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고진 암살설 나오자 루카셴코 "푸틴이 프리고진을 살해할 가능성 없어"
푸틴 지휘 받는 바그너 그룹, 우크라 수도 키이우 90km 거리에 주둔
푸틴, 게라시모프 총참모장 경질.. 지배력 강화 수순

푸틴 지휘 받는 바그너 그룹, 우크라 수도 키이우 90km 거리에 주둔 [사진=AP=연합뉴스]
푸틴 지휘 받는 바그너 그룹, 우크라 수도 키이우 90km 거리에 주둔 [사진=AP=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군사반란을 주도하다 벨라루스로 망명한 것으로 알려진 바그너 그룹의 수장 프리고진이 러시아에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푸틴이 프리고진을 숙청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으나 오히려 프리고진과 갈등 관계에 있던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이 경질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푸틴이 자신의 권력 강화를 위해 프리고진을 활용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앞서 프리고진은 지난달 23일 용병단 바그러 그룹을 이끌고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로 진격하다 이튿날 모스크바로부터 200㎞가량 떨어진 곳에서 진격을 멈추고 철수했다. 이 과정에서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중재자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만 해도 프리고진의 군사 행동에 대한 해석과 의견이 분분했다. 프리고진이 반란을 꾀하다 실패한 것이라는 해석과 함께 푸틴이 군 고위지휘관을 경질할 구실을 만들기 위한 친위쿠데타라는 분석도 나왔다. 또, 우크라이나와 전황을 바꾸기 위해 바그너 그룹을 벨라루스에 배치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에 외교 전문가들은 프리고진의 생사 여부가 이번 사태의 성격을 결정짓는 것이라고 봤다. 프리고진이 만일 목숨을 잃는다면 군사 반란 시도로 인해 숙청을 당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다른 목적이 있음을 알 수 있다는 의미다.

이달 초에는 CNN과 뉴스위크 온라인판은 푸틴 대통령이 프리고진을 암살하라는 지령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2일(현지시간) 매체는 우크라이나 국방부 국방정부국 키릴로 부다노우 국장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연방보안국(FSB)에 프리고진을 말살하라고 명령했다고 전했다.

부다노우 국장은 온라인 매체 워존(war zone)과 가진 인터뷰에서 "FSB가 푸틴 대통령의 암살 지시를 받고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했다"면서 "프리고진을 제거하는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지는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프리고진은 러시아에 ‘살아서’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루카셴코 "푸틴이 프리고진을 살해할 가능성 없어" "바그너 그룹은 푸틴 지휘 받을 것"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지난 5일(현지시간) 프리고진의 개인 비행기가 벨라루스와 모스크바를 오가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프리고진의 차량이 상트페테르부르크 중심부에 정차한 모습 등도 목격됐다고 전했다.

이는 푸틴이 프리고진을 숙청할 의사가 없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프리고진의 행방을 추적할 수 있는 푸틴이 그가 모스크바를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도 6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최근까지 중요한 측근이던 프리고진을 당장 살해할 가능성까지 없다"며 암살설을 일축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히며 향후 벨라루스에 주둔하게 될 바그너 그룹은 푸틴 휘하에 지휘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벨라루스에 새 둥지를 트는 것으로 전해진 바그너그룹 용병은 결국 푸틴 정권이 운영하게 될 것"이라며, 바그너 용병이 어디에 배치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내가 아니라 러시아 리더십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결국 프리고진의 군사 행동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불과 90km 떨어진 곳에 바그너 그룹이 주둔하는 결과를 낳게 됐다.

푸틴, 게라시모프 총참모장 경질.. 지배력 강화 수순

뿐만 아니라 푸틴의 지배력은 한층 강화되는 모습이다. 

러시아 독립매체 모스크바타임스는 9일(현지시간) 러시아 군사 채널을 인용해 푸틴이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합참의장 격)을 경질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프리고진은 러시아 국방부가 바그너그룹에 탄약 등을 제대로 보급하지 않는다며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의 해임을 요구한 바 있다. 

매체에 따르면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이 공식적으론 러시아군을 계속 이끌지만, 우크라이나전 총사령관직에서 해임돼 전쟁에 대한 발언권은 없어졌다. 이에 따라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지난해 1월 우크라이나전 총사령관을 맡은 이후 6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모스크바타임스는 푸틴 대통령이 프리고진의 반란을 구실삼아 러시아군 고위 지휘관을 대대적으로 숙청하고 있고, 그 책임으로 러시아군 최고 지휘관인 게라시모프 총참모장도 주요 역할에서 배제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러시아 전문가인 제성훈 교수는 지난달 29일 유튜브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이번 사태로 푸틴의 지배력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 교수는 "일단 푸틴의 리더십에는큰 손상은 입었다고 보고요. 다만 엘리트들의 결집은 더  강화될 거라고 생각하고요. 국민들도 다른 대안이 없고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는 푸틴을 중심으로 단결해서 이번 전쟁 이겨야 된다고 생각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수만 명의 병력을 가진 사람(프리고진)도 결국 푸틴의 권력에 최종적으로 도전하지 못했다"면서 이번 프리고진의 사태가 역설적으로 푸틴 체제의 강력함을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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