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어제 4월 30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 영수회담이 열렸다. 윤석열 정부 출범 722일만에 성사된 여야 영수회담이다. 합의문이 따로 나오지 않은 것을 보면 소통의 첫발을 떼기는 했지만, 예상되었던 많은 이견에 따라 성과는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의견을 모은 것은 의대 증원 필요성에 대한 공감, 그리고 앞으로 계속 만남을 이어가자는 것 정도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민감하고 뜨거운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두 사람의 이견이 크게 좁혀지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어제 이재명 대표는 "채 해병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주실 것을 요청드리고,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 되고 있는 가족분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들도 정리하고 넘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김건희 특검법' 수용까지 간접화법으로 촉구했다. “국가가 곧 국민이다. 159명의 국민이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갔던 이태원 참사, 채 해병 순직사건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큰 책임"이라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이 대표는 과도한 거부권 행사에 대한 유감 표명 등 윤석열 정부의 국정 기조 변화도 요구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이태원참사특별법은 일부 법리적 문제가 해소되면 반대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밝혀 이전보다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이나 윤 대통령 가족, 국정 기조 전환 같은 문제는 비공개 회담에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윤 대통령이 그동안 여야가 대치해온 정치현안들에 대한 이 대표의 요구를 대부분 사실상 거부했음을 의미한다.

비정치적인 쟁점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깨알같이 요구했다. 총선에서 자신이 공약했던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한 협조를 당부하기도 하고, R&D예산과 관련, "예산 복원도 내년까지 미룰 게 아니라 가능하면 민생 지원을 위한 추경이 있다면 한꺼번에 처리하면 좋겠다는 생각"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어제 회담과 관련한 별도의 합의문은 채택하지 못했다. 이견들만 확인되었을 뿐 합의 사항이 거의 없었다는 얘기이다. 이 대표가 요구했던 내용들을 보면 윤 대통령이 동의할 수 있는 것들도 있고, 그러기 어려워 보이는 것들도 있다.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요구 같은 사안은 영수회담에서 윤 대통령이 전향적인 합의를 해주었다면 큰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반대로 민생회복 지원금 같은 사안은 그 타당성에 대한 논쟁이 아직 계속되고 있는 내용의 것이다.

합의문도 내지 못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어제 윤-이의 회담은 윤석열 정부 들어 있은 여야 영수의 첫 소통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지금처럼 여야가 극한 대치만 반복하는 상황에서는 서로가 자주 만나 상대의 입장을 듣는 것만도 일단은 의미가 있다. 누구보다 아쉬운 것은 여당의 총선 참패로 야당의 협조 없이는 국회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윤 대통령이다. 야당의 협조를 구하는데도 필요할 뿐더러, 국민들로 하여금 ‘불통의 대통령’이라는 인식을 변화시키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이재명 대표의 입장에서도 영수회담은 얻는 것이 크다. 자신이 거대 야당의 최고 지도자임을 분명히 부각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동안 비판자들로부터 ‘범죄자’ ‘피의자’라는 말을 들어온 이 대표로서는 윤 대통령도 인정하는 야당 대표의 위상을 분명히 하게 된다. 물론 법원이야 정치적 고려없이 이 대표에 대한 재판을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그래도 이런 영수회담 분위기는 법원으로 하여금 이 대표에 대한 강경한 판단들을 누그러뜨리는 분위기를 내다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이 못마땅한 진영의 지지자들도 있겠지만 현재의 환경에서는 피할 수 없는 길이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은 이제는 이 대표를 ‘피의자’로 대할 것이 아니라 제1야당 대표로 소통하는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 그것이 자신의 국정운영을 위한 길이다.

실제로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회담 뒤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앞으로 소통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회담에 대해 "답답하고 아쉬웠다"면서도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야당과의 소통과 협치에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의 소통은 선택이 아닌 필수임을 특히 지금처럼 가파른 대치 정국에서 재삼 확인하게 된다. 어렵게 열린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회담이 앞으로도 계속되어 서로 윈-윈의 효과를 거두기 바란다. 그리고 결실은 극한 대결의 정치로부터 피해를 입고 있는 국민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유창선 칼럼니스트
유창선 칼럼니스트

 

유창선

연세대학교 사회학 박사(정치사회학 전공)
한림대, 경희 사이버대 외래 교수 역임
SBS, EBS, B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진행
현재 여러 언론에 칼럼 연재중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