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경쟁이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해야" 시진핑 "평화롭게 공존하자" 갈등 관리 의지
시진핑 "대중국 수출통제 해제해야" 바이든 "국가 안보상 필요한 조치 유지" 이견
미중 정상 핫라인 구축‧인공지능(AI) 분야‧펜타닐 단속 협력 등 합의

산책하는 바이든과 시진핑 [사진=AFP=연합뉴스]
산책하는 바이든과 시진핑 [사진=AFP=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4시간여 만에 끝났다. 이날 양 정상은 대만 갈등 이후 중단됐던 양국 간 고위급 군사 대화를 재개하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후 "우리는 일부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시 주석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 향후 몇 년 이내에는 대만을 상대로 군사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으며, 미국의 수출통제 해제를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 풀 기자단에 따르면 양 정상은 15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11시25분께부터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피롤리 정원에서 회담을 시작했다. 회담은 이날 오후 3시30분께까지 약 4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이번 회담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 정상회담 이후 두 번째이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시 주석의 첫 미국 방문이기도 하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장인 '파일롤리 에스테이트'(Filoli Estate)에 먼저 도착해서 회담장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당초 예정보다 30여분 늦은 오전 11시 17분께 시 주석이 검은색 승용차를 타고 도착하자 반갑게 악수하며 맞이했다.

두 정상은 서로의 손에 자신의 다른 손을 얹으며 친밀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바이든 "경쟁이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해야" 시진핑 "평화롭게 공존하자" 갈등 관리 의지

언론에 공개된 모두 발언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서로 오랫동안 알았고, 항상 의견일치를 본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만남은 항상 솔직하고 직설적이고 유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당신의 솔직한 성격과 관련해, 당신이 나에게 말한 것을 의심해 본 적이 없다"며 "오해없이 서로를 잘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우리의 대화를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경쟁이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책임 있게 경쟁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기후변화에서부터 마약 단속,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고 우리의 공동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시 주석은 "세계 경제는 회복되고 있지만, 그 동력은 여전히 부진하고 산업망과 공급망은 여전히 교란과 보호무역주의의 위협을 받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과 미국 같은 두 대국이 서로 등을 돌리는 것은 선택지가 아니며 한쪽이 다른 쪽을 개조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충돌과 대치는 양쪽 모두에게 감당하지 못할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국간 경쟁은 시대의 대세가 아니며, 중국과 미국, 세계가 직면한 문제들을 대체로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지구는 두 나라(미중)가 성공하기에 충분히 크고, 한 나라의 성공은 다른 나라에 기회가 된다"고 부연했다.

시 주석은 "중국과 미국은 역사와 문화, 사회제도와 발전 경로가 서로 다르다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라며 "그러나 서로 존중하고, 평화롭게 공존하고, 윈-윈 협력을 추구하는 한, 이견을 극복하고 양국이 잘 지낼 수 있는 올바른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일환으로 진행한 시 주석과의 산책 도중 취재진에게 다가와 엄지를 들어 보이고, 대화가 어떻게 됐느냐는 질문에 "좋다(Well)"라고 답하며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시진핑 "대중국 수출통제 해제해야" 바이든 "국가 안보상 필요한 조치 유지" 이견

이날 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대만 문제와 미국의 수출통제 등에 대한 중국 측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 주석은 "중국은 미국의 계획을 추월하거나 대체할 생각이 없으며 미국도 중국을 압박할 계획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대만 문제는 중미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로 중국은 발리 회담에서 미국이 제시한 긍정적 태도를 중시한다"며 "미국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주고 대만의 무장을 중단하며 중국의 평화적 통일을 지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은 몇 년간 대만에 대한 군사행동 계획이 없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중국은 결국 통일될 것이고 반드시 통일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미국의 대중국 수출통제 등과 같은 제재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차 표명했다.

그는 "미국이 수출통제, 투자 심사, 일방적 제재 측면에서 중국을 겨냥한 조치를 취해 중국의 정당한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며 "중국의 과학기술을 억압하는 것은 중국의 고품질 발전을 억제하는 것이자 중국 인민의 발전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중국의 우려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조치를 취해 취하고 일방적 제재를 해제하며 중국 기업에 공정하고 비차별적인 환경을 제공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국가 안보를 보호하는 데 필요한 수출통제 등의 경제 조치는 앞으로도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에 미군을 상대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양국 간 경제 경쟁의 장이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하고서, 중국이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게 투자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미중 정상 핫라인 구축‧인공지능(AI) 분야‧펜타닐 단속 협력 등 합의

바이든 대통령과 백악관은 이날 엑스(옛 트위터)에서 회담을 "실질적인 진전"이자 "솔직하고 건설적인 논의"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일부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면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구체적인 회담 성과로 중국과 펜타닐(마약성 진통제) 협력, 군대군(軍對軍) 대화 재개, 인공지능(AI)에 대한 양국 전문가 대화 추진 등을 언급했다.

특히, 미중 정상간 핫라인을 구축하는데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과 나는 위기가 발생하면 전화기를 들고 서로 직접 통화하자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날 회담에서 중국 당국의 미국 국적자 출국금지, 인권, 남중국해 문제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또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중국의 비(非)시장 경제 관행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고 소개했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회담 뒤 기자들에게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양국이 군 대 군 대화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매우 분명하게 요청했으며 중국이 제도화를 위한 조치를 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중국이 현재 공석인 국방부장을 새로 임명하는 대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과 만나기로 했다고 전해진다.

16일 중국 외교부도 양국은 평등과 존중을 바탕으로 양국 군의 고위급 소통, 국방부 실무회담, 해상군사안보협의체 회의, 사령관급 전화통화 등을 재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중국은 펜타닐 원료를 만드는 화학회사를 직접 단속하기로 했다. 펜타닐은 미국 사회에서 심각한 사회문제인 마약성 진통제로 그동안 미국은 중국에 펜타닐 원료 유통 차단 등 협력을 요청해왔다.

미국 언론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인공지능(AI) 분야에 관해서도 합의했다고 전했다. AI는 미국이 대중국 투자에 제한을 두는 등 중요하게 관리하는 첨단 기술 중 하나다. 신화통신도 AI 분야와 관련해 두 정상이 합의를 이뤘다고 보도했다.

이밖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태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이란이 중동 정세에 더욱 긴장을 초래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관점을 전했다고 한다.

양 정상은 기술과 경제 분야, 중국의 급격하게 늘어나는 핵탄두 보유량 등과 관련해서도 대화를 나눈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울러 시 주석에게 중국 내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에 대한 제약 등 우려를 전달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 종료 후 APEC CEO 서밋에 참석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로 향했다. 이 행사에는 팀 쿡 애플 CEO, 래리 핑크 블랙록 CEO, 알버트 불라 화이저 CEO, 크리스티아노 아몬 CEO 등 미국 주요 기업 수장들이 참석한다. 시 주석은 미국 주요 기업인들과 만나 중국 내 경영 환경에 대한 우려 진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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