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측 싱크탱크 '연대와 공정'서 강연
"이낙연, 문재인 대통령 충성심 너무 강해, 거기서 패착"
"중대선거구제 정치 문제 해결 못해, 각종 부작용 나올 것"
"4년 중임제, 정치 팬덤 현상 심화"...독일식 내각제·다당제 강조
"진영·보수 별 차이 없어, 타협할 줄 모르고 시비만"
"투쟁하는 시대 지나, 오히려 국민 짜증만"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친이낙연계 싱크탱크 모임에서 강연하고 있다. 2023.2.16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친이낙연계 싱크탱크 모임에서 강연하고 있다. 2023.2.16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서정순 기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 인사들이 모인 싱크탱크 ‘연대와공정’(연공)이 16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초청해 강연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이 전 대표 측근인 최운열 전 의원과 남평오 전 총리실 민정실장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이 전 대표 측은 "진영 논리를 초월해 말씀해 주실 분을 모셔보자는 취지였다"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와 같은 날인 건 우연일 뿐"이라고 강조하며 '포스트 이재명 모색' 등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비대위원장을 모두 지낸 이력이 있다.

모임에는 당초 이낙연계 현역 의원들이 참석할 계획이었지만, 같은 날 이 대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황을 고려해 초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총선 공천을 앞둔 상황에서 비명계 의원들이 친명(친이재명) 지도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일부 이낙연계 현역 의원은 이날 행사와 관련해 이 전 대표에게 "이런 시국에 모이면 작당 모의를 한다는 정치적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이재명과 동일시 옳지 않아...사법리스크는 개인문제"

김 전 위원장은 1시간 여 진행된 강연에서 '한국 정치의 올바른 방향'을 주제로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중대선거구제, 대통령 4년 중임제 등에 대한 견해를 펼쳤다.

우선 김 전 위원장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해 "당이 아닌 이 대표 개인의 문제다. 민주당이 당의 문제를 이 대표 개인의 문제와 일치시키지 않고 구분해야 한다"며 "민주당이 자꾸 이 대표와 Identify(동일시) 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을 두고는 "민주당이 알아서 결정할 사항"이라면서도 "그 한계를 당이 분명히 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비상대책위원장 등 민주당 내에서 역할을 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럴 생각은 없다"고 했다. 이 전 대표에 대해선 "(문재인) 대통령에게 충성했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봤다.

김 전 위원장은 "대통령이 자기를 총리까지 시켜줬는데 대통령의 뜻에 반하는 얘길 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라며 "거기서 이낙연은 큰 패착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직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멀어져 버리고 거기서 차별화하지 않으면 다음 집권이 불가능하다"며 "이 전 대표는 그 역할을 못 하신 거다. 앞으로는 뭐 모르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는 질문에는 "진영 싸움보다 가스비나 집세 같은 것에 관심을 갖는 게 일반 대중의 심리이니, 현직 대통령이 상황 인식을 명확하게 하며 국정을 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또 "자유민주주의를 주창했으면 그에 합당한 행동을 해야지 말과 행동이 다른, 그런 식의 정치는 안 된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이 내세운 3대 개혁(연금·노동·교육)에 대해서는 "모두 제도적 뒷받침이 안 되면 할 수 없는 개혁들이고, 뒷받침하려면 국회가 만들어줘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굉장히 답답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년 총선까지 진척을 보일 수 있는 별다른 정책이 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친이낙연계 싱크탱크 모임에서 강연하고 있다. 2023.2.16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친이낙연계 싱크탱크 모임에서 강연하고 있다. 2023.2.16 [사진=연합뉴스]

"중대선거구제 해도 현재와 같은 상황 반복, 대통령 4년 중임제 결국 낭비만 잔뜩"

중대선거구제는 실행가능하지 않다고 봤다. 김 전 위원장은 "중대선거구제를 하면 정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하는데 절대 안 된다. 대통령제에서 중대선거구제를 하려면 권력 구조를 어떻게 할지부터 생각해야 한다"며 "다당제가 될 가능성은 있지만, 이 경우 집권당은 절대 과반을 차지하기 어렵다. 결국 현재와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각종 부작용이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를 포함해 일각에서 제기하는 대통령제 4년 중임제로의 헌법 개정 대해선 "오히려 정치 팬덤 현상이 더욱 심해져 한국 정치와 경제가 더 나빠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당선된 대통령이 또 나오려면 (임기) 4년간 그 준비만 할 것 아닌가"라며 "결국 낭비만 잔뜩하고 마지막이 되는 상황이 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선진국 중에서 그래도 경제·사회적으로 가장 안정 돼 있고 큰 사회적인 변화를 거친 나라는 독일"이라며 독일식 내각제와 다당제를 강조했다. 김 전 위원장은 그간 정치 발전을 위해서는 대통령제가 아닌 의원내각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혀 왔다.

김 전 위원장은 진영을 가리지 않고 대립하는 태도가 국내 정치의 근본적인 문제라고 평가했다. 그는 "진보 진영, 보수 진영 다 가봤는데 별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며 "양 진영이 타협할 줄 모르고, 시비만 걸고 지내는 게 대한민국 정치의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야당을 향해 "야당이 국회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데 아무것도 안 한다는 얘기들을 한다"며 "야당은 집행 능력이 없어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또 야당이 지배하는 국회에서 여당이 정치적인 입법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세상이 달라져서 적극적인 투쟁을 하는 시대는 지났다. 일반 국민 스스로가 정보에 접하는 능력이 대단히 넓어졌기 때문에 야당이 소리 안 쳐도 국민이 다 안다. 다 알고 있는데 오히려 적극적으로 밖에 나가서 극한투쟁을 하면 국민이 짜증 내는 게 오늘의 현실"이라며 "야당은 백날 극한투쟁하는 것이 자기네들 최대 목표라고 생각하는데 그거 해가지고서 표가 안 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당의 잘못을 먹고 사는 게 야당이다. 여당이 잘되면 야당은 희망이 없어진다"며 "집행능력이 없는 야당은 기본적으로 국민이 바라는 바를 제대로 탐구해서 미래에 대한 비전만을 제시하면 된다"고 했다.

민주당이 이 대표 사법리스크 관련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과 검찰 규탄 대규모 장외집회를 연 것에 우회적으로 쓴소리를 한 것으로 보인다. 당이 잘 되길 바란다면 집회보다는 민생 문제에 집중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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