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관영매체 “확장억제 강화는 한반도 긴장 고조로 이어져”
중 외교부 “하나의 중국 원칙 존중하라.. 대만문제는 중국 핵심 이익”

의장대 사열하는 한미 정상 [사진=연합뉴스]
의장대 사열하는 한미 정상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중국이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대해 여러 채널을 통해 반발하고 있다. 중국 관영지는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핵우산의 실행력을 강화하기로 한 확장억제 방안에 대해 “북한의 추가적인 핵 위협을 유발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대만해협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한 공동성명에 대해서는 외교 채널을 통해 공식 항의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미국 전략핵잠수함(SSBN)의 한국 기항 등을 통한 확장억제(핵우산) 강화를 담은 '워싱턴 선언'을 채택했다.

이를 두고 복수의 중국 언론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북한이 '힘에는 힘' 원칙에 입각해 전례 없는 대응을 할 경우 한반도 긴장은 물론 중국과 미국간의 갈등이 더욱 고조될 수 있다는 취지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8일 "중국 전문가들은 미국이 핵잠수함을 포함한 핵무기를 한국에 배치할 경우 한반도의 또 다른 핵 위기를 촉발할 수 있으며, 그 결과에 대해 미국과 한국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의 중국사회과학원 왕쥔성 연구원은 글로벌타임스에 "미국과 한국은 이미 연합훈련과 미국 (전략) 자산의 정기적인 방문을 실현했는데, 만약 미국이 핵잠수함을 포함한 핵무기 배치로 한 발 더 나간다면, 이는 분명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 강화뿐 아니라 중·미 긴장 관계의 추가적 악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왕 연구원은 이어 "미국이 중국 영토 가까이에 핵잠수함을 배치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만약 미국이 중국의 저항이나 보복을 받지 않는다면 핵추진 항모와 전략 폭격기를 포함한 더 많은 전략무기들을 파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28일자 사설에서 한미의 확장억제 강화 합의에 대해 "핵 공격 위협에 직면한 한국의 안전감에 대한 즉각적인 전술상 필요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한국의 장기적, 전략적 국가 안보 이익에는 부합하지 않는다"며 "한 국가의 안보 추구가 다른 나라의 안보를 훼손할 때 그것은 더 많은 위험과 더 큰 불확실성을 야기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관영 환구시보도 사설에서 워싱턴 선언에 대해 "한국이 진정으로 안전감을 원한다면 미국에 더 책임 있는 태도로 대북 정책을 만들 것을 촉구하고, 각 측과 함께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를 추동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역대 한국 정부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미국에 대한 민족적 독립 의식이 가장 결여됐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이번 방미는 그 평가를 의심의 여지 없이 입증했다"고 주장했다.

중 외교부 “하나의 중국 원칙 존중하라.. 대만문제는 중국 핵심 이익” [사진=연합뉴스]

중 외교부 “대만문제는 중국 핵심이익.. 외부 세력 간섭 허용 안해”

한미정상의 ‘대만해협’ 관련 발언에 대해서는 중국 외교부가 나서 항의의 메시지를 분출하고 있다.

한미 정상은 26일(현지시간) 발표된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서 "양 정상은 역내 안보와 번영의 필수 요소로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미 공동성명에 대해 "미국과 한국은 대만 문제의 실제를 똑바로 인식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며 대만 문제에서 언행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잘못되고 위험한 길로 점점 멀리 가지 말라"고 말했다.

마오 대변인은 이어 "대만 문제는 순전히 중국의 내정이고 중국의 핵심이익 중 핵심"이라며 "대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중국인의 일이며 어떠한 외부 세력의 간섭도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의 방법은 냉전적 사고로 가득 차 있고 진영 대결을 선동하며, 핵 비확산 체계를 파괴해 다른 나라의 전략적 이익을 해치고 한반도의 긴장을 격화시켜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한다”며 “이것은 한반도 비핵화 목표에 배치되는 것으로 중국은 결연히 반대한다”며 확장억제에 대해서도 비난했다.

중국 외교부도 28일 홈페이지 게시물을 통해 "류진쑹 외교부 아주사(司) 사장(아시아 담당 국장)이 27일 밤 강상욱 주중 한국대사관 정무 공사와 '회동을 약속하고 만나'(웨젠·約見) 한미공동성명의 중국 관련 잘못된 표현에 대해 엄숙한 교섭을 제기하고 강렬한 불만을 표했다"고 밝혔다.

'엄숙한 교섭 제기'는 외교 경로를 통한 항의를 의미하며, '웨젠'은 중국 외교부가 중국 주재 타국 외교관을 외교부로 부르거나 별도의 장소에서 만나 항의 등을 전달하는 것을 의미하는 외교용어다. 중국 외교부가 한중관계에서 '웨젠'을 통해 항의할 때 그 수위는 부부장(차관)이 대사에게 하는 것이 가장 높고, 국장급이 공사에게 하는 것은 그다음 급이다.

또, 류 사장은 또 대만 등 문제에 대한 중국의 엄정한 입장을 강조하며 한국 측에 '하나의 중국' 원칙을 확실히 지킬 것을 촉구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이같은 중국의 반응은 일종의 ‘약속대련’이라는 해석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미국은 '워싱턴 선언'을 발표하기 전에 중국에 대략적인 내용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공동성명에도 중국을 실명으로 거론하지 않으면서 수위를 조절하는 등 중국을 배려했다. 이에 중국도 공식적 항의의 수위는 최소한의 수준으로 조절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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