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의미의 대학개혁은 정권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며, 내년 8월경에 합법화되지 않을 경우 대통령 선거에서 공약화 시키겠다"

1. 1. 최근 「교수노조」 설립을 둘러싸고 사회적으로 찬반 논란이 뜨겁습니다. 최고의 전문성과 지성을 갖춘 교수까지 노조 결성에 나선 것에 우려가 많은데, 교수노조 설립 근거에 대해 말씀해 주시지요.




한참 설명을 해야 하는데, 가장 직접적인 필요성이라면 우리나라 법 체계가 독특한 게 교수는 물론이고 모든 사람의 노동 기본권을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데, 그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것을 하위법이 막고 있죠. 국공립 교수로 보자면 국가공무원법에 의해, 사립대학 교수는 사립학교법에 의해 노조결성을 못하게 되어 있는데, 최근 「교원지위에 관한 특별법」도 마찬가지입니다.




즉, 헌법이 허용한 것을 하위법이 막고 그걸 다시 허용하려면 다른 특수법을 만들어서 허용하는 이런 체계죠. 우리나라에서는 '헌법이 제일 약하다'는 우스개 소리를 하는데 문제는 노동3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노동조합을 만든 거 이외는 없습니다. 외국의 경우는 노동조합법도 일반 민법에 들어가 있어 결사를 하면 보장이 되는데 우리는 노동3권을 보장받으려면 '노동조합'이란 말을 꼭 써야 하고 노동조합을 결성해야 합니다.교수들이 나름대로 대학사회를 개혁하기 위해 조직을 결성해야 하는데, 이미 조직되어 있는 조직이 있습니다.




예컨데 민교협이나 각 대학의 교협, 그 교협의 연합체인 국교협이나 사교협이 있는데, 이것은 현재 우리나라 법으로 보자면 교수들이 좋아서 만든 임의기구에 불과해요. 바꿔 말하면 이 단체에서 어떤 행동을 하거나 결정을 해도 법적으로는 아무런 구속력이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교수들이 임의기구 형태로 십 몇 년간 대학사회를 변혁시키기 위해 노력을 해 왔습니다. 교육 민주화를 위해 사립학교법 개정이나 재임용제 문제점들을 지적해 왔지만 정부나 사학 측이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그 사람들이 아예 교섭대상으로 인정 안 하니까 교수들이 법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것, 단체교섭권을 확보하기 위해 노조를 만들려고 하는 겁니다.




2. 2002년부터는 교수 계약임용제가 전면 실시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따른 신분 불안이 가장 큰 이유라 지적하는데...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물론 고등교육법에 계약제가 규정돼 있고, 2002년 봄학기 때부터는 전면적으로 실시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교수노조를 만드는 하나의 계기가 됐지만, 교수노조의 필요성이나 만들려는 노력은 꽤 오래 전부터 있었습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전교조가 만들어질 때가 1989년인데, 물론 교수와 교사는 법적 지위가 다릅니다. 교수는 현재 노조를 만들 권리는 없지만 무슨 조직을 만들 수 있는 권리는 가지고 있고, 특히 교수들은 정당법에 의해 정치활동이 가능합니다. 교원은 조직도 만들 수 없고 물론 정치활동도 안 되는 것이 그 당시 상황입니다.




그 당시 교사들이 전교협을 만들어 운동을 했을 때 조직을 만들 수 있는 권한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탄압을 받았던 것이고, 거기에 교수들이 민주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 해서 연대와 지지의 뜻에서 550여 명이 대학위원회를 만들어 전교조에 들어간 적이 있습니다. 저도 들어갔고 그때 일부에서 교수노조를 얘기하는 분들이 있었는데, 그 당시 정서로는 교수들로서는 노조와 같은 강력한 조직이 아니더라도 대학의 여러 문제가 해결까지는 안 되더라도 나름대로 문제를 제기해서 고쳐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해서 만든 조직이 민교협, 국교협, 사교협이었습니다. 그런데 10년 넘게 해 보니까 너무 어렵더군요.




특히 우리가 좌절했던 게 두 차례에 걸친 사립학교법 개정입니다. 1990년과 1999년에 있었는데 사립학교법 개정을 위해 엄청나게 노력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사학의 지배구조도 문제지만 지배구조 자체를 못 바꾼다면 대학이 투명하게 경영,운영되어 공개되도록 하는 장치, 예컨데 교수회가 법적 기구를 만들어서 발언권이 보장되고, 학교가 투명하게 운영되게 감사 등 여러 가지 제도를 개정하려 했는데, 두 번 다 똑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교육부가 어느 정도 교수들 의견을 받아들여서 행정입법 형태로 해당 상임위에 법안을 제출하면 법안이 본회의에서 의결되기 전에 상임위에 통과돼야 하고, 상임위에 공개되기 전에 법안심사소위라는 게 구성됩니다. 그런데 법안심사소위에서 다 틀어지는 겁니다. 법안이 올라가면 소위 영양가 있고 개혁적인 내용은 다 빠지고 개악적인 내용이 들어갑니다. 길게 말씀드리면 한이 없겠습니다.




우리나라 사립학교법이 만들어진 게 1962년 박정희가 정권을 잡으면서 사립학교를 통제하기 위해 만들었는데, 여러 차례 개정되는 가운데 가장 전향적인 내용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역설적이게도 1980년에 개정된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당시 정권은 권력의 정당성이 부재하니까 학생운동이 확산될까봐 두려워서 사학재단을 통제하고, 그러기 위해 굉장히 전향적인 내용들이 사립학교법에 들어가 있었어요. 사학재단이 전횡을 못하도록 견제하는 내용이 많이 들어간 것이 1980년도 사립학교법인데, 그게 후퇴해서 90년 사립학교법에 사학재단이 총장까지 할 수 있고, 친인척 비율을 높여 놓는 이런 내용이 들어가 있어요. 99년도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어요.




경험을 통해서 보면 임의기구 형태 가지고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 겁니다. 바꿔 말하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목표가 변한 것이 아니라, 민교협이나 국교협, 사교협, 지금 새로 생긴 전국교수회나 다 똑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는 거예요. 대학이 진정한 개혁을 하려면 사학재단의 비리가 굉장히 중요한데, 다만 방법론이 달라진 겁니다. 교수계약제가 실시되기 때문이 아니고 (이것이 계기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99년도 사립학교법 개정에서 후퇴를 맛보고 좌절을 맛보고서는 "이런 임의기구 가지고는 안 되겠다, 법적으로 강제력이 있는 조직체를 만들어야겠다"하고 보니, 결국은 노동조합법 보호를 받는 노동조합이 되지 않고는 안 되겠다 해서 교수노조를 만들려 하는 겁니다.




정리해서 말씀드리면 우리가 십 몇 년 전부터 주장해 왔던 '진정한 대학'이란 이 목표가 바뀐 것이 아니고, 사립학교 재단의 왜곡된 비리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뿌리깊은 것임을 알게 되고, 임의기구 형태로는 안 되겠다 해서 차제에 노동조합 형태로 가게 될 수밖에 없는 거 아니냐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겁니다.




3. 교수계약임용제는 어떤 것이며, 외국의 사례는?




교수계약제를 설명하려면 그 전에 재임용제를 설명해야 하는데, 유럽의 경우 사립대학 개념 자체가 없기 때문에 재임용제나 교수 계약제가 없습니다. 프랑스는 중앙에 교수 충원제가 있어서 해당 전공 분야에 교수 후보자들이 정해지고, 교수자격 시험이 있고, 또 교수되기도 어려워 교수되는 것 그 자체가 종신 임용입니다. 미국은 대학에서 학위를 마치면 대개 조교수로 채용돼서 7-8년에 걸쳐 업적을 내면 이를 심사해서 승인되면 종신 임명을 하죠. 그런 기간제 계약제가 있는데, 예컨데 하버드에서 종신 임명제를 못 받으면 다른 대학에 가서 얼마든지 교수로 취직할 수 있습니다. 계약제로 임명하더라도 정년 보장을 해 주고, 교수 노동시장도 탄력성이 있습니다.




우리 경우 재임용제란 것이 있는데 정확히 말하면 기간제 임용제입니다. 1970년 중반 유신독재 직후에 도입된 겁니다. 물론 교수사회를 통제하기 위해 정권이 만든 것입니다. 원래 목표는 연구 안 하는 교수를 쫓아낸다는 것인데, 실제로 진행된 것을 보면 그것으로 피해본 사람들이 200여 명이 되는데, 그 중에는 능력이 없어 쫓겨난 사람이 없진 않지만 전체적으로 체제나 정부에 반(反)하는 사람들을 옥죄기 위한 것이었고, 알다시피 그 당시 해직교수는 우리나라 민주화를 위해서 고민했던 분들이고, 그 해직교수들 모임이 민교협의 전신으로 우리가 끊임없이 재임용제도를 반대했던 것입니다. 그 제도가 얼마나 엉터리이냐 하면 사실 재임용제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교수들 업적평가를 정확하게 평가하는 장치가 마련돼야 하는데, 사실상 재임용제를 20년 넘게 실시하면서도 그런 장치가 하나도 없었어요.




서울대 김민수교수가 재임용제에서 탈락됐는데 재미난 것은, 재임용제에서 탈락했으면 탄원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하는데 서울대에 그런 제도가 하나도 없습니다. 왜냐면 서울대에서 재임용제에 탈락한 교수가 한 명도 없었어요. 바꿔 말하면 재임용제도는 본래 취지와 전혀 다르게 운영되어 왔기 때문에, 재임용제에서 탈락된 교수가 백낙청, 김진균 교수들인데 이런 분들이 학문적 능력이 없는 분들입니까? 학문적 능력이 없어서 쫓겨난 사람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서울대 안에 탈락한 사람이 억울해서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장치가 하나도 마련돼 있지 않아요.




재임용제도가 어떤 거냐 하면 최근 YS정권에 들어서서 700명 가까이 되는데, 재임용제 계약 자유의 원칙입니다. 덕성여대 남동진 교수를 학교 인사위원회에서 자격 있다고 올렸는데, 전임강사 시보로 발령 받았습니다. 박원국씨가 재단에 복귀하면서 짤랐는데 사유는 '없음'이예요. 본인한테 통고 안 해도 되고, 사유가 없어도 됩니다. 이미 교수계약제가 실시되고 있는데, 계약을 제대로 맺자면 계약 당사자가 있어 즉, 학교측과 본인이 있어 계약서가 작성되고 공증을 받아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게 아니고 계약이 된 지 안 된지도 모르고, 그 다음 학기 시간표에 이름이 없으면 끝난 겁니다.




통고도 안 해 주는 이런 일들이 지방 사립대에서 엄청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교수계약제 전 재임용제에 무슨 문제가 생겼냐면 김민수 교수가 재판 1심에서 이겼는데, 그때 편들어준 재판장의 논고는 '재임용기대권'입니다. 별 다른 일이 없는 한 누구나 다 재임용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질 수 있다는 것으로, 노동법에서 쓰는 '노동기대권'에라는 개념을 도입한 겁니다. 재임용제가 문제가 있음을 교육부에서 알고 있는데, 제가 보기에는 말도 안 되지만 최근 교육부에서 몇 가지 보조장치를 마련했어요.




그런데 계약제는 뭐냐 하면 재임용제는 재임용이라는 기대권이라도 있는데, 그것 자체를 완전히 없애는 겁니다.재임용제는 이전의 경력을 인정하지 않고 언제나 새로 시작하는 겁니다. 제가 보기에 국공립 대학은 교수계약제를 한다 해서 당장 교수 신분에 위해가 온다고 생각진 않습니다. 국공립 대학이란 어느 정도 공공성을 가지고 있고 일종의 합리성이 있는데, 여건이 안 좋은 사립대학은 완전히 비정규직입니다. 그러면 똑똑한 사람은 누가 교수되려 하겠어요.




교수계약제에 대응하기 위해 교수노조를 한다고 많이 얘기들 하는데, 저는 그런 측면이 없지 않다고 감히 얘기하는 것은, 미국도 보면 교수계약제를 하면서 일정 기간이 지나 업적이 쌓이면 종신임용을 해줍니다. 정년퇴직 할 때까지 계약제로 간다면 대학사회를 엄청나게 황폐화시킬 것이고, 교육 개혁의 목적은 교육과 연구의 질을 올리기 위한 것인데 오히려 교수사회를 황폐화시키고 교육과 연구 질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많다고 보는 겁니다. 우리나라 대학 사회, 특히 사립대학의 비리구조나 교수노동시장의 비탄력적인 구조나, 계약제가 가지고 있는 자유주의적인 허구적 계약 개념들을 놓고 볼 때 우리 사회에서 계약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2. 4. 교수노조의 필요성이나 과제 중에서 대학교육의 개혁 부분을 많이 말씀하셨는데, 사립대학의 비리가 굉장히 많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립대학의 비중과 개혁과제는?




이것은 큰 틀에서 말씀드려야 하는데, 우리나라 고등교육이 가지고 있는 왜곡되고 비정상적인 특수한 측면을 말씀드려야 합니다. 유럽이나 가난한 제3세계에는 사립대라는 자체가 없습니다.




유럽처럼 우리보다 잘 사는 나라도 종교기관이 운영하는 거 이외는 사립대라는 개념이 없고, 옥스퍼드 캠브리지 같은 경우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의미의 사립대가 아니라 왕립대학의 의미이고, 제3세계는 다 국립대학입니다. 미국이나 일본은 사립대학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미국 사립대 수가 60% 가까이 되고 일본도 그 수준으로, 미국이나 일본의 사립대는 우리나라 식의 지배구조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물론 거기도 학교의 지배자라면 당연히 학교 법인인데, 우리와 같은 '누구누구의 것'이라는 소유개념은 사라진지 이미 오랩니다.




우리 사립대는 다른 나라에 비해 비중이 높은 데, 4년제 대학의 경우 학교 수로 따지면 180개가 좀 넘는데, 83% 즉, 150여 개 되고, 학생수로 따지면 77%이고, 2년제 대학은 159개 교가 있는데 네다섯 개 빼고 다 사립입니다. 전문대와 4년제 대학을 합치면 사립대 비중은 85%정도 됩니다. 전세계에서 사립하교 비중이 굉장히 높은 나라이고, 그것이 가져오는 결과는 고등교육에서 공공재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OECD 중에서 제일 낮습니다. 공공재원은 국민이 낸 세금인데 고등교육 비용 중 공공재원이 25%정도인데, OECD 평균이 80%, 유럽 대부분의 나라는 90%이고 미국은 50%가 좀 넘고 일본은 46%입니다. 바꿔 말하면 등록금의 비중이 굉장히 높다는 것인데 참으로 비정상적인 구조입니다. 우리나라 교육의 질이 떨어진 것은 단적인 예로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가 너무 적은 것입니다.




그 나라 고등교육의 질을 따질 때 중요한 지표 몇 가지가 있는데, 교원 일인당 학생 수가 있고, 하나는 도서관의 장서와 전문 사서의 수, 이공계의 경우 실험실 장비와 연구비 액수 이 세 가지인데, 가장 손쉽게 따질 수 있고 두드러진 것이 교원 일인당 학생 수입니다. 모두 따져서 학생 일인당 교육비가 되는데, 「교수노조준비위원회」에서 만든 자료를 보면, 주로 교육부 통계를 가공한 것이지만 사립대학 비중이 높고 등록금에 의존하다 보니 어떤 결과가 생기냐면 지난 30년간 초등중교육은 여건이 좋아진 반면 대학 여건은 오히려 악화되는, 경제규모의 양적 팽창과 비교하면 대학교육이 추락하는 현실이 나타난 겁니다. 1970년대 초등학교 교원 일인당 학생수가 57명에서 2000년 현재 28명으로 초등교육에서는 여건이 두 배나 좋아진 겁니다. 중등학교는 50명이 넘었고 고등에서도 48-9명이었는데 지금은 19.9명, 중학교는 23명 정도로 교원 일인당 학생수로 보면 전보다 좋아진 겁니다. 대학은 1970년 당시 교원 일인당 학생수가 1:18에서 지금은 1:38이고, 전문대는 1:22에서 1:79가 되어 있습니다.




정말 비참한데 이렇게 된 이유가 뭐냐면 사립대 비중이 높고, 사립대는 재단에서 전입할 수 있는 게 거의 없고 사실상 등록금인데 등록금에 의존하는 대학에서 그나마 그 등록금이라도 다 쓰면 좋은데 그렇지 못한 일이 벌어진 거죠. 등록금을 받을 때는 교원충원 100%을 전제로 받는 것인데 현재 사립대 교원 충원률이 56%, 국립대가 68%입니다. 교수들한테 들어가야 할 40%가 넘는 돈이 시간강사로 때우고 있는 것이고, 그 돈이 사립대 재단에 엄청나게 적립되고 있고, 그 돈이 어떻게 새 나가고 있는지 교육부가 제대로 감사를 해야 하는데 우리들이 알 수가 없습니다.




1조원 넘는 돈이 적립되고 있죠. 우리가 보기에 현재와 같은 고등교육의 체계, 사립대학이 많은 것 자체도 문제인데, 그나마 투명하게 운영되면 등록금이라도 교육에 다 투자가 될 텐데, 이상하게 60년대 중반부터 오너 개념이 들어와서 대학이 특정인의 것으로, 그래서 사립대학들이 연합회를 만들어 「한국대학법인협의회」를 만들어 거기 사무총장은 대대로 교육부 고위 관료로 엄청난 로비를 하고 있고, 그 빙산의 일각이 최근 박흥국씨가 정당에 얼마나 헌금을 했다는 것이 나오는데, 그 비리 구조의 내용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 액수가 상상을 초월하는 경웁니다.




면목동에 있는 전문대인 서일대의 경우 3년 동안 이사장이 378억을 빼갔는데, 그 학교가 일년 수입이 265억 정도 되는 학교입니다. 매년 100억 정도를 빼가서 그 비리가 드러난 거지, 함부로 할 수 없는 얘기지만 액수가 적어 드러나지 않은 학교가 많습니다. 오죽하면 자조 섞인 얘기지만 '전문대학 경영은 우리나라 모든 업종 가운데 수익성이 가장 높다'는 참으로 우스운 얘기도 나오겠습니까?




4년제 대학은 그렇게까지 비리가 크진 않지만 우리나라 사학이 투명한 운영이 보장 안 되고 등록금조차 제대로 학교에 투자 안 되는, 전문대의 경우 학생이 내는 등록금보다 적은 액수가 투자되고 있습니다. 전문대 교육비 중 10% 정도가 국가에서 보조하는데 그걸 다 포함해도 90%도 못 미치고, 사립대학은 통계상으로 100%라 되어 있지만 이것 역시 교육부 보조금이 포함되어 있어서 등록금만 따진다면 제대로 교육에 투자 안 된다는 것이고... 우회적인 방법으로 측정한 것입니다만 대학의 비리구조가 드러나지 않는 곳이 있고..




따라서 우리가 사립학교법의 개정을 요구하는 것은 '최소한 우리가 대학의 구조지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한다면 적어도 대학의 운영이 투명하게 공개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다오. 그럴려면 대학 내에 감시기구와 견재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하고 교육부가 제대로 감독해야' 하는데, 그 동안 제대로 감독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교육부를 신뢰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대학 전체적으로 사학의 운영이 투명하게 되도록 감시기구나 견제기구가 마련되도록 사립학교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만, 제가 보기에 사학재단은 나름대로 굉장한 위기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대학을 정상적으로 운영했다면 겁날게 뭐가 있겠습니까? 상당수의 대학들은 사소한 개혁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철저히 왜곡되어 있습니다. 부분적인 개혁이란 것이 사립대에서는 불가능하고 전면적인 개혁 없이는 부분적인 치유도 불가능하다는 것이 현재 사립대학의, 대학 지배구조의 기본적인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5. 90년과 99년에 사립학교 개정이 개악된 측면이 있고 최근 여당에서도 추진하다가 최고위에서 주춤하기도 하고, 다음 날 JP는 자기가 막았다 하기도 하고, 최근에 다시 수정안이 국회에 제출될 계획이라 하는데, 여기에는 지방권력과 중앙 권력의 한 축으로 사학재단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 않나 하는 지적이 있는데...




그것은 일종의 '교육의 정치경제학'이나 '대학의 정치경제학'에 해당하는 부분인데, 사실 그런 쪽은 연구가 많이 안 돼 있습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가 많지 않고, 또 교육부가 내 놓은 교육 통계에서는 그런 것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만 교육 현장에서 고생하는 해직교수나 민주교수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해들은 것인데, 사학재단 이사장들이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지방토착세력들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 분들의 인맥이란 것이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 연결돼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다만 사립학교법 개정이나 개악과 관련한 느낌은 분명히 사학재단연합회 같은 데서 하는 로비를 곳곳에서 감지할 수 있는데, 심증만 있지 물증이 확실히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90년에 박성무 의원이 공개한 자료는 신문에 크게 나기도 하고 덕성여대가 형제끼리 싸울 때도 한나라당 에 5,000만원, 어떤 의원한테 500만원... 그것만 따져봐도 1억이 넘는데 박원국은 공공연하게 50억 뿌리고 다녔다는 얘길 합니다.




6. 로비에 있어 재벌보다 더 힘이 세다는데...




사립대 수가 4년제는 150개, 전문대가 159개 해서 300여 개가 되는데, 대학 여건이 천차만별입니다. 연대나 이대 같은 경우는 여건이 좋아서 교수협의회가 있더라도 집단이기주의이고, 교협은 아주 좋은 대학은 없고, 교협이 있는 대학 중 절반 정도는 어용교협이 있고, 30 여 개 대학이 좀 괜찮고, 교협이 없는 대학은 절반이 넘는데 참 어렵습니다.




거기는 어용교협조차도 없는 대학인데 그곳은 연초 신년하례식 하면 기립박수 치는 대학이고 전문대 대부분인데, 이런 대학의 이사장은 엄청난 권한을 가지고 있어 우스개 소리로 '반체제나 반정부는 가능해도 반재단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현실이고, 또 재단 이사장의 전횡을 막을 수 있는 아무런 장치가 없고, 우리가 반증 자료를 통해 볼 때 이런 데서는 재단의 비리가 상당한 규모고, 이 사람들은 자기네가 나쁜 짓 한 것을 아니까 문제가 생길 때 로비하고 문제제기 하는 교수를 쫓아내고, 요소요소에 인맥을 형성해 놓고 문제가 생길 때는 상당한 액수의 로비자금이 제시됩니다.




그 일부가 덕성여대처럼 신문에 공개되기도 합니다만 제가 보기에는 최근 IMF 이후 재벌의 경제적인 여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보자면 우리나라 최대의 토착세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고, 긍극적으로는 그 부분이 개선되지 않고는 대학의 진정한 개혁이나 더 나아가 교육과 학문의 질 향상은 기여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3. 7.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사학재단 측과 교수노조가 전쟁을 선포한다 할 수 있는데...

우리 여력이 안 되죠. 다만 이것을 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은폐되고 가려진 부분을 드러내 놓고 전체적인 의제, 논의의 틀 속에 끌어들이고자 한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것에 관한 통계 자료가 만들어지고, 그 사실들이 일반 국민들한테 공개돼야 하는데 이제까지의 교수 조직 가지고는 그러한 사실들을 만들어낼 역량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교수노조를 하게 되면 인적·물적 기반이 생기게 되고, 이를 통해 교육부가 하지 않은 일을 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드러나지 않은 엄청난 문제가 있는데, 그것을 드러내서 국민들 앞에 공개하고 의제를 삼아서 이 부분을 어떻게 취해 나갈 것인가를 고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교수노조가 하고자 하는 일입니다.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8. 고도의 전문직이니 전문직 단체 결성이 바람직하지 않느냐라는 비판이 있는데, 아까 말씀처럼 임의기구라서 힘이 없어서 안 됩니까?




이제까지 경험으로는 그렇습니다. 저희들이 교수노조를 처음 만든 것이 아니고 저 자신도 민교협 활동도 해 봤고, 제가 서울대 교수협의회 이사로 국교협에 들어가 있는데 임의기구의 한계는 참 어렵습니다. 왜냐면 교수들 자체가 전문가이고 그 작업현황이 대규모 사업장하고는 성격이 다릅니다. 포디즘 체제에서 노동자들이 일관된 작업을 하는 게 아니고 각자 자기 연구실에 틀여 박혀 개인적인 작업을 하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집단적인 힘으로 모아내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 사람들이 전문가 집단이고 개인적으로는 언론에 기고한다던가 해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대학 개혁에 관해서는 지식인으로서의 역할만 가지고는 어렵다는 것이 솔직한 생각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교수노조를 만들려 하는 것이고, 이 교수노조를 통해서도 아마 교수를 전임으로 쓰기가 어려울 겁니다. 각자 자기 전문 분야를 연구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노조를 만들어서 조합비를 가지고 상근 인력을 써서 교육 현장에 관한 여러 가지 데이터를 만들어서 국민들한테 알리고 호소하고, 집단 이기주의가 아닌 국민들이 바라는 국제 경쟁력이 있는 대학을 만들려면 현재와 같은 대학 가지고는 도저히 안 된다는 목적에서 하려는 겁니다.




9. 교수노조의 주체라 할 수 있는 교수들 사이에서도 교수노조에 대해 53%가 부정적이라는 여론 조사가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 점에 대해서는 몇 가지 얘기할 수 있는데, 우선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교수노조의 합법화 사업을 준비위원회에서 중요한 교섭 중 하나로 내걸고 있습니다. 교수사회나 일반 국민들이 교수노조를 찬성하느냐와는 별개 문제입니다. '교수노조의 합법화 문제'는 노동기본권의 문제이고, 1948년 세계인권선언에도 규정되어 있는 것이고, 우리나라 헌법에도 규정되어 있는 기본권의 문제이기 때문에 설사 99%가 반대해도 허용돼야 할 문제입니다.




또 하나는 대학사회의 분위기를 말씀드리자면 교수노조의 필요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본인이 교수노조에 가입하느냐를 따진다면 역시 그렇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절반이 넘는다고 생각하는데, 그럴 것이 그 분들은 교수노조가 뭔지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외국에는 다 있지만 우리 사회에는 교수노조가 있어본 적이 없고, 그래서 교수노조가 뭔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교수노조에 대해 의견을 물어본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라 생각합니다. 최근 교수노조추진단 모임을 같고 준비위원회가 생겼습니다만, 이런 과정에서 대학사회 분위기가 일정 정도 변해 가는 것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교수노조를 만들어 가면서 교수노조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행하는 가를 보여주고 설득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0. 우리 교육 전반적인 위기가 얘기되고, 초·중·고등학교는 교실 붕괴현상 등 많은 부분이 일어나는데 기본적인 원인이 대학 입시에 있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대학 교육 자체 위기외 우리 교육 전반의 위기를 가져오는 대학입시제도에 대해...




우선 교수노조 입장을 말씀드리면 교수노조가 교육부를 비판하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교육부가 '해서는 안 될 부분에서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다'는 부분으로, 외국 교육부와 비교해 보면 우리 교육부가 대학에 대한 통제권이 너무 크다는 것이죠. 이것은 독재정권에 의해 만들어진 폐해라 할 수 있는데, 대학에 대한 자율성을 키우고 교육부 통제권을 줄이는 쪽으로 나가야 된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교육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하나는 교육부가 사학 재단에 대한 제대로 된 감독과 감시를 해야 하는데 못하고 있고, 교육부가 교육 정책을 제대로 만들어야 하는데 입시정책만 남발하고 있지 학문정책을 못 만들고 있습니다. 교수노조로 본다면 입시정책만 조령모개식으로 남발하지 말고 제대로 된 학문정책을 만들어 내라, 바꿔 말하면 대학에 들어오는 문제만 신경 쓰지 말고 들어와서 대학에서 대학원까지 제대로 교육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달라는 이 부분을 강조하고 있는 겁니다.




입시문제와 관련해서 보자면 심각한 문제죠. 어떻게 보면 서울대 문제로 집약될 수 있는데, 우리나라 모든 우수한 학생들이 한 대학으로 몰리는데 외국에는 없는 현상입니다. 일본 동경대학이 모든 학생을 몰아가지는 않거든요. 모든 분야에서 우수한 학생들이 분산될 수 있는 구조가 있는데, 우리 나라는 모든 사람이 서울대로 오고, 서울대를 들어온 것만으로 받는 학력 이익이 너무 크니까, 서울대에 들어와서 노력 안 해도 이익을 보장받는 측면이 있어 서울대 학생으로도 손해고 보통 사람도 손해고... 그래서 서울대에 들어오기 위해 모든 중·고등학교 교육이 편성되다 보니까 왜곡이 생기는 거고... 이래서 입시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중요하지만 입시문제도 입시문제 자체에 있다고 보지 않고 서울대학 문제,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불평등 문제와 관련 있다고 봅니다.




최근에 와서 서울대에 들어온 학생들 비율이 대개 중산층 자녀들이 압도적으로 높아 80%가 넘습니다. 사실 서울대학이 불평등한 우리 사회구조를 재생산하는 측면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입시문제와 서울대 문제는 우리나라 사회구조의 불평등 문제와 직결돼 있고, 따라서 제가 보기에는 교육부 차원에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이것은 우리나라 대학체제 전반을 구조적으로 바꿔야 되기 때문에 교육부장관이 할 수 없는, 정권 차원에서만이 풀 수 있는 문제라 봅니다.




입시문제를 입시제도의 문제, 미시적인 즉, 입시 문제를 어떻게 내고 하는 이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고, 거시적인 관점을 갖고 대학구조 전체, 사회불평등 구조 전체와 관련시켜 보고, 제대로 된 민주주의, 제대로 된 자유와 평등을 조화시킬 수 있는 사회 체제를 만든다는 관점에서 고민되고, 그런 각도에서 정권 차원에서 접근해야만 해결할 수 있다 봅니다. 그래서 저는 차제에 입시와 관련한 사소한 개혁, 사소한 제도변화는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고 싶습니다.




근본적인 틀을 바꿀 수 없을 바에는 괜히 교육학자들 연구비 액수만 올리게 하지 말고 교육의 내실을 기하는 쪽으로 바꿔 나가려면 현재 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은 교사들, 교육 주체를 개혁의 대상으로 보지 말고 그 사람들을 개혁의 주체로 같이 끌어갈 수 있게 하고, 그럴려면 현재 그 사람들의 여건, 특히 지위를 대폭 개선시켜서 교육현장의 주체들이 마음 놓고 교육할 수 있게 바꿔나가는 것이 당장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우리 나라 교육을 살릴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현재는 그 이외의 사소한 개혁은 오히려 해만 끼치는 것이지 근본적인 것이 바뀌지 않는 한에서는 쓸데없는 짓은 하지 말아달라는 것이 제 솔직한 입장입니다.

4. 11.며칠 전 서울대 교수가 학부 학생을 뽑지 말자는 제안을 하셨는데..

그 분이 어저께 교수 신문사 9주년 자리에서 발표했는데, 그 분 혼자 하는 얘기가 아니고 저도 들어가 있고 20여 분이 함께 한 것인데, 그 내용은 십 년 동안 서울대 학생을 뽑지 말고 그 대신 서울대 정원을 지방 국립대에 분산시켜 서울대를 개방시스템으로 만들어 지방 국립대에서 교육받을 수 있는 사람을 오게 하고, 국립대 이름으로 졸업시키는 그것도 하나의 안이라 생각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서울대 구조조정안을 가지고 있고 발표한 적도 있지만, 장회익 선생 안(案)이 구체적인 내용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느냐 하는 차원보다도 서울대 내부에도 서울대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그런 논의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즉, 언론이나 국민들이 그 분의 충정으로 받아들여서 우리나라 교육문제가 얼마나 어렵고, 입시문제가 단순히 입시제도 차원의 문제가 아니고 대학 구조 전반의 문제, 대학 체계 문제와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고, 그런 큰 틀에서 고민해주길 바라는 그런 고민이자 충정이란 것을, 우리가 건설적인 차원에서 논의의 공론장을 만들어달라는 충정으로 이해달라는 것이 솔직한 말씀입니다.





12. 최근 대학경쟁력이 떨어진다, 강화해야 한다는 속에서 한편으로는 기초학문이 붕괴되고 있다고 가끔 나오고 있습니다. 현안과 대책에 대해 한 말씀...




우리 대학의 국제경쟁력이 떨어졌다는 것이 최근 일은 아닙니다. 근본적으로는 우리 대학사를 보면 해방 이후 1946년에 만들어지고, 지방대가 생기고, 일제 때는 4년제도 아닌 전문대로 있던 대학이 연대로 고대로 생기면서 대학이 만들어집니다만 국가가 워낙 가난했기 때문에 고등교육에 투자할 수가 없어서 사립대학이 많이 생긴 겁니다. 학생들 등록금으로 대학을 운영해 온 것이기 때문에, 과거에 우리 대학이 경쟁력 있다가 최근에 없어진 게 아니고, 다만 전에는 우리 대학에 주어진 사명은 우리 사회의 근대화, 근대화와 관련된 과업이 대학에 떨어졌고, 대학이 그런 점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입니다.




근대화의 내용은 산업화와 민주화인데, 아시다시피 해방 후 50년 우리 나라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끌어온 핵심적인 세력이 대학이고, 그런 점에서 대학이 역할을 한 것이죠. 그런 역할을 한 결과로 경제 규모가 꽤 커졌고, 일정 수준에 올라 선 겁니다. 즉 중진국 수준에 온 것인데, 여기서 우리가 선진국 수준으로 가려면 어떻게 하느냐, 여기서 대학에 진짜 국제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는 요구가 온 것이죠. 그것이 뭐냐면 우리 대학이 학문을 수입만 하지 말고, 대학이 독자적으로 학문을 생산해내지 않으면 대학뿐만 아니고 우리 사회가 진정한 국제 경쟁력을 갖기 어려운 지경에 온 겁니다. 대학에 이런 문제가 제기된 것은 우리 사회가 발전한 결과라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서울대 예를 든 것은 우리 대학들이 모두 서울대 본을 뜨고 있는데, 서울대의 이런 왜곡된 대학 구조가 역설적이게도 그 동안 우리나라 근대화와 관련한 발전의 산물입니다. 그것이 지금 우리 대학 구조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인데, 우리 근대화라는 것이 서구화요, 유럽이나 미국을 모방하는 것인데 즉, 그쪽에서 새로운 학문 분야가 생기면 그 분야를 수입해서 서울대에 먼저 들어옵니다.




예컨데 컴퓨터 공학을 보면 처음에는 그 분야가 전자공학으로 들어와 전기공학 안에 전자공학 교수를 몇 명 쓰다가 일정 크기가 되면 전자공학과로 독립시켜 줍니다. 서울대에 그 과가 생기면 우리 학계에 시민권이 생기는 거고, 그 학문 분야가 생겨 학회가 만들어지고 각 지방 국립대에 그 과가 만들어지고, 큰 사립대에 만들어지고... 또 컴퓨터 공학과가 전자공학과 안에서 생겨 컴퓨터 공학과가 생기고... 즉, 외국의 새로운 학문 분야가 서울대에 들어와서 서울대에 그 과가 생기면 우리 학계에 발언권이 생기고 시민권이 생겨 학회가 만들어지고... 그러다 보니 한때는 서울대가 108개 학문분야를 가지게 되는데 세계 최고입니다.




바꿔 말하면 서울대학이 백화점식 학문체계를 가지게 되고, 각각 칸막이를 가지고 있어 각자 조그만 방을 꾸리고 있는 겁니다. 이것이 결국 부정적인 역할을 한 것만이 아니고 우리나라에 분과학문 체계를 확고하게 뿌리내린 결정적인 기여를 했습니다. 그 점에서는 서울대가 한 역할이 엄청났지만 문제는 서울대학이 독자적인 학문을 만들어낼 수 있는 구조는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고, 이것은 서울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학문이 있으면 학문 후속수가 커야 하는데 클 수 있는 구조가 되려면 우리나라 대학 전체 틀에서 서울대 문제를 봐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2류 국가이듯 서울대도 2류 대학이예요. 서울대에 들어온 학생들은 굉장히 우수하고 교수들도 개별적으로는 우수한 사람들이지만, 서울대는 2류 대학으로 일류대학이 될 수 없어요. 왜? 독자적으로 학문을 못 만들어냅니다. 그 동안 서울대에 기대했던 것은 근대화 과정에서 일정한 역할을 해 달라는 것이고, 그 점에서 서울대나 우리 대학이 민주화와 산업화에서 엄청난 역할을 했습니다.




이 부분에서 전통이 생기고 대학 구조에 떳떳한 부분이 있으나, 그 부분이 국민이 요구하는 새로운 대학상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겁니다. 이것은 대학 사회가 굉장히 자기 반성을 해야 합니다. 교수노조도 반성할 게 없어서 사학재단이나 교육부 문제 만이라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교수노조가 대학 사회의 겸허한 자기 반성의 진원지가 되어야 합니다. 독자적으로 학문을 만들어 내는 나라가 많지 않습니다. 여기에는 엄청난 돈과 주체적인 사고, 나라를 주체적으로 꾸려 가는 경험이 있어야 합니다.




문제는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나 모든 부분이 미국에 대한 종속이 엄청나서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학 개혁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엄청난 문제가 같이 걸려 있습니다. 대학사회나 교육부도 자기 반성해야 하고 사학재단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개혁을 위해 칼이 들어가야 하고, 그러면서 지금과 같은 형태의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 가지고는 어림없습니다.




13.우리나라는 독자적인 학문을 못 만들어 낸다는 게..




비근한 예로 도서관 문제가 중요한 것이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전문 사서가 없습니다. 하버드대 같은 경우 전문 사서가 70여 명 있습니다. 전문 사서가 뭔지 우리 나라에서는 인식도 없어요. 국민들이 들어보면 무슨 얘기하느냐 할 겁니다. 공부 좀 한다는 교수들은 전부 개인 도서관을 가지고 있는데 엄청난 낭비입니다. 도서관이 시원찮아서 개인 도서관을 가지고 있는데, 미국 대학 교수들은 이렇게 책 많이 안 가지고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우리가 독자적으로 자기 학문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데에 와 있는데, 이 문제가 제기된 것도 발전의 결과입니다. 우리 경제규모보다 못한 나라에서 유일하게 자기 학문을 만들어 낸 나라가 있다면 인도인데, 대단한 나라입니다. 일인당 GNP가 1,000불도 안 된다지만 자기 학문을 생산해 내고 있습니다. 일본이나 미국, 유럽 몇 나라가 자기 학문을 만들어 내고 있는데, 그 나라들이 어떻게 하는지 교육부가 봐야 합니다. 제발 그런 학문 정책을 만들란 얘기인데 교육부는 그럴 능력이 없습니다.




교육부는 학생을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낸 조직입니다. 교육부도 이제까지의 자기 역할을 근본적으로 바꿔 나가야 합니다. 진짜 학문 정책이란 시각에서 입시정책이 하위개념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학문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이 서울대는 없습니다만 없다고 야단만 치지 마시고 서울대를 포함한 우리 대학 전체가 우리 학문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조건이 마련돼야 합니다.




지금과 같은 구조로 우수한 학생들이 전부 외국으로 빠져나가서는 절대로 우리 학문을 못 만들어냅니다. 그것은 서울대 교수들이 머리가 나빠서, 우리 학생들이, 다른 대 교수들 머리가 나빠서 못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국가 발전 전략'이라는 더 웅대한 차원과 맞닿아 있는 겁니다. 교육부뿐만 아니고 정치인들이 그런 안목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제가 자꾸만 정권적인 차원이 아니면 진짜 대학 개혁을 이뤄내기 어렵다고 한 것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겁니다.

5. 14.한완상 부총리는 만나 보셨습니까?

아직 만나보지 않았습니다. 현재 교육부 제도로는 누가 장관이 돼도 어렵다고 봅니다. 제가 교수노조를 만드는 이유가 뭐냐면, 교수노조가 합법화되면 교육부가 교섭에 응할 수밖에 없는데 그런 자리, 진짜 공식적인 논의의 틀이 있는 자리에서 돼야 하지 사석에서는 교육부 장관이 일할 수 있는 구조 속에서는 사석에서 제기한다고 먹히지 못합니다. 관료들에 둘러 쌓여 있어 장관이 일을 하려면 자기 사람을 데리고 들어가야 하는데, 관료이기주의라는 것은 우리 사회의 큰 문제입니다. 교육부는 일할 수 있는 구조가 안 돼 있습니다.




15.지금 준비위원회이지만 교수노조는 어떤 활동을 할건지, 합법화 가능성 부분의 시점은...




준비위원회의 사업은 크게 세 가지로 ,하나는 조직화사업인데, 현재 640여 명이 발기인인데 1,500명으로 만들어 가면 본 노조가 활동할 수 있는데, 그 시점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조직화 사업이 어려운 것이 여건이 좋은 대학 교수들은 교수노조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고, 여건이 어려운 대학 교수들은 필요성을 절감하지만 들어오기가 어렵고 해서 우리가 640명 정도 되는 발기인들 중 180여 분이 미공개입니다. 그래서 당장은 여건이 좋은 대학에 있는 분들이 연대 차원에서, 대학개혁 차원에서 교수노조에 들어와 주십사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1,500명 정도 되면 우리가 사업할 수 있는 임계전략에 도전할 수 있다 보고, 그 이후가 되면 어느 정도 발언권을 가질 수 있으며 교수노조에 들어오는 분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보는데, 그것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일단 8월 중순 정도에 1,500명 수준의 목표를 갖고 조직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사업이 합법화입니다. 지금 합법화 문제는 공무원 노조와 맞물려 있습니다. 공무원 노조문제는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 연합회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어서 현재 공무원 노조와 교수노조 합법화 문제가 노사정위원회에 공식 채택돼 있습니다. 저는 쉽지 않다고 보는데, 교수노조가 진짜 뭘 하려는지 관심 갖고 있는 분들은 알고 있기 때문에 반대가 많을 거라 예상하고, 그러나 저희들은 국민들한테 대학 현실을 알려서 교수노조 필요성을 계속 설득해 나갈 것이고, 내년 여름쯤이 교수노조 합법화 고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차기 대선 주자들 선거공약에 공무원 노조·교수노조의 합법화 문제를 집어넣게 하려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교수노조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세우기 위한 방향성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구체적인 사업을 통해 드러나게 되는데, 많은 정책을 개발하겠지만 저희들이 하는 것은 진정한 대학 개혁, 궁극적으로는 국가발전 전략의 일환으로 우리 대학이 독자적인 학문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이러한 방향으로 여러 여건을 개선해 나가고, 그런 쪽으로 정책 방향을 개선해 나가게 되고... 그렇게 해서 우리 교수노조가 집단 이기주의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진정한 대학 개혁을 이루려고 하는 것이라.... 아마 교수노조의 캐치플레이가 있다면 옛날 전교조가 '참교육'이라 했다면 우리는 '참학문'이라 할까 또는 우리 나름의 독자적인 학문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그런 체제를 만들어 내는 것이 우리 교수노조의 목표라 말씀드릴 수가 있습니다.




16. 교수님께서는 87년도 호헌철폐 서명운동에 참여하시는 등 지식인들 사회 참여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동안의 경험을 통해 지식인의 사회 참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식인의 개념이 문제인데 저는 대학 교수가 다 지식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학 교수는 물론 전문가인데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 지식인이 되는 것이 아니고, 자기가 가지고 있는 해당 전문 분야에서 일정한 업적을 쌓고 거기에다 사회적인 문제를 전체적으로 고민할 수 있는 이 두 가지가 결합돼야 합니다. 지식인이라고 이름을 갖는 것으로 사회참여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회참여가 밖에 나가서 행동하는 사람, 교수노조를 만드는 저 같은 사람이 있고, 연구실에 틀여 박혀 있다 해도 우리 사회 문제를 전체적으로 고민하면서 어떤 일이 있을 때 규칙 발언을 하는 경우, 예컨대 전두환·노태우의 재판 문제라든가 그때 민교협이 엄청난 역할을 했습니다만, 현재 전망이 부재한 우리 사회에 전망을 어떻게 나갈 것인가에 대한 글을 쓰는 것도 저는 지식인의 사회 참여로 굉장히 훌륭한 것이고, 사실 우리나라 지식인 운동이 어려운 것은 국민들한테 우리 사회가 여러 위기 상태에 봉착해 있고 과거에 발목이 잡혀 한 걸음도 못 나가고 있는데, 이걸 돌파해 나갈 수 있는 전망을 열어주는 이 부분을 지식인들이 못해내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도 굉장한 자괴감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저는 교수노조도 그런 전망을 열어 가는 작업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학문을 하는 것,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것이 아니라 외국의 새로운 성과들을 얼마든지 흡수하면서, 밑 빠진 독이 아니라 우리 안에서 축적이 될 수 있는 이러한 학문 체제를 만들어내는 것을 하고자 하는 것이고, 이러한 전망을 열어 가는 것이 지식인 사회참여의 핵심적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식인 사회 참여를 너무 행동적인 것으로 보시지 말고, 저 자신은 어떻게 보면 행동을 하고 있는 편입니다만 대학 사회 안에도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지식인 집단입니다만 비록 행동으로 참여하지 않지만 고민하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그걸 모아내서 교수노조가 그런 방향으로 가려 하고 민교협도 그런 집단이고, 그 이외도 많은 지식인 집단이 있습니다. 우리 지식인 집단이 참으로 어려운 것이 전망을 열어내는 이런 작업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17. e윈컴의 젊은 네티즌한데 교수님으로서 인생 선배로서 한 말씀...




저 자신이 대학에 있고 대학교수라고 하는 것이 공부 열심히 하라고 주어진 직업이어서 공부에 몰두해야 하는데도 현재 교수노조를 만들고 있는데, 이 교수노조를 만드는 것은 50년 동안 우리 사회에서 이제까지 한번도 건들지 못했던 새로운 영역을 드러내고 은폐된 부분을 열어내는 작업이라 생각합니다. 네티즌 여러분도 우리 사회의 진보란 것이 무엇인지, 그것은 누구도 건들지 않았던 새로운 영역을 열어 가는 작업이고... 그런 점에서 저도 「교수노조」가 굉장히 두렵습니다. 이런 작업에 더불어 같이 갈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졌으면 합니다.







인터뷰어; 김능구(e윈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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