 이총재 비판 강도가 가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김원웅 서상섭 안영근 의원 등 '정개모' 소속 의원 10여명은 "정풍운동은 민주당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조만간 당 지도부에 당내 개혁을 요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한나라당 지도부가 긴장하고 있다.
또한 소장파 의원들은 "4일 임시국회가 시작되면 국가보안법의 6월 통과를 위해 당지도부에 자유투표를 요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원웅 의원은 "정풍운동은 한나라당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개혁적 당 중진들도 이총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주목된다. 이부영 부총재는 지난 30일 이총재에 대해 "현 정권의 실패를 통한 반사이득을 챙겨왔으나 이제 그 효과가 한계에 이르고 있다"고 분석하는 한편, "한나라당은 민주화운동과 개혁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여권 내에서 DJ의 독선적 국정운영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거울삼아 한나라당에서도 독선적 1인 지배체제가 자리잡아 가는 게 아닌지 뒤돌아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손학규 의원도 29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 자신이 변화하지 않으면서 이미지만 변화시키겠다는 자세로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다"며 이총재의 리더십을 비판했다.
이총재의 '반DJ 반사이득', '리더십 부재'의 한계 극복 못하면 '정풍' 바람 불듯
이총재에 대한 지지도 및 '대세론'은 줄곧 '거품'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었다. 수도권과 40대 이하의 젊은층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한계가 분명해진 이상, 이총재 측근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총재 지지도가 답보상태를 계속 보이거나 '보수 강화' 노선을 고집할 경우 한나라당 개혁세력의 이총재 비판이 본격화되고, 개혁 강화를 주장하는 한나라당식 정풍운동이 촉발될 가능성이 많다. 이총재가 개혁과 보수를 끌어안고 한계를 극복해 나갈지 아니면 중도에 주저앉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