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삼재 의원 보호는 잘못 67.8%"
안기부 예산 불법 유용사건과 관련, 한나라당은 16일 부산집회를 시작으로 장외투쟁에 돌입했다.
강삼재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에 대해서도 결사적으로 저지하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그러나 안기부 예산 불법 유용 사건과 관련된 국민의 여론은 한나라당의 바람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국회에 체포동의안이 제출된 강삼재 의원을 보호해서는 안 된다는 응답이 67.8%, 한나라당으로 유입된 돈이 안기부 자금이라면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는 응답이 86.4%로 여권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 안기부 자금 수사는 ‘범죄수사’ = 국민들 중에는 안기부 예산 유용 수사를 ‘국고를 횡령한 범죄행위에 대한 수사’라고 보고 있는 사람이 더 많았다(52.2%). 반면‘여권의 국면전환용 수사’라는 한나라당 주장에 동조하는 응답자는 42.1%에 그쳤다.
이회창 총재가 안기부 예산 불법 전용의 핵심인물로 지목된 강삼재 의원을 보호하는 데 대해서는 더욱 비판적이었다. ‘범죄행위자를 자기당 의원이라고 보호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응답(67.8%)이 ‘야당탄압에 맞서 자기당 의원을 보호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주장(26.7%)보다 두배 이상 높게 나왔다.
흥미로운 것은 한나라당 지지자조차 ‘강삼재 의원 보호는 잘못’이라고 보고 있다는 점이다(보호해야 한다 45.8%, 보호하는 것은 잘못 47.4%). 이는 안기부 예산 불법 유용 파동으로 이회창 총재가 상처를 입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한나라당 지지자 가운데에도 많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안기부 자금이 아니라 대선 자금일 수 있다’며 안기부 자금문제와 이 총재를 분리하려고 한 주진우 총재비서실장의 발언이나, 이 총재가 초기에 ‘주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배경이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여권 또한 이런 여론에 힘입어 강삼재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를 밀어붙이고 있다. 15일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부결될 가능성이 높지만, 상정하는 것 자체가 여권에 도움”이라는 계산을 내놓았다.
부결되더라도 정치권의 부도덕성을 부각시켜 통치권의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 한나라당 지지자 73.6% ‘국고환수’ = 국민 세금에 대한 국민의 입장은 더욱 원칙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안기부 예산 선거자금 유용이 사실일 경우 어떻게 처리하는 게 좋으냐’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86.4%가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이에 반해 ‘<정치자금법>이 만들어지기 이전의 일이라 국고로 환수할 수 없다’는 주장은 11.6%에 불과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지지자들도 완고했다. 한나라당 지지자의 73.6%가 국고환수를 주장한 것이다. 이미 민주당 강현욱 의원이 “안기부 예산일 경우 국고에 환수하겠다”고 밝혔지만, 다른 관련 의원들이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도 국민에게는 관심거리가 될 전망이다.
이 여론조사는 본지와 한길리서치연구소가 1월 13~14일 양일간 전국의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 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7%이다.
남봉우 기자 baw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