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체포동의안 부결' 100% 확신 못하는 상황
개딸들 "수박 28명 리스트 확보" 표 단속
'가결 당론' 정의당 의원들도 저격 대상
이재명 개딸들에 "문자 그만, 나도 '찢'에 상처"
박지현 "욕 먹을 각오, 체포동의안 통과돼야" 호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2023.2.17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2023.2.17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서정순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국회 표결을 앞두고 민주당 비명계 의원들과 정의당 의원들이 개딸(개혁의 딸·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강성 지지 세력)들의 문자와 전화 폭탄에 시달리고 있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개딸'들이 '수박 28명을 색출하겠다'고 나섰다.

개딸들은 "수박(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이 친문(친문재인)계, 이낙연계를 비롯한 비명계를 비난하는 용어)을 거르자"며 이 대표 지지 성향 인터넷 카페 '재명이네' 등 커뮤니티에서 똘똘뭉쳐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되면 너네 때문인 걸로 알겠다"등 협박과 보복 메시지를 담은 문자들을 막무가내로 보내거나 전화 공세를 펼치는 중이다. 일부 의원들의 경우 신변 위협을 걱정할 만큼 강도 높은 문자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표 단속에 나선 이 대표는 개딸들을 달래며 "문자폭탄 중지"를 당부했다. 이 대표가 강성 지지층의 자제를 촉구하며 당내 단합을 강조한 것은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 여부가 동료 의원들의 한표 한표로 결정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개딸들은 상황을 불문하고 이 대표를 지지한다. 본래 20대 여성들이 중심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에는 20대부터 7, 80세까지 연령대가 다양해졌다. 개딸이라는 용어가 비호감을 주는 뜻으로 사용되면서 그들은 스스로를 '잼딸' '잼잼자원봉사단'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하루 많으면 200건 넘게 문자" "공산주의와 다를 게 뭐냐"

지난 16일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뒤 이 대표의 구속을 우려한 개딸들의 공세 수위는 높아졌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국회에서 무기명 투표로 진행되는데 부결되려면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이어야 한다. 169석을 보유한 민주당에서 이탈표만 발생하지 않으면 부결은 따논 당상이지만 100%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체포동의안 찬성이 예상되는 국민의힘 115석과 시대전환 1석, 가결을 당론으로 정한 정의당 6석을 더하면 122석이라 민주당에서 28석의 이탈표가 발생하면 체포동의안은 가결된다.

비명계 의원들을 포함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이 대표 사법리스크와 내로남불 논란 등을 의식해 체포동의안에 찬성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회 본회의에 보고되는 체포동의안을 일단 받아보고 검찰 적시 내용에 따라 찬반을 결정하겠다는 의원들도 적지 않다.

이에 민주당 지도부는 '부결 당론'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되려 비명계 의원들은 정당 민주주의에 반하는 처사이자 '이재명 방탄'하다 총선에서 역풍을 맞을 것을 우려한다.

'비명' 이상민 의원은 16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의원들 마음 속을 다 아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가결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며 "무기명 투표를 하도록 국회법으로 정해져 있는데 당론으로 정해봤자 효과도 없고 오히려 의원들의 반발심을 촉발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이견이 이처럼 있는 까닭에 개딸들은 이원욱 전해철 조응천 김종민 전재수 설훈 이상민 홍영표 박용진 윤영찬 양기대 박광온 등 28명 비명계 의원들의 연락처 리스트를 공유하며 '문자·전화' 폭탄으로 표 단속을 시작했다.

비명계 의원실에서는 "개딸들로부터 많으면 하루 200건도 넘는 문자가 온다"며 "'(가결에) 투표하면 가만 안 두겠다', '수박 28명 리스트 확보했으니 (가결되면) 도망갈 생각마라' 등의 내용이다"는 언론 보도도 전해진다.

또 친이낙연계 의원은 "계파를 떠나서 검찰의 수사와 기소가 무리하다는 건 의원들 모두가 공감하는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당론으로 부결을 정하고, 이에 반대한다고 협박성 문자가 날아드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며 "공산주의와 다를 게 뭐냐"는 고충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딸의 공격 대상이 된 의원들은 내용 자체의 문제도 있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인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대표의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사업 의혹 관련 검찰 소환 조사가 열리는 10일 오전 이 대표 지지자들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2023.2.10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대표의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사업 의혹 관련 검찰 소환 조사가 열리는 10일 오전 이 대표 지지자들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2023.2.10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유튜브서 개딸들에 호소 "우리 작전은 단일대오, 내부 균열 안돼"

당 지도부도 극성 지지층의 문자폭탄 문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난 14일 이 대표까지 직접 나서서 '수박 문자폭탄'을 멈춰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14일 중앙당사 당원존에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이소영 의원을 초청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대선 당시 후보였던 이 대표 현장대변인을 맡았으나 이후 이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를 만류해 '개딸들'에게 '수박'이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강성 지지층인 개딸들 앞에서 비명계로 알려진 같은 당 의원을 위로하며 내부 결속을 강조하는 시그널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 의원과 대화 도중 "요새도 '수박'(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이 친문(친문재인)계를 비롯한 비명계를 비난하는 용어)이라고 문자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 의원은 "이 대표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에서 '수박 랭킹'을 매기는데 내가 1등에 올라 이해가 안 되고 억울했다"고 토로했다.

이 대표는 개딸들에게 "문자 폭탄, 댓글 폭탄을 보내지 말라"며 "저한테 '찢'이라 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똑같은 거다. 그 단어(수박) 이제 그만 썼으면 좋겠다"면서 "거기에 상처받는 분들이 너무 많다. 그러니까 그분들이 저한테 기분이 좋겠느냐"고 했다. '찢'은 '형수 욕설' 논란에 휩싸였던 이 대표를 조롱하는 표현이다.

이 대표는 "상대(국민의힘)의 작전은 이미 명확하다. 잘할 생각보다는 지배하기로 작정했고, 장애가 되는 것은 없앤다. 이게 기본 작전"이라면서 "그럼 우리 작전도 분명하다. 단합과 대오 유지가 제일 중요하다. 내부 균열은 절대 안 된다. 좀 부족해 보이고 달라 보여도 용인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제 지지자들이) 지금도 문자폭탄을 하고 (문자폭탄 보낼) 명단을 만들고 이러는데 거기에 들어간 분이 누굴 원망하겠나? (제게) 득이 아니라 실이 되는 것"이라며 "단단하게 뭉치는 것 같아 보이지만 결국 공격을 받는 빌미가 되고, 다 떨어져 나가고 소수가 된다. 다르다고 비난하고, 선 긋고, 싸우면 마지막에는 나밖에 안 남고 왕따가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내년 총선에서 이기려면 지금은 균열 요소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총선 공천과 관련한 생각도 밝혔다. 이 대표는 "지역에 새로 오신 분이 '나 이재명 대표가 보냈어'라고 말하고 다닌다는 소문을 들었다. 균열 요인이라 조심시킬 것"이라며 "(공천) 평가 기준도 웬만하면 바꾸지 말고, 이해찬 대표 때 만들었던 룰도 웬만하면 손대지 말고 안정적으로 가자는 방침을 줬다"고 설명했다.

정의당 이정미 당대표가 13일 오전 국회 본청 앞 농성장에서 열린 제28차 상무집행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2.13 [사진=연합뉴스]
정의당 이정미 당대표가 13일 오전 국회 본청 앞 농성장에서 열린 제28차 상무집행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2.13 [사진=연합뉴스]

정의당에 "총선 때 0석 만들겠다" 비난·욕설 세례

정의당은 일찌감치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을 당론으로 정했음을 공표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소속 의원들은 다수의 채널에서 "불체포특권에 대한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자는 것이 정의당의 당론"이라며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에 찬성하겠다는 뜻을 보인 바 있다. 같은 이유로 정의당은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 투표 시에도 가결표를 던졌다.

지난 14일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소환 수사 자체가 대한민국에서는 커다란 비극이다"라며 "이 대표가 '나는 실질 심사에 당당히 임하겠다'라고 하는 것이 민주당을 위해서도 본인을 위해서도 좋은 일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검찰과 권력이 일정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없는 죄 만들어 조작하거나 이럴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그런 점에서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지켜봐야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개딸들은 정의당을 향해서도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이들은 "내년 총선 때 정의당 0석 만들기에 나서겠다"며 "내년 총선 이후 정의당은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 밖에도 개딸들은 "정의당이 정의라는 이름을 앞세워 고고한 척, 중립인 척하는 게 역겹다" "정의당은 이제 국민의힘 2중대로 나서는 것이냐" 등의 비판을 쏟아내며 정의당 소속 의원 6명의 실명과 휴대전화 번호를 공유하고 욕설 세례를 날리고 있다. 정의당 홈페이지에도 개딸들의 비난 게시물과 댓글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도 개딸들의 공격에 피로감을 토로한다. 조 의원은 지난 15일 채널A '뉴스A 라이브'에서 "휴대폰이 너덜너덜하다. 욕설 때문에 밤에는 비행기 모드로 한다. 아침에 비행기 모드를 끄면 수십개에서 많게는 수백개의 문자들이 온다. 중요한 문자를 놓치는 정도"라며 "처음에는 소위 개딸분들이 원망스럽고 밉기도 했지만 이제는 이렇게 만든 민주당 지도자에게 정말 화가 나고 분노한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개딸들은)  어찌보면 선동 정치의 희생자다. 이렇게 하는 게 나라를 위한 길이라고 굳게 믿는다"면서 "선동 정치가 극으로 가면 파시즘이 생기고, 나라를 망치는 길이다. (개딸들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검사독재 규탄대회'에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2023.2.17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검사독재 규탄대회'에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2023.2.17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게시판 개딸 점령 우려, 제재 수위 높여

이와 관련 민주당은 개딸들의 '정책 제안/권리당원게시판' 점령도 우려한다. 해당 게시판들은 월 1000원 이상의 당비를 내는 권리당원들만 이용 가능한 '멤버십 제도'로 운영 되는데 대선 경선 때부터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들이 대거 당비를 납부해 권리당원이 됐다.

2021년 3월 이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 지지자들 간 비방전이 거세지면서 글쓰기 제한 정책을 10분마다 1개에서 하루 1개로 제한했으나 지난 13일 '정책 제안/권리당원 게시판 게시물·댓글 쓰기 제한 방침'을 원래대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게시물 작성은 기존 24시간에서 10분마다 1개씩, 댓글 작성은 기존 1시간에서 1분마다 1개씩 작성 가능해졌다.

민주당 측은 "게시물·댓글 쓰기 제한 운영 방침이 완화된 만큼 게시글 도배, 당원 간 욕설·비방·명예훼손 등 분쟁이 발생할 경우 경고 없이 멤버십 이용 제재(무기한)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아울러 "'게시물 신고 기능'이 추가됐다"며 "분쟁 유발자와 분쟁 가담자 모두 제재 대상"이라고 경고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당대표 경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2022.7.15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당대표 경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2022.7.15 [사진=연합뉴스]

박지현, 이재명 불체포특권 포기 요청 "희생하는 정치인 원해"

한편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국회에서 가결시켜야 된다"고 주장했다. 어차피 체포동의안을 부결 시켜도 검찰의 공세가 지속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박 전 위원장은 이재명 대표가 정치권에 영입한 인사이지만 '개딸'로 대표되는 팬덤 정치의 청산을 주장해 개딸들의 공격 대상이 돼 왔다.

박 전 위원장은 16일 페이스북에서 "그동안 들었던 욕설과 비난을 열 배 백 배 더 들을 각오로 이 대표께 호소한다"며 "체포동의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박 전 위원장은 이어 "권력 앞에 도망가는 이재명이 아니라, 자신을 희생해서 국민을 지키는 이재명을 원한다"며 "희생하는 정치인, 결단하는 이재명의 모습을 국민 앞에 보여야 한다"고 했다.

계속해서 "대선 때 약속한 대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고 민주당 의원들 모두 체포동의안 표결에 참여해 찬성표를 던지라고 강력히 지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이 면책 특권과 불체포특권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해서도 체포 영장 발부해서 구속 수사해야 된다고 했다.

박 전 위원장은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면 검찰은 불구속 기소를 할 것"이라며 "가짜뉴스, 별건 영장 청구, 피의사실 공표, 체포동의안 부결의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고, 민주당과 이 대표를 만신창이로 만들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무도한 정권일지언정 야당 대표를 구속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법원에서 영장을 기각한다면 더 이상 수사를 이어 나갈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체포동의안 부결이지, 결코 이 대표의 구속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박 전 위원장은 "이 대표의 결단에 따라 우리가 검찰독재 정권 아래 살고 있다는 것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박정희 시대로 돌아갔다는 것을 우리 국민도 다 알게 될 것"이라며 "그리고 다른 독재정권처럼 윤석열 정권도 몰락의 길을 걸을 것이다. 민주당과 국민과 민주주의를 살리는 길은 이재명 대표의 희생밖에 없다"고 했다.

박 전 위원장은 다시금 "당장 잡혀간다고 해도, 국민께서 지켜주실 거라 믿어야 한다. 부디 결단해주시기 바란다. 이 혼란을 극복하는 열쇠는 희생"이라고 강조하며 "그것이 민주당도, 이재명 대표도 사는 길이다. 먼 훗날 오늘을 회고했을 때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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