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적 이탈 문제요?" " 빨리 이탈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예요"

1. 1. 이번 16대 국회 초반에 '젊은 오빠'로 불리면서 정치인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네티즌한테 인기를 누리셨는데 그 원인이 어디 있다고 생각합니까?

모두 '젊은 오빠'로 불러줘서 굉장히 행복했습니다. 그 원인은 국회의장을 하면서 여야 어느 곳에도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게 국회법에 따라 원칙대로 해나가기 때문에 호응을 받은 것 같습니다. 특히 국회법 개정 당시 운영위원회에서 날치기 통과한 것을 끝까지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았으며, 날치기 사회를 거부하고 사회봉을 부의장에게 넘길 것을 거부했기 때문에 네티즌, 특히 여성들이 '오빠'라 부른 걸로 생각합니다.




2. 모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가장 먼저 변해야 할 곳이 정치권으로 뽑혔는데, 정치권의 원로이자 국회의장으로서 많은 생각을 하실 텐데 '우리 정치권의 변화는 가능한지, 방향은 어떠해야 하는지' 말씀을...




지금 정치권이 국민들한테 비난받아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16대 국회가 국민 눈에 비치길 '과거와 조금도 달라진 게 없다'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그러한 점에서 저는 국민들이 비난, 저주하는 것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여야 모두 국민과 국회를 생각하기보다는 당리당략을 생각해서 그래요. 당리당략을 위해 국회를 이용해서는 안 되는 겁니다. 또 국회를 대권 경쟁의 장소로 이용하기 때문에 자꾸만 그런 사태가 나는 겁니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나라와 국민보다는 '내 당의 이익, 개인의 욕심', 이걸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3. 의장님께서 지난 검찰 탄핵안 파동 때 후배 국회의원들한테 곤욕을 당했고 여당이나 야당에 대해 굉장한 서운함이 언론에 비춰지기도 했는데 당시 국회 내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다시 말하면 여야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고 또한 국회법에 따르는 올바른 국회를 운영하고 있는데 여당이고 야당이고 전부 당리당략에 치우치다보니까 내가 가운데서 양쪽 비판을 받는 건 당연하죠. 한쪽에 힘을 보태주거나 한쪽 편을 들면 한쪽에서만 욕을 먹을 텐데, 가운데서 공정하게 일을 하다보니까 자기들한테 유리할 때는 가만히 있다가 불리할 때는 나한테 뒤집어씌우고 비난하고... 어느 의미에서는 양당한테 왕따당하는 게 당연합니다. 양쪽이 다 시원찮은데 나는 올바르게 하니까 왕따당할 수밖에 없지만 나는 끝까지 이 국회를 법대로 지킬 것이고 나라가 어려울 때일수록 국회만이라도 꿋꿋하게 서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2. 4. 며칠 전 여야 영수회담이 결렬되고 여야 관계가 차갑게 얼어붙어 이후 국회운영이 더욱 힘들어질거라 예상됩니다. 이 시기에 전에 말씀하셨던 '국회의장의 당적 이탈'에 대해서, 현재 '그 시기'가 아닌가 생각하는데요

우선 여야 영수회담이 매스컴에 비춰진 걸 보면 두 분이 대립하고 심지어 말다툼 한 걸로 비춰지고 있어서 국민들이 볼 때 얼마나 실망을 할까 하고 마음 아프게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요즘 신문에 보면 3김 1리 즉, 세 김씨와 한 이씨가 서로 이전투구를 하고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한다는 것을 내가 보고 '나라의 어른인데 그 어른들이 저렇게 해서야 되겠느냐', 나는 모두가 한 걸음씩 후퇴해서 이성을 되찾고 좀 냉정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할아버지 네 명이 앉아 욕지기를 하는 것을 보고 그 손자들이 뭐라고 할까라는 생각을 하면 정말 가슴이 답답하고 우울합니다. 정말 국민들에게 미안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내 당적 이탈문제는 아침 간부회의에서도 이야기했는데 '빨리 이탈'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나는 서로가 이전투구하는 그런 곳에 끼고 싶지도 않아요. 빨리 이탈해야되겠다... 내가 공정하게 일을 하고 있는데도 나에게 뒤집어씌우고 인격적으로 모독하는 일이 있고 때로는 오해를 하고 그러한데, 그런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빨리 벗어나야 되겠다고 생각합니다.




5. 이 시대에 필요한, 특히 불신 받는 정치권에서도 나라의 어른으로 계시는데 일부 언론에서 4개 정당의 대표를 역임하셨고, 국회의장도 두 번째 역임하셔서인지 '권력을 너무 좇는다'는 비판에 네티즌이 상당히 당혹해 하는 데 이 부분에 대해서 속시원한 이야기를 부탁드립니다.




내가 권력을 좇는다고 하는데, 내가 권력을 좇지 않고 오늘날까지 바른 말을 하고 올바르게 살아왔기 때문에 국회의장을 두 번 할 수 있었고, 본의 아니게 모두 나를 필요로 하고 나를 추대했으면 좋겠다 해서 당대표를 네 번 한 거지 내가 하고싶어 한 것이 있습니까? 그것은 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나를 모함하는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겁니다. 지난번 국회의장 때도 날치기 사회를 거부하고 끝까지 거부함으로써 청와대와 마찰이 생겨 1년 2개월만에 국회의장직을 그만 둔 겁니다. 지금도 내가 국회의장이지만 임기 2년에 대한 미련이 전혀 없어요. 언제든지 그만둘 생각을 가지고 올바르게 하고 있는 겁니다.




또 내가 당대표를 맡은 것은 내 스스로 맡은 것도 있고 또 본의 아니게 맡은 것도 있지만 전부 나를 필요로 했습니다. 바른 정치를 하고, 정경유착과 아무 관계도 없고 돈과 관계없는 깨끗한 정치를 하니까 추대하고 활용하려 한 거지 내가 권력을 좇았습니까? 내가 여당을 할 때도 '여당 내 야당'이라 해 항상 바른 소리를 해 왔고 지금도 그렇게 해 오고 있어요. 내 자신이 어느새 칠순이 되고 국회의장을 두 번 했지만 그저 내 소신대로 국민 편에 서서 바른 말을 쭉 하다 보니 이렇게 된 거지 전혀 권력에 영합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나를 모르는 사람들은 어쩌면 저렇게 됐을까 하는 얘기를 하는데 내가 그렇게 올바르게 했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정치생명이 있는 것이지 권력에 타협하고 아부했으면 벌써 장관 한 두 번하고 3공 때 그만 뒀을 겁니다.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6. 최근 민주당 의원 3명의 '자민련 이적'에 대해 논란이 많습니다. 여권은 '바람직하진 않지만 불가피한 일'이라 하고, 한나라당은 '의회주의 파괴'로 규정, 강력 반발하고 있는데 결국 국회 운영의 주도권 확보 차원 같은데 의장님께선 어떻게 보시는지요?






솔직히 얘기하면 떳떳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 않죠. 궁여지책으로 그런 일이 생긴 거 같은데 내가 볼 때는 지금 민주당 세 분이 자민련에 가서 교섭단체가 되더라도 여야 국회의석 분포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어요. 여권과 야권을 보면 의석 분포에는 변함이 없으니까 국회는 제1당인 한나라당을 국정 파트너로 삼아서 함께 국정을 논의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함께 국회를 운영하도록 해야 합니다.

3. 7. 지금 여권에서는 '이미 강은 건넜다, 국정 쇄신책은 지났고 이제는 정말 나라를, 국민을 보고 해나갈' 거라며 강력한 정부, 힘에 의한 정치를 시사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여당의 표현이 잘못 된 거로 생각하는데 여당이 갈 길은 너무 숫자에만 집착하지 말고 비록 수가 적더라도 진실로 국민의 편에 서서, 국민을 위해 올바른 정치를 하면 국민이 뒷받침을 할겁니다. 그렇게 되면 야당도 반대를 못 하겠지요. 그러니까 자꾸 숫자만을 생각지 말고 지금 얘기한 것처럼 여당이 진실로 국민을 생각하고 정치를 하면 야당도 그것을 반대할 명분이 없어집니다. 그러니 여당이 수에 얽매이지 않고 '올바른 정치, 국민과 함께 가는 정치,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 가면 야당도 정면으로 반대하지 못할 겁니다. 문제는 국민의 지지만 받으면 된다는 소신을 가지고 해야 하고 야당도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 발목을 잡는다, 발목을 잡아서 경제 불안의 요인이 야당에 있다' 하는 오해를 안 받도록 좀 폭을 넓혀 정치를 하는 것이 좋겠다 생각합니다.




8. 국정쇄신책이 언론에서 보도할 때 많은 언론들이 '대통령 당적 이탈과 거국내각'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노태우 전 대통령이 거국내각을 말한 것은 대통령 선거 당시에 선거 내각으로서의 거국내각이라 생각하고 거국내각 문제, 당적 이탈 문제는 대통령이 알아서 할 문제이지 옆에서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대통령중심제에서는 내각책임제와 달라 모든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기 때문에 여당 총재로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일을 해야겠다는 점은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거국내각이라는 이야기보다는 개각할 때 거국이든 아니든 '국민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사람, 양심적인 사람, 국민이 아! 저 사람 같으면... 하는 객관적 평가'가 있는 이런 사람을 여야든, 재야든 모셔서 믿음직스런, 또 국민이 믿을 수 있는 조각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생각합니다.




9. 일찍이 3김 청산을 주장하셔서 상당히 힘든 정치일정을 보내셨는데 일각에서는 3김 정치와 그렇지 않는 부분이 첨예하게 대립할 것이라는 예측을 많이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요즘 신문을 보면 자꾸 3김 얘기가 나오는데 국민들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한 번 생각해 봐야 합니다. 3김 중 김대중 대통령이 대통령을 하고 있는데 임기 동안 정말 훌륭한 업적을 남기고 이 경제 난국을 극복해서 우리가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는 기초를 닦도록 모두가 도와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각합니다. 다만 3김이 남북 화해, 경제난국 극복, 이 나라를 선진국으로 진입시키는 문제, 서민과 중산층을 기초로 하는 생산적 복지국가를 건설하는 문제들을 앞장서서 해야 할 것이고 나머지 분들은 그 분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나라를 위해서 옆에서 도와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또 3김만이 정치를 하고 나머지는 정치를 할 수 없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은 3김이 원하는 것도 아니고, 국민도 원하지 않을 걸로 생각합니다.

4. 10. 정치 대선배로서 야당 총재인 이회창 총재에게 조언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지금 이회창 총재는 모든 면에서 자기가 나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할 텐데 부족한 사람이 뭐라 할 수는 없고, 다만 정치선배로서 보면 정치라는 게 때로는 이보 전진을 위해 일보 후퇴할 때도 있고, 또 때로는 강하게 나가다 유화정책을 쓸 때도 있는 즉, 정치라는 것이 강온 양면을 조화시키고, 사고의 폭도 넓히고 하는 점이 좀 아쉽지 않느냐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 분이 나보다 더 훌륭한데 내가 뭐라 얘기할 수 있겠습니까?




나는 가끔 내가 정치를 40년 가까이 하고, 국회의장을 두 번이나 했지만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못난 사람이고 내가 제일 어리석은 사람이다, 내가 제일 머리가 나쁘구나, 이런 걸 지금도 느낄 때가 있고 반성을 하면서 정치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11. 지난 8월 '남북국회회담' 추진을 밝히셨는데 지금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내가 이북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하고 김영남 상임의장께 연하장을 보냈습니다. 물론 서열을 보면 김영남 위원장이 두 번째 서열이고 최태복 의장은 아래이지만 어쨌든 국회의장은 우리나라에 비유할 때 최태복 의장이고 상임위원장은 그 안에 15명으로 구성되어 모든 권한을 위임받아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최태복 의장이 지난 번 자카르타에서 열린 IPU 총회에서 우리나라 대표들한테 4월 쿠바 아바나에서 IPU 총회가 열릴 때 이만섭 의장을 만나게 될 것이라는 얘기를 했다는데 그때 또 만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난 결코 서두르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들이 너무 서둔다 하는데 국회까지 서둘 필요는 없어요. 그러나 우리가 투자촉진법이라든가, 이중과세방지법 등 법적으로 뒷받침해야 할 일은 어차피 국회에서 해야 하고 남북 정당이 초당적으로 해야 하니까 남북 회담을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12. 최근 입법부 위상 독립을 위해 행정부의 국회 수석전문위원 파견 관행을 깨고 내부승진을 원칙으로 한다고 밝히셨는데 그 의의는 무엇입니까?




지금 우리 국회도 입법고시가 있어 아주 우수하고 유능한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있어요. 과거 어떻게 된 일인지 행정부에서 파견돼 가지고 전문위원으로 일하고 계신 분들이 6개 상임위원회에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앞으로 행정부에서 와서 일하다 임기가 돼 가면 우리 국회 내에서 그 일을 맡아서 하도록 원칙을 세웠습니다.




행정부에서 파견돼 나와 일하면 심사 보고나 무슨 일을 할 때 아무래도 정부 입장을 자꾸 생각하게 되는데 앞으로는 유능한 인재들이 국회에 많이 있으니까 우리 국회에서 맡아서 할겁니다.

5. 13. 지금 의장님께서는 당리당략에 얽매이지 않는 소신정치, 이 시대 정치계의 어른으로서 전국민의 기대가 크다고 봅니다. 아직 정치에 대해 엄청난 불신을 가지고 있는 우리 네티즌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금 국회, 정치인들이 국민들한테 불신을 받고 미움을 받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 책임이 모두 정치인들에게 있다는 것을 알고 제 자신부터 죄송한 마음 금할 길이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 16대 국회만 봐도 가슴이 뜨겁고 정의감 있고 올바른 일을 위해서 주장할 줄 아는 젊은 국회의원들이 많이 있으므로 이 분들이 앞으로 나라를 위해 올바른 일을 할 수 있도록 무조건 모두 미워하지 말고 잘 하는 사람을 격려도 해주고, 또 '국회' 하면 무조건 질이 나쁜 사람들의 집단, 무슨 사기꾼 집단처럼 생각하지 말고 여기에도 올바른 사람, 깨끗한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잘 하는 건 잘 한다 격려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인터뷰어: 김능구 (e윈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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