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김태우는 공익신고자' 법원 유죄 판결 3개월만에 전격 사면
국민의힘, 내부서 '재공천 신중론' '불가론' 제기.. '김태우 카드 활용' 주장도
'용산' 의중은 '김태우 정치적 복원?'.. 지도부, 내년 총선 출마 제안할 듯

국민의힘이 '윤심'을 받고 있는 김태우 전 구청장 재공천 여부를 두고 고심에 빠졌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광복절 특사로 사면 복권 됨에 따라 오는 10월 11일 치러지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놓고 국민의힘이 시끄럽다. 윤석열 대통령이 김 전 구청장을 정권 탄생의 일등공신으로 각별히 생각하고 있는 만큼 이번 사면은 '강서구청장 재공천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당초 이번 보궐선거에 무공천을 검토하고 있던 지도부가 '윤심'을 따를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 전 구청장은 2018년 문재인 정부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으로 활동하면서 첩보보고서 등 4개 문건을 기자들에게 유출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로 재판에 넘겨졌고, 대법원은 지난 5월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확정했다.

하지만,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난지 3개월도 안된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은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김 전 구청장을 포함시켰다. 이로써 김 전 구청장은 이번 보궐 선거에도 출마 자격을 갖추게 됐다.

윤 대통령의 이번 '고속 사면' 결정에는 김 전 구청장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법원의 판결이 옳지 않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윤 대통령은 광복절 특사 논의 초기부터 김 전 구청장 사면에 대한 의지가 확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구청장은 '공익신고자'였는데 법원이 양형에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구청장과 윤 대통령의 관계는 '조국-문재인'과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 그만큼 김 전 구청장이 정권을 상징하는 인물이라는 의미다. 정가에서는 김 전 구청장이 문재인 정부의 각종 의혹을 폭로한 것이 정권 교체의 동력이 되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이번 사면에는 김 전 구청장을 정치적으로 복원시켜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도 담긴 것이라는 해석이다.

국민의힘, 내부서 '재공천 신중론' '재공천 불가론' 제기

문제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선뜻 재공천 카드를 선택하기 어렵다는데 있다. 당초 지도부는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무공천을 검토해 왔다.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귀책사유가 있을 경우 무공천한다는 당규를 지켜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서울 지역에서 국민의힘이 열세인 상황인데 김 전 구청장을 재공천할 경우 여론의 거센 저항으로 총선 전체 구도가 흔들릴 수 있다. 또, 만에 하나 김 전 구청장이 낙선한다면 지도부 책임론도 불거질 것이 분명하다.

이에 여당 내에서는 '재공천 신중론', '재공천 불가론'이 제기되고 있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16일 BBS 라디오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김 전 구청장을 사면한 것은 공익신고자에 대한 보호 차원"이라며 "강서구청장 자리를 다시 찾아오라는 메시지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태 전 의원도 SBS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 뜻은 '김 전 구청장을 사면했으니 무조건 보궐선거에 내보내야 한다'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우 전 의원도 이날 KBS 라디오 배종찬의 시사본부에 출연해 "(김 전 청장을) 사면 복권한 것은 저는 맞다고 본다"면서도 "(재공천은) 국민의힘이 대승적으로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합리, 불합리를 떠나서 당헌당규상에 우리가 보궐선거 귀책 사유가 있는 정당이 됐다. 그래서 그런 경우에는 후보를 내지 않겠다라고 돼 있는데 저는 이번에 그거 지켰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반윤계인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다시 공천하면 지도부가 망할 것"이라는 강한 표현을 쓰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천 위원장은 1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설마 이번 10월 보궐선거에 또 강서구청장에 내보내지 않을 거라고 믿고 싶다"며 "보궐선거에 책임이 있는 사람을 또 내보내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앞으로의 수도권 표심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하나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며 "이거는 저희가 어마어마한 모래주머니를 달고 뛰는 건데 그랬다가 저희가 스코어 차이가 많이 나서 참패하면 지금 지도부는 그걸 어떻게 버텨내겠느냐"고 경고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김태우는 잘못이 없다'는 것이 용산의 입장이라면 공천을 망설일 이유가 없다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법원의 판결에 대해서 승복하기 어려우니 김태우 전 구청장을 바로 사면한다면 애초에 잘못이 없는데 무공천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라며, "수도권 지역에서 인재를 찾기 어렵다고 하던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이기면 거꾸로 인재가 몰려들 것이니 본인들의 인식과 판단이 맞다면 무조건 후보를 내고 선거에서 성적표를 받아봐야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태우 카드를 적극 활용해보자는 의견도 나온다.

권영세 의원은 김 전 구청장의 경쟁력이 제일 낫다면 다시 (후보로) 낼 수도 있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10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당에서) 강서구청장 후보를 안 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분명하게 잘못을 해서 귀책사유가 있을 때 (후보를) 안 내는 건데 김 전 구청장의 경우는 사실 할 말이 많은 분"이라고 말을 꺼냈다.

이어 "공익 제보로 그렇게 심할 정도(당선무효형)로 처벌되는 게 마땅한가"라며 "이런 상황에서 이길 가능성이 있든 없든 후보를 안 내는 건 전적으로 우리가 (김 전 구청장이 유죄라는 걸) 수용한다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 지도부에서 만약에 그런 생각을 한다면 옳지 않은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용산' 의중은 '김태우 정치적 복원?'.. 지도부는 내년 총선 출마 제안할 듯

현재 '용산'의 의중은 '재공천'으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언론과 통화에서 "대통령실 일각에서는 '김 전 구청장을 재공천해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는 시각이 존재한다"며 "김 전 구청장을 다시 공천하는 데 회의적인 지도부에 대해 용산 일각에서는 '왜 이렇게 당이 투지가 없느냐'는 시각이 있다"고 전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지도부가 김 전 구청장에게 이번 보궐 선거가 이난 내년 총선 출마를 권유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여권 인사는 "김 전 구청장도 자신이 다시 당선 될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마하는 이유는 내년에 총선에서 강서갑에 출마를 위함"이라고 말했다. 김 전 구청장이 최근 강서을에서 강서갑으로 이사를 간 것도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대목이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김 전 구청장에 대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문재인 전 대통령을 공격하는 사냥개로서의 역할을 하면서 내년 총선을 준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17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인터뷰에서 "김 전 구청장 사면은 한마디로 '총선용'이다. 저희가 볼 때는 배신자지만 윤석열 정권에서 보면 정권을 탄생시키는 데 기여한 공신 중의 한 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전 구청장이) 사면 직후 반성의 이야기가 아니라 조국을 공격하는 날 선 멘트를 날렸지 않느냐"면서 "앞으로 조국을 공격하면서 자신의 정치적인 공간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무리한 구청장 출마보다도 시간을 좀 벌면서 총선 때까지 여권의 사냥개 노릇을 하며 총선 강서 출마를 오히려 내심으로 생각하지 않겠느냐"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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