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청장 "이 전 장관, 경찰에서 연락오면 협조하라고 해"
이상민 "계엄에 관여 안해.. 갑자기 알게 돼"
공수처, 검찰 이첩 받은 이상민 수사 지지부진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전 장관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501/677766_486778_95.jpg)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장관이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소방청장에게 한겨례와 경향신문, MBC, 뉴스공장에 대해 단전, 단수 조치를 지시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이른바 진보 언론에 대한 통제를 시작으로 계엄 하에서 언론 통제를 본격화하려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넘어가 있으나 한달째 전혀 수사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소방청장 "이 전 장관, 경찰에서 연락오면 협조하라고 해"
이상민 "계엄에 관여 안해.. 갑자기 알게 돼"
허석곤 소방청장은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질의에서 12·3 비상계엄 선포 후 이 전 장관으로 부터 한겨레와 경향신문, MBC, 뉴스공장에 대한 단전, 단수 조치 지시를 받았다고 실토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허 청장에게 "12월3일 계엄 발표가 있던 때 소방청장 주재 회의를 개최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맞나"라며 "대책회의에서 당시 행안부 장관이었던 이상민 장관으로부터 지시사항이 있었나"라고 물었다.
이에 허 청장은 "회의 중에 전화를 한 번 받았다"고 답했고, 윤 의원은 "그 전화의 내용이 주요 언론사 단전, 단수와 관련된 내용이었나"라고 질의했다.
그러자 허 청장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허 청장의 모르쇠에 대해 윤 의원은 "한달 갓 지난 것이 기억이 안 날 수 있나"라며 "언론사 단전, 단수라는 것만큼 주요한 사안을 기억 안난다고 할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희도 내용을 알고 말씀드리는 거다. 지금 말씀하시는 게 위증일 수도 있고, 사법기관에 넘어가면 신분상의 여러 제약이 갈 수도 있다"며 "잘 생각하시고 있는 그대로 답변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허 청장은 "단전, 단수 지시가 명확하게 있었던 것은 아니고 경찰에서 협조 요청이 있으면 협조해줘라, 약간 그런 뉘앙스였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당시 옆자리에 있던 (소방청) 차장과 논의했다"며 "단전·단수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즉, 당시 이 전 장관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또 허 청장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은 당시 경찰에도 동일한 지시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나중에 국정조사라든지 아니면 경찰 수사, 특검 수사를 통해 드러날 일"이라며 "본 위원이 확보한 제보에 따르면 청장께서 지시를 내렸다는 제보가 있다"고 말했다.
허 청장은 "장관님께서 몇 군데 언론사를 말씀을 하시면서 '경찰청에서 어떤 요청이 오면 거기에 대해서 그 협조했으면 좋겠다' 이런 전화였다"며 한겨레, 경향신문, MBC, 뉴스공장이 대상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허 처장의 발언은 이 전 장관의 해명과 배치된다.
이 전 장관은 지난달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이번 계엄선포에 있어서 제가 건의를 했다거나 관여를 했으면 충분한 검토를 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저도 갑자기 알게 돼 그렇게 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즉, 자신은 이번 계엄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했으나 실제로는 경찰과 소방에 직접적인 지시를 한 것이다.
공수처, 이첩 받은 이상민 수사 지지부진
이 전 장관의 불법 지시 정황이 드러난 만큼 실제 실제 어느 선까지 지시가 내려갔는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공수처는 검찰‧경찰로부터 이첩받은 후 한달 가까이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에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공수처가 이 전 장관의 내란죄 사건을 넘겨받은 것은 지난달 16일(경찰), 18일(검찰)이다. 당시 공수처는 중복수사 우려 해소를 위해 이첩을 요구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시간이 걸리면서 이 전 장관에 대해서는 단 한차례 소환 조사도 하지 못한 상태다. 지금까지 이 전 장관은 지난달 16일 경찰에 피의자로 출석한 것 외에는 수사 선상 밖에 있다.
공수처의 부실 수사 우려는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다 지금까지 사건을 처리한 실적도 초라하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공수처 검사 정원은 25명이지만 현재 공수처 검사는 15명에 불과하다. 사건 기록을 살피는데도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2021년 설립된 이래 기소한 사건도 5건에 불과하다. 국민적 관심을 모은 채상병 사망 사건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에 야권에서는 내란 특검 도입을 대안으로 보고 있다. 야6당이 발의한 내란특검법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한 후 재표결에서 부결처리된 바 있다. 이에 야6당은 제3자 추천 등 '독소조항'을 제외한 새로운 내란특검법을 발의했고, 14일 혹은 16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