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이재명, 건강 해치는 단식 중단할 것을 요청”
박광온 “많은 분들이 단식 중단하고 더 큰 싸움에 대비하자고 권유”
정청래 “야당 대표 단식에 조롱‧폄훼하는 비인간적 정권 처음 본다”
조경태 “비겁하고 추한 단식, 본인이 시작했으니 거둬들여야”
황교안 “이재명, 가짜의 화신처럼 되어 여당에서도 진정성 있는 대책 내기 어려울 듯”
김성수 “권위주의 체제, 정치적 타협 끌어내려던 이전과 달리 여당에서 직접 가기 어려운 상황”

15일째 단식 중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을 찾은 박광온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을 만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15일째 단식 중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을 찾은 박광온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을 만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폴리뉴스 김유경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단식을 보름째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전까지 이를 ‘방탄 단식’으로 치부하거나 언급을 삼가왔던 국민의힘에서 처음으로 중단을 촉구하는 공식 발언이 나왔다.

김기현 대표는 14일 당 회의에서 “건강을 해치는 단식을 중단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 대표를 직접 만나러 갈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 다른 의원들도 냉담하거나 혹은 완강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막혀 있는 현 정국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리 정치사에서 그간 억압에 저항한다거나 중차대한 과제를 관철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야당에서 단식 투쟁에 나섰고, 여당에서는 단식 중단을 설득하러 야당 대표를 만나러 갔고, 그 과정에서 국민 통합의 모습을 보여온 전례들이 있다.

다만 이번 이재명 대표 단식의 경우,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한 ‘꼼수’ 성격이 짙은데다, 이 대표가 내세운 단식의 명분도 추상적이고 합의점을 도출하기 어려운 것들이어서 대통령과 여당에서도 대체로 냉담한 반응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에서는 이 대표를 직접 방문하는 것이 민주당이 내세우는 ‘정치탄압 프레임’을 인정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도의적 차원의 단식 중단 요청에 그친 것으로 풀이된다.

김기현 “건강 해치는 단식, 중단할 것을 요청한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를 향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건강을 해치는 단식을 중단하실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의 건강이 악화되고 있다고 한다”며 “거대 의석을 가진 제1야당 대표가 정부 국정운영을 점검하고 내년도 나라 살림을 챙겨야 하는 정기국회 시기에 단식을 계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회의 후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김 대표가) 아직까지 단식 중단을 요청하러 갈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5선 중진 조경태 의원은 이날 폴리뉴스와 통화에서 “비겁하고 추한 단식이다. 빨리 중단하는 게 맞다”며 “정치인들 (이제까지) 단식하는 거 보면 자신의 개인 비리를 덮기 위해 단식한 사례가 있었나”라고 반문했다. 이번 단식의 출구전략과 관련해서는 “본인이 시작했으면 본인이 거둬들여야 한다”고 했다.

野 이낙연, 박병석, 김영주, 박광온 등 이재명 단식 중단 촉구

앞서 지난 10일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11일에는 박병석 전 국회의장과 김영주 국회부의장 등 민주당 중진 의원 10여명이 이 대표의 단식 천막을 찾았다.

14일 의원총회에서 박광온 원내대표는 “건강이 이제 정말로 걱정스러운 단계에 있고 많은 분들이 단식을 중단하고 더 큰 싸움에 대비하자고 권유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의총 직후 박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은 이 대표의 단식장이 있는 당대표 회의실을 방문해 단식 중단을 촉구했다. 

과거 정부에서는 야당 대표가 단식에 돌입하면 정부 인사나 여당 중진 의원이 찾아가 위로를 건네곤 했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영삼, 김대중 등 야당 대표 단식 때 으레 여당에서 걱정하는 척하고 나와 극적 타협이 이뤄지곤 했다”며 “오히려 조롱하고 폄훼하는 비인간적인 정권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14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야당 대표가 이 정도의 단식을 하면 지금까지는 여당에서 찾아가서 위로도 하고 단식 중단도 요청했다”며 “오랫동안 정치에 몸담고 있으면서 보는데 국정을 책임지고 난국을 풀어나가야 될 집권 여당의 인식과 태도가 어찌 이렇게 옹졸하고 천박한가”라고 물었다.

야당 대표의 단식…대부분 여당에서 찾아가 풀었다

이제까지 야당 대표가 정치적 투쟁을 위해 단식을 벌이면 청와대 비서실장, 국무총리, 여당 대표, 원내대표 등이 찾아갔고, 그런 뒤에 단식을 중단했다.

1990년 김대중(DJ) 평화민주당 총재는 지방자치제 도입을 요구하며 단식에 들어갔다. 단식 3일째 김영삼(YS) 민주자유당 대표는 DJ를 찾았다. 또한 DJ가 단식 8일차에 입원하자 YS는 병실로 찾아갔고, 다음 해 여야는 지방의회 선거 도입을 합의했다.

2003년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가 대통령 측근 비리 수사를 위한 특검 도입을 요구하며 단식을 시작했다. 단식 5일차에 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과 유인태 정무수석인 최 대표를 찾아갔다. 

2018년 5월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드루킹 댓글 사건’ 특검 수용을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했고,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단식 3일차에 단식 중 폭행으로 병원에 이송된 김 원내대표를 찾았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선출 당일 단식장을 찾았고, 그날 김 원내대표는 단식을 풀었다.

2019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소미아 결정 취소,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및 공수처법 철회 등을 요구하며 삭발과 단식을 벌였다. 단식 5일차와 6일차에 이낙연 국무총리와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황 대표를 방문했다. 

김성수 “권위주의 체제, 정치적 타협 끌어내려던 이전과 달리 여당에서 직접 가기 어려운 상황”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폴리뉴스에 “과거 권위주의 체제 때 야당들이 활동하고 목소리 내려는 부분들이 언론에서 보도가 잘 안 되니까 DJ나 YS가 단식이란 방식을 썼던 것”이라며 “그 이후에는 정치적으로 풀어나가야 되는 숙제들이 있었을 때 효과들을 봤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의 경우는 단식을 통해 정치적으로 타협을 끌어내기 위한 조건이라는 것보다는 본인의 사법리스크에 대해 정치탄압이라는 식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여당에서) 직접 가게 된다면 실질적으로 정치 탄압이라는 점을 인정하게 되는 것”이라며 “찾아가면 무슨 얘길 하겠나. 그 자체가 야당 입장에선 어떠한 상징적 효과로 여겨질 수 있어 국민의힘에서 직접 가는 것은 어려운 상황인 것 같다”고 했다.

김 교수는 “만약에 이재명 대표가 아무런 사법 리스크 없는 상황에서 ‘양평 고속도로 특검’을 하자고 하면 그건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며 “여당 입장에서도 안 하겠다고 하면 자기네들도 숨기는 것 같으니까 (합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단식을 했다는 자체가 동정여론이 만들어진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그들을 지지하는 세력 안에서의 동정여론이지, 국민들이 볼 때 당당하게 영장실질심사 받으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라면서 “단식으로 민주당 내 비명계 목소리가 잠잠해졌다. 즉 규합을 해서 국민들한테 탄압받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황교안 “자신을 지키기 위한 단식…여당에서 진정성 있게 대책 말하기 쉽지 않을 듯”

2019년 단식을 했던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폴리뉴스에 “아무리 정파를 달리한다 하더라도 단식을 제대로 한다고 하면 생명에 큰 지장이 생기거나 후유증이 클 수 있다”며 “정치적으로 희화화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단식은 자기를 버려서 뜻을 이루기 위한 것인데, 이 대표의 경우 자신을 버리는 게 아니라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하는 것으로 보여 진정성을 인정받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에서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황 전 대표는 “(이 대표가) 거짓말하고 꼼수를 많이 부리고 가짜의 화신처럼 돼버렸다”며 “여당에서도 진정성 있게 얘기를 하거나 대책을 말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여기 또 속는 것 아니냐, 이런 생각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황 전 대표는 “자기 상태가 견딜 수 없는 상태다 하는 것은 본인이 안다”며 “그러면 의료진 진단을 받고 당하고 상의해서 단식을 끊는 것이고, 적당히 견딜 만하다 해서 뜻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계속 하는 것인데, 제가 볼 때는 쉽지 않은 결론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에게 뜻을 알렸으면, 진정한 단식이었다고 한다면 이제는 정리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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