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합병·분식회계 혐의 2심서도 무죄선고
반도체와 바이오, 배터리 등 사업 정상화 과제
3월 정기 주총서 등기이사 복귀도 관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심영범 기자] 부당합병·분식회계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2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부터 이재용 회장은 9년이 넘게 재판정을 드나들었다. 이제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일단락되며 새 삼성 만들기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앞서 이 회장은 2024년 2월 1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회장은 지난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당시 경영권 승계, 삼성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주식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항소심에선 1심과 마찬가지로 19개 혐의 모두 무죄로 결론이 났다. 재판부는 두 회사의 합병이 이 회장의 승계, 지배력 강화만을 목적으로 한다고 볼 수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제 재계의 관심은 사법리스크를 털어낸 이재용 회장의 행보다. 장기간 재판을 받으며 삼성전자는 휘청거렸다. 먼저 반도체 사업 실적 반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회장은 반도체 사업장 점검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주력 사업인 반도체 부문이 AI 메모리 중 핵심으로 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경쟁사에 뒤처지며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다. 지난해 DS부문의 연간 영업이익은 15조1000억원으로 23조원의 영업이익을 낸 SK하이닉스에 밀렸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관세 부과와 반도체 보조금 지출 중단 움직임 등으로 경영 불확실성도 커졌다. 사상 첫 노조 파업을 겪은 데 이어 노사 갈등도 봉합해야 한다.

삼성은 반도체 뿐만 아니라 바이오, 배터리 등에서도 글로벌 선두를 위해 주력 사업 정상화 등 시설 투자 및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삼성은 로봇 전문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는 등 미래로봇 개발을 가속화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간 해외 경영 행보에도 제한적이었던 만큼 이 회장은 경영 보폭을 넓히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다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방한하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의 회동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인수합병과 대규모 투자 등에 대한 방안을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삼성의 대형 M&A는 추진은 2016년 하만 인수가 사실상 마지막이었다.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과거 이 회장은 지난 2016년 ‘갤럭시 노트7’ 리콜 사태 당시 임시 주총을 통해 등기 임원에 올라 위기를 돌파한 바 있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2016년 10월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등기임원에 올랐으나 이후 삼성이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리며 2019년 연임 없이 임기를 마쳤다. 이후 회장으로 승진하고도 미등기임원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과거 해체된 삼성 미래전략실과 같은 조직의 재건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럴 경우 그룹 차원의 전략적 의사결정을 지원하며,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 환경에 대응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삼성글로벌리서치가 그룹의 미래전략 수립을 담당하고 있다. 다만 과거 미래전략실이 가졌던 조정·통제 기능은 갖추지 못한 상태다.

한편, 이재용 회장 측 변호인단은 3일 오후 항소심 선고가 끝난 뒤 "현명한 판단을 내린 재판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본연의 업무에 전념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