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 해결하려면 미국 못지않게 중국 협력 중요”
“한미동맹 강화한다고 중국과의 관계 악화시킬 필요 전혀 없어”
“한일 문제, 장기적 관점에서 관리 중요…급하게 해결하면 또 수많은 문제에 부딪히게 될 것”
“후쿠시마 오염수 대책 없는 것 아냐…방류는 제일 싼 값에 처리하겠다는 것”
“한국 UN 재정 기여도 세계 9위, 비상임이사국 맡는 건 당연하다”

폴리뉴스(대표 김능구)는 6.15 남북공동선언 23주년을 맞아 12일 폴리뉴스 스튜디오에서 이승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전 사무처장을 모시고 윤석열 정부의 남북·외교 정책을 평가하는 스페셜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김한수 기자]
폴리뉴스(대표 김능구)는 6.15 남북공동선언 23주년을 맞아 12일 폴리뉴스 스튜디오에서 이승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전 사무처장을 모시고 윤석열 정부의 남북·외교 정책을 평가하는 스페셜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김한수 기자]

[대담 김능구 대표, 정리 김자경 기자] 올해 6월15일, '6.15 남북공동선언 23주년'을 맞아 <폴리뉴스>는 12일 <스페셜 인터뷰>에 이승환 원광대 교수를 모시고, 윤석열 정부의 남북·외교 정책을 평가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 교수는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공동의장,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회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을 지낸 외교·통일문제 전문가다.

이승환 교수는 중국과의 외교전략에 대해 “한미동맹을 강화한다고 해서 중국과의 관계를 일방적으로 악화시킬 필요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한미동맹 때문에 대중 강경기조를 취하고 있는 한국과 달리 최근 미국이 중국에 대해 리스크를 관리해 나가는 실용적 접근 방식(derisking)으로 전환한 것과 관련해 “독자적인 전략 없이 강대국의 외교 노선에 일방적으로 편승하는 것의 위험이 그런 것”이라며 “강대국의 이익에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우리 이익에 맞는 외교를 해야 된다”고 일침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핵 문제 때문에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서는 안 된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국의 협력도 미국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싱하이밍 중국대사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만나 한 강경 발언에 대해서는 “외교관으로서 적절치 않은 발언이었다”고 지적했다. “반면에 그럴 정도로 중국이 우리 외교정책에 대해서 심각한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는 반증”이라며 “이제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실익을 모색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강제동원 제3자 변제 방식에 이어 기시다 총리 방한, G7 정상회담 등 급속히 진전되고 있는 일본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지금의 한일 관계는 한중 관계의 작은 복사판”이라며 “일본 우익 전략가들의 판단은 한일 간의 세력 전이가 일어나기 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실제로 지금의 한일 관계의 핵심은 동아시아 패권국이었다가 중국에 밀린 일본이 이제 한국과의 관계에서도 쉽지 않은 상황들이 진전되고 있는 시점에 우리가 가장 약점을 찔러서 공격해 들어온 것”이라며 “강제동원 문제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역사 문제나 영토 문제 관련해서 우리가 먼저 양보하면 일본이 어느 정도 절충적인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느냐. 저는 가능성 제로라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일본은 전쟁할 수 있는 보통 국가로 가기 위해 모든 초석을 다 놓고 법 제도도 정비를 거의 다 했다. 남은 문제는 일본의 전후 세대들에게 이른바 역사적 죄의식, 굴욕감을 넘겨주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침략의 역사를 부정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한일 관계는 본질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고, 어느 한 문제를 양보해서 빨리 풀고 해결한다는 건 안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관리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처럼 단숨에 급속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또 수많은 문제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서는 “대책이 전혀 없는 게 아니다. 지금 방류하는 건 제일 싼 값에 문제를 처리하겠다는 것”이라며 “1차적으로 가장 피해를 입을 한국 정부가 이런 식으로 입장을 취하면 일본이 문제를 적당히 해결하는 방식에 면죄부를 주는 게 되고, 장기적으로 지구 생태와 관련해서 우리도 무책임한 태도를 취하게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우리나라가 11년만에 UN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에 재진입한 것과 관련해서는 “그 자체가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것”이라며 “한국의 위상이 달라졌다. 우리나라의 UN 재정 기여도가 세계 9위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정도의 기여를 하고 있으면 비상임이사국을 맡는 건 당연하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6.15 남북공동선언 23주년을 맞아 윤 정부에 제언을 부탁하자 “남북관계와 관련해서 진보 정부보다 보수 정부의 역할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뗀 이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를 언급했다.

“첫째, 남북관계와 대외정책 간에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가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 둘째, 억제 만능, 힘 만능 보다는 조금 더 포괄적인 관점에서 여러 가지 기준을 복합적으로 적용해 나가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 셋째, 우리 정부가 앞장서서 남북관계가 악화되는 상황을 만들지 말고 남북관계에서 담대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추진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승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전 사무처장은 12일 폴리뉴스와 가진 스페셜 인터뷰에서 “북핵 문제 때문에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서는 안 된다”며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국의 협력도 미국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김한수 기자]
이승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전 사무처장은 12일 폴리뉴스와 가진 스페셜 인터뷰에서 “북핵 문제 때문에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서는 안 된다”며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국의 협력도 미국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김한수 기자]

[다음은 이승환 교수와의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미중 패권 전쟁 속에서 우리가 그전에는 경중안미(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 전략을 유지했다면, 이 정부 들어와서 완전히 미국의 가치에 편승해 중국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취해왔다. 그런데 미국이 갑자기 디커플링(decoupling)에서 디리스킹(derisking)으로 전환하면서 고위급 접촉도 해나가고 있고, 바이든 대통령이 신냉전은 없다고 해서 국민들이 좀 헷갈릴 것 같다. 우리는 무역 수지라든지 이런 부분들은 악화일로에 있으면서도 한미동맹 때문에 (대중 강경기조)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보여지는데 미국이 이렇게 바뀌면 뭐가 되나.

미국뿐만 아니고 일본도 사실은 기시다 총리가 계속해서 북한과 접촉하려고 하고 있다. 우리가 우리의 독자적인 외교 전략 없이 강대국의 외교 노선에 일방적으로 편승하는 것의 근본적인 위험이 그런 거다. 미국이나 일본은 오히려 중국과의 접촉, 북한과의 접촉 이런 것을 하려는 노력도 하고 또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우리 정부가 오히려 그걸 보고 대외정책이나 대북 정책의 변화를 추구해야 되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싱하이밍 대사의 발언을 통해서 한중 관계가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는데, 미국 뿐만 아니라 미국 대외정책의 핵심이 인도인데, 인도 같은 경우도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서 굉장히 유연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강대국의 이익에 우리 외교 초점을 맞추는 외교를 할 게 아니라 우리의 이익에 맞는 외교를 해야 된다. 한미동맹을 강화한다고 해서 중국과의 관계를 일방적으로 악화시킬 필요가 전혀 없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우리가 먼저 더 앞장서서 중국과의 관계, 또 북한과의 관계를 그렇게 하는 게 이해가 잘 안된다.

-프랑스 대통령이나 독일 총리 등이 중국에 가서 시진핑하고 여러 날 회담도 하고 하면서 ‘동맹은 속국이 아니다’ 이런 말을 했다. 사람들이 ‘우리는 북핵 때문에 어쩔 수 없나’ 이런 생각을 한다. 어떻게 보시나.

북핵 문제 때문에 우리가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건 안 된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실은 중국의 협력도 미국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중국이 한미와 관계가 악화되니까 제일 먼저 내세우는 게 북한 문제,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 협조하지 않겠다고 하는 그런 분위기를 제일 먼저 풍기고 있는 거 아닌가. 중국과의 관계 문제는 우리가 미국이나 일본과 민주주의 가치나 이런 여러 가지 부분을 공유하고 또 한미동맹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는 중국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또 특히 경제적으로 지금 미국은 중산층의 복구가 제일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에 IRA 인플레이션 관련 법이나 이런 모든 것들의 초점이 거기에 맞춰져 있다. 그러니까 우리를 위해서 하고 있는 게 아니다. 모든 초점이 동맹에 있는 게 아니라 미국 국민들의 잃어버린 세월을 복구하는 거다. 그게 트럼프부터 아메리카 퍼스트를 주장했던 거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그렇게 한다고 하더라도 미국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경제적인 반사 이익이 특별히 새로운 것이 나올 게 별로 없다.

중국과의 관계는 오히려 우리가 앞으로 경제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조금 더 많다는 게 객관적인 평가다. 그런 점에서 사실은 중국과의 관계 부분을 악화시킬 게 아니라 우리 입장에 맞게 관계를 적절하게 진행해 나가는 것은 결코 한미동맹과 완전히 배치되는 문제가 아니다. 만약에 미국의 일방적인 입장만 들어줘야 하는 게 한미동맹이라고 하면 그 말은 아까 프랑스 대통령이 했던 말처럼 ‘우리는 미국의 속국이 아니다’ 이런 얘기가 그대로 적용될 수밖에 없다.

-며칠 전 주한 중국대사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만나서 ‘한국의 대중 정책이 계속 이렇게 간다면 후회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외교 관계자가 이런 발언을 하는 게 이례적인데?

싱하이밍 대사의 그 발언은 문제다. 그런 식으로 직설적으로 얘기하는 게 외교관으로서 적절치 않은 발언이었다. 그런 점에서 그 발언이 변호되거나 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반면에 그럴 정도로 중국이 우리 외교 정책의 변화에 대해서 심각한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는 걸 반증하는 거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중국은 미중 관계에서 장기전을 펼쳐나갈 거고, 그런 측면에서 중국이 얘기하는 내수를 중심으로 소위 쌍순환을 추구해 나가는데 중국의 공급망 측면에서 상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게 한국이나 일본과의 관계이기 때문에 한국과의 관계가 극도로 악화되는 건 중국으로서도 별로 좋지 않다. 그런 점에서 보면 중국 대사의 발언은 외교적으로는 적절한 처신이 아니고, 한국이 미국과의 관계와 별도로 중국과의 관계를 적절하게 풀어나가는 노력들을 해야 되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이번 싱하이밍 대사의 발언을 정치적으로 너무 튀어나가게 만드는 것도 우리 정부로서는 별로 적절치 않은 대응이다. 이제는 좀 수습하고 중국과의 관계에서 실익을 모색할 수 있는 방향으로 우리 정부도 미국이나 이런 데를 좀 본받아서 변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싱하이밍 주중대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초청해 만난 자리에서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반드시 후회한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되었다. [사진=연합뉴스]
싱하이밍 주중대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초청해 만난 자리에서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반드시 후회한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되었다. [사진=연합뉴스]

-한미동맹 못지않게 한일 관계가 급속히 진전되고 있다. 강제동원 제3자 변제 방식에 이어서 한일 정상회담, 그다음에 기시다가 방한했고 일본에서 G7 정상회담까지 이뤄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필수적이다, 자신의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더라도 나라를 위해서 가야된다고 이야기했다. 국민감정은 아직 이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 것 같은데 어떻게 보시나.

저는 한일 관계 문제와 관련해서 현재 한일 관계의 이면에 흐르고 있는 핵심 문제, 본질을 우리가 먼저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 때 제3자 변제 방식 비슷한 것을 당시 여당 일각에서 얘기한 바가 있다. 그런데 일본 정부가 시큰둥했다. 정확히 얘기하면 지금의 한일 관계가 강제동원 문제, 대법원 판결 문제를 해결하면 해결되느냐. 일본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었던 거다. 이 얘기는 정확하게 얘기하면 지금의 한일 관계는 한중 관계의 작은 복사판이다. 즉, 일본의 자민당 우익 전략가들의 핵심적인 판단은 한일 간의 세력 전이가 일어나기 전에 미연에 방지한다는 거고 그런 측면에서 경제 안보론을 내세워서 무역 규제 이런 부분을 한 것 자체가 강제동원 문제 때문에 그렇게 한 게 아니라는 거다.

실제로 지금의 한일 관계의 핵심에 흐르는 문제는 동아시아에서 일어날 수 있는_지금 일본의 경우는 동아시아의 패권국이었다가 중국에 밀린 거고 이제 한국과의 관계에서도 쉽지 않은 여러 가지 상황들이 진전되고 있다. 그런 상황들 때문에 가장 어려운 시점에 우리가 가장 약점을 찔러서 공격해 들어왔던 거다. 일본이 그냥 강제동원 때문에 그런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그리고 예를 들어서 역사 문제나 영토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가 먼저 양보하면 일본이 나중에 그것을 받아들여서 어느 정도 절충적인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느냐. 저는 그 가능성 제로라고 본다. 일본은 전쟁할 수 있는 보통 국가로 가는 부분에 모든 초석을 다 놓은 거고 법 제도로서도 정비를 거의 다 했다. 헌법 개헌하면 좋겠지만 이미 해석 개헌을 해서 사실상 개헌한 거나 마찬가지인 상태이기 때문에 그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다. 남은 문제는 일본의 전후 세대들에게 이른바 역사적 죄의식을 넘겨주지 않는 것. 즉, 식민지 죄책감 그리고 죄인으로서 사는 굴욕감을 넘겨주지 않겠다는 거다. 그런 점에서 역사에 대해서 자학사관 이런 걸 얘기하면서 일본식의 역사 수정주의를 대세화하고 있는 거다. 침략의 역사를 부정하는 거다. 그런데 이런 부분들에 태도 변화가 생길 거냐. 저는 전혀 안 생길 거라고 본다. 일본이 아마도 최선을 다해서 얘기하면 그저 과거의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한다는 발언 정도를 하는 수준에서 갈 거고, 독도 문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지금 한일 관계는 사실은 본질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고 그런 점에서 우리는 일본과의 관계를 어느 한 문제를 그냥 양보해서 빨리 풀어서 해결한다는건 현실적으로 안 되는 얘기다.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얘기라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한일 관계는 장기전으로 갈 수밖에 없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일 관계를 관리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그 과정에서 한일 관계를 계속 불편한 상태로 놔두지 말고 개선하려고 하는 노력은 해야 된다.

그런데 개선하려고 하는 노력이 예를 들어서 일본의 모든 과거의 역사, 영토 문제에 대한 책임을 사실상 우리가 면죄부를 주는 방식으로 그렇게 갈 것까지는 없다는 거다. 일본 문제도 우리는 급하게 해결할 게 아니고 장기적인 전략을 가지고 장기전으로 가야 되는 문제다. 일본은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일본 문제를 대하는 태도와 관련해서도 저는 지금처럼 단숨에 급속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잠깐은 반짝할 수 있지만, 또 수많은 문제에 부딪히게 될 거라고 본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5월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일 정상 소인수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5월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일 정상 소인수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65년 한일 협약처럼 이번에도 미국의 압력이 있었다, 이런 말도 많다.

그건 계속 돼왔던 문제다. 지금 미국이 전 세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게 역(力)의 균형 전략이라는 건데 유럽은 유럽인들의 힘으로 지키라는 거고 아시아도 마찬가지다. 지금 미국의 대외 전략의 핵심은 모든 게 중국에 맞춰져 있고 소련에 대한 대응은 유럽이 하라는 쪽으로 가고 있다. 그리고 중국과 관련해서 아시아에서 핵심적인 전선을 구축하는 게 결국 일본하고 한국이라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그런 측면에서 계속 한일 관계가 미국 입장에서는 걸려왔던 문제고 그래서 오바마 정부 때도 박근혜 정부에 압박을 넣어서 위안부 문제를 처리하게 하려고 했던 거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우리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거다.

그런데 사실은 미국의 압력이 있다고 해서 우리가 꼭 그렇게 해야 되냐 그건 다른 문제다. 그리고 한일 관계 문제가 또 다른 동아시아 질서와 관련해서 우리가 어떻게 할 거냐 하는 문제하고 연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 독자적인 전략을 가지고 장기전으로 가야 되는 문제고, 그런 부분과 관련해서는 우리가 충분히 미국과 협의하고 미국이 좀 불편하더라도 미국의 이해를 구하면서 문제를 길게 풀어가는 건 전혀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후쿠시마 오염수는 당장 우리 수산업자들의 생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오늘 아침 뉴스 보니까 일본에서 2주간 배수 시험가동에 들어갔다고 한다. IAEA에서 만약 이걸 인정하게 된다면 수산물 수입 문제에서도 변화가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수순으로 가고 있는 걸로 보인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류 문제는 아직 과학적으로 검증된 게 전혀 없기 때문에 실제로 확인이 잘 안 되는 상태에서 면죄부를 주는 듯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한국 정부가 1차적으로 가장 피해를 입을 나라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해서는 명백히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문제를 처리해야 된다고 본다. 지금 오염수 방류가 불가피한 거 아니냐, 그러니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거 아니냐 이런 논리들이 꽤 있다. 삼중수소 같은 경우 우리도 기준치 넘는 거 방류하고 있는 거 아니냐 이런 식의 논리를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지금 정상적인 상태에서 가동되는 게 아니지 않나. 그리고 삼중수소가 문제가 아니라 세슘을 비롯해 실제로 우리가 모르는 수많은 위험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 일단 판단하기가 어려운 상태다.

그리고 두 번째, 지금 방류하는 건 제일 싼 값에 문제를 처리하겠다는 거다. 해저에 콘크리트 만들어서 저수하는 시설을 만드는 거라든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지금 대책이 전혀 없는 게 아니다. 그런데 그게 돈이 많이 드는 거다. 그러니까 일본은 어쨌든 방류를 하려고 하는 건데 이거를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피해를 입는 우리가 그 부분에 대해서 그냥 이런 식으로 입장을 취하게 되면 결국 일본이 비용을 줄이고 문제를 적당히 해결하는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을 우리가 면죄부를 주는 방식이 되는 거고 장기적으로 지구적 생태와 관련해서 우리도 무책임한 태도를 취하게 되는 거다.

이 문제는 대책이 전혀 없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일본이 해결해야 되는 거다. 원자력학회 내에서도 사실은 방류의 위험성에 대해서 문제 제기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그래서 이 문제는 일본이 더 많은 돈을 들여서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서 실제로 설득할 만한 조건이 됐을 때 얘기를 다시 하도록 해야 되는 문제다. 현재로서는 방류에 대해서 반대하는 것 외에 다른 대책은 별로 없는 것 아닌가 싶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저장 탱크 [사진=연합뉴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저장 탱크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IAEA 조사단이 지금 검증을 하고 있지 않나. 야당 국회의원도 IAEA 조사단이 문제없다고 하면 도리 없는 거 아니냐라는 의견도 있는데.

지금으로서는 그런데 IAEA 조사단이 실제로 어떤 결론을 낼지는 알 수 없다. 그 결과에 대해서 우리가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리고 IAEA가 그렇게 얘기했다고 해서 이걸 그대로 방류해도 된다고 반드시 연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이번에 우리가 11년 만에 UN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에 재진입했다. 그리고 7월 11,12일 나토 정상회담에 참석하게 돼서 윤 대통령이 북핵 미사일 문제에 주도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데 우리 군사외교적 위상에 긍정적인 변화가 올 수 있겠나.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이 된 것은 그 자체가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거다. 제가 알기로 우리나라의 UN 재정 기여도가 세계 9위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정도의 기여를 하고 있으면 비상임이사국을 맡는 건 당연한 거다. 그만큼 국제적인 책임이나 역할이 커졌고 한국의 위상이 달라졌다. 그런데 비상임이사국이 돼서 그에 걸맞는 노력을 얼마나 할 거냐, 이건 또 별개 문제다. UN 안보리가 다뤄야 할 핵심적인 문제가 전통적인 안보, 평화 문제, 군사적 평화 이런 문제도 있지만 기후위기나 젠더를 포함한 포괄적인 안보, UN이 얘기하는 민간안보 이런 부분들까지 포괄적이고 전반적으로 다 다루게 될 건데 그런 측면에서 이 정부가 UN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서 실제로 얼마나 건설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냐 하는 부분은 이 정부의 대외정책이나 이런 부분들로 봐서는 얼마나 충실하고 창의적으로 새로운 환경에서의 포괄적인 안보 위기 대응에 대해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냐 하는 부분은 아직은 좀 미지수라고 본다.

-윤석열 정부가 시민단체 정부 지원금을 대폭 삭감하고 있다. 정부를 비판하는 정치적 이유에 회계 부정이 있다는 건데, 민화협도 포함돼 있다. 어떻게 보시나.

글쎄, 제가 민화협 활동을 했지만 떠난 지 오래 돼서 이 사건에 대해서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모른다. 다만 민화협이 가장 공신력 있는 대북 지원단체니까 지자체들이 대북 지원과 관련해서 기금을 집행하도록 한 건데, 하노이 이후에 남북관계가 여러 가지 이유로 단절돼서 북한 자체가 남쪽으로부터 지원이나 이런 것을 안 받으려고 했기 때문에 지원할 방법이 없어서 아마 돈을 불용하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됐을 때 그 돈을 어떻게 사용했느냐 하는 부분은 제가 잘 모르는 부분이기 때문에 아마 실제로 돈을 쓰기는 어려웠을 거고 그래서 전용하거나 그랬던 게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6.15 남북공동선언 23주년을 맞이해서 압축적으로 윤 정부가 남북관계에서 어떤 역할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제언 한 말씀 부탁드린다.

저는 남북관계와 관련해서 진보 정부보다는 보수 정부의 역할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보수 정부하에서 남북관계나 국제 질서 변동을 더 능동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정부가 몇 가지 지점에서 조금 근본적인 검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남북관계와 대외정책 간에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가는 노력을 좀 했으면 좋겠다. 두 번째는 우리가 쉽게 빠져드는 것 중 하나가 억제 만능, 힘 만능인데 그보다는 조금 더 포괄적인 관점에서 남북관계와 대외정책의 여러 가지 기준들을 복합적으로 적용해 나가는 노력들을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 정부가 앞장서서 남북관계가 악화되고 다른 주변 강대국들은 남북관계에 대해서 오히려 유연한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역대 보수 정부에서 많았는데, 윤석열 정부는 그런 상황을 피해서 좀 더 유연하고 폭넓은 시야에서 남북관계를 운영하기를. 그래서 정말로 이어달리기, 남북관계에서 담대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추진하기 위한 노력, 이런 것들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 이승환 교수는 1958년생으로 고려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경남대학교에서 석사와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8년 통일맞이 사무처장을 시작으로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회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등 남북문제관련 굵직한 요직을 두루 지냈다. 2010년부터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와 2015년부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공동의장을 맡고 있으며, 현재 원광대 초빙교수로도 재직 중이다. 2017년 제20회 정일형 이태영 자유민주상 민주통일부문 수상,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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