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앙아 5개국 정상회의 창설…"K실크로드 구상 추진"
내년 국내서 첫 회의 개최… "핵심광물 등 공급망 협력 강화"
3개국 국빈방문서 정상회담·비즈니스 포럼 등 중앙아시아 협력 구축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406/652402_458289_317.jpg)
[폴리뉴스 김진호 정치에디터]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10∼15일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을 각각 국빈 방문한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발표했다. 김 차장은 "고대 실크로드의 중심지였던 중앙아시아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라며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 등으로 글로벌 복합위기가 확산하며 전략적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순방에는 부인 김건희 여사도 동행한다.
한-중앙아 5개국 정상회의 창설…"K실크로드 구상 추진"
특히 우리나라와 중앙아시아 5개국은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을 계기로 6개국 정상회의를 창설하고, 내년에 우리나라에서 첫 회의를 열기로 했다. 중앙아시아 5개국은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타지키스탄·키르기스스탄이다.
정부는 지난해 한-태평양 도서국 정상회의와 올해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에 이어 내년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회의를 통해 우리 외교 네트워크를 중앙아시아 지역까지 넓힐 계획이다. 정부는 또 중앙아시아와 협력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외교 전략으로 '한-중앙아 K실크로드 협력 구상'을 추진하기로 했다.
K실크로드 협력 구상은 윤석열 정부가 인도·태평양 전략,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연대 구상에 이어 세 번째로 발표하는 지역 전략으로, 우리나라가 중앙아시아에 특화된 외교 전략을 발표하는 것은 역대 처음이다. 우리와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회의는 이 같은 구상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유라시아의 가운데 위치한 중앙아시아는 역사적으로 동아시아와 유럽, 중동을 연결하는 실크로드의 중심지이며, 1991년 구소련 체제 이후 독립한 5개 나라가 유사한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실크로드 경제권을 형성하고 있다. 중앙아시아 5개국의 전체 면적은 355만 제곱킬로미터(k㎡)로, 한반도의 15배가 넘고, 인구도 8천만 명에 달해 유망한 소비시장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 특히 원유, 가스와 함께 핵심광물이 풍부해서 첨단 산업을 계속 키워나가야 하는 우리와의 협력 잠재력이 매우 크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박춘섭 경제수석은 “우리나라와는 92년 수교한 이후 꾸준히 경제 협력을 확대해 왔으나 아직은 잠재력에 비해 양적, 질적으로 교류가 크지 않다”면서 “이번 윤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은 한국과 중앙아시아의 경제 협력 관계를 전면 확대 개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윤 대통령은 다음 주 예정된 올해 첫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을 계기로 이러한 외교 구상을 구체화할 예정이라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개국(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순방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406/652402_458287_296.jpg)
3개국 국빈방문서 정상회담·비즈니스 포럼 등 중앙아시아 협력 구축
우선 윤 대통령은 10∼11일 투르크메니스탄을 방문한다. 윤 대통령은 10일 수도 아시가바트에서 세르다르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어 협력 확대를 골자로 한 양해각서(MOU) 서명식과 공동 언론 발표도 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 내외는 이날 투르크메니스탄 독립 기념탑에 헌화하고 식수하며,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 부부가 주최하는 국빈 만찬에 참석한다.
투르크메니스탄은 매장량 기준 세계 4위의 천연가스 보유국으로서 전체 수출의 74%를 천연가스가 차지할 만큼 국가 경제에 있어 천연가스 의존도가 매우 높다. 투르크메니스탄은 천연가스 수출에 그치지 않고 이를 기반으로 석유화학 등 에너지 산업 육성을 위해 노력 중이며, 한국 기업들은 투르크메니스탄에서 다수의 에너지 플랜트 사업에 참여해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투르크메니스탄은 우리나라와의 교역 규모가 2023년에 1700만 불로 크지 않아 이번 순방에서 교역 규모 확대를 위한 제도적 기반 구축에 역점을 둘 계획이라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11일 오전 양국 기업들이 참석하는 비즈니스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한다.
또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의 아버지이자 국가 최고지도자 겸 인민의사회의장인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전 대통령과도 면담한다. 윤 대통령 내외는 베르디무하메도프 최고지도자와 오찬도 함께 한다.
다음 순방국인 카자흐스탄에서는 11∼13일까지 국빈 방문 일정이 예정돼 있다. 윤 대통령은 첫날 수도 아스타나에서 고려인 동포와 재외국민을 초청해 간담회를 개최한다. 또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과 만찬으로 이날 일정을 마무리한다.
윤 대통령 부부는 국빈 방문 공식 일정이 예정된 12일 카자흐스탄 국민 감사 기념비에 헌화한 후 대통령궁으로 이동해 공식 환영식에 참석한다. 양국 정상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 강화 방안을 협의한 뒤 MOU에 서명하고 공동 언론발표도 할 예정이다. 카자흐스탄 국빈 방문 공식 일정은 토카예프 대통령 부부가 주최하는 오찬으로 끝난다.
이후 윤 대통령은 한-카자흐스탄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하며, 기조연설도 할 방침이다. 포럼에는 토카예프 대통령도 자리한다. 윤 대통령 부부는 양국 공연단의 문화 공연 관람을 마지막으로 카자흐스탄 일정을 마무리한다.
중앙아시아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큰 중심 국가로, 중앙아시아 국가 중 우리나라와의 최대 교역국이자 투자 대상국인 카자흐스탄은 원유 매장량 세계 12위로 중앙아시아 최대 산유국이며, 원소 주기율표에 나오는 대부분의 광물이 있다고 할 만큼 우라늄 매장량 세계 2위, 크롬 세계 1위, 아연 6위 등 광물 자원이 풍부한 나라다. 이번 순방에서는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최우선 어젠다로 논의할 예정이다.
아울러 카자흐스탄의 기관 인프라 구축 관련 협력, 제조업을 비롯한 산업 육성을 위한 협력과 함께 과학기술, 금융, 인사 행정, 기후변화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며, 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기업들의 프로젝트 수주도 적극 지원할 것이라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마지막 방문국인 우즈베키스탄에서 일정은 13∼15일까지 예정돼 있다. 윤 대통령 부부는 13일 수도 타슈켄트에 도착해 독립기념비에 헌화하고, 동포 만찬 간담회를 주최한다. 이어 14일에는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MOU 서명식, 공동 언론 발표도 한다.
윤 대통령은 같은 날 한-우즈베키스탄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한 뒤, 우리 정부의 지원으로 지난해 개소한 우즈베키스탄 창업 촉진 센터를 방문한다. 이날 미르지요예프 대통령 부부와 만찬을 함께 한다. 윤 대통령 부부는 15일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인 우즈베키스탄의 고도시 사마르칸트를 방문한 뒤 오후 귀국길에 오른다.
윤 대통령의 마지막 방문국인 우즈베키스탄은 중앙아시아 내에서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 대상국으로 자동차, 섬유 등을 중심으로 우리 기업의 진출도 활발한 나라다. 1996년 대우자동차가 우즈베키스탄에 공장을 준공함으로써 우즈베키스탄이 2023년 기준 연간 40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중앙아시아 최대 자동차 생산국이 되는 데 기여했으며, 이번 순방에서는 우즈베키스탄과의 교역과 투자 협력을 더욱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우즈베키스탄도 카자흐스탄과 같이 우라늄, 몰리브덴, 텅스텐 등 광물 자원이 풍부하며,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이 핵심 논의 의제가 될 전망이다. 그동안 한국 기업들은 우즈베키스탄의 석유화학 플랜트, 발전소 등을 성공적으로 시공한 경험이 있으며, 이번 순방에서 교통·에너지 인프라를 중심으로 기업들의 수주 활동을 지원하고 자동차, 화학, 바이오, ICT 등으로 산업 협력을 넓혀 가기 위한 방안도 모색할 계획이라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김 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K실크로드 협력 구상은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중앙아시아 지역과의 협력관계를 한 단계 도약시키기 위한 청사진을 담고 있다"며 "이번 방문은 실크로드 구상에 대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확고한 지지를 확인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순방에는 대한상의와 무역협회가 모집한 65개 기업을 포함한 경제사절단이 동행하며,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에서 각각 비즈니스 포럼이 개최되며, 포럼을 계기로 양국 기업과 기관 간에 에너지, 광물, 교통, 인프라, 기술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MOU 체결이 준비중이라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