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28일로 예정된 '채 상병 특검법' 재표결을 앞두고 여야가 대치하며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먼저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윤석열 대통령의 꼭두각시"라고 반격하며 본회의 재표결 의결을 위한 전열 재정비에 들어갔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처음으로 공개 언급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을 겨냥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왜 탄핵됐나”라며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 그럼 특권 거부권을 행사하는 자는 더 큰 범인인가”라고 주장했다. “헌법체계와 헌법 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반헌법적 행위이자 권력 사유화라는 국민적 심증을 더욱 확고하게 한다“며 “대통령 탄핵이 국민적 유행어가 될 듯하다”는 얘기였다.

이재명 대표도 이 자리에서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했던 말은 날카로운 화살촉이 돼, 윤 대통령 자신을 향하고 있다”며 “국민을 거역하고 진상을 은폐하는 시도는 순직사건 외압 실체가 대통령이라는 의심을 키울 뿐”이라고 주장했다. 박주민 의원은 최근 국민의힘 의원 전원에게 찬성투표를 독려하는 편지를 각각 보내기도 했다. 민주당은 25일 윤석열 대통령의 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규탄하고 법안 재의결을 촉구하는 '범국민대회'까지 열어 재의결을 앞둔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 야당 단독으로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 야당 단독으로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야권의 특검 요구를 '국가 전복 시도'로 규정하고 정치 공세를 중단하라며 비판하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재명 대표와 야당은 정녕 채 상병 사건을 빌미로 탄핵의 길을 가겠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인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탄핵을 운운하고, 국회 밖으로 나가 막무가내로 장외집회를 여는 민주당이 원하는 정치인가"라며 "한 젊은 병사의 안타까운 죽음을 오로지 정치공세용 소재로 이용하고 있다"는 추 원내대표의 입장이 국민의힘이 공식 입장이다. 추 원내대표도 재표결을 앞두고 당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친전을 보내 결속을 당부했다.

비상이 걸린 것은 국민의힘 쪽이다. 재표결에서 국민의힘 의원 중 17명(국회의장 표결 시)만 찬성표를 던지면 특검법은 통과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미 특검법 찬성을 공언한김웅, 안철수, 유의동 의원 등도 있고 58명에 달하는 총선 낙천자들에 대한 당의 구속력에 한계가 있으니 최소 7~10표 가량의 이탈표는 예상하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에 대해 이 정도의 이탈표만 나와도 여권에게는 타격이다. 그리고 만에 하나 이탈표가 17표를 넘어 재의결에서 통과되는 사태가 빚어질 경우는 윤 대통령의 레임덕을 의미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된다. 그러니 국민의힘으로서는 노심초사 하면서 표 단속을 해야 할 상황이다.

그러나 채 상병 특검법은 젊은 장병이 군 복무중 순직하게 된 진상과 책임의 소재, 특히 수사 외압이 있었었는지를 가리는 중요한 사안이다. 그런 법안이 여야 합의가 아니라 단독으로 처리되고 여야가 대치하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특히 군의 명예와 사기와 직결된 사안에 대해 이제까지 보수정치세력인 여권이 회피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이미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이유를 밝혔다.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이번 특검 법안은 여야가 수십 년간 지켜온 소중한 헌법 관행을 파괴하는 것"이라는게 정 실장의 주장이었다.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권을 야당에게만 독점적으로 부여한 것에 대해서도 정 실장은 "대통령의 특별검사 임명권을 원천적으로 박탈하고 있다"며 "이 또한 우리 헌법의 삼권분립 원칙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또 현재 채 상병 사망사건에 대한 수사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수사가 진행중임을 "지금 공수처의 수사를 믿지 못하겠다며 특검 도입을 주장한 것은 자신이 만든 공수처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자기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그런가 하면 여권에서는 특검이 매일 브리핑을 하도록 되어 있는 법안의 내용도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된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법안에 대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는 헌법에 보장된 권한이다. 그 자체를 뭐라할 일도 아니고 존중되어야 한다. 다만 대통령실과 여당은 채 상병 특검에 대한 정무적인 고려가 필요해 보인다. 대통령실의 주장에도 일리는 있지만, 그동안 여권이 채 상병 관련 의혹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으니 특검을 회피하고 있다는 시선이 많이 확산된 상태다. 아무리 법적 논리에 근거한 대통령실의 설명에 일리가 있다해도 이럴 때는 국민들이 갖고 있는 의구심을 해소하는 것이 우선이다.

채 상병 특검법 재표결을 앞두고 여야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 합의 처리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 여당은 특검법을 받아들이려 하고, 여당이 우려하는 몇 개 조항에 대해서는 야당도 유연하게 양보해도 될 것은 수정하여 합의를 이루기를 주문한다.
 

유창선 칼럼니스트
유창선 칼럼니스트

 

유창선

연세대학교 사회학 박사(정치사회학 전공)
한림대, 경희 사이버대 외래 교수 역임
SBS, EBS, B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진행
현재 여러 언론에 칼럼 연재중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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