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내 중국 영향력 확대.. 미국 동맹 체계 대항마 성격 강해져
사우디아라비아·이란·UAE 등 산유국 대거 가입.. 탈 달러 촉진될까?
美 "브릭스, 미국의 지정학적 경쟁자 아냐".. 의미 축소

브릭스에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이란 등이 신규 가입하면서 중국의 영향력이 더욱 커졌다는 평가다 [사진=타스=연합뉴스]
브릭스에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이란 등이 신규 가입하면서 중국의 영향력이 더욱 커졌다는 평가다 [사진=타스=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가 최근 몸짓을 크게 불리면서 주요 7개국(G7)의 GDP를 넘어서는 글로벌협력체로 자리매김했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NYT)는 "시진핑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견제를 효과적으로 탈피할 수 있는 루트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중국은 브릭스를 기반으로 탈달러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돼 미국과의 패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2~24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는 중국, 인도, 브라질, 남아공 정상이 참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화상으로 정상회의에 참석했으며, 회의장에는 러시아 측을 대표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자리했다.

이번 회의에서 브릭스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아르헨티나, 이집트, 에티오피아 6개국의 가입을 승인하기로 했다.

2009년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4개국을 주축으로 출범한 브릭스는 이번 6개의 신규 회원국 가입으로 구매력 평가(PPP) 기준 전 세계 GDP의 36%, 세계 인구의 46%를 차지하는 경제협력체가 됐다. 이는 종전 32.1%(국제통화기금(IMF) 2023년 기준)보다 4%가량 확대된 것으로 G7(29.9%)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이날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브릭스 회원국 확대 결정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시진핑 주석은 "브릭스의 확대가 회원국 간의 협력 체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며 "브릭스의 확장은 국제사회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신흥 시장과 개발도상국의 공동 이익에 기여한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도 "브릭스의 세계 영향력 확대를 위해 오늘 시작한 작업을 계속 이어갈 것임을 모든 동료에게 확신시키고 싶다"라며 "어떤 식으로든 우리 조직과 협력에 관심을 기울이고 우리와 함께 일하기를 원하는 동반자와 함께 브릭스 지역에서 일할 새로운 회원국과 실질적인 협력을 구축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동반자와 접촉해 이 작업을 조직할 방법을 결정할 것"이라며 "외무장관 수준의 공동 논의 과정에서 세계에서 브릭스의 역할과 중요성이 계속 커질 수 있도록 적절한 규정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브릭스 내 중국 영향력 확대.. 미국 동맹 체계 대항마 성격 강해져

이번 회원국 확대는 중국이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對 중국 견제 정책인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항하기 위함이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중국이 추진하는 방향의 외연 확장에 지지 의사를 보냈다.

그런 면에서 외신과 외교 전문가들은 이번 회원국 확대로 중국이 가장 큰 수혜자가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브릭스의 확장은 신속한 신규 회원 추가를 강력히 주문한 시진핑의 승리"라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이번 정상회담으로 미국과 그 동맹에게 ‘중국은 전 세계에 친구가 있기 때문에 중국을 견제하거나 억압할 수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는 밍 진웨이 정치 평론가의 입장을 보도했다.

앤드류 스몰 독일 마샬펀드 선임연구원도 "미국의 동맹체계와 미국이 지배하는 금융 시스템에 대한 정면 대결이자 개발도상국의 무역을 위한 대안체제 구축을 선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번 신규 회원국의 면면을 보면 미국의 압박에 놓여 있던 중국의 숨통이 트여지기 충분해 보인다.

오랜 미국의 우방이자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가 대표적이다. 사우디는 최근 몇년 동안 미국의 중동 관여 축소 정책에 불만을 품고 독자적인 외교 노선을 펴고 있으며, 석유 생산 외에 산업을 다각화하기 위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중국은 앞서 사우디가 이란과 관계 정상화를 이루는데 중재자 역할을 하며 국제정치에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또 사우디에 경제적 투자도 지속하는 등 관계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UAE도 러시아,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두바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제재를 피하려는 러시아 부호들이 대거 몰려온 곳이다.

UAE 부통령이자 두바이를 통치하고 있는 셰이크 모하메드 빈 라시드는 "브릭스 가입으로 세계의 남북과 동서를 연결하는 국가로서 UAE의 입지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원국 확대가 규모 확대 외에도 브릭스 내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로 G7의 대항마 성향이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트란 헝 선임연구원은 "이란의 합류는 미국 등 서방과의 적대적 성향을 강화하는 것이며 상대적으로 (미국 등에) 온건했던 브라질, 인도보다 중국, 러시아의 입김이 강했음을 보여준다"며 "사우디, UAE, 이란의 동시 합류는 최근 이들 간 외교관계 복원을 중재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이란·UAE 등 산유국 대거 가입.. 탈 달러 촉진될까?

일각에서는 사우디와 UAE, 이란 등 주요 산유국들이 브릭스로 편입됨에 따라 탈 달러화가 촉진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오랜 기간 글로벌 기축 통화는 ‘달러’ 였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중국은 달러가 아닌 ‘위안’화를 에너지 결제 대금으로 대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중국과 러시아는 에너지 거래를 위안화와 루블화로 결제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중국의 요청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방글라데시가 러시아에 원자력발전소 건설대금을 중국의 위안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승인했으며, 브라질도 중국과의 교역에 달러 대신 위안-헤알 결제체제를 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24일(현지시간) 사우디와 UAE 입장에서는 이번 브릭스 가입으로 필요하면 달러 의존도를 자유롭게 낮출 수 있는 기회와 유동성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무장관은 "우리 외교 정책은 강력한 경제적 파트너십 구축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며 "브릭스는 이를 위한 중요하고 유용한 통로임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이집트도 최근 몇년간 경제에서 달러 의존도를 줄이려고 노력해오고 있다. 이집트는 미국의 원조를 가장 많이 받는 국가 중 하나지만 최근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통화가치가 급락하면서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이집트는 브릭스 내 이집트 통화로 거래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으며 브릭스 회원국들로부터 투자 유치도 희망하고 있다.

美 "브릭스, 미국의 지정학적 경쟁자 아냐".. 의미 축소

한편, 미국과 서방은 당장 브릭스를 지정학적 대항마로 보지 않는다고 일축하는 등 브릭스 확장의 의미를 깎아내리려는 모습이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22일 브리핑에서 "브릭스는 매우 다양한 국가들로 구성돼 있고 서로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며 "브릭스가 미국의 지정학적 경쟁자가 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브릭스 회원국의 구성이 비민주적인 국가들로 채워지면서 국제사회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로이터는 "신규 회원국 명단을 보면 가입 기준에 민주주의에 대한 고려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선진국인 주요 7개국(G7)에 대한 전략적 균형체로 설계된 브릭스는 신흥 시장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민주주의는 거버넌스 고려사항에 포함될 수 있다"며 "채권 투자자들은 투자하고자 하는 국가의 기업뿐만 아니라 해당 국가가 독재 정부에 자금을 지원하는지 여부가 투자 전 고려 사항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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