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국회 본청 농성장 ‘기습 방문’… 민주당 의원들과 실랑이
“박영순 의원 출당시켜야” 太 요구에 이재명, 가만히 듣기만
太 농성장 쫓겨나자 인근서 항의 성명 낭독... “의원 자격 박탈해야”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7일 단식 투쟁 중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국회 앞 천막에서 조정식 사무총장 등 의원들의 요구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7일 단식 투쟁 중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국회 앞 천막에서 조정식 사무총장 등 의원들의 요구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양원모 기자] 7일 오전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의 ‘기습 방문’으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단식 농성장에서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전날 본회의장에서 자신에게 “쓰레기” 등 막말을 한 의원의 출당을 요구하기 위해 이 대표를 찾은 것이다. 

태 의원은 이날 오전 11시 30분쯤 A4 용지를 손에 들고 이 대표가 있는 국회 본청 앞 농성장을 찾아 이 대표와 면담을 요구했다. 당시 농성장은 조정식·김승남·김원이·신정훈 의원 등이 지키고 있었다. 

태 의원이 나타나자 당 관계자, 취재진이 몰리며 농성장 앞은 혼란한 상황이 됐다. 김원이 의원이 “쇼하지 말고 얼른 가라”고 하자 태 의원은 “손대지 말라”며 신경질적 반응을 보였다. 태 의원은 조정식 의원 등이 “오는 분은 내가 관리하니, 나에게 얘기하라”고 제지하자 “대표를 만나겠다고 하는데 왜 막느냐”, “내 말을 막지 말라”며 맞섰다. 

상황은 5분가량 실랑이 끝에 이 대표가 “그냥 놔두라”고 말하면서 일단락됐다. 태 의원은 농성장 안으로 들어가 “대표님께서 단식해서 보고받았는지 모르겠는데”라고 운을 뗐다. 이 대표는 손을 들고 “짧게”라고 말한 뒤 “한때 공산당에 입당했다는 이유로 홍범도 장군(흉상)을 학대하는데 한때 공산당이었던…(태 의원이) 어떻게”라고 했다.

태 의원은 자리에 앉아 전날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있었던 일을 꺼냈다. 태 의원은 당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정치적 호재로 활용하는 정치 세력은 사실상 북한 노동당, 중국 공산당, 대한민국 민주당뿐”이라고 말했는데, 이 발언 이후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북한에서 쓰레기가 왔네” 등 거친 언사가 나왔다. 해당 발언을 한 의원은 박영순 의원으로 알려졌다.

태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이 내게 ‘북한에서 온 쓰레기’ 같은 막말을 했다”며 “어떻게 이런 말을 본회의장에서 할 수 있나”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내게 소리친 박영순 의원을 가만두면 안 된다”며 “대표께서 책임지고 출당시키고, 의원직을 박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태 의원 항의에 눈을 감은 채 가만히 듣기만 했다. 김상희 의원 등은 “여기서 얘기할 게 아니잖나”라며 박광온 원내대표를 찾아가라고 하기도 말했다. 그러나 태 의원은 “대표님이 결정할 사항이기 때문에 이건 누가 결정할 수 없다”며 버텼다. 

주변에 있던 이 대표 지지자들은 태 의원을 향해 “꺼져라”, “빨갱이” 등 폭언을 퍼부었다. 천막 안에 있던 민주당 의원들도 “단식하는 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결국 태 의원의 항의 방문은 3분 남짓 만에 끝났다.

이 대표는 태 의원이 떠나자 “본인은 엄청 억울했던가 보지”라고 혼잣말했다.

태 의원은 농성장을 나온 뒤 본청 입구 앞에서 박영순 의원 출당과 의원직 박탈, 민주당에서 출당된 윤미향 무소속 의원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제소,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등을 요구하는 항의 성명을 낭독했다.

태 의원은 “죽기를 각오하고 대한민국에 자유를 찾아온 저를 쓰레기라고 한 박 의원은 동료 국회의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내팽개쳤다”며 “박 의원은 북한 김정은 정권과 같은 시선으로 탈북민을 바라보고 있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분개했다. 

그러면서 “유치원에서도 아이가 친구에게 ‘쓰레기’라고 하면 그 부모들도 ‘그런 말 하면 안 돼'라고 가르친다. 그런데 국회의원이 동료 국회의원에게 ‘쓰레기’라 하는 것을 이재명 대표는 지켜만 볼 것인가”라며 “민주당은 박영순을 당에서 출당시키고 국회의원 자격을 박탈하라”고 촉구했다. 

태 의원은 기자 회견 뒤 ‘원하는 조치가 없으면 또 면담을 요청할 것인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등 떠밀려 나오더라도 계속 찾아올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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