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1.e윈컴 '열려라 정치'에서 새해 첫달 1위를 차지하시고, '하늘사랑'에서도 올해 주목받는 정치인으로 김대중 대통령과 한나라당 이총재에 이어 3위를 차지 했습니다.
과분한 평가로 생각하고 어떻게 보면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의 반영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도 정치에 몸담은 지 6년째 되어가지만 아직은 저를 프로정치인이라기보다는 아마추어로 봐 주시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어쨌든 우리 국민이 현실정치에 대한 변화를 목마르게 갈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변화 갈증이 심하다고 보고 이 변화를 이끌어낼 원동력은 네티즌들한테서 나와야 하며 그런 정치 변혁의 힘으로서 네티즌의 힘이 원동력이 될 거로 생각합니다.
2. 연말 국정쇄신 과정에서 권노갑 최고위원 '2선 퇴진' 주장 속에서 우리 정치의 희망을 볼 수 있는 '소신의 정치인'으로 네티즌들한테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조직의 '내부문제 제기'에 대해 역작용도 있었다는 언론보도도 있었는데 지금 어떻습니까?
인간적으로나 개인적으로는 대단히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인간적인 만남이 있게 되면 위로와 사과를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공과 사는 구분되어야 합니다. 작년 연말부터 계속되고 있는 위기의식 뿌리에 경제문제뿐만 아니라 더 근본적인 신뢰의 위기가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뢰의 위기' 이것은 대단히 위험한 것으로 생각하고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문제점을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3. 정치권 일각에서는 시스템은 어느 정도 갖춰졌으나 내용적인 면에서 국정쇄신은 미흡하다는 지적도 많은데 어떻습니까?
더디지만 가고 있다 생각합니다. 작년 연말 국민들한테 '장래에 대한 희망이 있느냐'는 여론 조사에서 18%만이 그렇다고 응답해 절망적인 상황이었습니다. 1월 중순에 실시한 조사에서는 32%로 올라갔는데 아직 많은 국민들이 어둡다고 보지만 최악의 상황은 벗어나고 있는 것 아니냐 하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지금 가고 있는 방향은 옳다고 믿습니다.
2. 4. 청와대와 당 지도부는 국가보안법 개정을 김정일 답방 이후로 연기할 방침이어서 여야 소장파 의원들은 연대를 통해 국가보안법 개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최고위원께서는 어떻게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국가보안법 개정 문제는 3년을 끌어온 문제로 저희가 야당 때부터 줄곧 주장해 왔지만 소수였기 때문에 힘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여당이 되고 나서도 그 동안 시간을 천연시켜 왔습니다. 특히 작년 6월 정상회담 이후 전 국민의 90% 이상이 국가보안법을 바꿔야 한다는 데 동의했는데도 작년 정기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데 대해 여당 일원으로 또 국회의원 한 사람으로서 대단히 자책감을 느낍니다. 3년을 끌어왔는데 한두 달이나 서너 달 그런 시기 문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보고 문제는 우리 정치의 악습입니다만 어떤 문제를 연기하게 되면 그 시점까지 두 손놓고 가만있다가 그 시기가 임박하면 부산을 떠는 못된 관습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본격적인 논의를 계속 늦추지 말고 끌고 가서 갈등을 줄이고 합의를 넓히는 그런 과정'이라면 서너 달 늦어져도 문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5. 김중권 대표 인터뷰 때 설득해야 할 대상이 많고 법이란 온 국민의 동의에서 이뤄져야 바람직하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국가보안법에 대해 입장을 달리하는 그 부분이 설득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저는 궁극적으로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부정적인 태도를 갖는 6·25참전군인이나 희생자 가족 등 많은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저는 작년 16대 국회 개원 본회의 대정부 질문을 통해 이것을 'milestone식(이정표식)'으로 개정하자고 제안한 바가 있고 지금 그 과정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목표는 폐지지만 당장 폐지하면 부작용이 있고 또 존치하는 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반국가단체 수괴로 규정되어 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대한민국 국군통수권자가 만나서 대화하는 마당에 현존하는 국가보안법 조항은 사문화된 조항이 많습니다. 이것을 현실에 맞게 반국가단체 규정, 찬양고무죄 등 일부 조항에 대해 손질을 하고 국민적 공감대가 더 넓어지고 남북간 전쟁 위험이 사라지고 평화가 정착되면 그때 가서 폐지하는 방식에 절대 다수 국민이 동의한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내부 통합문제인데 즉, 냉전은 전 세계가 같이 시작했는데 지금 시점에서 동서남북 좌우를 돌아보면 냉전은 이미 한참 전에 끝났고 우리만 지체되어 있고 냉전의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하루빨리 탈냉전의 세계사 조류에 합류하는 것이 이 시대 가장 시급한 책무라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가능하면 내부적 갈등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왜냐면 우리 남북대치 현실 속에서 하루빨리 탈냉전구도,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하는 데 내부의 분열된 목소리는 시간을 늦추는 요소가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6. 오늘부터 중앙언론사 세무조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일부에서는 언론개혁을 위한 시도라 하고 야당에서는 언론 목조르기다, 국세청에서는 정기적인 세무조사일 따름이다, 노무현 장관은 '언론과의 전쟁'이란 발언을 하셨는데, 언론 개혁의 신호탄이라는 중앙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해 한 말씀..
언론사이기 때문에 세무조사 대상에서 예외가 된다는 논리에는 반대합니다.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는 법 규정을 위반하고 있습니다. 사실 5년에 한 번 법인에 대한 정기조사가 실시하도록 되어 있는데 98년 99년 만기가 도래한 언론사에 대해 이미 개별적인 세무조사가 착수됐어야 하는데 그것을 미뤘다가 한꺼번에 하기 때문에 이런 반발과 부작용이 생긴다고 봅니다. '언론과의 전쟁'이란 말은 좀 살벌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3. 7. 지난 최고위원 경선에서 '40대 기수론'을 주장하며 당을 바꿔야 한다며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습니다. 40대 기수론을 다음 리더십으로까지 확대해보실 생각은 없으신지...
문화의 변화나 경제적 변화들은 속도가 빠른데 유독 정치만 늦습니다. 16대 국회의원 273명 중 연령별로 보면 밑에서 40번쯤 됩니다. 제가 만으로 48세입니다만 사회 어느 분야에 가도 중간층 위에 있을 텐데 유독 정치분야에서는 시니어 그룹이 230명이 넘어 지나치게 젊은층이 과소 대표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생물학적 연령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젊은 대표자가 많으면 사고가 좀더 유연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정치도 젊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개인 신상문제와 관련해서는 늘 한국 정치가 혁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대로는 아닙니다. 이대로는 국가의 내일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제가 작은 역할이나마 하고자 합니다. 정치적으로 보면 제가 정치에 참여할 때 최고선은 정치를 바꾸는 거였습니다. 2001년 2월의 시점에서 야당에게 다시 정권이 넘어가는 것은 역사의 퇴보적 성격이 짙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불충분하고 미흡하지만 개혁세력을 보강해서 민주당 정권이 계승되어야 한다 생각하고 제 몸을 던져서 밀알이 되겠다는 것이 제 입장입니다.
8. 아직까지 3김정치 청산이 정치 아젠다 하나로 계속 자리잡고 있는데 60년대 말 양김은 구정치를 혁신적으로 파괴하면서 40대 기수론으로써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오히려 당시 양김만큼 용기 있는 정치인이 과연 있느냐에 대한 비판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3김 정치 문제는 2003년 2월 25일 김대중 대통령이 퇴임하면 일단락 된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설계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한국 정치는 미래지향적인 데에서 좀 부족하고 지나치게 과거에 함몰돼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1월 달 미국 부시대통령 취임식 때 갔다가 'Heritage 재단(민간정책연구소)'에 가 책 몇 권을 받고 얘기를 나누며 놀란 것은 백악관에 들어가기 전 완벽한 설계도가 작성돼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The Keys Toward Successful Presidency'라는 소책자를 넘기면서 보니까 '성공적인 대통령이 되는 길'이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완벽한 준비'라고 되어 있는데, 들어가서 시행해야 할 갖가지 분야의 정책과 이것을 뒷받침하는 예산안까지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우리도 내년 말이면 차기 대선이 다가옵니다만 국가경영전략 즉, 미래에 대한 설계도를 갖고 경쟁하는 이런 선거가 돼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 국민들이 보는 초점도 거기에 맞춰져야 합니다. 3김 청산이란 화두는 결코 생산적이지 못합니다. 과연 이 나라 정치·사회·문화·경제·교육의 2010년 모습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 가에 대한 아젠다를 제시하고 적극적인 토론과 검증을 하는 과정, 이것이 내년 대선 과정이 돼야 합니다.
9. 우리 국민들은 아젠다와 정책보다는 인물면에 더 치중하는 현상이 있었습니다. 차기 대통령은 어떤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지금 우리가 당면한 문제는 두 가지입니다. 늘 강조합니다만 '역사의식과 미래의식'입니다. 우리가 처한 현실 속에서 그것은 탈냉전입니다. 이것 없이 세계사 궤도에서 일탈한 한민족이 어떻게 세계사 중심에 진입할 수 있겠습니까? 빨리 궤도에 복귀해야 하고 합류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내년 선거 과정은 어떤 구체적인 정책과 철학을 가지고 탈냉전을 실현할 수 있겠느냐, 이것을 추동할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아젠다로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의 비전은 디지털화 비전입니다. 흔히 하는 얘깁니다만 우리는 서구 산업화에 비해 200년, 일본에 비해 100년 뒤쳐졌습니다. 그것이 고난의 20세기 역사를 만드는 원인입니다. 지난 연말 타임즈 커버 스토리에 「인터넷으로 네트워킹 되고 있는 코리아」라는 특집을 인상깊게 봤습니다만 21세기는 다행스럽게 우리에게 기회입니다. 우리가 정부, 기업을 디지털화하고 각종 사회제도를 지식정보화 함으로써 생산성·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핵심 비전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는 이것을 민간부문에서 밀고 왔다고 보는데 이제는 정치권이 최선두에 설 때라고 봅니다.
4. 10. 최고위원님께서 지난 국정감사에서 '전자정부'나 '디지털콘텐츠'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여러 문제를 제기하셨던 걸로 아는데..
지난 100년 동안 이웃 일본에 대해 '이것만은 일본보다 낫다'고 얘기하는 분야가 있었는지 한번 돌이켜 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산업분야에서... 100년만에 일본이 최초로 자인하는 현상이 바로 인터넷 분야입니다. 바로 여기에 상대적인 경쟁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완전하게 검증되진 않았지만 '신경제효과' 이것이 구조조정에서 완전히 탈출하고 우리 경제에 새로운 비전을 열어줄 수 있는 기회의 열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부터 앞장서야 합니다. 그것이 전자정부입니다.
저는 핀란드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합니다. 92-93년 핀란드 국가 경쟁력은 한국과 비슷한 카테고리였습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nternational Management Development, IMD) 보고서에 보면 공업국가 가운데 한국이 28등, 핀란드가 26등이었는데, 7-8 년 사이에 38등으로 미끄러졌고 핀란드는 23계단을 뛰어올라 세계 3위 초일류 경쟁력을 가진 나라가 됐습니다. 국제 투명성 지수를 보면 세계에서 가장 투명한 나라가 핀란드이고 그 다음이 싱가포르입니다. 정보화 경쟁력 1등 국이 핀란드로 되어 있습니다. 무엇이 핀란드를 저렇게 밀어 올렸는가?
저는 다음 주에 핀란드를 직접 가보고자 합니다. 정부개혁을 어떻게 밀고 갔고 전자정부를 어떻게 실현했으며 노키야라는 재벌이 어떻게 구조조정을 해서 세계 최고의 IT 기업이 됐는지를 직접 보고 경험담을 배우려 합니다. '전자정부 구현' 이것은 우리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11. 김대통령의 창당 기념식 치사 중 '이기주의자에 대한 경고' 발언, 김대표의 '정치적 개인주의 경고', 남궁진 정무수석의 '지게론과 밥상론'으로 차기 대권후보 논의를 억제하되 차기 후보군이 당에 헌신하라는 DJ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했다는 게 일반적인 정가의 정평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당 쇄신과 변화, 신뢰의 회복 이것이 당을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위해서 헌신할 뿐입니다.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범주에 정동영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12. 설 민심은 정쟁을 중단하라는 것입니다. 이에 김대표는 '국회 무파행 선언'을 제안했고, 이총재는 '민생-정치 투쟁 분리 ' 방침을 천명해서 여야가 오랜만에 다시 국회를 열었습니다. 여야가 대화로 정국을 풀어 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까?
대화로 풀 수 있는 것은 끊임없이 대화해야 합니다. 하지만 원칙을 지켜야 할 것은 대화가 안 되더라도 지켜야 합니다. 안기부 예산횡령사건 같은 것은 대화로 미봉하거나 타협할 성질의 것은 아닙니다. 법대로 하면 될 일입니다. 문제는 언론이 오도하고 있다고 보는데 정치가 싸움질한다, 대화를 하지 않는다 하는 것이 정치의 본질인 것처럼 우리 국민들한테 오도되고 있습니다. 제가 이해하기로 본질은 우리 정치가 겉돌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생산성이 전혀 없습니다. 작년 일년 동안 미국 하원은 10만 건의 안건을 처리했고 영국 하원도 16만 건의 서면 질문 답변, 구두 질의응답을 한 기록을 봤습니다. 한국 국회가 통상 400여 건의 안건을 처리합니다. 나라는 작지만 있을 건 다 있고 있을 문제는 다 있습니다. 우리는 거대담론, 뼈대에 관해서만 논의할 뿐 직접적인 국민 삶의 질, 고통과 관련된 문제와는 겉돌고 있습니다. 이것을 혁신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대단히 중요한 문젠데 이 부분에 대해서 여야가 초점을 맞추지 않는 것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젊은 의원들과 또 개혁적인 선후배 의원들과 함께 국회를 바꾸기 위한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5. 13. '안기부자금' 문제는 여야간 계속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데 자금 성격이 예산이냐, 정치자금이냐, 만약 정치자금이라면 문제 출발 자체가 틀리지 않았느냐 하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있는데...
진실은 사법 기관이 쥐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검찰이 발표한 것을 보면 분명히 안기부 예산입니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정부가 편성한 예산에 의해서 국회가 의결 동의한 안기부에 배정된 예산 일부를 잘라먹은 겁니다. 이것을 양비론으로 호도한 것은 대단히 죄를 저지른 일입니다. 만일 미국 CIA나 영국 MI5 국가 정보기관 예산을 잘라 당시 여당이 선거자금으로 뿌렸다고 생각하면 국민이 어떻게 행동하겠습니까? 이 문제와 관련해서 한국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까? 이것이 바로 우리 정치의 원시성과 후진성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여론도 본질에 천착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이 핵심입니까? 우리 국민은 똑똑합니다. 알 건 다 안다고 생각합니다. 진실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문제는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정치 발전, 정치 문화 개선을 위해서 본질은 본질대로 정확하게 따지고 규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4. 경제학 공부를 하기 위해 방송통신대에 편입하셨는데, 최근 경제가 연말보다 상당히 호전돼 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아직은 마음놓을 때가 아니라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경제에 대해 한 말씀...
저도 동감입니다. 지금 주식 시장이 약간 살아난다던가 실물경제, 금융이 좀 돌고 있다든지 하는 것이 뼈아픈 구조조정 작업 결과, 개혁의 결과로서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합니다만 아직 개혁과 구조조정이 불철저하다는 점에서 대단히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서 있습니다. 말은 쉽지만 구조조정은 뼈를 깎는 겁니다. 살을 베 내는 겁니다. 피가 흐릅니다. 고통이 따르는 겁니다. 실직자의 아픔을 실직자가 아닌 사람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쉽게, 쉬운 말로 구조조정을 얘기하기가 두렵습니다만 이 과정 없이 투명해질 수 없고 또 투명해지지 않고는 신뢰를 얻을 수 없고 우리가 다시 일어설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인데 80년대까지 유효했다 할 수 있는 자원의 집중, 재벌 경영,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 경제관치금융에서 탈각하는 과정, 이것이 국민의 정부 3년의 과정인데 어느 정도 불철저한 점이 있었다는 것을 자인하고 반성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얻는 교훈은 아프지만 계속 가야 하고, 구조조정 개혁을 통해서 투명화 작업을 더 밀고 가야만 합니다. 그것만이 해법이며, 따라서 오늘 주식시장이 얼마나 올랐고 떨어진 것에 대해 일희일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15. 정부가 현대건설에 8400억을 지원키로 했고, 현대전자에도 구제금융 지원을 결정했습니다. 이러한 정부 결정에 특혜시비 및 구조조정 포기라는 비판이 일고 있고, 외국투자자의 시각도 별로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은 어쩔 수 없는 것입니까?
그런 비판과 지적에 대해 일정 부분 동의합니다. 저는 원칙은 될수록 예외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원칙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말하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즉 한국 경제의 덩치나 품질로 봐서 과연 현대전자나 현대건설을 부도 처리하고 한국 경제가 건강하게 회생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에 대한 정부 당국의 판단을 존중합니다.
16. 최고위원님의 홈페이지를 보면 네티즌에게 정치적 꿈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정치불신이 큰 네티즌에게 희망적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우리에게 희망이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시점에서 우리는 많은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것은 도전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어떻게 응전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충분히 극복할 역량을 갖고 있다고 봅니다. 왜냐면 지난 20세기 100년의 고단했던 파란곡절 속에서 우리는 위대한 성취를 해 왔습니다. 민주주의 전진과 물질적인 토대인 경제적인 성과물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세계적으로 둘러볼 때 과연 어떤 민족 어떤 나라가 이만큼의 성장을 이처럼 짧은 시간에 이처럼 열악한 조건 속에서 만들어 냈는가... 우리에게 지금 단기적으로 부닥친 문제들은 본질적인 문제들이 아닙니다. 기술적인 문제들이고 지엽적인 문제이고 우리가 힘을 모으기만 하면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한 차원 더 나아가서 이제 2단계 비전 즉, 20세기 후반에 우리도 한번 살아보자, 먹고사는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 보자 하는 것이 국민적 이슈, 국민적 비전이었다고 하면 이제는 뭔가 보람을 얻을 수 있는 세상, 보람을 누리면서 사는 인간다운 세상을 만들어 보자 이런 것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것을 위한 2차 비전에 4천 7백만, 아니 더 넓게는 7천만이 같은 시선에서 바라보는 통합된 목표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이것이 정치권이 해야할 책무이자 리더십이 제시해야 할 비전이라 여기고 이것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줄 수 있는 에너지가 젊은 세력에게 있다고 봅니다. 이 땅의 암울한 권위주의 정권 아래에서 민중이 신음하고 있을 때 이 나라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해 헌신했던 그 힘이 젊은 힘이었습니다. 또 이만큼 경제적 성취를 한 것도 결국 젊은이들의 희생과 헌신이 밑거름이 됐습니다. 다른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만 목마르게 갈망하는 정치적 변화는 네티즌의 참여, 젊은층의 참여 폭발을 통해서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봅니다. 정치만 바꾸면 희망이 있습니다. 네티즌 자신의 가슴속에 희망이 있다고 봅니다.
가끔 e윈컴을 봅니다만 네티즌들의 정치적 의사 표현이나 여론 수렴을 위해 좋은 기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칼럼들도 많이 읽습니다. e윈컴에서 저에게 좋은 기회를 줘서 고맙습니다. 네티즌 여러분 끊임없이 지켜봐 주시고 비판해 주십시오. 빗나가지 않도록 여러분의 기대를 늘 뇌리에, 가슴속에 새기면서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정동영 최고위원 홈페이지
인터뷰어: 김능구 (e윈컴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