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1. 「한국사회단체연대회」의 출범이 순조롭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시민협」과 「시민연대」와의 마찰이 있습니까?
원래는 시민협과 개혁연대측(개혁연대층이라 통칭한다면)과 합의해서 상설네트워크를 만들자 해서 통합 논의가 가속화됐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최열 총장이 저를 만나자고 해 만났는데 시민협과 함께 합의해가면서 상설 네트워크를 운영하자는 제안을 했고, 그것을 저희가 전폭적으로 응답하면서 통합과정이 이뤄졌죠.
그런데 중간 과정에서 과거 「총선시민연대」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그것에 대해 입장표명을 한 것이 문제가 돼 가지고 저에 대한 거부반응을 상당히 강하게 표시했습니다. 나중에는 그런 입장이 개혁연대 쪽에 중론이 되고 나니 통합이 백지화되는 것이 아니냐 하는 문제가 심각했죠.
그런데 저는 그 문제에 대해 "그것은 유감스런 일이고 합의사항을 깨는 것이긴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모처럼의 통합노력을 성사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해 제가 사임하고 대신 손봉숙 박사를 상임대표로 추대하는 셈이 됐습니다. 제 생각에 이 다음에 다같이 모여 논의하면 손봉숙 박사를 상임대표로 받아들이리라 생각하고 통합이 잘 마무리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2. 시민연대의 출범에 따라 전국 시민단체를 네트워크 조직으로 구축, 더욱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는 반면, 시민단체의 다양성과 전문성이 상실될 위험이 있다는 비판도 있는데...
이번 통합 과정에서 다양성의 존중과 느슨한 네트워크 방식으로 될 때만 시민협은 상설 네트워크에 가담한다는 입장을 일찍 밝힌 바가 있습니다. 그 결과로 저와 최열 총장의 만남이 이뤄졌기 때문에 저희로서는 개혁연대 측과 논의할 때 네 가지를 합의했습니다. 우선 '다양성의 존중', '열린 네트워크', '합의중심의 운영', '개혁을 지향한다'는 이 네 가지를 쌍방이 합의하면서 통합 결의를 하게 됐거든요.
그렇다고 하면 예를 들어 제가 우리 나라 시민운동에 대해 제 개인의 소신피력을 문제 삼아 저를 배제한다면 적절한 것은 아닌데 제가 생각할 때 소신을 피력한 것은 좋으나 그 시간은 현명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서 그런 문제를 가지고 너무 쉽게 되돌아 나오는 것은 현명한 처사는 아니고 좀 인내심을 가지고 저쪽의 성숙한 반응을 기다리는 태도가 필요하다 생각해, 통합작업을 계속 추진해왔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가 문젠데 가급적이면 이 통합이 깨지지 않고 제대로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3. 89년 「경실련」을 처음 발족시키면서 한국 시민운동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셨습니다. 당시 제5부라 평가받고 가장 영향력 있는 단체 1위로 국민의 50% 정도가 꼽을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새롭게 시민운동을 펼치시면서 경험하신 바를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재야운동 출신입니다만 재야운동을 통해 민주화 과정에 들어서면서 세상이 엄청나게 변하고 있는데 재야운동은 변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민심이 급속히 이반되는 것을 지켜봤습니다. 지금 개혁과제가 엄청나게 산적되어 있는데 우리 나라 사회운동이 힘을 잃으면 안 된다, 어떻게 해서든지 국민들의 힘을 결집해 개혁을 관철시킬 수 있는 새로운 운동이 필요하다 생각했습니다.
그 새로운 운동은 종래의 재야운동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어야 한다 생각하고 그 때 새로운 기치로 들고 나왔던 점들이 이제는 합법운동을 해야 한다, 사회적 종론(?)을 피력하는 운동을 해야지 계급투쟁을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일을 하면서 전문성을 가지고 가는 운동이 돼야 하고 그 입장을 가지고 경실련을 만들어서 보통 시민들이 주체로 나설 때만이 우리 사회 개혁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했죠. 초기에 경실련 운동에 대해 재야는 개량주의라며 엄청난 비판을 했습니다만 결국 몇 년이 지난 뒤 우리 나라 사회운동이 시민운동으로 정리되면서 재야운동이라는 발언은 사라지게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4. 그런데 서 목사님께서는 최근 시민운동이 " 현 정부 들어 자유정신과 비판정신이 훼손당하고 인기주의 경향에 휩쓸렸다"고 지적하셨습니다. 언론사 보도에 의하면 최근 가장 성공한 시민운동으로 '북한동포돕기운동'과 '금 모으기 운동', 실패 사례로는 '실업극복운동'과 '제2건국운동'을 들고 있는데 이것의 차이가 자율성과 官變化였다고 제시하는데 자기 비판의 차원에서 최근 시민운동에 대해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그런 말을 한 것은 우리 나라 의식개혁 운동, 생활개혁 운동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겠느냐 하는 점을 지적하면서 입니다. 과거 김영삼 정권 때만 해도 정부가 나서서 어떤 통합적인 시민사회 기구를 만드는 일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편으로는 50년만에 정권교체를 한 정권으로서의 자신감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만큼 문제의 절박성에 대해서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기도 했지만 김대중 정부가 나서가지고 시민사회 전체를 통합하는 통합기구를 정부주도로 만들었습니다. 민화협, 실업극복국민운동, 제2건국, 에너지연대, 반부패연대 이런 기구들을 많이 만들었어요. 시민사회는 처음에 이런 것에 대해 별 큰 거부반응 없이 그 필요성에 공감하고 함께 참여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제 자신도 열심히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상당히 반성한 것이, 이렇게 해 가지고는 운동이 성공하지 못하고 의식개혁 운동, 생활개혁운동은 민간의 철저한 자율에 맡겨야 하고, 뿐만 아니라 운동을 전부 통합해 버리면 경쟁이 없어져 운동이 다 죽어버린다는 거죠. 금 모으기 운동이나 북한동포돕기운동은 정부가 전혀 개입하지 않았고, 두 개가 열심히 경쟁하니 운동이 굉장히 성공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뒤늦게나마 반성하고, 정부가 시민사회 영역으로 개입해 들어오는 것을 우리가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반성적인 발언이었습니다.
5.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서 목사님의 반성을 "문민정부 시절 시민운동 리더십이 DJ정부 시민운동 리더십에 던지는 비판"이라고 냉소적 반응을 보였는데 여기에 대한 목사님의 입장은...
저는 그 생각에 대해 전혀 찬성하지 않는데 제가 김영삼 정부를 지지한 적이 한 번도 없고, 제가 잠시 정치권에 참여했을 때도 제가 취한 입장은 '3김 청산'이었고 지역주의 정당구조가 망국적이기 때문에 이것을 타파해야 된다 여겨 저는 DJ노선이나 YS노선을 다 거부했던 사람입니다. 그 다음 DJ정부가 들어섰을 때는 DJ 개혁성에 대해 지지하고 시민운동이 DJ정부와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것에 대해 찬성하고 지지했던 사람입니다. 다만 그렇게 해 온 저로서 지난 몇 년을 돌이켜 생각해보니 시민운동이 반성해야되겠다는 생각을 한 거죠.
50년만의 정권교체고 또 시민사회가 야당과 암묵적으로 공조하면서 보수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여당에 맞서는 방식으로 이뤄져 왔는데 정권이 교체가 되니까 오히려 기성 권력에 대한 견제보다는 야당이 개혁의 발목을 잡는 것에 대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솔직히 ,우리 나라 시민운동이 정부에 대한 견제, 권력에 대한 견제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거죠. 그런 상황 속에서 권력은 우리가 볼 때 깜짝 놀랄만한 과오들을 상당히 많이 범했습니다. 예를 들면 지난 총선 이후 선거부정에 대한 처리 과정에서 검찰이 보여준 편파성은 너무나 놀랄 정도였습니다.
또 민주당이 야당의 탄핵안에 대해 물리적으로 저지해 최소한의 절차적 민주주의까지 위배하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은 엄청나게 회의를 했죠. 금년에도 국회의원 꿔주기도 법적으로 어떠할 지 모르겠지만 도덕성에 있어서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국민들한테 줬습니다.
그래서 이런 상태에서 정부가 이렇게 도덕적인 힘을 우습게 생각하고 그저 국회의 정족 과반수에만 매달리는 상황으로 해서 과연 어떻게 국민들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겠느냐 하는 것에 대해 개탄을 한 거죠. 그런 마음은 저뿐만 아니라 국민 대다수가 갖고 있는 생각이라 봅니다. 그래서 우리 나라 시민운동이 권력에 대한 견제를 아주 중요한 시민사회 과제로 삼아야겠다는 얘기를 한 것뿐입니다.
2. 6. 여당 의원 인터뷰 때 "국가보안법에 대한 개폐를 원치 않는 보수세력들은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로비하고 대응하는데 오히려 시민단체에서는 그런 부분들이 보이지 않아 답답하다"며 시민단체를 비판하는데...
저는 그 말이 상당히 맞을 것 같습니다. 시민단체들은 아직도 과거 관행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길거리의 여론전에 강하지 로비에는 굉장히 약합니다. 그러니까 실질적인 일을 만들어내는 경험이 부족하다 생각합니다.
국가보안법을 예를 들어 시민사회운동은 그 목소리를 낼 때 좀 세게 내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개정을 주장하면서도 자꾸 말로는 폐지라고 말하고 싶어합니다. 그것이 사실은 개정작업까지 마이너스 효과를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시민운동이 보수적인 국회의원들을 찾아다니며 '우리가 얘기하고자 하는 진의는 당신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얘기에 불과하다' 이렇게 해서 보수적인 국회의원들의 닫혀진 마음을 여는 일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7. 지난 4·13 총선에서 총선시민연대의 낙선·낙천운동이 가장 큰 특징이었습니다. 이 부분이 최근 대법원에서 탈법으로 규정됐는데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대해 혼란스러워 합니다. 과연 이 다음 선거에서도 그런 형태로 해야 될 것인지 아니면 바뀌어야 될 것인지 목사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 나라 시민운동을 말하자면 민주화 과정에 들어서서 합법적인 공간이 커졌기 때문에 그 합법의 틀 안에서 우리 사회를 개혁하는 일을 하게 되면 모든 시민이 부담 없이 그 운동에 참여할 수 있고, 그럴 때 그 운동이 커진다는 생각을 가지고 시작한 운동이었거든요.
또 그렇게 가야 사람들에게 법과 질서를 호소할 수 있는 도덕적인 힘을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작년에 있던 총선시민연대 활동은 그 나름대로 성과도 있고 큰 도움도 됐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이 가져온 후유증도 상당히 컸다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다음 선거에서는 물론 시민들이 자기 의사표현을 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합니다만 그 의사 표시는 법의 틀 안에서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가지는 어떤 사람은 싫다 혹은 반대한다는 얘기를 할 때, 그것을 전국적인 단일조직으로 찬성리스트나 반대리스트를 내놓는다 하는 것은 시민운동으로서는 절제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되면 시민운동이 아니고 정당이 되는 것이고 공천 과정이라 말할 수 있죠.
그래서 시민운동은 정보공개 차원을 넘어서서는 안 된다 생각하고 물론 지역적으로 어느 지역에서 그 지역후보에 대해 시민운동이 자기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이미 선거법 57조가 개정되면서 시민단체가 얼마든지 자기 입장 표명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나 조금 전에 지적한 두 가지 점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생각합니다.
8. 최근 YMCA를 중심으로 낙천·낙선운동에서 더 나아가 이제는 자체 후보를 내고 지지하는 운동으로 나가는데 목사님은 본래 시민단체운동이 아니라고 비판하시는 겁니까?
아니죠. 벌써 오래 전부터 시민운동은 여러 가지 모양으로 후보를 추천하는 일을 많이 해 왔습니다. 과거 「참여자치를 위한 시민연대」라는 활동이 있어 지방자치의원들도 추천하고 지방자치 선거 때마다 시민후보들이 정당 공천을 받아 출마해서 일부는 당선되는 일이 꾸준히 있어 왔습니다.
어느 나라에서든지 지방자치 선거는 특별히 시민단체들이 상당히 중요한 주체로서 활동하는 그런 장의 기능을 해 왔습니다. 시민운동이 한편으로는 적극적으로 후보를 내고 참여하는 것은 아주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런 활동을 열심히 하는 단체는 그런 일을 열심히 하고 또 그렇지 않는 단체는 '공선협 활동'을 열심히 하고 그래서 시민운동이 두 가지 모습을 가지고 나갈 필요가 있다 생각합니다.
9. "DJ정부가 바른 길로 가지 않고 당리당략으로 난국을 풀어간다면 도덕적 힘을 가질 수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DJ정부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저는 김대중 대통령께서 정치 9단이니까 우리 같은 사람의 말을 '정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라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물론 국회에서의 정족 과반수가 정치인으로서 굉장히 중요하겠죠. 그러나 우리가 생각할 때 그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거든요. 정말 국민들이 저분은 정말 훌륭하고 지지해야 된다고 속으로 승복할 수 있는 그런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런 점에서 생각하면 그 동안 우리 국민들은 상당히 실망을 거듭해 왔습니다. 그래서 "대통령께서 '도덕적인 힘'이라고 하는 것이 모든 문제를 풀어 가는 데 있어서 가장 강력한 힘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아주셨으면 좋겠고, 그렇지 않고 자꾸 당리당략이나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 정권 재창출에 몰두할 때 국민들은 훨씬 더 실망하고 더 멀어질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이 얘기를 참 하고 싶습니다.
10. 목사님께선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을 맡고 계십니다. 현재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을 둘러싸고 여러 국론분열 양상도 우려되고 있는데 정부의 남북관계나 대북정책에 대해 한 말씀...
저는 지금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지지합니다. 우리가 인내심을 가지고 김대중 정부가 해 온 그런 방식을 꾸준히 밀고 가는 길 이외에는 이 나라의 전쟁을 종식하고 평화를 실현하고 남과 북이 공존하면서 서로 발전할 수 있는 다른 길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문제는 김대중 정부가 대북관계를 너무 혼자 독주하면서 가고 있고 그것을 혹시나 국내 정치에 이용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야당으로서는 자꾸 발목을 잡고 문제삼게 되고... 야당도 사실은 이런 남북화해작업에 함께 동참해야 하는데 배제되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정말 대북관계에 있어서는 초당적인 대처를 했으면 좋겠고 어떻게 해서든지 야당을 설득하고 함께 끌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또 우리 나라 보수세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 봅니다. 보수세력들이 김정일 답방에 대해 반대하지만 사실은 그 분들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하면 우리가 북한의 김정일 체제를 어떻게 볼 것이냐 하는 것에 대해 우리 국민들 사이에 이제는 거의 차이가 없다 생각합니다. 그 분들도 햇볕정책이란 것이 우리 민족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한편으로는 동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또 정부로서도 보수적인 분들이 이런 저런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정부로서도 이해할 수 있다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김정일 위원장이 한국에 왔는데 과거 북한에서 한 여러 일들을 남한에서 한 사람도 거론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것은 또 하나의 무서운 '전체주의'가 될 겁니다.
그러니까 저는 여야 혹은 햇볕정책을 지지하는 사람이나 반대하는 사람들이 허심탄회하게 만나서 대화하면 반드시 얘기가 통할 것이고 그래서 아주 성숙한 모습으로 그야말로 민족의 이익을 위해 서로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해 공감하고 합의하는 길을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부가 그런 입장으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3. 11.최근 언론사의 세무조사에 대해 '언론 길들이기'라고 언급하셨는데, 결과 발표에 한계가 있어 법대로 발표한다면 상당한 불신이 있을 거 같은데..
저도 사실은 세무조사를 발표하는 것이 법 위반이라는 사실을 이번에 신문보고야 알았습니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법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그것을 발표하는 방식도 있는 거 아닌가요? 예를 들면 그 문제에 대해 국민들이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위원회를 구성해 가지고 그 위원회 안에서만 공개 한다면 그것은 국민들한테 공개하는 것이 아닙니까? 그렇게 되면 한편으로는 법도 지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세무조사 결과를 가지고 언론사를 뒤에서 조정한다던가 압박을 가하는 부작용을 만드는 일을 피하는 방법은 충분히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12. 후원금 모금을 둘러싸고 말이 많은데 경실련은 30-40%, 참여연대는 80%인데, 80% 정도는 세계적인 성과라고합니다. 작년 10월 전경련 회담을 통해서 목사님은 전경련이 시민운동기금을 조성하겠다고 했는데...
전경련이 그때 꼭 시민운동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나온 것은 아니고 다만 그때는 큰 원칙에 있어서 시민단체들과 기업이 같이 대화하고 함께 공동으로 협력할 수 있는 일들을 협력하는 것이 나라 발전을 위해 굉장히 도움이 된다는 점을 합의했습니다. 예를 들면 정부개혁, 공공부분 개혁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기업이나 시민단체가 생각이 같습니다. 또 어떤 부분에서는 서로 상호 이해가 깊어지는 게 좋을 수가 있습니다.
시민운동이 기업 문제에 대해 발언할 때 기업 내부 사정을 정확히 모르고 발언할 때 본의 아니게 피해를 줄 수 있거든요. 그런 경우에는 우리가 더 충분히 이해하는 게 필요하겠죠. 다른 한편으로는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을 더 많이 하고 그럴 때는 시민운동을 지원하는 것을 더 적극적으로 할 때 나라 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기업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고, 또 해외에서 한국 기업과 한국 NGO들은 서로 협력하면서 국위선양을 위해 공동 노력해야 한다는 많은 과정이 있죠. 그런 점들을 함께 해나가자고 합의했습니다.
13. '시민없는 시민운동'을 가장 큰 문제점이자 한계로 지적하는데 목사님께서 실제 많이 느끼실텐데 국민들한테 하고 싶은 얘기는 없습니까?
저는 사실 '시민없는 시민운동'이란 지적이 나올 때마다 거북합니다. 왜냐면 그 지적이 틀려서가 아니라 어떤 시민단체를 외부에서 볼 때 그것이 얼마나 모양새가 잘 갖춰져 있나, 모범적인 모양새를 갖춘 시민운동인가 하는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시민단체를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이 그것이냐 하는 질문입니다. 이번 언론개혁을 얘기하면서 사주의 지배구조에 제한을 둬야 한다는 얘기를 하는데 그 얘기가 언론개혁의 핵심이냐 할 때에 제가 볼 때는 그렇지 않다는 거죠. 언론개혁의 핵심은 언론이 정말 바른 말 하고 있는지, 정말 국민의 소리를 대변하느냐, 옳은 방향을 제시하느냐, 기득권세력과 권력에 대해 바른 견제를 하느냐가 최고의 평가 기준이어야 됩니다.
시민운동도 마찬가지죠. 그 시대 상황에서 가장 옳은 말을, 정론을 피력하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 다음에는 자기가 목적한 바를 제대로 실천해서 성과를 내고 있는지, 제대로 기여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보는데 거기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자꾸 피상적인 부분에 관심을 갖고 지적하게 되면 시민운동이 진짜 중요한 일을 하지 않고 자꾸 거기에 맞추려 하는 등 꼬투리 잡히지 않으려 엉뚱한 데로 관심이 가게 됩니다. 그것은 옳지 않다는 점을 얘기하고 싶습니다.
4. 14. 95년 개혁신당을 시작 민주당 후보로 15대 총선에 출마했지만 정치적 실험에 실패했습니다. 그 실험은 완전히 실패로 끝난 것입니까?
제 개인으로서는 완전히 끝났습니다. 제가 약 9개월쯤 정치권에 몸담았는데 9개월 경험 속에서 낙선됐다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고 왜냐하면 그 다음 번에 국회의원이 되는 일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거든요. 제가 의사표시만 하면 어느 당에서건 지역구든 전국구를 줬든 공천을 줬을 겁니다. 그런데 그게 문제가 아니라 정치판이라는 것이 저하고 안 맞는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제가 시민운동을 하면서 돈 문제라든가 이런 것에 있어서는 결벽증적인 투명성을 가지고 살아왔는데 정치권에서는 그렇게 해서는 살 수가 없습니다. 근본적으로 자기 철학을 바꾸기 전에는 제가 정치권에 적응할 수 없다라고 느꼈습니다. 저 개인적인 정치실험은 끝났죠.
그러면 사회적으로는 어떠냐 하면 사회적으로는 끝나지 않았다 생각합니다. 왜냐면 그때 꼬마민주당이 가졌던 그 꿈이 실현되지 않는 한 지금 우리나라 정치의 가장 큰 문제인 지역주의 정당문제는 타파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것이 타파되려면 지역주의 정당구조와 맞서 싸우겠다는 개혁정치세력이 등장해 원내 교섭단체를 확보할 때만 가능합니다.
문제는 그때 스타군단 즉, 누가 봐도 저 사람은 당선될 것이라는 사람들이 전부 낙선하는 쓰라린 패배를 겪으면서 그 다음부터 어느 누구도 지역주의 정당구조에 맞서서 출마하려는 사람들이 없어져버렸다는 겁니다. 지금 이런 정치개혁을 원하는 사람들은 '중선거구제'를 관철시키는 운동으로 방향전환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중선거구제가 어떻게 해서든지 관철될 수만 있다면 여야에 몸을 담고 있지만 개혁을 원하고 지역주의 타파를 원하는 세력들이 다시 결집해서 원내 교섭단체를 만들 수 있을 것이고 그 다음에는 그 세력이 파죽지세로 힘을 신장시켜 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만이 우리 나라 정치개혁이 실현될 수 있다 생각합니다.
15. 정치권의 여러 혼란이 내년 대선에 있다는 지적들을 많이 합니다. 여당은 정권재창출, 야당은 정권 탈환에 목적을 두고 있는 것이 어찌 보면 정당으로서는 당연한 일이라고 보는데 차기 대통령은 어떤 리더십을 가져야 할 지 좋은 말씀을...
그 얘기에 대한 답변은 누구나 하는 상식적인 덕담 이상은 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제 생각은 '중선거구제를 공약'으로 삼는 사람을 지지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중선거구제란 것은 국회의원들로서는 이득을 보는 사람보다는 손해를 보는 사람들이 훨씬 많기 때문에 대통령이 신념을 가지고 이것을 관철시키겠다고 하지 않는 한 중선거구제는 절대로 될 수가 없습니다.
또 중선거구제가 되면 반드시 개혁세력의 등장이 가능하고 지역주의가 타파되는 계기가 마련됩니다. 그래서 제가 가장 바라는 것은 하루빨리 시민사회 안에서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중선거구제 관철을 위한 캠페인이 크게 성장하고 그 힘이 커져서 어느 후보든 간에 중선거구제를 공약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데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16. 지난 총선 전에는 대통령도 거기에 의지를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민 여론은 거의 무시했거든요...
맞습니다. 그때가 참 중요한 호기였습니다. 대통령의 중선거구제에 대한 의지가 대단히 강했거든요. 그런데 시민사회가 큰 실수를 했습니다. 그때 중선거구제로 힘을 몰아서 뒷받침을 해 줬어야 하는데 우리 나라 정치학자들 눈으로 볼 때는 중선거구제라는 것은 교과서에도 나오지 않는 문제가 많은 제도라 소선거구제가 좋다고 하니까 중선거구제로 힘을 모으는 것이 안 돼버리고 말았습니다. 일차적으로는 시민사회 안에서 중선거구제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에 대한 공감대 마련이 첫 번째 단계라 생각합니다.
17. 우리 나라 대권 리더십도 이제는 정책을 가지고 국민의 지지를 묻는 방향으로 돼야 할 것 같은데, 시민단체들이 차기 유망한 대권주자 중 한 사람인 이회창 총재에게 지속적으로 정책적인 쓴 소리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물론이죠. 지금까지는 한나라당을 바라보는 시민운동의 시각은 개혁의 발목을 잡는 사람들이라는 느낌이 굉장히 많았고 지금도 그런 시각이 여전히 지배적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 동안 시민단체가 너무 여당 편향적이지 않나 하는 지적이 있습니다만 실제로 아주 중립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조차도 그 동안 상황에서는 여당으로 경도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있었다 생각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한나라당은 이 점에 대해서 명심해야 됩니다. 한나라당이 정말 수권정당이 되려면 정부 여당과 정책 경쟁을 할 수 있어야 하고 더 훌륭한 정책을 내 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처럼 보수를 대변하겠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한 중도의 목소리를 절대로 수용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한나라당이 보수를 대변하는 것보다는 양식과 합리를 내세우는 중도의 목소리들을 대변할 수 있는 그런 정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5. 18. 여러 가지 말씀을 해주셨는데 감사합니다. 시민운동의 산 역사이면서 앞으로 시민운동을 끝까지 책임지고 나가실 텐데 젊은 네티즌들에게 시민운동에 대해 적극적인 당부의 말씀이 계시다면...
제가 참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참여정신'이라 생각합니다. 뒷짐지고 불평만 한다든지 사이트에 단순히 자기 글을 올려놓는다든지... 그것만 가지고는 안 된다는 거죠. 젊은이들의 참여 없이 우리 사회의 올바른 방향은 안 되는 것이 첫 번째로 하고 싶은 얘기입니다.
두 번째는 자유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소신 피력, 무엇이 옳다라고 생각하면 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용기, 획일주의가 사회를 지배한다 하더라도 그 상황 속에서도 '왕따 당할 것'을 각오하고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유지성이 없다면 우리 나라 미래는 희망이 없다는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e윈컴 사이트는 오늘 처음 봤는데 공정하고 합리적인 그런 정론을 지향하는 사이트로 느껴졌습니다. 이 사이트가 꼭 성공해서 이 사회의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의 정치현실과 시민운동' 글은 지난 2월 22일 한나라당 대외협력위 주최의 간담회에서 발제한 서경석목사의 발제문 요약입니다. 이 발제가 언론에 의해 왜곡보도되어 원래 원고를 이곳에 띄웁니다]
한국의 정치현실과 시민운동
한국 시민운동의 재정립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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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어; 김능구(e윈컴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