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여사, 디올백 불구속 기소 후 공개 행보
119특수구조단·용강지구대 방문 "추가 개선 필요" 지시
與 "제발 좀 가만히 계시라" "과하지 않나"
野 "권익위 국장 억울한 죽음부터 해결하라"
박찬대 "V1 누군지 분명해져" 김민석 "김 여사가 권력 핵심"
천하람 "연예인도 이보다 길게 자숙" 조국 "박근혜·최순실 국민들 기억"
진보·보수 언론 모두 비판 행렬 "통치자 연상케 해" "사과가 우선"
국민 60% "김건희 불기소 권고는 잘못"

김건희 여사의 공개 행보를 놓고 정치권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건희 여사의 공개 행보를 놓고 정치권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최근 공개 행보를 재개했다. 지난 10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경찰과 마포대교 투신방지 시설을 점검한 데 이어 119 지구대를 방문해 대원들을 격려했고, 조만간 공개될 '추석 대국민 인사 영상'에도 등장할 예정이다.

디올백 수수 의혹에 대해 국민권익위와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 이어 검찰수사심의위도 불기소 권고 결정을 내린 직후 이뤄진 공개 행보에 야권은 물론 여권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야권은 김 여사가 "자살 예방을 위해 조치를 했지만,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 등의 발언을 한 것을 지적하며 대통령 행세가 과하다고 지적했다. 

김 여사, 119특수구조단·용강지구대 방문해 "추가 개선 필요" 지시

디올백 수수 의혹으로 검찰 수사가 시작된 후 한동안 잠잠하던 김 여사의 공개 행보가 최근 다시 시작되는 모습이다.

김 여사는 지난달 23일 서울역 쪽방촌을 방문했으며, 이달 3일에는 미국 상원의원 부부들을 청와대 상춘재에 초청해 만찬을 같이 했다.

그리고 지난 10일에는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119특수구조단 뚝섬수난구조대, 한강경찰대 망원치안센터, 용강지구대를 각각 방문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현장 근무자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고 생생한 의견을 청취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로, 현장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비공개로 진행됐다"고 전했다.

이날 김 여사는 현장 근무자들에게 선제적 대응을 당부하고 용강지구대 순찰인력과 함께 마포대교 도보 순찰에 나선 자리에서는 "추가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고 알려졌다.

이와 같은 김 여사의 공개 행보 재개는 국민권익위에 이어 검찰도 디올백 수수 의혹에 대해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결론 내린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디올백 의혹이 한창이던 지난 설에는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직원들과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라는 노래를 함께 부르는 영상을 공개하고 김 여사는 두문불출한 바 있는데 올해 추석 대국민 인사 영상에는 김 여사가 나올 예정이다.

與 "제발 좀 가만히 계시라" "과하지 않나"

이처럼 김 여사가 공개 행보에 나서자 여권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제발 좀 가만히 계시면 좀 안 되나"라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지금 국민들이 본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거기에 대한 두려움이 약간이라도 있다면 처신하는데 조심을 좀 해주면 안 되냐는 생각"이라며 "이상한 사람한테 고가의 디올백을 받는 걸 전 국민이 다 봤는데 김건희 여사 본인이 한 번도 국민 앞에 나와 진솔한 자세로 대통령의 부인으로서 공직자의 부인으로서 '정말 잘못된 처신'이라고 진심으로 사과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경율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12일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조금 과하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은 "영부인으로서 행보와는 다르게 직접 현장 공무원들에게 지시도 하고 이런 장면도 있었다. 그와 같은 행보들이 국민들 시각에는 어떻게 비쳤을까"라며 빨리 제2부속실을 만들어서 "여사의 행동거지들, 행보들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인사들은 영부인으로서 역할을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광재 국민의힘 대변인은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건희 여사가 정치적 행보를 보인 것도 아니고,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일을 한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성태 전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대통령 영부인이 추석을 앞두고 소외 취약계층이라든지 사회적 약자들을 아우르는 행보에 긍정적인 인식보다는 조롱하고 희화화하는 판단은 너무 가혹하다"며 "때로는 비판도 있었다 해도 멀쩡한 대통령 부인이 아무런 역할도 안 하고 앉아 있는 것도 문제"라고 감쌌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오후 JTBC 유튜브 '장르만 여의도'에서 "오해 살만한 그런 거는 최대한 좀 줄이고 자제해서 제대로 국민들에게 편안함을 주시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野 "권익위 국장 억울한 죽음부터 해결하라"

야당은 보다 강하게 김 여사의 행보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1일 논평을 내고 "죽음의 현장마다 찾아가 희한한 사진을 올리더니, 정작 자신이 받은 명품백과 직접 연관이 있는 이의 죽음은 왜 모르쇠인가"라며 "자살 예방 전도사가 되고 싶다는 김건희 여사님, 권익위 국장의 억울한 죽음부터 해결하시라"고 꼬집었다. 최근 명품백 수수 사건을 담당했던 국민권익위원회의 국장급 간부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을 언급한 것이다.

강 대변인은 "수사 여론 속 잠행 중이던 '인스타 김건희'가 다시 등장했다"며 "황제소환에 종결처리, 세탁수사를 즐기더니 자기 마음대로 다 털었다며 정권 주인 행세를 다시 시작했다. 자살 예방자가 아니라 분노 유발자 김건희"라고 비판했다.

조국혁신당 강미정 대변인도 같은 날 논평에서 "김건희 씨는 '자살 예방'이라는 단어를 거론할 자격이 없다"며 "김건희 씨가 300만원짜리 디올백을 포함해 고가의 뇌물을 받지 않았더라면 국민권익위의 김 국장이 그런 선택을 할 일이 아예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 대변인은 11일 논평에서 "조용한 내조를 온몸으로 보여주는 김건희씨가 다시 대통령 놀이’를 시작하는 모양"이라며 "역대 최악의 대통령 배우자"라고 직격했다.

박찬대 "V1 누군지 분명해져..김 여사, 통치자 같아" 김민석 "김 여사가 권력 핵심"

야권에서는 김 여사가 사실상 대통령 행세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12일 정책조정회의에서 "김건희 여사가 마포대교 일대를 찾아 119 구조대원, 경찰관 등 현장 근무자들을 격려했다고 하는데 현장에서 김 여사가 경청, 조치, 개선 같은 단어를 쓰는 모습은 마치 통치자 같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용산에선 V1·V2가 있다는 이야기, V1이 누구인지 의견이 분분했는데 대통령실이 공개한 사진과 보도를 보니 V1이 누구인지 분명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민석 민주당 수석최고위원도 10일 KBC '여의도초대석'에 출연해 "김건희 여사가 권력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윤석열 대통령이나 그 주변이 정상적인 정권이라면 이게 배우자가 이렇게 문제가 있으면 조금 뒤로 가 있는 게 좋겠다. 통상 그렇게 관리를 한다"면서 "관리가 안 되고 있는 것이 누적된다면 그것이 본질"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도 12일 MBC라디오에서 "민심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똑똑한 사람이 왜 모르겠나"라며 "(김 여사가 실질적인) 대통령이니까 못 말리는 것이다. 영부남이 말려야 되는데 못 말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금 이 판국에 국민 염장을 지르면서 사진을 18장이나 올려놨다. 청와대 홍보수석실 대변인들도 진짜 수준 이하의 바보들"이라고도 말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11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지금 이 상황에서 김 여사를 이런 식으로 뉴스에서 소비하게 만드는 건, 김 여사를 해하는 일"이라며 "대통령실에 정무적 감각이 있기는 한 건가. 내부에 소위 밀정이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보수층에 있는 어르신들조차 김 여사에 대해 '이제 좀 그만 나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많이 돌고 있는 상황에서 김 여사가 계속 나오는 것"이라며 "제가 만약 윤 대통령 비서관이었으면 뜯어말렸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천하람 "연예인도 이보다 길게 자숙" 조국 "박근혜·최순실 국민들 기억"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도 12일 김 여사의 행보에 대해 "이렇게 빨리 복귀하는 것은 너무 염치가 없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천 원내대표는 이날 YTN 라디오에서 "연예인도 이것보다는 길게 자숙하는데 대통령 부인이라는 분이 범죄에 가까운 행동을 하는 것을 전 국민에게 동영상으로 보여줘 놓고 이렇게 빨리 복귀하는 것은 너무 염치없고 얼굴 두꺼운 것 아닌가"라며 "복귀하라는 전공의는 안 돌아오고 오지 말라는 김 여사는 돌아왔다"고 말했다.

천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김 여사를 향해 "지금 김여정 부부장을 흉내 내면서 현장 시찰을 다니고 계실 때가 아니다"라며 "본인이 공무원을 격려할 수 있는 위치나 되는가. 그럴 정도의 도덕적 권위를 갖고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럴 자격이 없다. 자격 없으신 분이라면 지금이라도 조용히 계시면서 반성하라"며 "국민 앞에 진솔하고 겸손하게 사죄하고 용서를 빌어야 할 때이며, 용서를 빌 정도의 염치도 없다면 최소한 자숙하고 잠행하시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의원 출신인 김용남 전 개혁신당 의원은 11일 오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은 원인 중에 큰 부분이 김건희 여사가 내조만 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는 국민적 의구심 때문이기도 한데 공개 활동을 넓히는 게 과연 지지율에 도움이 될까"라고 말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역시 김 여사를 향해 "김건희 씨 역시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했지만 새빨간 거짓말이었다"며 "국민에 의해 선출된 적 없는 김건희 씨가 대통령 행세를 한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9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같이 말하며 "박근혜 정권에서 최순실 씨가 무슨 일을 했는지, 그 결과 박근혜·최순실 두 사람이 어떻게 됐는지 국민은 다 기억하고 있다. 어떤 부적도, 어떤 무당도 막아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보수 언론 모두 비판 행렬 "통치자 연상케 해" "사과가 우선"

김 여사의 행보에 대해 진보 언론은 물론 보수 언론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향신문은 12일 "최근 명품백 수수와 관련해 국민권익위,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 이어 검찰수사심의위가 불기소 권고 결정을 하면서 김 여사의 활동폭도 넓어지고 있다"면서 "김 여사의 행보는 통치자를 연상케 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도 같은 날 "김 여사는 검찰이 명품 가방 수수 사건에 '혐의 없음' 결론을 내린 지난달 20일 이후 공개 일정을 부쩍 늘리고 있다"고 짚었다.

중앙일보 역시 논설위원 칼럼을 통해 "민생 행보도 좋지만 사과가 우선이라는 뻔한 얘기를 또 할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칼럼에서 이준석 의원·한동훈 대표와 관계가 좋지 않은데 이를 개선해야 하기 위해 '김건희 역할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매체는 "한동훈, 이준석과 인간적으로는 아니더라도 정치적으로라도 관계를 회복한다면 여권 내부, 나아가 국민에게 주는 상징적 의미가 클 것"이라며 "김 여사가 대통령을 위해 두 사람과의 관계 회복을 고언했으면 한다. 김 여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국민 60% "김건희 불기소 권고는 잘못"

한편, 최근 검찰 수심위가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불기소 처분 권고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국민 10명 중 6명은 잘못된 결정이라고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5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이번 수심위의 결정에 대해 '잘못된 결정'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60%, '잘한 결정'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30.3%로 집계됐다.

모든 지역에서 '잘못된 결정'이 우세했다. 광주·전라에서 잘한 결정 12.8%·잘못한 결정 77.0%로 잘못한 결정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대구·경북에서도 잘한 결정 39.8%·잘못한 결정 47.0%였다.

연령대별로는 7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부정적 응답이 우세했다.

20대 22.4% vs 57.4%, 30대 29.1% vs 62.8%, 40대 22.9% vs 75.1%. 50대 28.3% vs 66.5%, 60대 39.0% vs 53.2%로 나타났다. 반면, 70세 이상에선 '잘한 결정'이 41.2%, '잘못한 결정'이 41.4%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는 무선(97%)·유선(3%)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RDD) 자동응답조사 방식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3.0%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P)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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