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부터 독립전쟁영웅실 철거 착수.. 30일까지 마무리 예정
충무관 앞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추진.. 신원식 "흉상 이전, 육사 정체성 회복"
독립운동유공자단체·독립운동단체연합 "독립전쟁 영웅 살아있는 정신 가르쳐야"

홍범도 흉상 이전 관련 육사 앞 기자회견 [사진=연합뉴스]
홍범도 흉상 이전 관련 육사 앞 기자회견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육군사관학교가 이미 지난 16일부터 교내 충무관에 설치된 '독립전쟁 영웅실'을 철거하기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육사측은 오는 30일까지 철거를 모두 끝낸다는 방침이다. 독립전쟁영웅실에 있던 홍범도·김좌진 장군뿐만 아니라 안중근 의사의 명패와 관련 전시품을 모두 철거한다. 독립운동단체들은 "독립전쟁 영웅들의 살아있는 정신을 육사 생도들에게 가르쳐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7일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국방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육사는 "기존의 특정 인물이나 시기가 아닌 통시적 시각에서 '국난극복사'를 학습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개편하고 있다"며 "전쟁기념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구성을 참고해 내용을 보완하고 11월 30일까지 (공사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독립전쟁 영웅실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홍범도·지청천·이범석·김좌진 장군, 이회영 선생, 안중근 의사 등 독립운동가들을 기리기 위해 충무관에 만들어졌다.

하지만, 최근 육사와 국방부가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를 시도하면서 독립전쟁 영웅실도 철거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육군은 지난해 11월 육사 현장토의회의에서 독립전쟁 영웅실을 "특정 시기 및 단체 관련 중복 및 편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사례로 평가하고 "사관생도의 국가관, 안보관, 역사관 향상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개편 방안을 세웠다.

이에 따라 기존 영웅실에 설치돼 있던 독립운동가들의 명패와 전시품, 액자, 후손 기증 책자 등을 모두 철거하고 고대부터 조선시대 전쟁사, 일제시대 항일무장투쟁, 6.25 전쟁 등을 종합적으로 소개하는 학습공간으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충무관 앞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추진.. 신원식 "흉상 이전, 육사 정체성 회복"

육사는 '독립전쟁 영웅실' 철거뿐 아니라 교내 충무관 앞에 설치된 6명 독립영웅 흉상 중 홍범도 장군 흉상은 외부 이전하고 다른 흉상도 교내 다른 장소로 옮길 예정이다.

공산당 이력이 있는 홍 장군 흉상이 생도 교육시설 '충무관' 입구에 설치돼 있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흉상 이전은 국가보훈부, 독립기념관 등과 협의 중이어서 올해 중에는 철거·이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지난 3일 용산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출입기자간담회에서 육사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시점과 관련해 "연내에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며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도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고 있고 보훈부에서 준비하는 사항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흉상 이전을) 연말 이후에 하면 현저한 불리한 점이나 손해가 발생하고, (연말) 이전에 해서 현저한 이득이 생기는 것이면 시점을 놓고 몰아부칠 수 있다"면서도 "흉상 이전이 결국은 육사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사관생도들이 올바른 정신세계를 가지게 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당장 하기에는 어렵지 않겠냐고 본다"고 부연했다.

우 의원은 "지난 세기 우리 선열들께서 펼치신 독립전쟁은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자랑스러운 역사임에도 친일 뉴라이트 사관을 바탕으로 한국군의 전사(戰史)에서 독립군과 광복군의 역사를 지워버리려 한다"며 "국회의원 181명이 독립영웅 흉상과 독립전쟁 영웅실 존치 촉구 결의안을 발의하고 육사에 직접 전달했음에도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철거를 강행하고 있다는 것은 민심에 반하는 역사 쿠데타 행위로 반드시 심판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기존의 독립전쟁 영웅실은 전시되어 있는 인물 중심의 공간이었는데, 인물이 아니라 역사를 중심으로 개편하고 공간도 더 넓게 쓸 예정이다"며 "독립군이나 광복군의 역사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이를 포함해서 국난극복사 전체를 아우르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고 해명했다.

독립운동유공자단체·독립운동단체연합 "독립전쟁 영웅 살아있는 정신 가르쳐야"

한편, 독립운동유공자단체들은 이날 제84회 순국선열의 날을 맞아 기자회견을 가졌다.

우 의원실과 독립유공자 단체 40여 곳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국방부가 한국군의 전사(前史)에서 독립군과 광복군의 역사를 지워버리려 한다"며 비판했다.

이들은 "광복은 우리 선조들이 나라의 주권을 빼앗긴 날부터 나라의 주권을 되찾는 날까지 빛나는 독립전쟁의 역사 속에서 죽음을 무릅쓰고 싸워 이겨낸 결과"라며 "많은 선열이 겪어야만 했던 강제이주의 아픔을 이 대한민국 땅에서 다시 겪게 할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일제와 맞서 싸울 수 있는 군대를 만든 이들 독립전쟁 영웅의 살아있는 정신을 육사 생도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흉상은 우리 국군의 간성을 교육하는 현장에 있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7일에도 24개 독립운동단체가 참가하는 '독립운동단체연합' 공동결의문을 통해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과 독립영웅실 철거를 전면 백지화할 것을 촉구했다.

독립운동단체들은 공동결의문에서 "우리는 대한민국 정체성의 근간인 독립운동의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독립정신에 입각한 후세들의 미래지향적 가치와 비전을 확립하고 대한민국의 정통성 확립에 앞장선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세력들에 대해 공동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최근 육군사관학교 교정 내 홍범도 장군 흉상 및 독립영웅실 철거를 시도 중인 국방부와 관계기관의 시도를 규탄하며 전면 백지화 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는 독립운동의 역사를 정쟁의 수단으로 삼거나 이념몰이로 국민여론을 분열시키는 일체의 행위에 반대한다"며 "선대 독립운동의 정신을 미래세대에 계승하기 위하여 대한민국 정체성과 독립정신에 반하는 일체의 행위에 결연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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