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진 “혁신위는 김기현 체제 연착륙 위한 시간끌기용일 뿐”...3명 혁신위원들 "활동 무의미"
혁신위 “위원들 사의 표명한 일 없어”
혁신위원 3인 인터뷰 "혁신은 실행이 중요, 혁신위 조기해체, 실패라고 생각안해...국민만 보고 가시라"
국힘 이용호 의원 "혁신위-지도부 짜고 친 고스톱...혁신위 조기 해산하라"
![지난달 23일 출범한 인요한 혁신위가 출범한지 20여일만에 혁신위원들이 집단 사의를 표명하면서 중대 기로에 놓였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311/625925_428553_3412.jpg)
[폴리뉴스 박명길 기자] '인요한 혁신위'가 출범한지 한달만에 좌초 위기를 맞았다.
인요한 혁신위의 최대 혁신 과제였던 ‘당지도부·영남중진·윤핵관들의 불출마 또는 험지출마’요구에 중진들의 거센 반발로 실패하며 ‘무용론’에 휩싸이고 있는 상황에, 민간 혁신위원들이 ‘중진 용퇴’ 관련 돌출발언을 계기로 사의표명을 해 심각한 내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민의힘 민간 혁신위원 3명이 24일 집단 사의를 표명했다. 그 직접적 발단은 혁신위 대변인인 김경진 전 의원의 발언에 분노한 때문이지만, 본질은 '중진 용퇴론' 문제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3일 오후 열린 혁신위 회의에서 "외부에서 온 위원들이 잘 모르는 게 있다. '우리(혁신위)는 김기현 지도부 체제를 잘 유지하고 연착륙시키기 위한 시간끌기용일 뿐이다' '이미 (결론이) 다 정해져 있다'는 등의 말을 들었다"고 폭로했다고 시사저널이 24일 보도했다.
이 발언으로 정치인 출신이 아닌 외부 영입인사들인 박소연, 이젬마, 임장미 등 혁신위원 3명이 "김경진 혁신위원으로부터 '혁신위는 김기현 지도부 체제 유지를 위한 시간끌기용일 뿐'이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면서 "더 이상의 혁신위 활동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고 혁신위원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이들 민간 혁신위원들은 “(이런 말을 들으니) 그렇다면 '대체 우리는 왜 있는 건가', '이제까지 무엇을 한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생업을 일부 희생해가며 그동안 혁신위 활동에 매진했는데 더 이상 희생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사의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김기현 지도부 유지를 위한 시간끌기용’이라는 발언은 혁신위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고, 혁신위의 최대 과제인 이른바 제2호 혁신안인 ‘당지도부와 영남중진, 윤핵관의 희생’ 즉 총선에 ‘험지출마 또는 불출마’ 자체에 대한 생각이 혁신위를 만들때부터 아예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혁신위는 전날 23일 제5호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다음주 ‘제2호 혁신안’을 당지도부에 공식 제의하기로 한 가운에 이런 발언이 나온 것이다.
이날 혁신위 대변인인 김경진 혁신위원은 회의 직후 ‘뜨거운 토론’이 있었다고 했다. 김 위원은 “인요한 위원장이 중진, 지도부, 대통령과 가까운 분이라고 표현한 분들에 대해서 오늘(23일) 혁신안건으로 의결을 해 최고위에 송부할 것이지, 아니면 다음 주에 송부할 것인지 위원들 사이 뜨거운 토론이 있었다”며 “일단 한주 시간 더 주고, 다음 주 정식으로 의결해 최고위로 송부하자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사의를 표명한 박소연 위원은 서울아산병원 소아치과 임상조교수, 이젬마 위원은 경희대 국제대학 교수, 임장미 위원은 마이펫플러스 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혁신위원 사의 표명 본질은 '혁신 거부'...혁신위 '조기해체론' 대두, 이용호 "조기 해산하라"
국민의힘 혁신위는 지난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대참패 후 당을 혁신하지 않으면 내년 총선이 참패한다는 위기 속에 만들어진 당 혁신기구다. 국민의힘이 '총선 필승'을 위한 야심찬 도전이었다.
강서 보선 직후인 지난달 23일 인요한 위원장을 중심으로, 정치인 혁신위원으로는 박성중 의원, 김경진 전 의원, 오신환 전 서울시 부시장 등과 민간 혁신위원으로 박소연, 이젬마, 임장미, 최안나 위원 등을 영입해 12명의 혁신위원으로 출발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첫 혁신위 활동을 출발하자마자 ‘당대표, 영남중진, 친윤(윤핵관) 용퇴론 및 험지출마’를 요구하는 핵폭탄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면서 국민의힘은 뒤흔들렸다. 그러나 20일 가량 지난 지금까지도 당대표는 물론 영남중진, 윤핵관들은 ‘용퇴론’에 대해 전면 거부하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최고위에 이 혁신안을 보고조차 하지 못했다.
이는 당 기득권을 틀어쥔 대표, 중진, 친윤들이 끝내 혁신을 끝내 거부한 것이다. 그로인해 혁신위 내 '뜨거운 토론'으로 논란만 치열해지면서 그 와중에 김 위원 발언으로 ‘사퇴 파장’이 일어난 것이다. 어찌보면 필연적 결과다.
사퇴 파장이 커지자 혁신위는 진화에 나섰다.
김경진 혁신위원은 언론 공지를 통해 “인요한 위원장은 사의 표명을 들은 사실이 없다”며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정해용 혁신위원도 이날 저녁 CBS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 "해프닝이 있었지만 인요한 위원장과 만났고, 또 '사퇴 의사를 밝힌 적은 없다', 이렇게 결론이 났고요, 또 함께 끝까지 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정 위원은 "사실 그 가운데 저희들이 어제 회의를 하면서 상당히 안건 등을 두고 격렬한 논쟁을 했다"며 "논의를 했고 그 과정에서 위원님들 중에서 마음이 서운하고 이랬던 점은 있었지만 혁신위가 내부 분열이 있고 그런 모습들은 아니다"고 '내분설'을 차단했다.
2달의 기한인 혁신위는 오는 12월24일에 임기가 종료된다. 내분설을 덮으려는데도 불구하고, 한달을 남겨 놓은 혁신위는 본격적으로 혁신안을 실행에 옮겨야 할 시점에 해체 위기까지 발생하면서 혁신은 시작조차 하지 못한채 유명무실해질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혁신'을 추동해내지 못하는 혁신위가 '무용론'에 '내분'까지 불거지면서 '조기 해체론'이 불어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같은 파장이 일자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재선, 전북 남원·임실·순창)은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혁신위는 국민과 당원을 우롱하지 말고 자진해산해야 한다"고 당 현역의원으로는 처음으로 혁신위 해산을 공개요구했다.
이 의원은 "혁신위는 출발부터 책임 있는 사람들이 책임지지 않으려는 국면전환용, 시간끌기용 꼼수 기구라는 의심을 사 왔다"며 "혁신위가 그동안 당 지도부와 '짜고 친 고스톱'이었음을 고백한 셈"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 의원은 "어제 혁신위 내에서조차 '외부 의원들은 잘 모르는 모양인데 답은 정해져 있다. 혁신위는 시간끌기용'이라는 실토가 나오고, 이에 반발해 일부 위원들이 사퇴 의사를 밝히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참으로 부끄럽기 그지없다. 혁신위는 더 이상 국민과 당원들을 우롱하지 말고 이쯤에서 자진 해산하는 것이 답"이라고 밝혔다.
사의표명 혁신위원 "무력감 느껴...김경진 위원에 대한 적절한 조치 후 복귀여부 결정할 것, 국민만 보고 가시라"
![지난달 23일 출범한 인요한 혁신위는 12명의 혁신위원을 구성해 지난달 27일 첫 회의를 했다. [사진=국민의힘]](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311/625925_428566_3340.jpg)
한편, 임장미, 박소연, 이젬마 혁신위원은 이날 저녁 사의표명 후 첫 언론과의 인터뷰인 SBS인터뷰에서 김경진 혁신위원의 대변인직 사과, 사퇴 등을 요구하며 그 조치 여부에 따라 다음주 혁신위 복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혁신위의 문제를 지적하며 사의표명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은 “혁신이라는 것 안건을 내는 것을 넘어 수용까지 갔을 때 제대로 성공이 되는 것인데, 우리 안건들은 계속 쌓여가고 수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당 지도부와 싸우자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면서도 "더 이상 이렇게 국민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는 안건을 지속적으로 내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국민 지지도를 보면 알 것이다. 국민70%가 혁신안을 지지한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며 "(지도부가 혁신안을) 적극적으로 받아주지 않는 모습에서 지지율과 국민의 관심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것을 누구나 다 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잔머리를 굴리는 순간 진심이 통하지 않는다"며 "그냥 국민만 보고 가시라"고 말했다.
사의표명 문제의 본질이 ‘대표, 영남중진, 윤핵관’들의 용퇴론(불출마 및 험지출마)이었음을 밝힌 것이다.
혁신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나온 김 위원의 ‘시간끌기용’ 발언에 "(전날(23일) 회의에서) 한 혁신위원이 '혁신위는 시간끌기용'이라는 표현을 써서 거기에서 힘듦과 무력감을 느끼고 분노했다"며 "흐름상 '비정치권에서 잘 모르는 무언가가 있으니 이쪽 세계를 좀 이해해달라', '너무 순수한 것 같다'라는 얘기가 나와서 거기에서 한 번 더 실망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들은 ”(비정치권 위원) 3명이 먼저 납득해야 민심을 잡을 수 있고 진정어린 정치가 될 수 있을 텐데, '너희는 모르는 일이야', '그런 게 있어'라고 넘어갈 문제는 아니라고 봤다. 그래서 무력감을 느낀 부분이 있다"고 당시 심경을 말했다.
이 혁신위원은 "'우리가 시간 때우기 용이었고, 선출직이 아니라 임명직이야' 이런 말들이 계속 쌓이면서 박 위원 눈물이 터지기도 했다"며 "가슴이 굉장히 아팠고 우리가 지금 뭐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민간위원 6명을 뽑아놓고 저희들을 '병풍'으로 세워놓고 뭘 모르는 사람들로 취급하는 것은 안된다"며 "그런 것에 더욱 분노한 것 같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들은 '사의표명'과 관련 김 위원이 자신들을 두고 "이런 식으로 하면 혁신위가 굴러가기 힘들다"고 한 것이 사퇴설로 와전됐다"면서 "'혁신위가 들러리가 될 수 없다' '이런 식으로 기계적으로, 의무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무의미하다' '정말 힘들다'고 강하게 반발한 것은 맞지만, 사의라는 의미로 나갔다"고 말했다. '사퇴는 아니다'고 하면서도 김 위원의 조치 여부에 따라 회의 복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들은 인요한 혁신위원장에게 “김 위원에게 사과를 요구했고 위원장이 충분히 받아들이겠다고 했다”며 “위원장이 적절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 위원장으로부터 다음주 목요일 혁신위 회의 참석 요청을 직접적으로 들었다”면서 “대변인을 바꾸는 등 어떤 조치를 취하느냐에 따라 정하겠다”고 했다.
혁신위 '조기해체설'에 대해 "저희가 본의아니게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면서 “혁신위는 일찍 마칠 수도 있고 2주 더 연장할 수도 있다. 물리적인 시간에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며 "해체를 저희가 결정할게 아니라 국민들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기 해체를 한다고 해도 실패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이번을 통해 다음부터 혁신위 자체에 무용론이 나올수도 있다. 그래서 이번 활동이 중요하다. 실패했다고 하면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기해체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이들은 "혁신은 실행이 중요하다. 사실 안건이 아니라 실행이 중요한 게 아니겠냐. 지금 국민의힘이 절체절명의 순간이다. 여당이기 때문에 더 중요하다. 여당이 변하지 않으면 국민이 또다시 고개를 돌릴 것"이라며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다. 저희들은 국민과 여론조사, 언론 추이만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사 추가 11월25일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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