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아시아담당 부소장 겸 한국석좌가 CSIS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아시아담당 부소장 겸 한국석좌가 CSIS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민수 기자]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아시아담당 부소장 겸 한국석좌는 미국이 인공지능(AI), 첨단 반도체, 퀀텀 컴퓨팅 등에 대해서 디리스킹(de-risking)이 아니라 중국과 디커플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 석좌는 지난 5일 연합뉴스와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말하며 첨단 기술 분야 미국의 대중국 수출통제와 관련해 "(한국 등에) 어느 편에 설지 선택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미국과 차세대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어디에서 돈을 벌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양국 간에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국이 한국 기업에 (제재) 면제를 허용하는 대가로 한국은 미국과 협력하는 기술과 중국에 제공하는 기술 사이에 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함과 동시에 이에 대한 합의된 차이가 있어야 된다고 전했다.

다음은 연합뉴스가 진행한 차 석좌와의 일문일답이다.

Q. 한미동맹 70주년을 돌아봤을 때 미국 내 한국의 위상에 대한 평가는?

A. 정부 간 관계 측면에서 현재 한미 관계는 매우 좋다. 한국은 한·미·일 3국 협력부터 시작해 모든 것의 중심에 있는 국가로 성장했다. 지난 몇 년간 한미동맹이 이룬 가장 큰 도약은 '한반도 동맹'에서 '글로벌 동맹'으로 나아간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젊은 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일반 대중 인식도 바뀌고 있다. 나의 세대는 한국을 생각하면 한국 전쟁과 '매쉬(M.A.S.H.·1972∼83년 방영된 한국전쟁 배경 시트콤)'를 떠올리지만 넷플릭스, BTS, 블랙핑크 등 한류 문화에 대한 폭발적 관심이 젊은 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생각을 바꿨다.

다만 아직 '소프트 파워'까지는 아니다. 소프트파워는 한국에 관심이 있는 대중이 한국의 평생 친구가 되고 싶게 하는 것인데 한국 정부가 아직 그 방법을 파악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Q. 최근 상원 청문회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선제타격 선언 정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조건에 대해 설명한다면.

A. 전쟁을 하자는 것이 아닌 전쟁을 막기 위한 미사일 발사 고려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의미다. 

북한이 하와이 근처 등으로 미사일이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낮게 미사일을 쏜다면 그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북한이 하와이 등의 방향으로 낮게 발사한다면 요격이나 발사대 타격을 통해 미사일을 제거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점을 우리가 분명히 해야 한다.

Q. 현실적으로 구체적인 레드라인 설정이 가능한지?

A.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의 의견일치가 없기 때문에 어떤 레드라인을 그리기는 어렵다. 

나의 제안은 북러가 밀착하는 상황에서 현상 유지 외에 어떤 것을 할 수 있느냐에 대한 답변이다. 현재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을 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Q. 확장억제 강화 측면에서 한반도 핵 재배치에 대한 실무 대화도 제안했다. 실무적 수준이라도 이런 대화 자체가 정책 변화로 보일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A. 이런 대화를 하게 된다면 그것은 정책 변화가 되겠지만 조건부의 정책적 변화에 대한 신호를 천천히 보내게 될 것이다.

당장 무기를 실어 보내자는 것이 아닌, 한미가 그렇게 하기로 합의한다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관한 결정권이 없는 실무 수준의 평가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Q. 북한이 월북한 미군 병사 트래비스 킹을 추방했는데 북미 관계 영향은

A. 북한이 그를 재판에 세우고 선전용으로 이용한 뒤 미측 고위 인사가 방북해 그를 데려가도록 시도할 것이라 추측했다. 하지만 북한은 매우 '로우키'(low key)의 실무 방식으로 이를 처리했다.

이는 북한이 얼마나 미국과의 대화에 관심이 없는지를 잘 반영하고 있다.

Q. 미국이 가까운 미래에 북한에 관여하기 위한 행동을 할 것으로 보는지?

A. 북한이 특사 파견을 허용할 시 북한이 베이징에서 만나자고 한다면 미국은 성 김 대북 특사를 보낼 것이라고 100% 확신하지만 사실상 북한이 대화에 관심이 없다.

Q. 과거 북핵 외교의 실패와 현재 상황을 감안할 때 북핵 문제에 대한 외교적 해결은 실현 가능하다고 보는지?

A. 외교적 해법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가 외교적으로 북한에 관여한다면 북한이 호전적일 가능성이 더 낮아진다. 

비핵화를 바로 할 수 없더라도 외교에 나서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만 당장 미국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는 길은 없다.

Q. 첨단 기술 등에 대한 미국의 수출 통제에 대해 한국 기업들이 우려하고 있는데

A. 특정 반도체, 인공지능(AI), 퀀텀 컴퓨팅 등에 있어 미국은 중국과 디커플링(decoupling·공급망 등 분리)하고 있다. 한국이 미국과 차세대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어디에서 돈을 벌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양국간에 있어야 한다.

미국이 한국 기업에 (제재) 면제를 허용하는 대가로 한국은 미국과 협력하는 기술과 중국에 제공하는 기술 사이에 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반도체법 등을 통해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 자체가 무용이 된다.

Q. 미국의 대중 수출통제 조치가 결국 미중 가운데 택일하라는 신호로 보이는데

A. 이것(미국 조치)의 일부는 어느 편에 설지 선택하는 것에 관한 것이다. 미국은 중국이 인공지능(AI)을 지배하는 것을 정말로 걱정하고 있으며 이런 상황은 (다른) 국가들이 어느 편인지를 선택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Q. 장기적으로 첨단기술 관련 한국 기업은 중국에서 문을 닫아야 한다는 의미인가?

A. 미국이 제공하는 장비와 관련해 합의된 기술적 차이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합의된 기술적 차이에도 중국에 시장이 있다면 한국 기업들은 유예를 요구하고 계속 중국에 있을 수 있다.

다만 그 차이가 1년 정도 수준이 될 수는 없다. 미국이 중국에 1년 앞서 있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Q. 우크라이나 전쟁과 한미일 3국 협력을 고려할 때 대만 해협 위기시 한국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는지?

A. 한국이 대만에 개입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나 다만 각국은 대만해협에서 전쟁하면서 한반도에서 억제력을 유지하는 조율된 계획의 일부가 돼야 한다. 그래야 미국이 '두 개의 전쟁'을 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Q.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의 최종 단계는 무엇으로 보나

A. 최종 단계는 캠프 데이비드와 같은 정상 회의, 3국 훈련 등을 계속하는 것이다. 거기에 한일 양국간 안보 선언이 있을 수 있다.

한국은 일본을 포함하는 한미일 3국 동맹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기에 3국간 위기시 협의 공약에 더해 한일간 안보 선언이 (3국 안보협력에서) 최선의 시나리오다.

Q. 방러를 마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중국과 관련한 다음 행보는 무엇으로 예상하나

A. 김정은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간 만남이 있을 것으로 본다. 시진핑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정은을 만나겠다고 말하기 전까지 김정은을 만나지 않았는데 그 이후 모두 5번이나 만났다. 모두 북미 정상회담 전이었다. 김정은이 시진핑과의 만남에서 뭘 얻을지는 모르지만 그로부터 뭔가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Q. 중국 입장에서 시진핑이 김정은을 만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 보나

A. 중국과 북한이 만날 때 그들은 공개적으로 매우 가깝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 

중국은 또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다만 북한이 러시아에 탄약을 공급하는 것에 대해서 중국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다.

 

* 본 기사는 연합뉴스가 진행한 빅터 차 인터뷰 기사 내용을 토대로 다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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