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고문은 '개혁 정체성' 강조와 '先 민주세력 단결론'을 주장하며, JP와의 화해를 시도하고 있는 김근태최고를 비판하고, 이인제최고에게는 정치적 소신의 문제를 지적하며 차별화를 시도하였다.

1. 1. 정치인 출신으로 입각한 장관들의 전문성 부족을 많이 지적하고 있습니다. 해양수산부 업무를 성공적으로 추진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이러한 지적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장관이 전문성이 있으면 좋은 일이겠지만 장관의 직무란 것이 꼭 전문분야에 국한된 일이 아니고, 여러 상황을 종합하고 조정해서 결론을 내고 추진해 나가는 일이거든요. 가장 큰 일이 사람을 움직이는 일이라고 봐야 하는데, 사람을 움직이는 전문 직업인이라 생각하면 정치인이 적합한 면이 훨씬 많다고 생각합니다.







2. 성공하신 사례를 구체적으로 들어주십시오.





하나하나 예를 들어 짧게 얘기하기는 쉽지 않고 '뭘 했다' 이렇게 얘길 한다면, 수협의 공적자금 투입, 구조조정 문제, 항만문제를 전면적으로 재수정하고, 예산확보를 위한 준비를 갖추고, 수산업 부분에 있어서 완전히 자율관리어업이라는 기본 토대를 만들었다든지... 이렇게 얘기하면 많이 할 수 있지만 전체 공무원들한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것이 제일 큰 게 아닌가 합니다.




3. 고문님이 장관으로 들어가시기 전에 어업협정에 대해 말들이 많았는데, 들어가셔서 보니까 어떻습니까?





어업협정은 크게 두 가지로 봐야 하는데 협정의 큰 틀이 있고, 그 큰 틀 안에서 입어(入漁)조건이라 해서 입어협상이 있습니다. 어떤 배가 얼마만큼, 어떤 방법으로 고기를 잡느냐 하는 부분이 있는데, 입어협상의 구체적인 내용은 평가할 겨를이 없었고, 큰 틀로 봐서는 한일협정의 경우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단지 그 당시 어업협정에 대한 평가가 잘못 전달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최근 한중어업협정이 마무리 됐는데 그것을 잘한 일이라 자랑하지 않는 것은, 제가 잘한 것이 아니고 우리 공무원들이 잘해서 한중협정은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한중협정과 한일어업협정이 다른 점은, 한중어업협정은 사전에 어민들과 조율을 거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전·사후에 홍보를 완벽하게 했다는 것이죠. 한일어업협정은 사전 조율이 부족했고, 또 홍보가 아주 부족했기 때문에 거의 일방적으로 매도당한 것이라고 저는 평가합니다.




4. 고문께서는 공개적으로 "장관직을 1년간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지만, 1년을 못 채우고 교체되셨는데,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장관이 자기 임기를 얘기하는 것은 우스운 얘긴데 제가 무슨 얘기든지 솔직하게 얘기하는 편입니다. 작년 8월 7일에 장관이 됐는데 '차기 대선에 뜻을 가지고 있으니까 오래 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면 언제가 좋을 것인가' 생각해 보니 정기국회 하는 가운데 장관직을 인수·인계한다는 것이 적절치 않거든요. 그러면 정기국회 국정감사 하기 전에 장관직을 물려줘야 한다는 계산인데, 그렇게 되면 결국 제가 들어갔던 8월 7일경이 알맞은 시기가 된 것이죠. 그런 것을 얘기해 결국 일년이 된 셈인데 결과적으로 '일년 있다가 그만둘 사람이니까 이번 개각 때 자리를 원하는 사람도 많으니 그만 두라' 이렇게 된 거 아닌가 싶습니다.




5. 특별한 정치적 행보가 없는데도 차기 대선 주자로서 지지도가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집권 여당의 대선 후보 2강으로 꼽히고 있는데, 국민들의 시대적 요구가 뭐라고 보십니까?





제가 말하기가 민망스럽습니다. 저로서는 열심히 했고 구태의연하게는 하지 않았다는 것과, 뭔가 국민들이 원하는 방향에 따라 어려움이 있더라도 새로운 정치를 해보려고 노력했다 생각합니다. 보통 그런 것은 평가받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들을 했지만 다행히 국민들이 평가해 주신 거 아닌가 해서 고맙게 생각합니다.




6. 최근 기자들과 만나 "민주세력이 분열하면 안 된다면서 분열을 막기 위해 '희생'도 감수하겠다"는 말에, 김근태 최고위원도 같은 의미의 말을 해 요즘 보기 드문 '양보의 미덕'이라고 신선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고, 저희 사이트에도 뉴욕 변호사가 '우리 정치에 희망을 걸 수 있을 것 같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선 주자가 지금 시기에 할 말은 아니라는 지적도 많은데, 어떻습니까?





중요한 것은 지금 그 말을 하느냐 안 하느냐 보다는 그것이 진심인지 아닌지가 중요하고, 지금 진심이더라도 앞으로 그런 상황이 됐을 때 그것을 지켜내려는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 아닐까요? 그 말을 누군가 듣고 칭찬해 달라고 한 얘기는 아니고, 그야말로 그 당시 운동도 함께 하고 소주한 잔 하는 자리여서 '기자라는 신분을 떠나서 좀 편안하게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해 얘기해달라' 해서 그런 얘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그 동안 여러 분야에서 분열로 인해 그 세력이 자기 뜻을 이루지 못하고 좌절됐던 아픈 과거를 얘기하면서, 우리 이제 '함께 일했었고, 같은 방향의 목표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자리 욕심 때문에 분열해서 판을 깨고 국민들한테 실망을 안겨주는 그런 일은 하지 말자'라는 뜻으로,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또 기자들도 젊은 사람들한테 이런 얘기를 하면서 '우리 미래에 대한 희망을 함께 갖자,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 이렇게 얘길 했던 것이 보도가 되어버렸습니다.




저는 보도가 됐다, 안 됐다, 시기가 어떻다 하는 것보다는 그것이 진심이냐 아니냐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 봅니다. 그 말을 해서 한 건 하려 했던 것은 아니다라는 것은, 오히려 비보도(非報道)를 전제로 한다는 것으로 증명되지 않았는지... 앞으로 그런 진지한 자세로 정치하겠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7. 이 당시 차차기는 '정동영·김민석 의원'이 해야 한다고 말씀했는데, 네티즌들은 이 말은 할 필요가 없지 않았느냐 하는데...





그렇죠. 여러 가지 얘기 중에 생략되기 때문에 그런 비판을 하는 것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 그 얘기를 하게 됐냐면, '이 다음에 안 되더라도 그 다음에는 되지 않겠느냐' 하고, 그 분들이 저한테 격려겸 자기들 생각을 얘기했어요. 그런데 제 생각은 제가 대선 주자로서 가치가 있다면, 그것은 이번 시기에 우리 정치가 해내야 될 가장 중차대한 과제가 지역통합·국민통합이기 때문에 ,제가 높은 가치가 있는 것이지, 그 다음에 가면 또 다른 가치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내가 한 자리를 하기 위한 것이라면 이번에도 해보고 안 되면 다음에 또 하지만, 내가 가장 바라는 것은 지금 동서통합의 계기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데, 그 동안 정치를 하다보니 어쨌든 "호남사람들과 더불어 정치를 했고 영남 출신으로 영남에도 상당한 지지기반을 가지고 있으니까 이런 밑천을 가지고 동서통합을 해보자는 것이, 이번에 제가 주자가 되려고 하는 뜻"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차차기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그런 좋은 사람들도 있지 않느냐, 정동영·김민석 말고도 차차기에 큰 일을 맡을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두 분밖에 거명하지 못한 것이 오히려 다른 분들한테 미안하죠.




8. 지난 연말 김중권 대표 임명과 관련해 '기회주의자'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고, 한편으로는 이미지 차별화와 지지도 상승을 가져왔는데,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반복해서 얘기하면 또 보도가 되고 하는 것이 조직 안에 함께 있는 사람들한테 끊임없이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한 제 견해는 다시 제3, 제4 반복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저는 지금 김중권 대표와 함께 당 일을 하고 있고 관계를 원만하게 가져가고 있습니다. 의도된, 계산해서 얘기한 경우가 아닐 때는 생각의 일단이 비쳐 나오게 마련인데, 사람은 한가지 사물에 대해 여러 생각들을 가지게 됩니다. 그 여러 가지 생각들을 종합해서 행동의 기초로 하게 되는데, 여러 생각중의 하나로 그런 생각도 있고, 한편 지금 이 시기가 서로 협력해서 국민들한테도 부담 안 주고 조직도 잘 해 나가는 것이 필요한 시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9. '언론과의 전쟁 불사' 발언으로 선명성을 부각시키는 한편, '김심'을 대변한 것으로 많은 호응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입니까? 청와대에서도 호의적으로 반응했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얘기가 좀 그렇습니다. 저도 그냥 그런 얘기를 들었는데, 그 당시는 소극적으로 "저도 그런 얘기를 들은 거 같기는 하다" 이런 식으로 대답했어요. 그 대답은 솔직히 말씀드려 부주의했죠. 제가 확인한 일이 아닌 것을 가지고 그 당시에 제가 장관직을 그만둔 직후라서 '혹시 찍혀서 밀려나왔다'라는 그런 시각으로 보는 사람이 있지나 않을까 하는 부담감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무의식적으로 "나도 그런 소리를 좀 들은거 같기도 합니다"라는 식으로 가볍게 답했던 것이 자칫 경박스럽게 칭찬 받은 것을 자랑하는 셈이 되고, 또는 그런 사실이 있었던 것을 확인해준 것처럼 돼서 청와대도 좀 입장이 난처하게 됐던 것 아닌가 싶은데요.

2. 10. '양보' 고려 발언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면 고문님은 도덕성을 부각시키는 한편, 오히려 김근태 최고위원을 압박했다는 해석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모든 사람의 말과 행동에 대해서는 좋거나 나쁘게 각색해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있는 그대로만 봐 주셨으면 좋겠고, 그 당시 제가 무슨 보도를 전제로 해서, 또는 보도될 것이라는 그런 상황을 전제로 해서 한 얘기는 아닙니다.평소에 가지고 있었지만 말하지 않았던 생각이 그때 얘기된 것으로 진실성을 담보해서 들을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11. 그간 '기회주의자' 발언, '언론과의 전쟁 불사' 발언, '양보' 발언 등이 고도의 언론대책이라는 의견도 있고, 한편으로는 차기 지도자로서 '신중하지 못한 행동'이 아니냐, '대통령감'의 모습은 아니지 않느냐 하는 견해가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모든 사람이 계산해서 발언하니까 고도로 계산된 발언이라 해서 원칙적으로 나쁠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위의 이런 얘기들은 보도되지 않을 상황에서 털어놨던 것이 보도됨으로써 처음에는 당황스럽게 생각했던 얘기들입니다. 그러니까 계산된 발언일 수는 없고, 이런 문제에 있어서 가볍다고 생각한다면 좀 나눠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기자들도 사람인데 기자라 해서 자연스러운, 사적인 관계가 없을 수는 없는 거죠. 사람이고 보면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때도 있고, 어느 경우에는 논쟁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기자들과의 사이에서는 '사적인 얘기는 없구나' 하고 제가 조심하면 됩니다. 물론 차기 주자니 하는 수준으로 비중이 없을 때는 사실 많은 사적인 발언이 있었는데, 상황이 달라진 것을 그때까지는 미처 대비하지 못했던 것이라 보시면 되겠고, 중요한 것은 이런 말들이 보도됐다 해서 사람을 가볍다 이렇게 평가하지 말고 한 인간이 자기 행동을 결정함에 있어서 거기에 얼마만큼 무게를 실었느냐 일겁니다.




예를 들면 정치를 해 오면서 3당 통합 때 가지 않은 그 하나의 행위에는 제 인생의 전 무게가 걸려있습니다. 그 뒤 야당통합 하고 김대중 대통령과 당을 함께 하면서 부산에 출마한 것은 그야말로 또 다른 도전이고, 저로서는 엄청난 어려운 일이고, 부산시장 도전이나 국민회의 창당 때 또다시 '이것은 분열입니다'며 따라가지 않았던 행위, 중요한 고비마다 저는 제 신념에 따라 스스로 정치 생명을 건 행동들을 해 왔습니다. 무겁지 않습니까? 말하자면 입 꾹 다물고 어느 것이 이익이 되는지, 이쪽저쪽 눈치 살피고 있다가 이익 되면 슬그머니 줄 섰다가, 또 거기에서 잘 안 되면 자기 논리나 신념을 뒤집고 이익이 되는 다른 데에 가서 슬그머니 줄 섰다가 안방에 안주하려는 이런 것하고는 다르지 않습니까? 어느 것이 무겁습니까?




12. 고문님의 신념에 찬 정치 행보 속에서 종로 보선에서 당선되신 다음 지난 총선에서 다시 부산으로 나오셨습니다. 고문님의 정치적 역할을 기대했던 많은 사람들은 굳이 부산으로 내려가야만 했는가? 종로에서 지역화합을 위해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결과가 뻔한데....





어느 당이든 여러 지역에 골고루 의석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지역 정당이 되지 않고 정치를 지역 정서에 의해서가 아닌 정책과 논리에 의해서 판단하게 되는 것이죠. 어떻든 제 출신은부산입니다. 저는 부산이란 곳에서 민주당이란 당의 깃발을 꽂아서 민주당을 영광스럽게 하겠다고 간 것이 아니고, 부산 출신의 정치인으로서 부산을 위해서 부산에 가서, 부산이 지역감정을 극복하는 것을 국민들한테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부산에서도 여야가 공존하면서 서로 비판하고 경쟁해서 더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정치가 나와야 된다.




그렇게 생각해서 부산으로 다시 돌아가게 된 것인데, 제가 내려갈 때만 해도 영남이 오랫동안 정권을 잡았고 이제 호남이 한번 정권을 잡았고, 그래서 다시 부산에 가서 심판 받으면 부산 시민들도 좀 달라질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실제로 여론조사에서 계속 앞섰고 어떤 조사에서는 심지어 10%까지 앞설 정도로 거의 모든 조사에서 앞섰습니다. 그것은 제가 무모했다는 것이 아니고 가능성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 것입니다. 그 가능성에 도전한 것이지 무모한 도전은 아니고, 뜻도 있고 가능성도 있는 일에 100%가 아니라고 안방만 지키고 있는 사람이 어려운 일을 헤쳐나갈 수는 없는 것이라 생각해서 부산으로 간 것입니다.







13. 여야 소장파 의원들이 '정치개혁을 위한 모임'을 구성했고, 최근 중진 의원들도 '개혁 모임'을 구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 정치적 상황에서 개혁세력의 움직임을 평가해 주시고 차기 대선에서 개혁세력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지 말씀해 주십시오.





잘 아는 얘기 아니겠습니까? 명분이 좋은 일은 항상 정치인들은 나서서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나 어떤 새로운 흐름이나 집단·조직을 만들 때는 자기에게 손해가 날 경우라도 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모임을 구성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정치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고, 다만 한가지 박수와 함께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항상 자기 희생이 따라야 하고 자기 희생을 각오할 때라야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말씀을 부쳐드리고 싶습니다.




14. 지역주의 해결을 위해 숱한 역경을 겪으신 고문님께는 가장 억울한 비판일 수도 있는데, 지역주의를 이용한 '영남후보론의 한 축'으로 고문님이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네티즌들은 당혹해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 분명한 말씀을...





동서가 하나로 합칠 수만 있다면 나쁜 일이라 할 수 있을까요? 동서간의 분열로 인한 반목과 대립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거론되고 있는 이유나 동기가 무엇인가 보다는 동서화합이라는 결과가 핵심적인 문제라고 봅니다.

3. 15. 정부통령제로 개헌을 하면 우리정치의 과제인 지역주의가 해결된다고 보십니까?

지역주의 해소에 정.부통령제가 적합하다라는 점에 대해서 일리는 있지만 많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16. 한화갑 최고위원과 고문님, 김근태 최고위원님 즉, 한·노·김의 3각연대라는 조어도 만들어내면서 여당 내에서의 개혁 세력들이 연대해 움직임으로써 대선 경선을 치르지 않느냐 이야기들이 많은데 실제로는 어떻습니까?





희망 사항입니다. 희망사항이고 공감대는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그 문제를 가지고 협의하지는 않았습니다. 그거야말로 아직 그럴 때가 아니라 생각해서 협의를 시작하지는 않았습니다.




17. 이인제 최고는 그런 연대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말을 안 한다고 개혁세력이 아닌 것은 아니다"라면서 "지금 시대 정신은 개혁이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이야기하고 있는데, 고문님과 이인제 최고위원과의 관계가 안 좋다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 경쟁자인 것이 사실이고, 그 동안 걸어온 길이 달랐기 때문에 서로간에 논쟁을 제기할 만한 문제가 상당히 많이 있는 것도 사실이죠. 그러나 당내에서 함께 경쟁하는 선의의 경쟁자로 생각하고 그 이상도 이하도, 다른 특별한 사적인 감정은 없습니다. 그 분도 개혁하지 말라는 법은 없고 또 그 점에 대해서 특별히 반론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제가 김근태 최고위원과 이인제 최고위원을 굳이 구분해온 근거는 정통성의 문제입니다.




예를 들면 김근태 위원은 어떤 고난과 어려움이 있더라도 자기 신념에 따라 한 길을 걸어왔던 사람이고, 이인제 위원은 그런 점에 있어서 정치에 있어서 제가 가장 가슴아프고 고통스럽게 경험했던 90년 3당 통합에서 여당으로 옮겨가셨던 분이거든요. 그 점에 있어서 그 두 분을 차별해서 얘기하고 있는 것인데, 그런 것은 정치적 소신에 관한 문제 아니겠습니까?




18. 이인제 최고위원은 출마경험을 바탕으로 대중적 지지도가 높고, 김근태 최고위원은 개혁적 주자 이미지를 컨셉으로 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고문님은 대선 주자 컨셉을 어떻게 잡고 있습니까?





제 입으로 말하기가 좀 그렇습니다. 어떻든 제가 무엇을 내세운다기보다 제가 그 동안 정치의 고비마다 선택했던 길이 있습니다. 그 선택했던 길이 어떤 면에서는 매우 일관적이고 자기 신념을 굽히지 않고 그 신념을 관철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고 도전해 왔다는 것들이 국민들한테 느껴진 이미지 아닐까 생각합니다.




19. 어떻게 보면 소신과 도전의 정치라 볼 수 있겠는데, 여론 조사에서 보면 그 컨셉에 20∼30대 층은 굉장히 뜨겁습니다. 그 반면에 중장년 층은 상당히 취약하신데 이 부분은 큰 꿈을 가지시는 분으로서 핸디캡일 수도 있는데, 중장년 층에도 특별한 대책이 필요한 것 아닙니까? 김근태 최고는 JP를 운동권 선배라고 이야기하는 등 보수 끌어안기를 통해 이미지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 부분은 우리 나름대로의 대책이 있어야죠. 그런데 흔히들 우리가 이야기하는 리더십이란 것은 전(全) 인격체로서 그가 가진 사상과 경험의 총화이고, 그 사람이 정치조직이든 행정조직이든 국민이든 그 사이에서 교감이 형성되는 하나의 흐름이랄지 느낌이 모두 포함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선거 때 우리가 보통 캠페인을 하고 공약을 내세우는 것은 결국 자기가 가지고 있는 정치 철학과 정치 노선·정책들을 가지고 국민들과 계약을 맺어 가는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정책으로 계약을 맺는다고 본다면 정치인은 우선 자기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가지고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존재해야 된다는 것이죠. 어떤 때는 아주 보수적으로 보이고 어떤 때는 아주 진보적으로 보여 어느 것이 진짜인지 모르는 아주 혼란스러운, 필요에 따라 안방에 가면 안방편이 되고 부엌에 가면 며느리 편이 되고..... 이렇게 편리할 대로 자기 말을 바꿔하면 안 되거든요. 국민들이 기억하기 쉽게, 알기 쉽게 자기 모습을 드러내고 있어야 된다는 겁니다.




저도 여러 사람을 못 만날 바는 아니지만 그런 점에서 자기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우리 민주당의 정통 세력들을 중심으로 하는 이런 정치적 구심을 먼저 형성하고, 그 이후에 정치적 연합세력을 만드는 것은 저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자기 중심을 분명하게 세우기 전에는 자기 중심이 흔들려 보이는 행보는 좀 조심하려고 합니다. 더욱이 그저 만나고 교류하는 정도로는 그건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지만 마치 정치 선배로, 그 분들의 정신들을 배울 것처럼, 이 분 만나서 이 분을 선배로, 저 분 만나서 저 분을 선배로, 말하자면 여러 갈래의 정치인들을 정치 선배로 모시는 그런 행위는 국민들한테 내세울 계약 당사자로서의 자기 표현에 있어서는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0. 김근태 최고의 탄력성은 눈부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제는 YS의 민주화 공로를 인정해야 한다면서 YS와 관계개선도 모색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누구보다도 부산·경남 지방에서 확고한 기반이 필요한 고문님께서는 YS 관계개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선 김근태 최고위원의 그 말에 대해서는 동의합니다. 김근태 최고위원이 지금 갑자기 꺼냈다면 정치적 계산이라 얘기하겠지만 이 주장은 민주대연합론이라 해서 문민정부 때부터 나왔습니다. 그때 저는 그 문제에 대해서 호의적이지 않았는데, 지나고 보니 김근태 최고위원의 뜻이 상당히 깊었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래서 저도 지금은 동의를 하거든요. 민주세력이 87년 대선을 계기로 깨져 나가면서 재야민주세력까지도 전부 뿔뿔이 흩어져서 분열되어 버렸고, 지금 어느 쪽도 정치적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곳이 없습니다. 단지 대통령께서 정권을 잡고 있는 것 이외 앞으로 장래가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 있거든요.




민주세력만이 이 나라를 주도하라는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민주세력은 대단히 중요한 하나의 역사적 역할을 담당해 왔던 정치세력이고, 앞으로 이 세력을 기반으로 다음 21세기형의 새로운 시대로 다리를 놔야 되는 그런 역사적 임무가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 사람들이 과거에 다소 과오가 있다하더라도 즉, 서로 비판하고 서로를 볼 때 약간의 과오가 있다 하더라도 다시 하나로 대동단결해서 역사적 임무를 해 나가는 것이 필요한 시기가 아니냐는 측면에서 김근태 최고위원의 민주대연합론에 동조합니다.




21. 최근 민주당 내에서 2단계 전당대회론이 대두됐습니다. 대통령께선 최고위원 선에서 잘 의논해보라 말씀하셨는데, 정계에서는 2단계 전당대회론은 동교동계에서 당권을 놓지 않겠다라는 의도에서 나온 것 아니냐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대선 후보 경선에서 김심과 당심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생각되는 데 고문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우선 후보와 당권을 분리하는 문제는 반드시 2단계 전당대회 아니라도 가능합니다. 동시에 하면서도 후보와 당권을 분리하는 것은 가능한데, 2단계 전당대회론이 꼭 그것 때문에 나왔다고 말할 필요는 없고 오히려 전당대회 시기가 지자체 선거전(前)이냐 후(後)냐는 것은 전략적으로 상당한 중요한 문제죠. 예를 들면 우리 당 차기 후보가 결정된 상태에서 현재의 득표력과 차기 후보의 득표력을 합하는 것이 더 큰 득표력을 가질 것인지, 아니면 차기를 지망하는 예비 후보들의 각 지역이나 기여도가 지자체 선거에서 더 큰 득표력을 가질 것인가 하는 이 부분은 저로서도 알기 어렵고, 또 당에서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고 봅니다.




이 부분을 정확하게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 보고, 보통 후보가 조기에 과시화될 때 레임덕 문제를 얘기하는데, 어떤 후보가 어떤 자세로 당에 서 있느냐, 거기에 대해 당이 득표력에 얼마만큼 영향력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레임덕이란 것은 상황이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떻든 1월 전당대회나 8월 전당대회 문제는 어떻게 해서 나왔는지는 모르지만 그런 얘기를 계기로 해서 생각해볼 문제는 지자체 득표력이 어느 쪽이 더 좋으냐를 중심으로 사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 생각합니다.

4. 22. 2단계 전당대회 혹은 한번의 전당대회를 언제 하겠다는 것을 결정하신 것은 없으십니까?

저로서는 아직 그 문제에 대해 의견이 없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아까 말씀드렸듯이 어느 쪽이 더 지자체 선거에 유리한지에 대해서 판단할 근거를 아직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23. 개각 즈음에 민주당 동교동계의 좌장격인 권노갑씨가 다시 정치 전면에 나섰습니다. 민주당에서는 97년 신한국당 대선 경선을 벤치마킹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 민주계와 현재 동교동계는 당 장악력에서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지난 최고위원 경선 때 차이를 좀 줄였다 하지만 그래도 다수가 동교동계입니다. 대선의 예선을 넘기 위해서는 동교동계에 대한 전략이 중요하다고 보는데...





누가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가 어떤 전략을 구사하든 간에 우리 당 전략의 가장 중요한 점은 '경쟁력'입니다. 본선에서 당선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것이 첫 번째가 되죠. 나머지 요소는 그 다음에 고려할 사항이라 생각합니다. 어느 정파에서 어떤 전략이나 의도를 가지고 있다 할 때 그것이 크게 작용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려면 우리 당의 누구를 내 보내도 당선될 수 있는 후보가 많을수록 그쪽 전략이 중요해지는 것이죠. 만약 두 사람 정도 있는데 어느 쪽이 나와도 본선에서 다 이길 수 있다면 어느 정파의 의도가 아주 중요한 것이 되는 것이죠. 그렇지 않고 하나밖에 없다, 하나라도 참 안심하기 어렵고... 어떻든간에 우리 후보들간의 경쟁력의 차이 이런 것이 뚜렷하게 나타나게 되면 그것은 선택의 여지가 많이 줄어들 것입니다.




24. 현실적으로 지난 최고위원 경선 때 국민의 지지도와 최고위원 순위와는 다르게 나타났고 현재 당 대의원들과 민심이 일치되리라 보십니까?





이번 대의원 경선을 말씀하셨는데, 조금 전에는 당의 어느 정파 수장이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겠느냐 하셨는데, 어느 정파가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더라도 그 한계는 당선 가능성이고, 그 당선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여러 사람일 경우는 어느 정파의 의도가 크게 작용할 것이고 여러 사람이 아니면 어느 정파의 의도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죠.




그 다음은 대의원들이 '민심을 존중할 것인가' 하는 것들이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중요한 것은 역시 우리 당에서 당선 가능한 후보가 여러 명이라 할 때 대의원들은 자유로이 자기들의 호불호(好不好)를 가지고 판단할 것이고, 당선 가능성이 거의 유일하다라는 판단이 있을 때는 그 후보에게 표가 집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번 전당대회 때의 예와 이번 후보지명대회는 아주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번 전당대회 때는 일곱 명의 최고위원을 선출하고 대의원 한 사람이 그 중 네 명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제1의 선택이냐 제2의 선택이냐 이런 것이 평등하게 처리됐거든요. 대의원들에게 주는 심리적인 부담감이 훨씬 가벼운 거죠. 그래서 전당대회 때의 표와 후보지명대회의 표는 전혀 다른 성격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25. 이인제 최고위원의 지지율을 보면 호남에서 거의 50%에 육박하고 있어서 전체 지지율 상승에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고문님께서도 호남 대의원들한테 더 신경쓰셔야 되는 것 아닙니까?





하하하하.... 지금 말씀하신 것은 호남의 일반 국민들의 지지율이란 것이죠? 호남의 지지가 높은 것은 고민이죠.




26. 김대중 대통령과 고난 속에서 역경을 같이했던 분은 오히려 고문님이신데...





그 부분에 관해서는 이렇게 보시면 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당에서는 이인제 후보가 거의 유일한 카드 아니냐는 인식이 지배했고, 실제로 당내에서 당을 움직이는 중요한 위치에 있는 분들도 그런 인식을 대외적으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최고위원 선거 같은 때는 그런 분이 우리 당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호남의 많은 분들이 그 분이 유일한 카드인 것처럼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죠. 그 이후 상황이 조금씩 바뀌면서 당내 경쟁구도도 서서히 성립돼 가고 있잖습니까? 그렇게 되면서 호남 지역의 국민들 인식도 조금씩 달라져 가겠죠.





27. 국민들은 국정 전반에 대한 위기감과 실제 서민층일수록 이반 현상이 높습니다.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20%대까지 지지도가 내려온 거 같습니다. 현 국가 위기의 본질은 무엇이고 해결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금방 대답할 수 있으면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 국가 위기의 본질이란 것은 그 동안 87년 이전까지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나 국가 안에서 존재하는 여러 가지의 갈등과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식이 있었는데 그것은 권력의 힘이었습니다. 권력의 의지와 공권력으로 많은 문제들을 조정하고 통제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시대가 영원히 갈 수 없는 것이고 87년 6월 항쟁 이후 정치 권력의 힘이 시민들에게 많이 넘어가고 시민들 목소리가 높아지고 정치 권력의 힘이 상대적으로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억눌렸던 사회적 갈등은 전부 폭발해서 더 커진 거죠. 이런 상황에서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해 나갈 중추적 기능을 가져야 될 정치 권력이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할 수가 없는 상황이죠. 그런 것이 정부·정권의 탓이기도 하고 또한 새로운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현상이기도 합니다. 장차 국민들 사이에서 대화와 토론·타협 이런 과정을 거쳐 공론을 형성하고 그 토대 위에서 민주적 절차에 따라 공론을 내면 여러 대립과 갈등 같은 것도 그것으로 조정이 돼 나가는 그런 시대로 넘어 가야 됩니다.




그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가 길게 진행되고 있고, 또한 그 과도기를 극복할 만한 정치적 권위가 이런저런 이유로 해서 노태우 정권의 정부는 정통성 문제로 계속 흔들리고,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는 일정 지역 이외의 지역에서의 광범위한 저항이 존재함으로써 국민적 권위를 갖는 데 상당한 애로를 겪고 있습니다. 그런 것이 오늘날 어떤 문제도 제대로 풀어낼 수 없는 이런 위기적 상황의 원인이 된 거 아니냐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정치의 도덕적 권위를 회복해야 하는 것이고 그 중에서 특히 들어보기도 전에, 해보기도 전에 반대부터 먼저 하게 되는 지역적 분열현상 이런 부분들을 극복해 나가고, 그 위에서 우리가 경험해 보지 않았던 대화와 타협의 문화를 성숙시켜 나가는 것이 다음 시대 우리 과제라 생각합니다.

5. 28. 민주당은 정권 재창출의 최대 전략은 「성공한 대통령을 만들기다」, 그리고 정권 재창출의 목적은 「DJ개혁의 계승이다」고 합니다. 동의하십니까?




그런 것을 단답형으로 얘기하면 오해가 생길 가능성이 많죠. 그러나 제가 김대중 대통령과 정치를 함께 하는 것은 그 분의 정치 철학·국가전략 이런 부분에 분명히 동의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남북관계를 화해와 협력의 시대로 이끌어 평화와 안정을 구축시켜야만 2020년 동북아 시대에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번영하는 국가로 갈 수 있다는 이러한 국가 전략에 대해서 동의합니다. 경제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얘기를 할 수 있지만, 특히 경제적 측면에 있어서 세계화를 추진해 나가고 많은 신자유주의적 경제 정책들을 수용하면서도 잊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복지입니다. 복지 제도의 기틀을 닦기 위해서 상당히 많은 저항과 어려움을 무릅쓰고 복지정책을 강행해 나가거든요.




예를들어 IMF 고실업의 시기에 연간 10조씩의 예산을 투입해서 실업대책을 세워나가고, 그러면서 계속 말씀하신 것이 "국민들이 밥을 먹어야 한다, 아이들 학교는 보내야 한다, 몸 아플 때는 병원에 보내야 한다"라고 계속 말씀하시면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같은 것을 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토대를 놓고, 국민연금 같은 것도 당장 많은 비판과 저항을 받았지만 장기적으로 이것은 더 뒤로 미룰 수 없는 사회의 아주 중요한 복지 틀이거든요. 의약분업 문제도 97년 문민정부 시대에 여야가 합의해서 만든 거 아닙니까? 그때까지 국민들 사이에서 별 반대가 없었거든요. 선진된, 좀더 진보된, 좀더 수준 높은 의료체계를 갖추어 가야 된다는 생각으로 상당히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정치적 부담을 안고 이런 것을 관철해 나가려고 한다던지 하는 이런 기본 원칙에 있어서 이것이 중요하다.




특히 IMF 극복 과정에서 우리가 고도성장의 과정에서 빈부 격차가 많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걱정하고 있고, 정보화 시대가 오면서 정보화 시대에 빨리 편승한 사람과 거기에 합류하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 디지털 디바이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에 관해서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결국 사회적 격차와 분열을 막아나가고 사회 안으로 통합해 나가야겠다는 기본적인 전략 방향 등 이런 것에 동의하고 개선·발전시켜 나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29.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습니까?





내가 김대중 대통령의 노선을 100% 다 하겠다 이렇게 말하지 않느냐 질문하신 것인데,저는 그럴 수는 없다는 거죠. 왜냐하면 시대에는 그 시대의 성격이 있고, 시대마다 과제가 다 다릅니다. 우리가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 많은 비판도 하지만 그러나 그 시대는 그 시대대로 또한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를 해결한 측면도 있습니다. 전두환·노태우 시대는 왜 존재했는지 잘 모르지만 김영삼 대통령 시대에는 그 시대로서의 의미가 있고, 평가할 만한 부분이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시대는 이 시대에 해야할 과제가 있고 김대중 대통령의 몫이 있습니다. 그 나머지는 그 다음의 몫입니다.




유능한 어떤 대통령도 10년 후의 일을 앞당겨서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한계가 있는 것인데 우리 국민들이 요구하기를 10년 뒤의 문제까지도 다 한꺼번에 해결해 줄 것을 요구하고, 그 부분이 해결되지 않는 데에 대해서 불만이다, 실망했다 하는 거죠. 그 실망했다 하는 그 부분은 다음 시대의 과제이기 때문에 지금 잘 안 되는 것이고 그 문제는 우리가 해결하겠다 하는 생각이기 때문에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비판받는 많은 부분까지 제가 본받고 배우겠다 이렇게 말 할 수는 없는 것이죠.




30. 내년에 지방선거가 있는데 기초자치단체장을 임명제로 전환해야 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정부에서는 풀뿌리민주주의를 위해서 유지될 모양이고 기초자치단체장의 정당공천 여론조사에서 배제되어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도 처음에는 정치란 것이 정당정치다, 정치의 한조각 한조각들이 다 국민들한테 전달되기 어렵기 때문에 정당으로서 정책의 묶음이 표현되는 거 아니냐 그러면 기초단체장도 정당 공천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옛날에 가졌습니다. 실제로 기초자치가 실행되고 있는 현실을 여러 군데 보니까 역시 우리 정치가 아직까지 정책에 의한 정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정당의 구분이 정책에 의한 구분이 아니고 그냥 이런저런 인맥이나 지역으로 갈라져 있다 보니까 그런 정당으로 인해 기초자치단체가 도움을 받는 것 보다는 폐해가 더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적어도 한국 현실에서는 기초자치단체장의 정당 공천이 부작용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저도 기초자치단체의 정당공천은 안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31. 다음 대선은 21세기 첫 대통령을 선출하는데 우리나라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한다고 보는데, 다음 대통령이 꼭 해결해야 될 시대적 과제는 무엇이라 보십니까?





21세기의 비전을 묻지 않고 과제를 물어주신 것이 뜻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21세기 하면 잘사는 나라, 부강한 나라, 세계일류 국가 이런 비전만을 내 놓은데 이런 비전보다 더 중요한 것이 그와 같은 선진 일류국가로 가기 위한 우리 한국 사회의 토대를 어떻게 만들 것이냐, 가기 위한 조건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참 중요한 것이거든요. 그래서 저도 21세기 비전이란 말보다는 21세기 과제란 말을 좀 많이 쓰는 편인데, 21세기 과제는 한국이 성공할 수 있는, 또는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경쟁력의 핵심 요소는 국민의 역량, 인적자원이라 생각합니다. 지난 40년 동안 한국이 고도성장을 해 왔던 그 밑천도 국민의 역량이라 생각하고 앞으로도 국민의 역량이라 보고 그 국민의 역량을 극대화해야 된다는 겁니다. 이 국민의 역량이 서로 부딪치고 흩어지지 않고 우리 사회가 나가야 될 방향으로 함께 나갈 수 있는 올바른 방향을 어떻게 잡아나가느냐 이것이 국가 전략이라 생각합니다.




올바른 국가 전략, 이 전략을 저는 남북의 화해와 협력을 통한 평화구조 정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동북아시아 2020년의 조건입니다. 이것이 첫 번째이고 사회통합, 복지제도도 그 안에 들어가는 것이겠죠. 그 이외 국민의 정부에서 내걸었던 민주주의 시장경제, 신노사 문화, 창조적 지식 기반의 사회(정보화) 이런 것들이 21세기의 전략이죠. 그 중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서로 이견이 많고 갈등이 많은 것이 남북관계와 복지문제입니다. 이 두 개에 관해서는 김대중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 아주 적절하다 생각하지만 이것만 가지고 우리 국민들한테 '함께 갑시다' 한다고 해도 잘 안 되거든요.




잘 갈 수 있는 것은 뭐냐 했을 때 우리 사회가 새롭게 갖출 인프라가 있습니다. 사회적 기초인데 그것이 바로 신뢰입니다. 신뢰, 그리고 우리 사회의 공정한 게임의 룰, 시민적 자존심, 사사건건 대립과 투쟁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을 통한 민주주의, 이런 새로운 정치문화, 정치 구조거든요. 각계 각 영역이 다 이 방향으로 가야합니다만 이런 것을 함께 구축해 나가는 리더십의 구심이 바로 정치지도력이죠. 정치지도력이란 21세기로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사회적 기반, 가치기반이라 할 그런 것이라 생각합니다.




32. 어떤 정치학자는 21세기 우리 대통령은 강력한 리더십보다는 코디네이터가 됐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전체를 조화해내고 조정해 내는 그러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인데, 한국 현실에서는 아직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거 아닙니까?





결국 리더십을 뭐라고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저는 리더십의 핵심이 조정력이라 생각합니다.오늘날 민주사회는 의견이 다양하고 취미·이해관계도 다양해 여러 곳에서 갈등이 생기고 마찰이 생기잖습니까? 국가적 전략,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한 의견들도 아주 다양해서 통합되지 않는 것이 오늘날 혼란의 한 원인이기도 하잖습니까? 이것을 하나로 통합해야 하는데 이 통합의 역량이란 것이 바로 이해관계를 잘 조정해 나가는 데서부터 출발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조정과 통합 이것을 정책 리더십의 핵심 과제로 얘기하기 때문에 저는 같은 얘기라 생각하고, 그러면 조정과 통합은 어떻게 하느냐 하는 합리적 기준이 나와야 합니다.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하나로 합쳐내는 과정은 대화와 토론이고 그 둘을 함께 수용할 수 있는 기준은 합리주의입니다. 그래서 대단히 합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런데도 그 조정자에게는 쌍방의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조정자에 대해서 저쪽 편이 아닌가, 거짓말쟁이가 아닌가 하는 불신이 있을 때는 조정자가 조정자 역할을 할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조정자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신뢰할 만하다, 저 사람은 공정하다'라는 것이 덕목입니다. 그래서 신뢰·공정·대화·토론·타협·합리주의 이런 민주주의 사회의 보편적 키워드들을 말씀드린 것이고, 이런 것을 함께 갖춰나가는 사람들, 이런 정신을 가진 사람들을 민주적 시민정신이라 얘기하는 거죠. 그래서 제가 자존심, 시민적 자존심을 말했습니다.




33. 거기에 고문님이 적합하다고 보십니까?





하하하하... 적합하려고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노력해 가려고 합니다.




34. 고문님은 네티즌 후원모임이 결성돼 있는 등 어느 정치인보다도 인터넷 정치에서 앞서나가고 있고, 저희 사이트 같은 경우도 '노사모'가 제일 두렵습니다. 인터넷 정치 어떻게 준비하고 계십니까?





저는 인터넷이 활발해지기 전에 개인정치 업무와 자료를 관리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하나 개발해 가지고 있었거든요. 이쪽에 관심이 많았는데 인터넷 부분이 활발해지고 나서는 노하우라는 홈페이지를 만들어 네티즌과 대화를 시작한 셈이죠. 최근에 와서 노하우 구조를 쟁점 토론이 가능한 구조로 다시 개편해 가지고 출발하려다 장관으로 입각했습니다. 그 뒤는 직접 못하고 있지만 노하우는 계속해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고, 장관에 입각하기 전부터 사이버 보좌관을 모집해서 지금 150명 이상의 보좌관이 있고, 그 중에서 자주 모이기도 하는 사이버 보좌관이 40여명 있어서 활발하게 활동하게 그 결과를 다시 인터넷에서 공개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제가 하는 활동 말고 '노사모' 활동이 지난 번 총선 낙선 이후 자발적으로 생겼는데 거기에 많은 사람들이 접속하고 그 중 몇몇 사람들은 정치적 식견이 높은 논객들인데 그 논객들이 사이트를 이끌고 나가다 보니 자연히 사이버공간에서는 제 활약이 많은 편으로 느껴지게 된 거라 생각합니다.




35. 네티즌들한테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인데, e윈컴 네티즌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치를 좀 가볍게 했으면 좋겠다고 여러 번 생각해 봤는데 가벼운 일이 아니고, 가벼울 수가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치에 대해서 바른 판단력을 갖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것을 읽고 생각하는 습관이 필요할 거 같습니다. 네티즌 여러분들이 정치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라고, 또 가져주시되 좀더 깊이 있는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하는 것에 제 희망입니다.




제가 여러분께 약속드릴 수 있는 것은 많은 것을 하겠다는 것보다 여러분들이 짜증스럽게 생각하는 구태의연한 정치를 반복하지는 않겠습니다. 가볍다는 소릴 듣더라도 좀더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 위해 앞장서 나갈 생각이고 제가 한번 약속한 일에 대해서는 정치 생명을 걸고 책임을 지는 이런 믿을만한 정치인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네티즌 여러분 감사합니다.




민주당 노무현 상임고문 홈페이지




인터뷰어: 김능구 (e윈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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