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주도할 정치인 국민 절반이 "없다"
적임자로 거론된 인사들도 ‘한자릿수’ 지지에 그쳐 현역 정치인에 대한 국민적 불신 또는 무관심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사실은 동아일보가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 앤 리서치’에 의뢰, 작년 12월19일 20세 이상의 남녀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먼저 국회의원 등 여야 정치인의 문제점과 개선해야 할 사항이 무엇인지 물은 뒤, 정치권의 이런 변화와 개혁을 가장 잘 주도할 수 있는 정치인을 묻는 순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대통령은 물음에서 제외했다.
정치변화를 주도할 정치인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7.7%가 ‘없다’고 답했다. 또 32.1%는 ‘모르겠다’고 답해 국민 10명 중 8명 정도가 정치인 중 변화와 개혁을 주도할 인물을 꼽지 않았거나 꼽지 못했다.
이는 국민이 정치의 ‘현실’은 물론이고 정치의 ‘미래’에 대해서도 지극히 냉소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특히 대다수의 응답자들이 정치권을 변해야 할 집단으로 보면서도 정치변화의 가능성에는 극히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내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평가가 이미 한계수위에 이르렀음을 보여줬다.
반면 정치권의 변화와 개혁을 가장 잘 주도할 수 있는 인물로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7.7%로 가장 높았다. 여기에는 야당을 이끌고 있는 이총재의 역할에 대한 기대와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민주당 이인제(李仁濟·3.7%), 정동영(鄭東泳·2.6%)최고위원의 순이었다. 최근 민주당 권노갑(權魯甲)전 최고위원의 퇴진을 주장한 정동영 최고위원이 이인제 최고위원 다음으로 꼽힌 점이 눈길을 끌었다. 그 다음은 민주당의 김근태(金槿泰)최고위원, 김민석(金民錫)의원, 노무현(盧武鉉)해양수산부장관(이상 1.1%) 등이었다.
이회창 총재를 꼽은 응답자는 대구 경북 지역(16.3%)에서 특히 많았다. 부산 경남은 이에 다소 못미치는 9.4%였고, 인천 경기는 7.7%, 서울은 7.1%, 대전 충청은 6.2%, 광주 전라는 2.5%였다.
이인제 최고위원의 경우 서울 5.5%, 광주 전라 5.1%, 인천 경기 4.2%, 대전 충청 4.1%였고, 부산 경남 2.1%, 대구 경북 1.1%였다. 영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광주 전라에서 6.9%로 가장 높았다. 그는 대구 경북에서도 4.6%로 이회창 총재 다음으로 꼽혔다. 대구 경북에서는 김민석의원(2.6%)이 이인제 최고위원보다 많이 거명됐고, 서울에서는 김근태의원(3.0%)을 꼽은 응답자가 비교적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