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19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내년 예산에 대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411/671487_479808_481.jpg)
“그 기자가 대통령에 대한 무례라 생각한다.”
지난 19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이 했던 어처구니 없는 말이었다. 홍 수석이 가리킨 ‘그 기자’는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 기자회견 당시 윤 대통령에 ‘무엇에 대한 사과인지’ 보충 설명을 요청했던 부산일보 기자였다.
당시 부산일보 기자는 윤 대통령에게 “대통령님께서는 ‘주변의 일로 걱정과 염려를 끼쳐드렸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두루뭉술하고 포괄적으로 사과를 했는데, 국민들이 과연 대통령께서 무엇에 대해 우리에게 사과했는지 어리둥절할 것 같다”며 “여기에 대해 보충 설명을 해달라”고 했다.
당시 기자회견 생중계를 시청하던 사람들이라면 당연한 질문, 할 소리를 한 질문이라고 반겼을 것이다. 윤 대통령이 고개숙여 사과를 하기는 했는데, 무엇에 대한 사과인지는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잘못에 대한 책임있는 설명없이 그냥 사과 한번으로 ‘퉁’치고 지나가려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상황이었다. 그러니 보충 설명을 요청한 부산일보 기자의 질문은, 지켜보던 국민들이 가려워하던 곳을 긁어준 것이었다. 만약 아무 도 그런 지적을 하지 않고 그냥 지나가고 기자회견이 끝났다면 그날 참석했던 기자들은 ‘허수아비’였냐는 여론의 비판을 받았을 것이다.
윤 대통령의 입장에서도 그런 질문이 나쁜 것은 아니다. 명태균 씨와의 관계, 공천 개입 의혹 등에 대해 국민들이 여전히 납득하지 못한다면, 그런 기회에 충분한 설명을 더하는 것이 기자회견을 한 의미를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자회견장에서 그 질문을 듣던 윤 대통령의 표정이 굳어졌다. 아니나 다를까, 홍 정무수석의 ‘무례’ 발언이 나왔다. 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홍 수석은 “대통령에 대한 무례라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이 사과했는데 마치 부모가 어린아이에게 하듯이 ‘뭘 잘못했는데’라고 하는 태도는 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수석의 이 말로 당시 기자회견에 대한 대통령실의 속내가 드러나 버렸다. 그런 불편한 얘기는 듣고 싶지 않은 대통령실의 마음이 솔직하게 드러난 셈이다. 홍 수석의 발언으로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언론관이 어떠한지를 알게 됐다. 불편한 소리는 듣기 싫어한다는 것 아니겠는가. 기껏 소통을 했다고 하고서는 이런 바보짓을 하는 대통령실의 모습이 어처구니가 없다.
논란이 확산되자 홍 수석은 대통령실을 통해 “정무수석으로서 적절하지 못한 발언을 한 점에 대해 부산일보 기자분과 언론 관계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정무수석으로서 본연의 자세와 역할을 가다듬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 후과는 두고두고 남게 됐다. 대통령의 참모들이 직언을 차단하고 ‘심기경호’에 매달려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윤 대통령이 그런 불편한 소리들을 듣기 싫어한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었다. 구시대적 언론관과 소통관으로 돌아가 버린 모습이다. 민주주의를 하는 시대에는 가당치도 않은 모습들이다.
그나마 모처럼 열었던 기자회견의 의미도 이렇게 스스로 날려버리는 대통령실의 모습이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다. 21세기인데 20세기의 대통령실을 보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