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308/617577_418695_3550.jpg)
집권 이후 꾸준하게 우향우 행보를 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불과 1년 3개월에 뉴라이트 세계관으로 완전무장한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2023년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렇게 언급했다.
“우리의 독립운동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 자유와 인권, 법치가 존중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 운동이었습니다.” 1948년 8월 15일에 대한민국이 건국되었다는 뉴라이트 세력의 인식을 반영한 언급이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건국절 논란이 뜨거웠다. 이명박 정부를 탄생시키는데 일조를 한 뉴라이트 세력의 영향력이 컸기 때문이었다. 대표적 사례가 친일 발언 논란을 빚어온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가 2006년 8월 1일 ‘동아일보’에 쓴 칼럼, ‘우리도 건국절을 만들자’였다.
이런 주장을 반영해 2007년 8월 한나라당 정갑윤 의원은 ‘광복절’을 ‘건국절’로 개칭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국경일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이 법안은 논란 끝에 결국 정 의원이 철회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건국절 제정에는 실패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뉴라이트 세력의 주장을 수용해 2008년 5월 민관합동으로 ‘대한민국 건국 6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했다. 뉴라이트 세력이 2007년 11월에 발족시킨 ‘건국 60년 기념사업 준비위원회’를 확장한 형태였다.
‘건국 60년 기념사업 준비위원회’의 실무총책인 집행위원장을 맡은 인물이 최근 통일부 장관에 임명된 김영호 전 성신여대 교수였다. 김 전 교수는 ‘뉴라이트싱크넷’ 운영위원장으로도 활동했는데, 뉴라이트 활동 경력에 힘입어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통일비서관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 시절 청와대 외교안보 라인에서 일했던 인사 상당수가 현재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을 장악한 상태인데, 대표적 인물이 바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다. 조현동 주미대사, 이도훈 외교부 2차관, 이충면 외교 비서관도 당시 김 차장과 함께 일했던 경력의 소유자다.
윤석열 대통령이 가장 중요시하는 대미정책과 대일정책을 이들이 결정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윤 대통령이 굴욕외교 논란에도 불구하고 한일관계 정상화에 공을 들이고, 이를 토대로 최근 개최된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사실상 ‘한미일 군사동맹’을 완성하는데 합의한 것이 우연이 아닌 이유다.
‘한미일 삼각동맹’의 완성은 과거 뉴라이트 세력이 주장했던 외교정책 방향이다. 당시 ‘한미일 삼각동맹’을 적극 옹호했던 뉴라이트 전국연합 상임의장 김진홍 목사는 2020년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문재인 대통령 퇴진 집회에 참석해 이렇게 주장했다.
“나는 북한 문제 간단하게 생각한다. 한미일 군사동맹을 해서 선제공격으로 북한 없애 버려야 한다. 북한 동포를 해방시켜야 한다.” 뉴라이트 세력의 ‘한미일 삼각동맹’은 결국 ‘한미일 군사동맹’을 순화시킨 표현이었던 것이다.
광복절이 아닌 건국절을 옹호하는 뉴라이트 역사관에 한미일 군사동맹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뉴라이트 안보관까지, 윤 대통령은 이제 완전히 뉴라이트 세계관으로 패치된 모습이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 문제는 그때의 그 일들이 재연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다. 이명박 정부 시절 우리는 북한 연평도 포격 도발에 이어 천안함 폭침 사태까지 겪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
정치학박사
명지대 연구교수
정치경영컨설팅(주) 대표
전 국회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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