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 영장 기각으로 '한 장관 책임론' 불거져
野, 한 장관 사퇴 촉구.. 추미애·박지원 "탄핵해야"
'용산' 의중은 '끝나지 않은 이재명 수사'에 내각 잔류?
국힘 , 총선 출마에 무게 "유력 차기주자 한 장관, 험지출마해야"
'탄핵' 손익계산 민주, 일단 신중 모드.. 홍익표 "국감 이후에 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책임론'에 휩싸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두고 여야가 고심에 빠졌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책임론'에 휩싸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두고 여야가 고심에 빠졌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책임론'에 휩싸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두고 여야가 고심에 빠졌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한 장관이 내년 총선에서 이른바 '험지'에 출마하길 바라고 있으나 '용산'의 의중은 내각 잔류로 기울고 있다. 이 대표 영장이 기각된 만큼 '끝나지 않은' 이 대표 이후 수사와 재판과정에 한 장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겉으로는 한 장관 탄핵 의지를 드러내고 있으나 실익이 크지 않고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입장이다. 또, 한 장관의 총선 출마 가능성을 남겨 두는 것이 유리하다는 계산도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장관은 이번 이 대표 영장 기각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고 평가된다. 지난 2년여간 민주당을 향한 여러 수사가 숨가쁘게 진행되며 정권과 여당 입장에서는 반가운 성과를 거두어 왔다. 한 장관은 민주당 의원을 향한 구속영장이 청구될 때마다 체포동의안 이유를 설명하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21일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에도 민주당 의원들의 항의에 아랑곳하지 않고 장시간 이 대표의 혐의를 나열하기도 했다. 결국,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서 한 장관의 승리로 끝나는 듯 했으나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면서 체면을 구기게 됐다.

9월27일 한 장관은 출근길에 덤덤한 표정으로 "구속영장 결정은 범죄 수사를 위한 중간 과정일 뿐이며, 기각되었다고 죄가 없는 건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으나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일제히 한 장관을 향해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장 기각으로 제1야당 대표에 대한 무리한 수사라는 것이 어느 정도 입증됐다는 이유에서다.

野, 한 장관 사퇴 촉구.. 추미애·박지원 "탄핵해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5일 "이재명 대표의 여론재판을 주도한 한동훈 장관이 책임지고 경질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과의 인터뷰에서 "검찰의 정치적 행위, 피의사실 공표를 통한 여론전이야말로 아주 적극적인 정치 행위를 검찰이 하고 있고 불법행위"라며 "정치 검찰의 심장이나 다를 바 없는 바로 그 자체인 한동훈 장관에게 책임을 당연히 물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장관이 출퇴근 시간마다 도어스테핑하면서 잡범이라느니 범죄자라느니 이런 적의에 가까운 발언들을 쏟아내면서 직접 여론 재판을 주도한 사람"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나아가 한 장관을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도 분출하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은 4일 KBS 라디오에서 "한 장관 탄핵과 관련된 이야기가 지금 의원들 사이에는 거의 뭐 컨센서스는 다 만들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수사권을 남용하고 유죄의 예단을 공연하게 말해 공인인 야당 대표의 명예를 짓밟고 명예를 훼손해 인권을 침해한 것에 대해 국회는 당연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법을 무시하고 권한을 남용하는 법무부 장관에 대한 탄핵 발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같은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야당 탄압을 하고 준동을 한 한동훈 장관은 여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사퇴를 하든지 윤석열 대통령이 해임을 시키든지 안 그러면 국회에서 탄핵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 내에서도 한 장관의 정치적 타격, 정무적 책임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탄핵사유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검사 출신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7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와 전화연결에서 "지금 한동훈 장관 같은 경우에는 당 지지자들한테 오히려 더 이제 좀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열심히 수사해서 21명이나 구속을 시킨 수사인데 이걸 가지고 구속 안 됐다고 탄핵시키겠다고 나서는 것은 한동훈 장관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날 KBS 라디오 배종찬의 시사본부에서 한동훈 장관 책임론을 두고 "수사를 본인이 한 것이 아닌데, 체포동의안 의결을 요청할 때 너무 많은 얘기를 하고 수사 책임지는 사람처럼 얘기하는 바람에 마치 자신이 수사를 지휘해서 본인이 움직인 것처럼 인식이 돼 버렸다"며 "사실상 정무적 책임이 있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탄핵해야 한다'는 민주당 내 목소리를 두고 이 전 의원은 "탄핵이라는 거는 법률 위반이 있어야 한다"며 "애매한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오바해서 얘기했다고 직권남용이라고 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국힘 "유력 차기주자 한 장관, 험지출마해야".. '용산' 의중은 내각 잔류?

국민의힘 안팎에선 한 장관의 총선 출마 결심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에 대한 수사가 일단락된 상황인 만큼 차기 주자로 꼽히고 있는 한 장관이 '얼굴' 역할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다만 한 장관의 총선 출마와 당선 필요성은 강조하면서도 여권 우세지역이 아닌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한 장관 정도의 '스타'라면 단순히 한 석 당선 이상의 역할을 해줘야 할뿐더러, 그래야만 대권주자로서 정치적 몸값도 제대로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당선되기 어려운 곳에서 출사표를 던져 그곳에서 성공해 돌아오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인으로서 강력한 (야당) 후보와 한번 붙어보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용산의 의중은 '내각 잔류'로 전해진다. 한 장관이 법무부 수장으로서 이재명 대표 관련한 수사 및 재판 대응에 신경 써야 한다는 이유로 보인다.

또, 국민의힘 내에는 한 장관의 부상을 견제하는 기류도 존재한다. 여권 내 유력한 차기 주자로 꼽히는 한 장관이 총선에서 일정 역할을 할 경우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있다는 분석이다.

여론조사업체 리서치뷰가 지난 9월 29~30일 전국 성인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 3.2%) 결과에 따르면 범보수 대권주자 적합도에선 한동훈 장관이 21%로 1위를 기록했다.

응답자 중 국민의힘 지지층만 대상으로 했을 때는 한동훈 장관이 48%를 기록하면서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안철수 의원 등에 크게 앞서는 모습을 보였다.

'탄핵' 손익계산 민주, 일단 신중 모드.. 홍익표 "국감 이후에 판단"

'한 장관 탄핵 카드'를 꺼내 든 민주당은 신중 모드로 돌입했다. 민주당 의석수를 고려하면 단독으로도 탄핵을 가결시킬 수 있다. 탄핵안이 가결되면 한 장관의 직무는 즉각 정지돼 최근 들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출근길 도어스태핑도 중단된다. 또, 헌법재판소의 최종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장관직에서 스스로 물러나거나 대통령에 의해 해임될 수도 없다. 총선 출마를 위해선 내년 1월11일까지 공직에서 물러나야 하기 때문에 총선 출마 자체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이미 현 정부 들어 한덕수 국무총리, 박진 외교부 장관, 이상민 행안부 장관 등 여러 차례 탄핵안을 통과시킨 상황에서 한 장관 탄핵안까지 추진할 경우 '국정 발목잡기'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또, 한 장관 탄핵이 정치 저관여층이나 중도층에게는 '야당 수사에 대한 보복'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것도 부담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오히려 한 장관이 내년 총선에 출마하는 것이 낫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당 내에서 험지 출마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인 만큼 TK나 강남 등 여당 우세지역만 아니라면 어디서든 해 볼만 하다는 입장이다. 내년 총선에서 한 장관을 꺾는다면 유력 차기 주자의 힘을 뺄 수도 있다.

우선, 민주당은 10월 국정감사 이후에 한 장관 탄핵 문제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한동훈 장관을 파면하라"며 "일개 법무부 장관 한동훈을 어떻게 하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대통령께서 협치와 대화를 할 건지 아니면 지금처럼 독선과 대결로 갈 건지를 선택하시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한 장관이 파면되지 않으면 언제 탄핵소추안을 제출할 계획이냐고 묻자 "현재로서는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10월은 국감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이슈를 흐트러뜨리고 싶은 생각이 없다. 국감 이후에 판단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한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그동안 한 장관 공격에 수세에 몰렸던 민주당이 여유를 갖고 약을 올려 가면서 한 장관을 상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전 대표는 2일 밤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서 "설마 탄핵하겠는가"라며 "탄핵 하느니 마느니 하면서 칼집에서 칼을 뺐다 넣었다 하면서 약올릴 것"이라고 했다.

이른바 '한동훈 역할론'과 관련해선 "그래도 역할이 있을 것이지만 그러기 위해선 지금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한 본인의 작은 승리가 필요하다"며 "뭔가 성과를, 종지부 찍으려면 구속영장 같은 것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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