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까지 "수도권 출마" 입장.. 몇일 사이 대구 출마 가능성 언급
'가장 나쁜 분', '윤핵관 정리' 명분 앞세워 당선가능성 낮은 노원병 피하려는 듯
여권 내에서는 "이 전 대표 공천해야" 주장도.. 낙선용 공천?
대구 행사 적극 참여하며 홍 시장과 연대 시도

이준석 전 대표가 최근 대구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22대 총선에서 대구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지난달 말에는 대구 동구을 출마 가능성은 없다고 못박았으나 몇일 지나지 않아 대구에서 '가장 나쁜 사람'과 붙을 수 있다고 말한 것. 공천 가능성이 낮은 이 전 대표가 '윤핵관 정리'를 명분 삼아 당선이 어려운 노원병 보다 무소속 혹은 신당으로 대구에 출마할 경우 국민의힘에게는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전 대표는 앞서 지난달 30일까지만 해도 "수도권에서 어려운 정치를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대구 출마설에 선을 그었다.

30일 대구치맥페스티벌을 찾은 이 전 대표는 "저랑 강대식 의원의 관계를 아신다면 전혀 그런 말이 나올 수 없는데 사이를 갈라놓기 위한 생각이 있는 분들이 그런 말을 만든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자신의 대구 동구을 출마설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 발언이 있은지 3일 만에 입장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 전 대표는 2일 밤 대구치맥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는 두류공원 야외음악당을 찾아 "윤핵관을 보면 열을 받아서 보수 확장보다는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만약 대구에 가서 정정당당히 겨뤄보자고 한다면 가장 나쁜 분을 골라서 붙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한 생각의 이유로 "최근 보수 세력이 겪는 위기라는 것이 단순히 총선을 치르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진짜 보수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지점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라며 "총선 성격이 그렇게 바뀐다고 한다면 저도 총선의 의미를 다르게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다만 "노원병에 안 나가겠다는 말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는 '신당' 여부와 관련해선 "오늘은 신당 얘기를 안 했으면 한다"며 "(미리 이런저런 말을 하면) 정작 나중에 신당 창당을 해야 할 수 있는 상황에선 동력이 없게 된다"고 말을 아꼈다.

이미 여의도 정가에선 이 전 대표가 당이 공천에서 자신을 배제할 움직임을 보일 경우 무소속으로 대구에 출마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었다.

김규완 CBS 논설위원장은 지난 2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이 전 대표가 당에서 노원병 공천 안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탄압받는 모양새로 공천을 안 받고 무소속으로 대구동을에(출마 하려한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이 전 대표의 발언은 무소속 출마나 신당 창당의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눈 밖에 난 이 전 대표가 현실적으로 내년 총선 공천이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의힘 간판이 아닌 다른 옵션을 선택했을 때 자신을 향할 수 있는 비판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도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친윤 탄압', '윤핵관 정리' 명분 앞세워 당선 가능성 낮은 노원병 피하려는 듯

이 전 대표는 '윤핵관 정리'라는 정치 명분도 내세우고 있다.

이날 이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을 덴마크 작가 안데르센 동화 속 '벌거벗은 임금님'에 비유했다. 지금 상태로는 내년 총선에서 위기일 것이 분명한데, 주변에서 '망토 예쁘다'고 말해 속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윤핵관들이 '이런 망토 처음본다'는 식의 발언을 하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이 전 대표가 언급한 '가장 나쁜 분'은 아직까지 특정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현재 12명의 대구 지역구 국회의원은 모두 친윤으로 분류된다. 이들 가운데 원내대표를 맡고 있는 윤재옥(달서을), 경제부총리인 추경호(달성군), 원내대표를 지낸 주호영(수성갑) 등이 친윤 핵심으로 불린다.

만일 이 전 대표가 실제로 대구에 출마할 경우 국민의힘은 꽤나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노원병에서 3번이나 낙마한 전력이 있지만 전국적 인지도와 당내 일각의 지지세 등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최근 TK지역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 전 대표에게는 긍정적인 신호이다. 윤 대통령에게 실망한 보수층과 중도층이 이 전 대표에게 마음을 줄 수 있다.

여권 내에서는 "이 전 대표 공천해야" 주장도.. 낙선용 공천?

이에 여권 내에서는 국민의힘이 이 전 대표를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김근식 국민의힘 전 비전전략실장은 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준석 대표가 갖고 있는 상징성이나 이런 걸 봤을 때 서울 수도권에서 젊은 표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당원권 정지가 풀리면 큰 하자가 없는 한 이준석 대표를 노원병에 공천을 주는 게 저는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이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내년 총선에서 살아 돌아오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노원병에서 공천을 받아서 열심히 해도 만약에 낙선한다면 본인이 생각할 때는 낙선보다 좀 더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한다면 쫓겨나는 모양새(를 만들려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 전 대표의 행보가 여권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그는 "가장 좋은 건 이준석 대표도 저렇게 딴 데 콩밭에다가 마음 두지 말고 노원병을 책임지고 준비를 하면서 그리고 수도권 선거나 서울 선거에 하나의 역할들을 해줘야(한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지도부가 노원병을 버리는 카드로 쓰면서 이 전 대표를 공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근택 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같은 방송에서 "본인 입장에서도 정치적인 재기를 원할 텐데 그러면 일단 원내에 진입하는 게 우선이고 그러면 노원병에서 공천받아서 나가는 것과 대구에서 무소속으로 나가는 것 중에 어느 게 가능성이 높을 거냐라고 볼 것 같다"며 대구 출마에 마음이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지도부가) 노원병에서 공천을 주지 말고 아니면 출당시키든지 이렇게 해야 되는데 그렇게 하겠느냐"며, 국민의힘이 공천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전 대표가 대구에 출마해도 당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4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의 공천을 받지 않고 무소속을 나오든 신당을 나오든 대구 국회의원 누구하고도 붙어도 다 진다"며, "이준석 대표가 자가당착이고 자기 홍보를 위한 쇼에 불과하다. 실질적으로 대구 와서는 이준석 대표가 될 수 있는 지역이 한 곳도 없다. 이렇게 보시면 된다"고 말했다.

홍 시장과 연대? 홍 "정권 교체 선봉장을 홀대.. 비정" 이 "민심만 바라보는 정치인"

한편, 이 전 대표는 홍준표 대구시장과 연대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지난달 30일 치맥페스티벌 개막식 현장에서 이 전 대표는 홍 시장을 감싸는 발언을 했다.

그는 "민심 하나만 바라보고 가면 그냥 정치인에게는 가장 믿을 구석이 있다는 삶의 궤적을 보여주신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징계나 이런 것에 개의치 않는 건 대한민국 국민이 다 알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시장이 자신을 향해 '우리당 대표를 하면서 정권교체에 선봉장을 했던 사람인데 저렇게 홀대하는게 맞나 싶다. 정치, 참 비정하다'고 말한 것을 두고는 "본인도 홀대를 받지 않느냐"고 웃어보였다.

두 사람은 개막식 장소에서 만나 캔맥주로 '건배'를 했다. 이 전 대표는 "적어도 (여기서) 환호하고 있는 젊은 세대의 경우 오늘은 이념보다는 치킨인 것 같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이념 발언'을 꼬집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2일에도 홍 시장에 대한 호평을 이어갔다. 그는 "젊은 사람들과 감이 닿아있다. (홍 시장은) 대구에서 자신에게 공천을 줄 수 있는 나이 든 당원들이 싫어할 만한 행동을 한다. 지하철 무임승차(연령 조정) (이슈를) 건드린다거나, 여기저기 관변단체에 나가는 돈을 줄인다고 한다"며 높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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