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1. e윈컴 정치뉴스 '열려라 정치'에서 3월 인기 1위를 차지하셨습니다. 여성 의원이면서도 집권 여당의 주요당직을 맡아 당당한 활동이 돋보였던 것으로 판단되는데, 소감 한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우선 저에게 많은 관심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그것을 격려로 받아들입니다. 정치불신이 강한 가운데 정치인들이 열심히 하도록, 또는 '거는 기대가 크다, 그만큼 해내야 된다'라는 책임감을 많이 느끼고 거기에 부응하도록 하겠습니다.

2. 여성의원이면서도 당당한 정치활동으로 '한국의 대처'란 표현을 많이 듣는데, 그 이유에 대해 네티즌들이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대처 영국 수상이 평범한 가정에서 자신의 능력으로 대중 정치인으로, 국가 지도자로 성공했죠. 영국 병을 고쳤다 할 정도로 탁월한 능력을 보여서 국가의 기틀을 새로 잡았는데, 우리가 처한 환경이 지도자의 리더십을 갈망하고 있는 환경이고, 또 한국이 좀 보수적이라 할 수 있는데, 제가 출발할 때 '정치판을 깨끗이 해야되겠다', 그렇게 하려면 출발하는 과정부터 깨끗해야 하는데, 제가 그걸 잘 알리고 싶어서 '세탁소집 둘째 딸입니다'로 선거구호를 시작했어요. 그것이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대처 수상하고 비교가 된 것 같고, 그 연산작용으로 대처 수상이 법률가, 변호사였고 저도 사법고시를 패스하고 법관으로 있다가 정치에 입문하면서 보이는 이미지가, 가정환경이나 사회적 백그라운드 없이 출발하는 것처럼 비교가 돼서 '한국의 대처'라 불러주는 면도 있고, 저 스스로도 대중정치인으로 성공한 대처 수상을 좋아하니까 저도 그런 연상을 일부러 하게 되는 경향도 있죠.
3. 세 아이의 엄마이자 맏며느리로서, 또 여성 국회의원으로서 활동하시기 매우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남다른 활동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 재선이신데 그 동안 어려웠던 점 한 두가지를 말씀해 주신다면...
15대에 남들이 예상하진 않았지만 실제 여성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가운데 제 자신은 굉장한 자신감을 갖고, 그런 진입장벽을 깨뜨리고 유권자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것이 제가 정치를 하는 하나의 이유였어요. 그래서 15대에 진출한 자체에서 남다른 보람을 느낀 것은 어떤 관념, 벽을 깨뜨렸다는 것에 많은 의미를 두고 있는데, 지나고 보면 그런 것이 하나의 보람으로 다가옵니다.
제 남편이 같은 법률가로서 어려울 때 많은 조언도 해주고 흔들릴 때는 충고도 해주고, 평소에 정치에 대해 관심 가지고 선거에 대한 방향 설정, 기획 이런 것도 저한테 굉장히 많은 도움을 주죠. 제 지역 유권자들이 저한테 기대하는 것도 '깨끗한 정치를 몸으로 실천해 달라'는 점에 굉장히 호응도가 높아요. 흔히들 얘기하는 돈이 문제라는 것도 잘 극복했어요. 실제로 돈을 쓰지 않고도 가능한 선거 분위기를 만들었고, 유권자를 신뢰하고 또한 유권자도 저를 신뢰해 주는 것에 큰 보람을 느끼는데, 애로사항은 가정적인 문제입니다. 여성의 사회진출을 뒷받침 하는 것은 육아나 교육 시스템에 있어서 사회적 분담이 있어야 되는데,그런 것들이 저한테는 벅차고 저에게도 아이들 교육을 어떻게 해야 되느냐가 가장 큰 고민이고 아직도 숙제이죠.
4. 호주제 폐지 찬반 논란이 많습니다. 의원님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호주제라는 법이 우리나라의 특별한 제도인데, 법적으로 호주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것은 찬성합니다. 그렇지만 그런 인습 자체는 법적으로 호주제를 폐지해서 조금 완화시킬 수 있지만 족보, 성씨, 가문 이런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우리 나라 인습을 깨지 않고는 어려운 문제죠. 호주제 폐지 쪽으로 구체적인 운동을 전개해 가면 반드시 유림하고 부딪치게 되는데, 그러한 전통적인 사고에서 본다면 특별히 문벌이나 성씨, 가문, 족보를 중시하는 전통적 관념, 보수적인 것들을 지금의 21세기와 어떻게 조화시키느냐를 잘 설득해 나가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이 문제에 대해서는 주도적 역할은 하고 있지 못합니다.
2. 5. 여성 국회의원으로서 6년간의 의정활동 기간 중 여성 정책에 대한 성과물이 있다면...
제가 여성학 전공자도 아니어서 여성 정책에 대해 독창적으로 리드해 가고 앞장서지는 못했어요. 다만 전통적 인습을 깨는 것이 다수의 여성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게 아니겠는가 하고, 여성의 사회 진출도 여성의 능력에 대한 불신감에서 오는 것이고, 그런 사회적 인습을 깨는데 저 자신도 던져보는 것이고, 또 그것이 정치적 진출의 이유였습니다. 정치 입문을 통해 능력에 있어서는 전혀 여성도 뒤처지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게 일 할 수 있다는 신뢰감을 조성해서 '여성에게 일을 맡겨도 어떤 일이든지 성실하게 해 낸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제 자신의 목표이고 그런 쪽에 많이 치중했습니다.
6. 여당 소속이면서도 정부가 추진했던 전자주민카드 폐지 입법화를 위해서 노력하셨는데, 결국 관철시켰습니다.
전자정부나 정보화시대, 전자 이런 용어들이 등장하면서 뭔가 '신속하고 간편한 것이 선(善)이다, 또 그렇게 돼야 된다'라는 당위성이 많이 주어진 때였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유념해야 될 것은 정보화·과학화를 통해 신속성을 도입하고 있는, 전자적인 수단을 동원하는 분야는 사회복지 분야라는 거죠. 복지제도가 많이 발달한 나라에서 위장 복지 수혜자를 가려내기 위해서 전자카드를 도입하는 경우는 많이 있습니다.
최근 의료보험의 과다지출 이런 것 때문에 "의료정보에 있어서 전자카드를 도입해 보자"는 보도도 보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신상에 관한 개인 정보를 담는 주민등록증이라는 제도를 가지고 있고, 개인 신상정보를 관(官)에서 다 가지고 있죠. 그런 주민등록증 제도를 하고 있는 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 밖에 없어요. 이것을 전자적으로 통합해서 정부에서 관리한다고 하면 개인의 프라이버시, 인권침해 소지가 큰 거죠. 전 국민을 전자적으로 통합 관리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겁니다. 그래서 반대했던 건데 전자카드 하면 정보화에 가깝고, 그것이 정보화를 앞장서서 실천하는 것이라고 홍보가 돼서 다수 의원들이 유혹에 빠져 거기에 끌려갔어요. 그것을 인권이나 이런 점에서 부당하다고 돌리는 데 굉장히 어려웠어요.
어떤 영화를 보면 미국 정보를 관리하는 사람이 자신의 개인 정보가 빠져나가 에이즈 걸린 것처럼 등록이 되어버리니 자기도 에이즈에 걸린 것처럼 착각에 빠져 자살하는 것이 첫 장면인데, 정보를 다스리는 그 사람조차도 가공된 정보의 피해자인 경우가 있고, 그런 영화의 예를 들어가면서 '그런 쪽으로 가서는 안 된다, 이게 정보화와는 관계가 없다'라고 독자적으로 주장해 표결에 부쳐졌는데, 거의 만장일치로 주민등록법 개정안이 통과될 뻔한 것을 반대토론을 통해 여론화 시켰어요. 그 당시 여당이 주민등록법 개정을 통해서 전자주민카드를 시행하려 했던 법은 반대표 38표밖에 획득을 못해 통과가 됐어요. 우리가 정권을 인수해서 전자주민카드를 폐지하는 것이 대통령 공약이었고, 그 공약 실천을 다시 여론화 시켰더니 의외로 많은 의원님들이 전자주민카드가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걸 하나씩 깨 가는 외로운 투쟁이었는데, 상임위에서는 저 혼자 주장하게 됐고, 나중에 잘 안 돼서 굉장히 강한 목소리로 얘기해서 간신히 주민등록법 재개정안을 발의해서 당론으로 만들고 추진력을 받아 통과시켰습니다. 일본에서도 전자주민카드에 반대하는 것이 소수가 되어 버렸어요. 그래서 한국 여성 의원이 혼자 반대해서 어떻게 통과시켰는지를 보러 오신 거죠. 누구나 올바른 판단을 하고 있다면 시간이 걸리고 품이 많이 들어서 문제이지, 그렇게 정신 차린 한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을 얘기했더니 용기를 갖고 해 보겠다 하고 돌아갔습니다.
7. 현재 민주당 지방자치위원장으로 많은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지방자치단체의 새로운 변화와 모색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임명제 전환이나 주민소환제·주민투표제 등이 있는데, 네티즌들은 과연 정치인뿐만 아니라 자치단체장도 전부 부패 온상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풀뿌리 민주주의가 없어져야 하는가 헷갈려 하는데...
단체장 비리가 민선 1기에 비해 2기가 두 배로 급증한 것은 사실입니다만, 어떤 제도를 추진하다 보면 부작용도 나타나게 되는 거죠. 그렇다고 해서 올바른 제도가 폐지돼야 한다고 시대에 역행되게 할 수는 없는 거고, 그 제도가 잘 추진될 수 있게 보완해주어야 하는 때가 지금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렇게 본다면 지방화라는 것은 한 지방이, 지역 공동체가 세계 무대에서 다른 나라의 지역과 교류하는 것이고, 세계화가 진전될수록 지방화도 동시에 진전되어야만 하는 것이므로, 세계화의 내용이 바로 지방화이거든요. 국가라는 공동체보다는 지방이 더 강조되는 시대가 글로벌리즘, 세계화시대이고, 이것이 병행 추진이 돼야 하거든요. 우리 지방의 풀뿌리 민주주의가 어려운 것은 시민이 자기 공동체에 대한 권리의식이나 권리를 찾아야겠다는 참여의식, 공동체 일원으로서 의무를 해야겠다는 그런 의식이 굉장히 희박한 가운데 지방자치가 굴러온 겁니다. 그러다 보니까 단체장 선거는 참여하는데, 단체장이 행정을 펼쳐 나가는데 지역 주민의 관심, 견제 이런 것이 없으니까 전횡이 심한 거죠. 그렇다고 단체장을 중앙에서 임명하는 방식으로 지방자치를 후퇴시키겠다 해서는 안 되는 거고 민주적인 원리에 따라 주민이 통제를 해야 하는 거죠.
저는 링컨의 말을 바꿔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지방자치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주민의' 지방자치라면 선거에 참여해 단체장을 뽑는 거고, '주민에 의한다'는 것은 단체장이 잘못했을 때는 주민이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수단도 가지고 있어야겠죠. 공약만 해놓고 일을 안 한다든지, 예산을 함부로 쓴다든지, 낭비가 심하다든지 하면 주민이 투표로 해직시킬 수 있도록 주민소환제도 도입해야 하고, 또 행정의 목표 자체는 주민을 위한 행정을 해야 되겠죠.
그래서 주민투표법 같이 지역 주요 관심사에 대해 주민이 직접 참여해서 제안할 수 있는 주민투표법 제정도 당연히 만들어야 되는 거고, 주민이 단체장을 해직시킬 수 있는 주민소환제도도 도입해야 되는 겁니다. 그런데 그런 제도가 있으면 정치권에서는 지방행정이 흔들려서 소신 있게 행정할 수 없다고 부정적으로 보시는데 ,오히려 그런 주민에 의한 제도 도입을 하면 지방자치에 무관심했던 주민들이 지방 문제에 더 관심을 갖고, 공동체에 관심을 갖는 좋은 자극제가 되니까 제도 도입을 해야 하는데, 아직 정치권에서는 찬반 양론이 분분합니다.
8. 주민소환제와 주민투표제 도입이 의원님 소신인 것 같은데, 가능성이 있습니까?
주민소환제는 여론조사를 해 보면 대체로 시민 80% 이상이 이런 제도는 있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얘기하는데, 정치권에서는 지방 정치를 '근소한 차로 패배한 낙선자가 지방 정치를 흔들 가능성이 있다, 또 정당이 개입해서 지방 정치를 망가뜨릴 가능성이 있다'라고 부정적으로 보는 분들이 훨씬 많아요. 그렇지만 요건을 엄격하게 한다면 안정적으로 할 수 있고, 이 제도의 존재 자체가 심리적 견제구를 던지는 역할을 훌륭하게 하니까 그런점을 가지고 설득하는 과정이 좀 필요할 거 같고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9. 주민소환제나 주민투표제가 시민 사회 활성화나 지방에서의 주민들 조직화가 어느 정도 갖춰진 수준에서는 힘을 발휘할 수 있지만 지금은 아니지 않느냐 하는 문제제기가 있다고 보는데...
그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문제와 비슷한데, 선거 이외에 지역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없다, 단순히 행정의 수혜자로서 단체장이 국수 주겠다, 수건 한 장 주겠다고 동원할 때만 갈 수 있다면 지방정치에 대한 참여도가 낮아질 겁니다. "우리가 한심한 사람이냐, 기껏 뽑아주니까 국수 잔치에나 초대하고 수건 주면서 가라 하고.." 이러면 한두 번 참여하고 재미없어 참여 안 합니다.
우리 지역에 있는 주요 관심사항, 예컨데 쓰레기봉투 값을 지방정부에서 다 정하는데 갑자기 많이 올린다고 할 때, 우리 주민이 부담해야 할 합리적인 액수가 얼마인지 주민이 한번 결정해보겠다 하고, 주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쓰레기장과의 거리, 운반비용, 쓰레기 양을 다 체크해서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면 즉, 그러한 권리를 준다면 얼마든지 많이 참여하겠죠. 오히려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수단을 많이 제공했을 때 주민 참여가 높아지고 지방행정 수준도 높아질 수 있는 것이지, 현재처럼 선거 이외는 개입하지 말라 해 놓으면 재미가 없어서 지방정치 참여도가 낮아지면서 수준도 낮아질 겁니다.
3. 10. 지방자치 단체장의 정당공천제는 국회의원과의 파워 게임도 작용한다는 얘기들이 많은데...
들여다보면 내심 그런 것도 있어요. 그 지역에서의 행정가와 헌법기관으로서 국정 전반을 봐야 하는 국회의원과는 역할이 다른데, 지위 높낮이 이런 것이 문제가 아니고 하는 역할이 다르다는 것을 우리 국민들이 지방자치를 하면서 이해하는 상황이어서 그럴 필요가 없고, 오히려 지방자치는 지방행정을 하는 사람들한테 맡겨두고 국회의원은 헌법에 주어진 권리와 의무에 따라 국정을 논하는 제 역할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조그만 지역 예산 따 가는 것도 시장·군수는 '내가 따왔다' 하고 국회의원은 '내가 따 준 거'라고 시비한다는 것 자체, 논의가 있는 점이 실망스러운 단계죠.
11. 국회의원들은 지방권력의 상실감을 많이 느끼시는 것 같은데, 기초자치단체장 임명제 전환에 발의한 여야 의원 42명은 많지 않습니까?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자치대로 중앙의 어떤 정치적 개입 없이 풀어 나가야 되는 그런 차원에서 기초단체장의 경우에는 '정당공천도 할 필요가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광역은 도 전체를 마치 컨트럴 타워 역할 즉, 중간의 완충역할을 하니까 정당 배경이 있더라도 도 행정 자체를 정당이 흔들 수 있다거나, 그것이 주민들한테 바로 전달되거나 하진 않을 겁니다. 그러나 주민 생활과 밀접한 기초자치단체장의 경우 정당에 예속되면 단체장이 차기에 '정당공천을 받아야 나올 수 있다, 그래서 정당에 잘 보여야겠다' 하면 주민과는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큰 거죠.
당론도 사실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정당 공천을 배제하면 어떻습니까?' 하고 물어보면 당론을 정하는 주체인 개별 국회의원들이 '내 지역의 구청장이나 시장 군수들이 내 말 안 듣고 따로 놀면 어떻게 하지?, 나하고 차기에 경쟁하겠다면 어떻게 하지'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이기 때문에 겉으로 당론이 그렇게 보이는 거지만, 만약 지방자치를 이대로 두어서 되겠느냐 하는 쪽으로 당위성을 가지고 접근해본다면 당론을 얼마든지 변경시킬 여지가 충분히 있습니다.
12. 한국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대선을 앞두고 있는데, 집권 여당의 지방자치위원장으로서 기초자치단체장의 정당 공천 배제, 상당히 중요한 문제 아닙니까?
중요한 문제인데, 그러나 국민을 상대로 하는 정치인 거죠. 국민 전체가 '우리 지방자치 이대로 둬서는 안 되고 전향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원한다면 그쪽으로 가야 되는 거고, 또 그러한 정당에 대해 국민이 박수를 쳐 줄줄 아는 수준까지 온 것이고... 국민 수준을 절대 낮게 봐서는 안 되겠죠. 뿐만 아니라 단체장이나 또는 기초의회 의원들을 정당의 간부로 봐서는 안 되는 거죠. 지금은 정당의 간부로 보기 때문에 질문처럼 대선을 앞두고 그 주요 간부를 어떻게 정당에서 빼버릴 생각을 하느냐 그런 염려가 있는 겁니다. 오히려 지방자치제를 순수하게 발전시켜 놨을 때 긴 안목에서 보면 그러한 정당을 국민들이 지지해 주리라는 확신이 섭니다.
13. 광역 의원도 정당 공천할 필요가 없다는 말씀인지...
광역적인 문제는 중간에서 컨트롤하는 입장, 조정자의 역할, 그러니까 중앙 정부의 기초자치단체에 대한 직접 개입을 중간에서 조금 희석시켜 주고,각 시·군·구, 좁은 지역의 이해관계가 올라오면 그것을 조정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정당공천 하더라도 그다지 정당적 경향이 강하다거나 하진 않을 거 같아요.
4. 14.공교육 위기가 극에 달했다고 보는데, 전반적인 국정을 담당하시는 의원님으로서 교육정책의 방향에 대해 한 말씀..
교육은 삼박자가 맞아야 되는 즉, 교육 내용·질(質)과 교육 소비자인 학부모, 그리고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 주체가 잘 맞아야 하는데, 이 삼박자가 잘 안 맞아요. 교육 정책은 '열린교육, 창의력을 길러 지식정보 사회의 인재를 키우겠다, 그래서 개별적인 소질을 발굴해서 특화된 교육을 하겠다'는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는 반면에, 교육 소비자인 학부모는 당장 '일류대학을 보내야겠다, 일류대학을 안 보내면 경쟁에서 낙오자가 된다'라는 단견을 갖고 있고, 그 사이에 끼여 있는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런 상황에 있어요.
지금 질문이 '공교육 위기'라 하셨는데, 공교육 위기가 아니라 교육 전반이 위기인 거죠. 교육 위기를 공교육 위기라고 등식화하니까 사교육이 판을 치는 겁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오후 서너 시에 하교해 학원 가서 열시나 열한시 심지어는 열두시까지 잡혀서 시험 경향에 대한 꾀 즉, 자기가 어떻게 문제를 풀겠다, 어떻게 응용력을 길러 어떤 생각을 해서 문제가 풀렸다 이런 생각이 아니고, 어느 학교에 이런 시험이 출제되었는데 이것이 어느 대학 입시에 반영이 많이 됐다 이런 식으로 시험 경향을 진단받고, 그 경향에 대한 정보를 들으러 학원에 가니까 그 아이들이 일류대학 가서도 수학 기초학력이 형편없고 국어실력도 형편없다는 이야기도 들리거든요.
무조건 공교육 위기라 질타할 것이 아니라, 교육정책 당국은 교육의 장기적인 목표가 밑에 잘 흡입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교육 주체인 교사들을 재교육시켜 교육 현장에서 당국이 정한 교육 목표가 전달되게끔 교사 질(質)을 높여 줘야 되는 것이고, 교육 소비자들은 좀더 현명해져야 합니다.
외국까지 가서 비싼 돈을 들여 외국의 정책에는 잘 호응하는 사람들이 왜 이 땅에만 있으면 조급해 가지고 '금방 점수 올려라, 좋은 학교에 들어가라' 하는지... 현명한 소비자가 현명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듯이 ,교육 소비자가 현명하지 못하고 너무 단견으로 대학입시에 매달리니까 전달하는 교육자들은 교육정책 당국자한테도 불만이고 학부모한테도 불만이 많고, 그래서 주체적으로 공교육을 리드해나가지 못하고 혼란에 빠져 버렸어요. 지금은 교육정책 당국이 탁상에서만 정책을 설정해 놓고 던져주기만 할 것이 아니라 교육 현장의 교사들도 재교육시키고, 교육 소비자도 끊임없이 방송 같은 곳에 나와 교육소비자들이 현명한 판단을 하게끔 설득해 나가는 그런 일이 전개돼야 하지 않나 싶어요.
15. 교육 소비자들이 교육당국을 믿질 않습니다. 이 정권의 교육정책에 대해 기대를 많이 가지고 있었는데, 실제로 오히려 더 황폐화되어 가는 모습 속에서 실망감을 금치 못하는데, 잘못이 있으면 잘못이 있다고 사과하고 시정하던지, 이해를 구해야 하는데 그대로 넘어가는 식이어서 아무도 믿질 않는데, 이에 대해 한 말씀...
교육 정책 당국의 교육 목표가 현장에 전달돼서 그 방향으로 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겁니다. 교육 소비자들은 내 아이가 당장 일, 이, 삼등을 해야지만 소위 일류대학, 명문대를 갈 수 있는 상황이다 보니까 일단 일류대에 들어가 놓고 보는 것이지, 무슨 교육 정책 당국의 열린교육·참교육이 내 아이까지 전달되도록 기다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거든요.
당국이 이런 정도의 교육 정책을 세웠으면 교사들의 재교육, 창의성 있는 교육을 시킬 수 있는 교사의 창의성 확보, 이런 것이 선행되도록 해야 하는데 거꾸로 현장에서 연세든 교사를 퇴출시켜야 한다는 식으로... 겉만 보는 거죠. 연세 드셨다고 창의적이지 않는 것은 아닌데 나이 차별을 해 버린 것이죠. 그래서 IMF라는 여건의 시대에서 긴축재정 상황에서 퇴직금을 줘 가면서까지 교사들을 내 보낸다는 것이 정부 교육재정을 감당키 어려게 했어요. 창의성 있는 교육을 하려면 학급당 학생 수가 지금보다도 훨씬 더 낮아져야 되는 거죠. 교육환경 개선 쪽으로 가야햇던 것을 교사들을 명예퇴직 시키고 정년을 단축시켜 내 보냄으로써 교사 인건비 쪽으로 너무 많이 가버려서 교육 환경 쪽을 놓쳐버린 거죠.
그러니까 학부모들은 교사들이 학생을 일대일로 평가할 시스템은 없는 상태로 창의성을 기르는 교육을 하고, 그런 교육을 전제로 내신평가를 하겠다는 목표대신 실제 이뤄지고 있는 내신은 시험을 잘 봐야지만 내신을 잘 받을 수 있는, 종래와 교육 내용은 똑같은데 즉, 점수로 서열화되는 것은 똑같은데, 내신 반영 비율은 높아지고 하니까 체육도 잘 해야 하니 체육 과외도 받아야 하고, 국·영·수 위주의 집중 수업 방식에서 전과목을 잘 해야하는 쪽으로 학생들이 중압감을 더 느끼게 됐죠. 그 점에 있어서는 잘못했다고 봅니다만 그런 잘못을 구체적으로 짚어주지 않고 교육 전체가 잘못되지 않았느냐, 방향이 잘못됐지 않느냐 의심하는 것은 잘못됐다 싶어요.
왜냐하면 교육정책을 정한 것은 이해찬 전 장관이 교육 전문가여서 혼자 갑자기 정한 것이 아니고 지금 7차 교육 개혁 과정 중에 있는데, 7차까지 오기까지는 지난 정권부터 교육전문가라는 분들이 다 참여해서 교육방향을 정한 거고, 이 정부에 들어서서도 지난 정부에서 정한 교육 목표가 방향 설정은 잘 됐다 보고, 그 연장선상 속에서 계속 추진해 나가는 과정이었거든요.
말씀하신 것처럼 교육을 직접 현장에서 전달하는 주체의 사기저하를 불러일으킨 것은 바로 급격한 정년단축을 통한 반발을 불러일으킨 게 아니었느냐, 그런 것보다는 교사들을 리트레이닝을 시켜 아이들 수준이 올라가게끔 재교육시켜주는 쪽으로 먼저 접근하고, 거기에 따라가지 못하는 교사들을 다른 쪽으로 진로를 열어 교사들끼리 경쟁을 붙였어야 하는데, 나이로 등식화해서 연세 드신 분은 나가라는 것은 상당히 잘못된 거 아닌가 싶어요. 쓸데없는 기간제 교사가 들어오고 수학을 가르칠 수 없는 사람이 단기 연수를 받아서 수학 교사가 되는 일이 벌어지는 거죠.

16. 건강보험 문제인데 의약분업과 함께 국민들의 불만이 가장 높은데, 의원님께서 생각하신 바를 말씀해 주십시오.
제가 볼 때는 건강보험 재정파탄만 가지고 의약분업이 잘못됐다 보시면 안 될 거 같습니다. 의약분업은 30년 이상 논쟁이 붙었던 개혁과제이고, 또 김영삼 정권 초기인 94년에 약사법을 개정해서 의약분업을 하기로 이미 명시해놨습니다. 다만 의약분업은 하기로 해 놓고 책임져야 될 시행시기에 대해서는 정치적 부담을 안기 싫으니까 그 당시에 시행 시기를 유보해둔 거죠. 어차피 지난 정권에서도 이런 걸 알고 있는 거고, 그것을 아무런 준비 프로그램 없이 시간만 5년 연장해놓은 거죠. 99년이 되자 시민단체 주선으로 의·약 양 업계가 한자리에서 '준비가 덜 됐다'면서 -실제로는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서는- '일년을 연장해주면 잘 준비해서 하겠다'고 약속해 시민단체 주선 아래 정부가 믿고 2000년 7월 1일에 시행하게 된 겁니다.
얼마 전에 일본 외무성 초청으로 의원 몇 분이 일본을 가게 됐습니다. 나리따 공항에 내리니까 40대 어떤 남자 분이 우리를 알아보고 반갑게 악수를 청하는데, 그 분이 비닐 봉지에 약을 잔뜩 싸 가지고 가는 게 이상해서 쳐다보니 이 분이 식품박람회에 김치를 광고하러 가시는 분인데 일본 약이 듣지 않으니까 김포공항에서 약을 미리 사간다는 겁니다. 일본 약은 약효가 약하고 내성이 생겨 듣질 않아 한국 약을 가져가 장기 복용을 해야 된다는 겁니다. 그걸 보면서 진즉 의약분업을 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이것만 봐도 의약분업을 안 함으로 해서 우리 국민 건강이 망가졌다는 것을 볼 수 있죠.
의보통합 같은 경우 물론 직장 의보 쪽에서는 불만이 많습니다만, 우리가 일생을 살면서 직업을 가지기 전에는 지역 의보에 있다가, 직장을 가지면 직장 의보의 일원이 되고 다시 퇴직하면 지역 의보에 들어가는 거죠. 한 개인이 이렇게 순환하게 되는 것인데,보험이란 것이 내가 병원에 안 갔으니 보험료 내는 것이 억울하다 생각하면 안 되는 것이고, 사회적 약자를 강자가 더불어 산다는 차원에서 있는 사람이 자기는 그 수혜를 못 받더라도 돈을 내서 꼭 필요한 사람한테, 혜택이 가도록 도와주는 그런 사회적 부조(扶助)가 보험의 정신이니까 ,의보통합은 당연히 명분이 있는 겁니다. 그런데 그것도 신한국당 집권 시절 97년도 이회창 총재가 계실 때 당론으로 발의해 의보통합을 하기로 했는데, 그 시행시기가 우리 정부에 떨어져 IMF 때문에 2년간 유보했다가 통합하게 된 겁니다.
의약분업이나 의보통합이나 지난 정권의 정책 연장선에서 이 정부가 시행하게 되는데,뭘 잘못했냐 하면 관료들이 정말 전문가이어야 하는데 즉, 한 분야의 전문가라면 정책의 시행착오를 100% 완비할 수는 없다하더라도 미리 내다볼 수 있어야 하는데, 너무 안이하게 판단한 거예요. 그 동안 국민들 스스로 진단해서 항생제가 얼마나 들어가는 줄도 모르고 임의로 약을 먹었는데, 당연히 의약분업을 하면 국민들이 의료 서비스를 많이 받게 되는 거죠. 약사나 의사 등 전문가의 말을 많이 듣게 되는 그 자체가 서비스를 받게 되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서비스에 따른 보험 재정 부담은 더 가중되게 되어 있습니다. 그것을 단순하게 약을 덜 먹게 되니까, 약재비가 보험료의 43%를 차지하고 있었으니까 43%만큼 줄어들면 보험재정이 더 튼튼해진다고 봤던 겁니다.
그렇게 되려면 의약분업이 정착돼서 좀 더 긴 안목으로 봤을 때 그렇게 되는 것이고, 단기적으로 보험재정이 굉장히 힘들어질 겁니다. 그런데 이미 통합하기 전, 의약분업 하기 전에 보험 재정은 이미 1조원 가까이 마이너스 상태가 돼 있어서 정부에서 일반 재원으로 국고 지원해서 어느 정도 정도 부담하겠다는 계획도 세워져 있어야 되는 거고, 또 과잉 진료나 과잉 투약에 대해서 감독 체계를 가지고 있어야 되는 데 현장 감독도 안 하고, 일반 재원으로 국고 지원하겠다는 것도 없이 '이 정도 펑크가 났습니다' 함으로써 국민들을 대단히 불안하게 만든 겁니다. 그 펑크난 액수가 4조인데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 정부가 이 정도도 투자를 못 한다면 되겠는가? 4조를 정부가 일반재원으로 투자해도 괜찮은 거죠. 그것을 크게 염려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우리 국민 건강에 대한 투자로 보고,일반 재원으로 충당해가면서 안정화시켜 가야지 마치 재정 파탄으로 양대 개혁이 잘못된 것으로 무조건 몰고 가서는 안 된다 말씀드리고 싶네요.
17. 국회 보건복지위 민주당 간사인 김태홍 의원은 "언론이 너무 호들갑 떠는 것은 다른 저의가 있지 않느냐" 했는데...
사실 그런 면도 있어요. 정권 후반기라 해서 마치 큰 실정인 것처럼 두들기는데 ,국민 의료보험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하고 사회적 약자를 책임져야 하는 거죠. 의약분업이나 의보통합은 분명한 명분이 있는 개혁 과제이고 또한 긴 안목에서 내다보면 그 시대에 그런 개혁과제를 했다는 것에 대해 반드시 긍정적인 평가가 있을 거라 전망합니다. 지금 당장 4조 펑크난 것은 '4조나 펑크냈다' 호들갑이지만 정부가 4조를 투자해서 국민 건강이 개선됐다면 얼마든지 투자를 장려할 수 있는 거 아닌가... 물론 우리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걱정이 많습니다만 단계적으로 정부 예산을 투입해서 국민 건강에 대한 투자로써 오히려 필요하다라고 적극적으로 유도해 낼 수도 있는 문제죠.
18. 이부영 한나라당 부총재는 "광역시나 좀 큰 자치시 정도에서 시범운영기간을 가졌으면 좋았지 않았느냐" 하는데...
동의합니다. 그 부분은 복지부 관료들이 예전에 목포시에서 한번 시행해 봤는데, 의약분업을 시행하는 목포를 벗어나서 인근의 병원이나 약국을 이용하는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의약분업 시행 지대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는 거죠. 그래서 일부 지역만을 하게 될 때는 그 인근을 다 빠져나가서 의약분업 단계적 시행이 별로 소용없다 생각한 거 같아요. 그렇게 안 되도록 단계별 시행을 하면서, 그 단계별 시행을 잘 할 수 있도록 보완책을 마련했어야 하는데, 목포에서 한번 해본 것 가지고 '단계별 시행은 별로 소용이 없다'라고 안이하게 본 것이 관료들의 안이한 생각이 아니었나 봅니다.
5. 19.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에 대응해 가는 정부가 외교적 측면에서 매우 어려운 지경에 처해 있습니다.
사실 일본이 우리를 보는 시각은 일본 입장에서 보는 거고, 우리도 우리 시각에서 일본을 보는 거죠. 그렇지만 역사란 사실에 기초해야 하는데, 사실을 왜곡시킨 것은 일본의 명백한 잘못입니다. 이것을 따지고 항의하는 과정에서 반성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제주 4·3 특별법을 만든 의원입니다. 제주 4·3 특별법이란 47년도 제주에서 7년간 계속되었던 진압행위에 대한 제주 도민들의 반발·대응 등으로 벌어진 제주 4·3 사태를 진상규명하기 위한 특별법인데 이것을 추진하면서 그 때의 시대배경을 보면, 47년도를 시발로 제주 도민들의 가장 큰 불만은 일제하에 날뛰던 관리들이 여전히 경찰 간부가 되어 가지고 민중을 압박하는데 앞장선다는 것이었고, 설사 제주 도민들이 잘못했다 해도 그것이 수긍할 수 없는 거죠.
일제하의 밀고자, 경찰들이 이승만 정권에서 똑같이 채용돼서 여전히 자기들한테 잘못했다고 한다는 것 자체가 납득이 안 되니까 거기에 더 크게 저항하고, 그 저항이 나중에 변질되고 해서 제주도 전체가 불온세력이 되었습니다.
그후 그것을 풀어 가는 과정에서 역시 보수적인 시각에서는 역사를 제대로 보려 하지 않고 치우친 입장에서 사상적으로 몰고 가려 하는 것이 있어, 그때 희생당한 주민들의 억울함을 푸는 데 목적이 있다 하는데도 계속 사상적으로 몰고 가려는 것을 보고, 우리가 현대사를 재조명해야 하는데, 아직도 재조명하지 못한 우리 업보이고 우리 과오다라는 생각이 절박했어요.
이런 예에서 보듯이 우리가 현대사 부분을 그 동안 군사통치 아래에서 너무 분단사고, 남북이 대치하는 흑백논리의 분단사고로 갈라놓은 이런 것 자체, 우리 역사마저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 면이 굉장히 많고, (획일적 논리 자체)
군대위안부 문제만 하더라도 65년도 한일간 국교정상화를 하면서 배상금을 받았다는 식으로 몰고 가거든요. 위안부 문제는 국민의 정부에 와서 표면 위로 떠오른 것이지, 그 전에는 마치 한일관계를 망가뜨리는 것처럼 오히려 정부가 나서서 그런 문제 자체를 거론하는 것을 백안시하고, 덮어두고, 외면하고 그랬는데,그런 것을 볼 때 우리 역사를 보는 것에서마저도 우리 자존심도 지키지 않았지 않느냐 하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그래서 우리가 계속 일제하에서 벗어난 후에도 남한만의 단독 정부의 정통성, 당위성을 정립하기 위해서 역사의 어두운 면을 덮어버렸고, 또 군사정권으로 넘어오면서도 정부가 강조한 일방 논리에 주입식 역사관, 한쪽으로 경도된 역사관을 우리 스스로 받았는데, 이제 와서 한일간의 문제를 보면 아직도 획일적인 사고를 가지고 '메인스트림이 개혁을 심판할 거다' 하는 얘기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왜 정치 지도자들이 단견적인 말을 하는지, 그건 역시 일제 때부터 내려온 기득권 세력이 우리 사회 사상에 대한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거고, 그런 획일적인 논리를 계속 강조하고 전파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얘기가 나오는 거 아닌가... 이걸 청산하기 위한 운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20.오늘 아침 한국 갤럽 조사에서는 DJ에 대한 국정 지지도가 27.5% 정도로 나왔습니다. 지지하든 지지하지 않든 간에 나라 운명과 관련돼서 모두들 안타까워하는데, 의원님께서 내부에 계시지만 이렇게 된 원인이 뭔지 냉철하게 짚어주시기 바랍니다.
우선 개혁은 대단히 피곤하고 인기 떨어지는 일이죠. 기존에 흘러온 방향을 바꾸는 과정 중에서 전체적으로 '우리 사회 개혁·대수술·변화 이런 것은 필요하다'는 같은 목소리지만 막상 그것이 집단의 이해나 개인적 이해와 상충된다던가 하면 반발합니다. 그것이 일관성을 가지고 계속 추진된다면 먼 장래에 평가받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대통령의 지지도가 떨어졌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사실은 "그렇게 인기에 연연해하지 마시고 인기도가 더 떨어지시더라도 그 방향이 옳다고 믿으시는 확고한 신념만 있다면 계속 한 방향으로 리드해 나가셔야 합니다"라고 말씀드리고 싶고, 그러나 반면에 또 하나 그렇게 낮은 지지도를 보고도 너무 자신만만하면 안 되지 않느냐 하는 면에서 반성해 보아야죠. 다음과 같이 이해를 구하고 싶습니다.
사실 경제정책의 파급 효과가 우리 사회의 분배정책까지 도달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죠.
실제 경제지표를 보면 IMF 이전에 10,000불 육박하던 일인당 국민 총 소득이 98년에 6,800불 정도로 뚝 떨어졌다가 99년에 좀 올라왔고, 2000년 말에 와서 9,800불까지 올라와서 지표상으로는 성적표가 좋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 서민경제에 아직 도달하지 않았어요. 서민 경제가 'IMF 이전보다 장사가 좀 된다, 먹고 살만 하다' 이렇게 피부로 느끼질 못하니까 그 불만이 있는 건데, 그런 것들은 외채의존경제, 미국이나 일본의 경제 대국에 영향을 많이 받는 그런 경제 여건으로서는 풀어나가기 힘든 문제죠.
그런 점은 인내를 하고 기다려 줘야 하는 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인사정책 같은 것은 잘할 때는 잘했다고 속으로 느끼지만, 이상하고 이해 안 되고 못할 때는 금방 여론조사에 반영되죠.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인사정책 같은 문제는 좀더 세련되지 않았지 않느냐 하는 점은 느낍니다. 이런 평가 자체가 개각 이후의 평가라 본다면 인사정책에 대한 국민 지지도는 상당히 떨어진다 보고 반성할 점이 있다 봐집니다.
21.지난 연말 국정쇄신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DJP공조 복원이 이루어졌습니다. 거기서 30대 층들이 심하게 반발했다고 생각하는데, 민주당 의원님들을 인터뷰하다 보면 '그렇게 하지 않으면 되는 일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씀하시고 학자들이나 시민단체에서는 '그렇지 않다. 왜 야당만 보고 정치를 하려 하느냐, 국민이 있지 않느냐' 하는데 이 부분에 있어 의원님 소신을 듣고 싶습니다.
야당 때 보면 어떤 정치적 목표가 있더라도 정권을 잡지 않으면 그 목표를 달성하고 추진할 수 없더라고요. 그렇지만 지역적으로, 지역을 뛰어 넘어야 하는 한계에 부딪쳤R고, 국민회의 때 우리 당 소속 의원 79명의 적은 힘으로 상실감이나 절박함이 많았어요. 그런 과정에서 DJP가 형성됐는데, 지금 와서 보면 자민련이 국정 운영하는 데에 있어서 정당적인 아이덴티티를 너무 찾으려 애쓰다 보니까 소위 '보수 원조당이다' 하다 보니, 그 '아이덴티티 상실감에 어긋나는 정책은 따라 갈 수 없다' 이렇게 너무 집착해 버리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집권 두 여당이 세부 각론까지 의견일치를 잘 봐도 거대 야당이 있기 때문에 추진이 어려울 텐데, 두 여당마저도 의견일치를 못 보니까 국민들이 볼 때는 집권당에 대한 든든함·신뢰감 이런 것을 가질 수가 없는 거죠. 그것이 지난 4·13 총선을 거치면서 평가받았다고 봅니다.
그런데 4·13 총선 직전에 '야당 독자의 길을 걷겠다, 당의 정체성을 확립하겠다' 했던 자민련이 대중 지지를 받지 못하고 의석 수에 있어서는 그 전 해의 반도 안 되는 17석으로 내려 앉았어요. 그걸 보면 우리 국민들이 지지하는 것은 '보수 원조, 너희 정체성이 뭐냐' 이런 것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집권을 했으면 '두 여당이 뭔가 방향을 정했으면 잘 맞춰서 끌고 나가라, 그래야 여당다운 여당이 아니냐, 일을 추진시켜 봐라...' 오히려 일의 추진력이 없음을 질타하는 것으로 봤어요.
그렇다면 오히려 우리가 '공조복원을 해 가지고 두 여당이 집권 초기에 약속했던 대로 김대중 대통령 임기 동안 일을 완성시켜 나가자, 자민련도 정권을 탄생시킨 당으로서 책임이 있지 않느냐...' 두 여당이 중심 축이 돼서 공조복원을 하고 일을 마무리해 나가야 된다 해서 이 상황이 된 건데, 그런 쪽으로 이해를 구하고 싶습니다. 그때그때 필름을 보면 국민들을 실망시킨 점도 없지 않아 있고 충격인 점도 있죠. 그러나 길게 보시면 이해를 해주실 점이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22. 의원님을 보면 소신과 당당함으로 정치개혁의 이미지가 상당히 많은데 여야 소장파 의원들의 모임인 '정치개혁을 위한 의원 모임'에는 참여를 안 하신 거 같습니다. 거기에 대해 네티즌들이 궁금해하고 있는데...
저는 '정치개혁을 위한 의원 모임'에는 참석하고 있지 않지만 우리 당의 재선 의원들 모임인 '바른정치모임'이 있는데, 15대 야당 때 신념이 같고 의지가 굳건한 사람들이 모여 일을 해왔는데, 16대 때도 같이 모여서 '바른정치모임'을 꾸준히 이끌고 있습니다. 이름은 다르지만 하는 일은 같다고 봐주시면 되겠네요.
23. 최근 제기되고 있는 4년중임 정부통령제 개헌을 김덕룡 의원은 "우리 정치 개혁의 모티브가 될 수 있다", 여당의 대선 주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개헌이 필요하다 하는데...
제가 여당의 주요 직책을 맡고 있는 당직자로서 개헌의 필요성을 느낀다는 말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국회가 열려 있고 경제 상황이 어렵고 한데 정치판이 언제나 자기네 이야기만을 하면서 날을 지샌다 하는 여론도 있고... 그렇지만 제 개인적으로 답변을 드린다면 5년 단임제란 것은 집무를 시작해 2.5년 반환점이 지나면 공무원 조직이나 사회 일반이 먼저 꺼내는 말이 '레임덕이다' 이런 말이거든요. 특히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우리 사회에서 누가 권력을 잡고 있고, 그 시점이 어느 때에 왔느냐에 굉장히 민감한 사람들이예요.
그렇다면 5년 단임제란 검토해볼 여지가 있지 않느냐 그런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죠. 그래서 아마 많은 분들이 4년 중임제를 꺼내는 것 같고, 정부통령제같은 경우는 얼른 보면 지역주의 극복이란 것이 대단히 어려우니까 각 지역 대표가 정·부통령 하나씩 맡아서 지역주의를 완화하는 그런 장치가 되지 않느냐 하는 기대감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정치적인 관전 포인트를 떠나서 생각한다면 국무총리제라는 것은 의원내각제와 섞여 있는 건데, 이원집정제 스타일에서 국무총리 같으면 모르는데, 대통령제 하에서 국무총리제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제도이고, 국무총리가 국회에서 '검토해보겠습니다' 이런 답변 이외에, 소신껏 국정 통괄자로서의 답변을 기대하기는 상당히 어려운 구조죠. 그렇다면 대통령하고 정치적 책임을 같이 지고 신념이 같은 사람이 파트너가 되고, 국민들이 뽑을 수 있는 것이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보다 차라리 낫지 않느냐, 대통령제하의 책임정치 구현에서 본다면 국무총리제보다는 부통령제가 낫겠다는 생각이 들죠.
24. 바쁘신데도 여러 질문에 성실히 답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e윈컴 네티즌들에게 당부나 인사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긴 시간 경청해 주셔서 대단히 고맙습니다. e윈컴에 찾아오신 네티즌 여러분! '네티즌'이라 하면 필링에 강하다는 느낌이 많죠. 감각적이고 판단이 빠르고 그런 거 같습니다. 토론 문화를 .com 공간에서 즐길 수 있다는 건 e윈컴이 시도하는 좋은 작품이 아닌가 합니다.
우리 정치나 교육·사회 전반에 위기감이 많은데, 기초부터 안 됐다는 그런 말을 많이 합니다. 그 기초가 안 됐다는 건 우리가 역지사지(易地思之), 남의 입장을 이해해보고, 남의 입장이 되어 보고, 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토론할 줄 안다는 것을, 어린 시절부터 우리가 토론 문화를 갖지 못해서 그런 거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도 해봅니다. 그래서 네티즌 여러분께서 e윈컴을 통해 토론문화를 접할 수 있다는 것을 참으로 다행히 여기고 이렇게 진지하게 참여해 주셔서 너무 고맙고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자극을 주시길 기대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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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어; 김능구(e윈컴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