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영수회담이 성사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 모두 국면전환을 위해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각론부분에서는 많은 논란이 있어 각론의 합의보다는 정치적 모양갖추기의 영수회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상천 민주당 최고위원이 5일 국회 대표연설에서 여야 영수회담을 공식 제안했다. 그동안 여야에서 영수회담 필요성이 제기되다가 여당에서 공식 제안함으로써 지난 1월 4일 중단된 여야 영수회담에서 정국안정과 국정현안이 논의될지 주목되고 있다.

하지만 양당의 여야 영수회담 제의 배경이나 의제에 대한 견해차가 커 성사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1석3조의 효과노린 여권의 영수회담 제의

박상천 최고의 영수회담 제의는 4일 청와대 최고위원회의에서 '정풍파문 수습 방안'으로 제안되었고, 최고위원회의 직후 대통령을 따로 만나 허락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당 우선의 국정운영'을 강조한 후 첫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당을 통해 제의하고 여당과 야당이 영수회담의 형식과 의제에 대해 합의한 후 공식 요청하면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한 고위관계자는 "당이 제의했으니 당이 한나라당과 조율하길 기대한다"면서 "여야가 필요성에 공감하고 회담을 건의해 오면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분히 국정운영에 대한 당 우선을 지키고 있는 분위기다.

여권에서는 "'정풍' 파동으로 혼란스러운 민주당 분위기를 '대야 화해' 국면을 당에서 조성함으로써 빠르게 국면을 전환시킬 필요"가 있었고 "실질적으로 당 우선의 국정운영을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효과적이라고 판단"하는 듯 싶다.

더불어 그동안 권위주의 정부에서의 관계기관대책회의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주저해 왔던 '고위당정대책위' 구성도 적극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야 협상력을 높이고 적극적인 정국운영 대책 마련을 위한 방안의 일환이다.

이로써 민주당의 영수회담 제의는 '정풍' 파동으로 파생되고 있는 혼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정풍파문 국면전환용'이면서, 대야 화해 제스추어를 통한 대야관계 복원을 통해 그동안 위태로웠던 '국정운영 주도권'을 다시 확고히 하고, 이를 당이 주도적으로 추진함으로서 '당 중심의 정국운영'이라는 DJ약속을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1석 3조의 효과를 보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한나라당내에서 강온기류

한나라당 이총재도 이미 지난 영수회담의 필요성을 인정했고 한나라당에서는 "일단 정식으로 제의해 오면 그때 가서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달 31일 이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영수회담이 정국을 안정시키고 문제를 푸는 수단이 된다면 할 수 있으며, 해야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21일 이미 여야 총재회담을 주장했던 이부영 부총재는 "DJ와 이총재에게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안정시키고 남북문제를 대승적으로 풀 것"을 주장하고, 손학규 의원 등 비주류 중진들도“김대중 정권의 연착륙을 돕고 어려운 나라 사정을 고려해 영수회담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여야 영수회담을 통해 '이회창대세론'을 확고히 하고 국정운영의 파트너로서 자리매김함으로서 그동안 비판받았던 '반DJ'이미지를 극복하고 국정지도자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나라당내 강경파들은 경계하는 빛이 역력하다. 그러나 김기배 사무총장은 "그동안 영수회담이 아무런 결실도 없이 사진만 찍는 등 국민적 기대에 못 미치는 측면이 더 강했다"면서, '선언적 합의' 위주의 영수회담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또 권철현 대변인은 "여권이 민심수습 방안의 일환으로 영수회담을 제의한 것으로 본다"며 민주당의 영수회담 제의 배경에 경계심을 보였다.

제의 배경, 의제 등을 놓고 시각차 커

영수회담의 총론에는 여야가 비교적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구체적인 형식과 의제문제 및 제의 배경에 대한 시각차가 큰 것으로 보인다. 전용학 민주당 대변인은 "영수회담이 열릴 경우 의제를 '경제회생과 남북문제 등 초당적 대처가 필요한 국가적 현안'으로 국한하고, '정치현안을 주고받는 여야협상식의 회담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정치문제는 제외할 것을 못박았다.

한나라당에서도 이번 영수회담이 여권의 국면전환용인지 근본적인 국정운영 변화인지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또한 영수회담을 통해 한나라당이 무엇을 요구할 것인지 따져보려는 분위기다. 한 당직자는“야당 목을 죄는 사정을 포기하거나, 선거법 위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의원들에 대한 적절한 조처 등을 구체적인 `선물'로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면전환용 '모양갖추기' 여야 영수회담 조만간 성사될 듯

각론에서는 아직 조율해야 할 점이 있으나 영수회담은 조만간 성사될 듯하다. 이 시점의 영수회담은 구체적인 정치적 합의를 이루는 각론이 중요하기 보다는 국면전환용 '상생의 정치 모양갖추기'의 정치적 이미지만들기에 초점을 둘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영수회담이 여야 수뇌부에 결코 손해볼 일은 아닐 것이다.

특히, DJ는 '인사파동', '정풍파동' 등 당내외로부터 밀려드는 협공을 영수회담으로 피할 수 있다는 '국면전환'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영수회담이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뿐만아니라 여야 합의없는 'DJ의 독주정치'로 인한 지지도 하락이 계속 비판받아왔기 때문에 여야 '상생의 정치'의 이미지 부각은 더욱더 필요할 수 있다.

더불어 이총재도 여야 수뇌부간 대화를 통해 정국운영을 적극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책임지는 제1당 총재의 모습을 각인시키고 '통큰 지도자'로 인식시켜 굳히고 있는 '대세론'에 힘을 실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또한 당내 정풍움직임 등 당내 동요를 약화시킬 수 있는 처방이 될 수도 있다.

때문에 여야 수뇌부의 정치적 필요에 따른 영수회담은 성사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보다 민생현안, 정치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까지 도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영술 기자newflag@ewinc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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