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단체장직 유지하며 경선준비 가능…정치적 체급 키워 지방선거 ‘선점’
여야 광역단체장, 17개 광역 중 8명 거론
與 오세훈‧홍준표 대권 출마 유력…유정복‧박형준‧김태흠‧이철우도 거론
野 김동연 ‘캠프 마련’ 김영록 ‘출마 선언’ 대권 행보
이달 28일 지나 사퇴하면 재‧보궐 선거 실시 안 될 듯
![제20대 대통령 선거일인 9일 오후 서울 양천구 신월1동 제5투표소에서 유권자가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2022.3.9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502/682628_492278_526.jpg)
[폴리뉴스 고영미 기자]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3월 중순 경 나올 것으로 보임에 따라 현직 광역자치단체장들도 조기대선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같은 자치단체장들의 움직임은 조기 대선 출마를 통해 정치적 체급을 키우고 내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여권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이, 야권에서는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이 사실상 대권행보에 나선 가운데 다른 광역단체장들도 대선 대비 ‘몸풀기’에 나서고 있다. 현재 광역단체장으로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인사는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장 중 8명이나 된다.
與, ‘주반야대’ 속 오세훈‧홍준표‧유정복‧박형준‧김태흠‧이철우 대선 출마 거론
![(왼쪽부터)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502/682628_492281_1549.jpg)
정치권에 따르면 여권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김태흠 충남도지사, 이철우 경북도지사 등 6명의 광역단체장이 대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최근 국민의힘 내부 분위기가 ‘주반야대(낮엔 탄핵 반대, 밤엔 조기대선)’으로 흘러감에 따라 현직 광역자치단체장들은 겉으로는 윤 대통령의 탄핵 반대를 주장하면서도 물밑에서 대선 준비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개헌토론회를 주최하며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섰다. 이날 토론회에는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를 비롯해 48명에 달하는 현역 의원들이 참석하기도 했다.
일찌감치 대권 도전 의사를 밝혀온 홍준표 시장은 윤 대통령의 탄핵에 앞장선 한동훈 전 대표를 집중 공격하는 한편 야권의 유력 대권 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서도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 내며 지지층 결집에 집중하고 있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유정복 시장은 지난 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통령실 기자단과 간담회 자리에서 "어려워진 나라를 바로 세우는 방안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며 사실상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유정복 시장은 지난 19일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분권형 개헌을 강조한데 이어 다음달 7일에는 국회에서 개헌을 위한 국민대토론회 개최를 개최 할 예정이다.
![(왼쪽부터) 박형준 부산시장, 김태흠 충남지사, 이철우 경북지사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502/682628_492282_1625.jpg)
박형준 부산시장도 일단 조기 대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여권 움직임에 대해 일단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박 시장은 헌재를 향해 공정한 심판을 강조하는 한편 최근 TV 시사 토론 프로그램에 보수 패널로 잇따라 출연, 정치적인 존재감을 부각하면서 대통령 권한을 나누고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정부로 분산하는 지방분권으로 개헌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충청대망론’을 목표하는 김태흠 지사는 지난 7일 오전 도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4기 충남 청년네트워크 발대식’에서 자신은 3선 국회의원을 하다가 도지사가 됐다며 “제가 선출직으로 새롭게 나간다면 대통령이나 아니면 지명직의 경우 국무총리 이정도로 한 텀 밖에 남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보수의 심장인 대구·경북(TK)을 정치적 기반으로 하는 이철우 경북지사는 지난 19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TK 민심과 보수층을 겨냥한 듯 “탄핵 심판으로부터 윤 대통령을 지키는 것에 총력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계엄 사태 이후 언론 인터뷰 등을 확대하며 정치행보를 넓히고 있다.
野, ‘비명계’ 김동연·‘친명계’ 김영록 대권 행보 준비
![(왼)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영록 전남도지사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502/682628_492283_1919.jpg)
더불어민주당 소속 현직 광역자치단체장들도 대선 출마 의지를 내비치며 대권 행보 준비에 돌입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김영록 전남지사가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대선 출마 의사를 직접 표명하진 않았지만 이미 출마 결심을 굳히고 정책 비전 준비 등 사실상 출마 준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동연 지사는 최근 내부적으로 대선 캠프를 꾸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캠프 활동 인원은 30~40명 정도이며 여의도 국회 앞 빌딩에 대선 캠프 사무실도 마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명계(비이재명계) 야권 잠룡으로 꼽히는 김동연 지사는 최근 당내 유력 대선 주자 이 대표를 견제하는 메시지를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한편 김동연 지사는 오는 28일 이 대표와 회동 할 예정으로 최근 ‘당내 통합’을 강조하고 있는 이 대표를 만나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동연 지사와 이 대표의 회동 이후 김동연 지사가 통합의 메시지를 낼지, 이 대표와의 대립각을 이어갈지에 따라 당내 입지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김영록 지사는 공개적으로 대선 출마 의사를 피력하며 주요 인사들과의 회동을 이어가고 있다. 김영록 지사는 지난 3일 국회에서 가진 광주·전남지역 언론인과의 간담회에서 조기 대선 출마와 관련한 질문에 “결심을 굳혔다”며 “출마 선언 또는 출마 관련 발표를 하는 것은 여러가지 상황이나 때를 좀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하며 사실상 대선 출마를 사실상 공식화한 바 있다.
김영록 지사는 당 내 김경수 전 지사, 김부겸 전 총리, 김동연 지사가 이 대표와의 차별화를 꾀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친명’ 행보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김영록 지사는 지난 11일 이 대표를 예방한 뒤 페이스북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헌정질서 회복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영록 지사는 지역 언론과 인터뷰에서도 일부 정치인들의 '이재명 때리기'를 비판하고 화합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같은 김영록 지사의 행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권출마 보다는 내년 지방선거를 대비한 ‘체급 키우기’ 행보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자치단체장들, 현직 신분 유지하고 당내 경선 참여 가능
이처럼 현직 광역자치단체장들이 대선 출마에 적극적인 건 현직 신분을 유지한 채 당내 경선에 참여하는 게 공직선거법으로 제한되지 않아 당내 경선에서 패배해도 업무에 복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법에 따르면, 자치단체장은 선거 30일 전 사퇴해야 하지만 ‘조기 대선’ 특성 상 여야는 3주 안팎의 경선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어 현직에서 사퇴하지 않고 경선 도전이 가능하다. 또한 당내 경선에서 승리해 본선 후보가 돼 현직 광역자치단체장이 사퇴할 경우에도 재·보궐선거는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선관위는 3월 이후 재보선 사유가 발생하면 이는 10월의 첫 번째 수요일에 치러지는 하반기 재보궐선거 대상이 되며 이 경우 선거 여부는 시·도 선관위가 결정하게 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3월 이후 지자체장이 사퇴할 경우엔 내년 6월에 지방선거가 있기 때문에 10월 재보선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