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가상대결 무응답층 급증

<한겨레>의 5월 여론조사 결과는 차기대선 예비주자에 대한 선호도에서 무응답층이 크게 두터워졌다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여권 경쟁자들에 비해 여전히 우위를 점했지만, 절대 지지도는 대폭 떨어져 `여야 동반하락' 추세가 나타났다.
이 총재와 이인제 민주당 최고위원의 가상대결을 보면, 이회창 40.1% 대 이인제 34.8%로 5.3%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지난달 7.6%포인트로 대폭 벌어졌던 격차가 다시 줄어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무응답층이 8.8%포인트 늘었고, 이 총재 지지도는 5.3%포인트 빠졌다.
보기를 들지 않고 `다음 대통령감'을 물은 항목에서도 이 총재는 11.6%로, 지난해 말 이후의 꾸준한 상승세(1월 10.1%, 2월 10.8%, 3월 12.3%, 4월 17.3%)에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등락을 반복하던 이인제 최고위원도 역대 최저치인 7.1%의 지지를 얻었다. 무응답층은 61.4%에서 70.5%로 급격히 늘었다.
이런 흐름은 지난달 조사에서 부동층이 이회창 지지로 흡수되는 경향을 보였던 것과 비교된다. 호화골프 논란에서 안동수 전 법무부 장관 인사파동에 이르는 여당의 잇따른 악재가 야당에 뚜렷한 반사이익을 얹어주지 않은 채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신만 키웠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정당지지도 역시 민주당(21.1%)과 한나라당(19.5%) 모두 지난해 말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지지정당 없음'이나 무응답이 55.8%로 지난달 조사에 이어 절반을 넘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가 지난달과 거의 같은 17.8% 수준에 머문 한편, 이회창 총재 역할에 대한 긍정 평가 역시 12.4%로 1.7%포인트 줄어들었다. 국가혁신위 발족 등 한나라당의 비전제시 노력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한편, 여권 예비주자들의 경쟁력 측면에서는 고건 서울시장의 약진이 눈에 띈다. 고 시장은 이회창 총재와 가상대결에서 34.4% 대 37.7%로, 오차범위 이내인 3.3%포인트 차이로 다가섰다. 여야 동반하락 추세 속에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있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내부의 대선후보 적임자를 꼽는 항목에선 이 총재가 6.8%포인트 빠진 37.6%를 기록한 반면, 박근혜 부총재는 12.3%로 지난달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박용현 기자pia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