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비명 횡사’에 가려진 쇄신 부족의 공천

더불어민주당의 ‘비명 횡사’ 공천에 대해서는 지난번 칼럼에서 비판했다. 필자는 이재명 대표의 그런 불공정 공천이 '윤석열 심판'을 '이재명 심판'으로 바꿔놓는 패착이 될 것임을 경고한 바 있다.

오늘은 국민의힘의 공천에 대한 얘기이다. 그러면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이끌고 있는 국민의힘 공천은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는가. 그 역시 아니라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 지금 민주당의 공천이 워낙 막무가내식의 ‘친명 횡재-비명 횡사’ 공천 상황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국민의힘 공천의 문제점을 가려주고 있을 뿐이다. 국민의힘의 공천이 상당히 조용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잘된 공천이어서가 아니라 현역 의원들에 대한 교체가 적어서 반발의 목소리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29일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29일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의 공천이 드러내고 있는 문제는 이런 것이다. 영남을 중심으로 한 중진 현역 의원들이 그대로 공천을 받으면서 국민의힘의 세대교체나 체질개선에 실패했다. 물론 많은 지역에서 경선을 했기에 시스템 공천을 했다는 설명이지만, 신인들은 가산점을 받아도 그 지역에 뿌리를 내린 장년의 중진 의원들을 당해낼 수가 없었다. 그러나 보니 특히 청년과 여성 후보의 비율이 매우 적은 공천이 되고 있다.

30·40대 청년, 정치 신인, 여성들에 대한 공천은 대단히 미약하다. 28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이날까지 확정된 공천 후보자 155명 가운데 30대는 4명, 40대는 16명이다. 20대는 없다. 비율로 따지면 30∼40대 청년 후보가 약 13%에 불과하다.

반면에 국민의힘의 '텃밭'에서는 50대 이상 남성 현역 의원들이 압도적 우위를 보이며 기득권을 지켜가는 모습이다.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 등 영남권에서는 현재까지 42명의 공천이 확정됐는데, 이 가운데 38명(약 90%)이 50대 이상이다.

중진들의 희생의 불출마가 없으니 새로운 젊은 인재들이 영입되어 충원될 길이 막혀버렸다. 보수정당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을 새로운 사고를 가진 인재들을 영입하여 국회에 진출시키는 것은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에게 부여된 중요한 과제였다. 그런데 지극히 미진하다.

그래도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의 공천에 대해 긍정적인 자기 평가를 내놓고 있다. "민주당처럼 누구를 찍어내고 밀어내기 위한 공천이 아니다", "수십년간의 공천 중 가장 공정하고 사심 없는 공천이라 평가받고 싶다"고 했다. 물론 민주당의 공천처럼 특정 계파를 찍어내는 불공정함은 없었고 사심도 없어 보였다. 윤 대통령에게 휘둘리지도 않았다. 그 점은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쇄신은 미약한 공천이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최악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민주당과 비교하면서 자위할 일은 아니다. 민주당이 저럴수록 국민의힘이 더 나은 공천을 할 수 있는 길은 있었는데 그 길을 가지 않은 것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이런 지적을 의식한듯 앞으로 비례대표 공천에서 쇄신의 부족을 채우겠다고 말한다. 한 위원장은 공천 과정에서 인적 쇄신이 없다는 지적에 “룰을 지키고 관문을 낮추고 부족한 부분을 비례대표에서 보완할 것”이라고 말한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21대 국회보다 총선 후보자 중에 여성과 청년이 적다는 지적에 대해 "여성 청년에 대한 배려는 나머지 공천과 국민의미래가 진행해갈 비례 공천에서 감안해 나갈 것"이라고 답한다. 하지만 이런 말들도 실제로 어떻게 이행될지는 지켜봐야 아는 일이다.

아마 민주당이 공정한 쇄신 공천을 했으면 국민의힘도 긴장해서 중진들의 물갈이를 하면서 쇄신 공천 경쟁에 나섰을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 돌아가는 것을 보니 굳이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때도 국민의힘은 자기가 잘해서라기 보다는 이재명 대표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 이번에도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윤석열 심판’의 분위기가 ‘이재명 심판’의 분위기로 바뀌는 듯하니 그런 기대를 갖게 되는 상황이 되고 있다. 좋은 야당이 있어야 좋은 여당이 있는 것인데, 야당이 저 모양이니 국민의힘의 공천도 별 감흥은 없게 됐다.

 

 

유창선

연세대학교 사회학 박사(정치사회학 전공)
한림대, 경희 사이버대 외래 교수 역임
SBS, EBS, B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진행자 역임
현재 여러 언론에 칼럼  연재중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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