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국무위원들 尹에 계엄 반대" 尹 "22시에 생방송 잡혀 있다"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위법성 인정.. "사법적 판단 받아야"
공수처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수사 본격화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전 장관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전 장관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충암파이자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최근 경찰 조사에서 기존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지며 윤 대통령과 결별을 결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전 장관은 지난달에는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고도의 통치 행위"라고 주장했으나 "사법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비상계엄을 선포할 상황이 아니었고, 국무위원들도 모두 반대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된다.

윤 대통령이 구속 기소된만큼 이 전 장관도 입장을 바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비상계엄 직후 이 전 장관이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를 지시한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상민 "국무위원들 尹에 계엄 반대" 尹 "22시에 생방송 잡혀 있다"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위법성 인정.. "사법적 판단 받아야"

앞서 이상민 전 장관은 지난달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비상계엄령 선포는 고도의 통치 행위로 대통령이 헌법에 규정된 권한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또, 비상계엄 상황이 맞느냐는 의원 질의에 "제가 판단할 수 없고, (답변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답변했다.

이후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의 1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 전 장관은 증인 선서를 거부하고, 의원들의 질의에 "증언하지 않겠다"는 답변을 되풀이 했다. 

이에 윤 대통령의 충암고 동문이자 최측근으로 꼽히는 이 전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지 않기 위해 입을 다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이 전 장관은 최근 경찰 조사에서는 비상계엄의 위법성을 인정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겨레와 MBC 등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은 경찰 진술에서 지난해 12월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인 오후 8시40분경 대통령실에 도착했으며, 대통령 집무실에는 윤 대통령과 한덕수 총리, 김용현·박성재·조태열·김영호 장관 등이 있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접한 일부 장관이 반대 의사를 밝히자 윤 대통령은 "오후 10시에 KBS 생방송이 잡혀 있다"며 강행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이 전 장관은 "대통령에게 진짜 안된다.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다. 국무위원 전원이 반대하고 있다면서 말렸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를 묵살하고 비상계엄 선포를 강행했다는 것이다.

당시 이 전 장관은 더 많은 국무위원들이 반대하면 대통령의 마음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오후 9시 10분에서 15분쯤부터 일부 국무위원들에게 전화를 돌렸다고도 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오후 10시가 되자 장관들이 모여 있는 대접견실에 나와 "국무위원 다 왔느냐"고 물었고, "다 도착하지 못했다"고 답하니 윤 대통령이 "22시에 내려가야 하는데"라며 또다시 '22시 생방송'을 언급했다고 한다.

이 전 장관은 당시 국무회의에서 '안건제안, 제안이유 설명, 안건토의, 의결과정이 있었느냐'는 경찰의 질문에 모두 "없었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국무회의 성립 여부에 대해 "사법적 판단을 받아야 할 사안"이라고 진술했다.

경찰은 다른 국무위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당시 국무위원들이 '국무회의가 열린 것으로 볼 수 있느냐'며 당혹스러워 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 전 장관에게 당시 국무회의가 합법적인 절차로 볼 수 있는지 관련 판례들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즉, 12·3 비상계엄 선포가 절차적 적법성을 확보하지 않았다는 것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또, 이 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후 급하게 회의록 작성을 지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국무위원이 국무회의록 작성이 필요하다고 하자 대통령실 부속실 직원에게 참석한 장관의 이름과 국무회의 시작 및 종료 일시, 발언 요지 등을 기록으로 남겨놓을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전 장관의 지시를 받은 대통령실 부속실 직원은 자신은 발언 내용을 모른다며 세부 내용 작성을 거부했다고 한다. 

이에 이 전 장관은 "장관 몇 명이 언제 왔는지 정도라도 메모하라"며 최소한의 내용이라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국무회의록 작성이 누락된 것 역시 비상계엄 국무회의가 절차를 지키지 않았던 대목이다. 

이 전 장관은 경찰 조사에서 "상식적으로 계엄군을 투입할 정도로 사회 질서가 혼란스러워야 하는데,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며 "계엄법을 본 후에도 계엄 할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윤 대통령의 "22시 KBS 생중계" 언급은 앞서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에서 제기한 '계엄방송 준비 사전 언질' 의혹과도 연결된다. 

당시 KBS 노조 측은 "지난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전 당시 박민 사장과 최재현 보도국장이 성명불상의 누군가로부터 미리 '방송을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고 이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밝힌 바 있다.

공수처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수사 본격화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 전 장관의 진술은 비상계엄의 불법성을 인정한 것으로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에 힘을 싣는 결과로 이어진다. 

지난 19일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26일 구속 기소되는 등 내란죄 수사가 일단락되자 이 전 장관도 윤 대통령 지키기를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장관 본인에 대한 수사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공수처는 비상계엄 직후 소방력을 활용해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를 시도한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허석곤 소방청장은 지난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질의에 출석해 '계엄 선포 직후 이상민 전 장관으로부터 한겨레·경향·MBC에 대한 단전·단수 지시를 받았느냐'는 질의에 "몇몇 언론사에 대해 경찰청에서 단전·단수 요청이 있으면 협조하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답했다.

즉, 경찰과 소방을 지휘하는 행정안전부 장관이 직접 나서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한 것이다. 

공수처는 이 전 장관의 언론사 단전·단수 시도의 구체적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앞서 소방 지휘부를 대거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했다. 지난 14일 허 청장을 소환했고, 16·17일엔 각각 황기석 서울소방재난본부장과 이영팔 소방청 차장을 조사했다. 공수처는 이들 소방 지휘부의 진술을 토대로 윤 대통령이 직접 이 전 장관에게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내렸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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