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절대 반대” 양안 문제 첫 언급
中 “말 참견 말라”.. “불에 타 죽을 것” 연일 강경 어조
여 “중국이 무례”.. 야 “외교 실책” 공방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304/608075_408342_1127.jpg)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한미 정상 회담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동북아 정세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우크라이나 군사지원 가능성을 언급하며 러시아와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최근에는 중국이 이른바 '양안(兩岸) 갈등'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연일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초기에는 “말 참견하지 말라”는 신경질적인 반응에서 오늘(21일)은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을 하는 자는 반드시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강경한 메시지를 내놓았다.
지난 12일 시진핑 주석이 이례적으로 광저우 LG디스플레이 공장을 방문하며 화해 제스쳐를 보인 상황에서 이번 윤 대통령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평가가 야당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19일 공개된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만 해협 긴장 상황과 관련해 “이런 긴장은 힘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어 "대만 문제는 단순히 중국과 타이완 간 문제가 아니라 북한 문제처럼 역내를 넘어선 전 세계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중국이 천명하고 있는 ‘하나의 중국’에 반대 입장을 내 놓은 것이다.
인터뷰가 공개된 후 중국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세계에는 오직 하나의 중국만 있으며, 대만은 중국 영토의 불가분의 일부"라면서 "대만 문제는 순전히 중국의 내정이며, 중국의 핵심 이익 중에서도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왕 대변인은 "대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중국인 자신의 일"이라며 "타인의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나토 회의에서 ‘탈중국’을 선언할 때도 별다른 논평을 내놓지 않았으나 대만 문제만큼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
문제는 왕 대변인이 사용한 '말참견'이라는 표현이다. 지난 2월 대만 해협 유사시 한반도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박진 외교부 장관의 CNN 인터뷰 발언에 대해 중국 외교부 마오닝 대변인이 했던 표현과 마찬가지로 사자성어 '부용치훼'(不容置喙)를 사용한 것이다.
'부용치훼'는 청나라 작가인 포송령의 소설에 등장하는 말로 상대방의 간섭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표현이다. 강한 어조로 상대방을 비판할 때 주로 사용하는 표현인데 일국의 정상에게 쓴 것은 이례적이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304/608075_408345_1312.jpg)
이에 외교부는 20일 주한중국대사를 초치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에 대해 항의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은 싱하이밍 대사에게 "우리 정상이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원칙을 언급한 데 대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무례한 발언을 한 것은 외교적 결례"라고 지적하고 "중국 측이 이번 건으로 인해 양국관계 발전에 불필요한 지장을 주지 않도록 노력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中 “말 참견 말라”에서 “불에 타 죽을 것”.. 초강경 메시지
우리나라 외교부의 대응에 이번에는 중국 외교장관이 직접 나섰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1일 상하이에서 '중국식 현대화와 세계'를 주제로 열린 '란팅(藍廳·blue hall) 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 핵심"이라며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을 하는 자는 반드시 스스로 불에 타 죽을 것(玩火者, 必自焚)"이라며 강경 메시지를 냈다.
![친강 중국 외교부장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304/608075_408343_1156.jpg)
친 부장은 "최근 중국이 '규칙에 기초한 국제질서에 도전한다', '무력이나 협박으로 대만해협 현상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려 한다', '대만해협 평화·안정을 파괴한다'는 등의 괴담을 우리는 늘 듣는다"며 "이런 발언은 최소한의 국제 상식과 역사 정의에도 어긋나며 그 논리는 황당하고 그 결과는 위험할 것"이라며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친 부장은 "대만은 예로부터 중국 영토의 나눌 수 없는 일부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이 모두 '하나의 중국'에 속해 있다는 것이 대만의 역사이자 대만의 현상"이라며 "대만의 중국 반환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질서의 일부였고, '카이로 선언'과 '포츠담 선언'에 명백하게 적혀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우리는 '국제질서'의 기치를 내세우며 국제공리를 훼손하는 짓을 하는 세력들에게 경고한다"며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 핵심으로, '하나의 중국' 원칙에서 문장을 더하려 하는 자는 그가 누구든 우리가 결코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며, 중국의 주권과 안보를 건드리려 하는 자는 그가 누구이든지 우리는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외교 전문가들은 ‘양안 문제’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중국의 반응은 당연한 수준이라는 해석이다. 중국은 앞서 대만이 미국으로부터 '하푼' 지대함 미사일을 약 400기를 구입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매우 위험한 불장난’이라며 강력 반발한 바 있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 12일 광저우 LG디스플레이 공장을 방문하면서 얼어 붙어 있던 한•중 관계에 훈풍이 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 상황에서 이번 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양국의 관계가 회복하기 힘든 수준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對) 중국 수출 부진도 당분간 이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대중 무역수지는 작년 10월부터 7개월 연속 적자가 유력하다.
■ 민주당 “윤 정부 외교 실책”.. 국민의힘 “중국이 무례”
야당은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의 사기꾼, 양안, 군사 지원 세 마디에 3천만냥 빚을 졌다"고 쓰며 현 정부의 외교 실책을 비판했다.
추미애 전 대표도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공연히 건드려 중국의 염장을 지르고, 국민의 불안과 반대를 무시하고 해외언론에 대놓고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을 공언해 러시아의 적이 되고, 독도를 넘보는 일본 총리랑 함께 전쟁연습을 하고 있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같은 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역시 페이스북에 “한국은 대륙과 해양을 잇는 반도 국가여서 인접한 대륙 국가 중국, 러시아와도 건설적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한국은) 통상 국가여서 어느 나라와도 잘 지낼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중진 우상호 의원도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로이터통신 회견에서 주변 강대국인 러시아와 중국 두 나라를 동시에 자극했다. 러시아와 중국이 제일 싫어하는 말과 이슈를 건드렸다"고 지적했다.
우 의원은 "미국과 친구가 되기 위해 우호적인 얘기를 하는 건 좋은데 왜 굳이 러시아와 중국이 제일 싫어하는 말을 했을까. 외교적으로 가장 큰 전략적 실수라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옹호하며 민주당에게 화살을 돌리고 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중국이 무례하게 우리 대통령을 비난하고 있는데 민주당은 마치 중국 입장에 동조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며 "국익이란 표현을 쓰고 있지만, 중국 국익, 러시아 국익을 뜻하는 게 아닌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이철규 사무총장은 "(윤 대통령의 발언은)지극히 상식적이고 보편적 발언을 한 것을 두고 중국이 타인의 말참견을 허용할 수 없다고 과민 반응을 보인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중국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