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당, 야5당 후보 모두 참여하는 대선 경선 제안
민주당, 당원 투표권 침해·각 정당 후보 선출 과정 상실·역선택 우려 등으로 부정적 입장
민주당, ‘각 정당 후보 선출 뒤 단일화’ 염두...혁신당 “야권 총결집 요인 아냐”
혁신당 “핵심은 정책 투표”...민주당 “이재명 중도 외연확장과 안 맞아”

8일 서울 안국동 사거리에서 열린 '야5당 공동 내란종식·민주헌정수호를 위한 윤석열 파면 촉구 범국민대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조국혁신당 김선민 당 대표 권한대행 등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8일 서울 안국동 사거리에서 열린 '야5당 공동 내란종식·민주헌정수호를 위한 윤석열 파면 촉구 범국민대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조국혁신당 김선민 당 대표 권한대행 등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민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될 경우 열리게 될 조기대선에서, ‘야권 통합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가 시행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조국혁신당이 야권 총결집 방안으로 제안했다.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보유한 제1야당 민주당은 야권 총결집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하지만, 야권 통합 오픈프라이머리 방식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혁신당은 야권 단일화 방식의 하나로 오픈프라이머리인 ‘국민주권 아레나 2025’를 제안했다. ▲야권 모든 정당의 대선 후보 참여 ▲결선투표제 도입 ▲후보·공약 각각 투표 ▲100% 온라인 투표의 아레나 방식 등이 골자다. 

김선민 혁신당 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권 교체의 길은 결코 간단치 않다. 국민의 절박한 마음을 더 모으고 모아야 비로소 이뤄낼 수 있다”며 “민주당을 비롯한 모든 야당이 이 제안에 함께 해주시길 간곡하게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당원 투표권 침해 ▲각 정당의 후보 선출 과정 상실 ▲역선택 우려 등을 이유로 이 제안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이원혁 부대변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야권 연대는 언제든지 열려 있다”면서도 “저희 당은 당원들의 정당으로서, 150만 당원들의 선택권이 보장돼야 한다. 여론조사로 후보가 정해지는 형식일 텐데 그러면 당원들의 선택권이 침해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각 정당의 후보 선출 과정도 보장돼야 한다”며 “(야5당이) 원샷으로 다 같이 하면 민주당 후보들이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가 상실된다. 지난 전당대회 때 이재명 대표만 나올 줄 알았는데 청년도 나왔다. 그런 분들에게는 (당내 경선이) 되든 안 되든 당원과 국민들한테 자신이 후보로서 어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혁신당 황현선 사무총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각 당 당원들이 후보를 선택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건 일견 타당하다”면서도 “과연 이번 대선이 그렇게 한가한 대선일까. 야권이 똘똘 뭉쳐서 하나로 해도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지배적이다. 야권 분열보다 야권이 힘을 합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역선택 리스크도 우려한다. 배종호 민주당 전략기획위 부위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재 정치적 진영이 완전히 나뉘어 있고, ‘이재명 죽이기’를 주장하는 태극기 부대가 수십만명 규모로 집단적으로 역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한 안전장치를 어떻게 만들 것이냐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황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역선택 문제는 모든 후보들이 동의하면 민주당이 만든 역선택 방지 장치를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천막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박찬대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천막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박찬대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각 정당 후보 선출 뒤 단일화’ 염두...혁신당 “야권 총결집 요인 아냐”

민주당 내에서는 야권 총결집을 위해 ‘각 정당 후보 선출 뒤 단일화’ 방식을 염두에 두는 것으로 보인다. 배 위원장은 “야권 통합 후보의 방식은 오픈프라이머리 방식도 있지만 각 당이 후보를 내서 단일화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혁신당은 후보 단일화 방식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황현선 사무총장은 통화에서 “후보 단일화는 대의에 따라 소수정당이 일일이 양보해야 한다. 그럴 때 양보한 후보나 정당, 당원들이 선거에 얼마나 열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긴 쪽에서는 감동적인 단일화겠지만 (소수정당에는) 눈물겨운 사퇴다. 실제 선거운동을 열심히 뛰게 할 요인은 아니다”라며 한계를 지적했다. 

혁신당 “핵심은 정책 투표”...민주당 “이재명 중도 외연확장과 안 맞아”

그러면서 혁신당이 제안한 방식 중 후보와 함께 투표하는 ‘정책 공약’에 방점을 찍었다. 각 당이 제시한 후보뿐만 아니라, 정책 공약에도 국민들이 투표로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식이다. 황 사무총장은 “당이 주장했던 정책이 차기 정부의 국정과제에 반영된다면 당원들도 (선거운동에) 뛸 만한 동기를 가질 것”이라며 “이번 오픈프라이머리의 핵심은 정책 트랙에 있다”고 설명했다. 

황 사무총장은 “후보 단일화는 대개 정책을 받는 조건으로 진행되지만, 그 과정에서 1:1 방식의 합의가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대통령 당선자의 부담이 덜 하기 때문"이라며 "투표로서 정했다고 하면 부담이 꽤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소수정당들은 (후보 선출이) 안 된다는 것을 뻔히 안다"면서 "그럼에도 오픈프라이머리를 하려는 건 자신들의 공약을 다음 연합정부의 정책으로 삼기 위한 취지”라고 덧붙였다. 

반면, 민주당은 공약에 대한 오픈프라이머리에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배 부위원장은 “이재명 대표는 중도보수를 내세우고 있는데, 자신들의 정책이 이 대표 주장보다는 왼쪽으로 가자는 걸 것”이라며 “이는 이 대표의 중도 외연 확장과 안 맞는다”고 지적했다. 

22일 서울 시내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집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은 종로구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16차 범시민대행진, 오른쪽은 중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 윤석열 대통령 탄핵반대 광화문국민대회. [사진=연합뉴스]
22일 서울 시내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집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은 종로구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16차 범시민대행진, 오른쪽은 중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 윤석열 대통령 탄핵반대 광화문국민대회. [사진=연합뉴스]

대통령 탄핵소추를 기점으로 양 진영이 극심하게 대결하는 상황에서 야권이 대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해야 이후 국정운영도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는 “혁신당 제안이 정당 민주주의와 당원주권시대에는 맞지 않지만 지금은 비상시기다. 그러면 비상 방법을 가야 한다”며 “탄핵정국에서 양 진영이 극심하게 대결하며 대선이 끝나도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다. 압도적 대선 승리가 이뤄져야 대선 이후에 나라가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권 전체 통합이 필수적”이라며 “약자가 강자한테 굴복하는 후보 단일화 방식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야권 통합 오픈프라이머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민주당은 과거 대선에서 승리할 때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를 제외하고 연대·연합을 해왔다. 1997년 제15대 대선 때 김대중 후보는 DJP 연합으로 첫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2002년 제16대 대선 때는 민주당(당시 새천년민주당)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선 후보 선출에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해 노무현 후보가 당내 주류 후보인 이인제 후보를 꺾고 선출됐다.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2년간 여론조사에서 이기고 있어 정권재창출이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는데 노무현 후보가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 과정을 통해 대선 본선에서도 승리를 거둬냈다. 민주당은 연대와 연합을 통해 힘겹게 대선 승리를 해온 것이다. 

현재 윤 대통령 석방 이후 야권이 파면 촉구에 집중하면서 관련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다. 조만간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인용되면 혁신당과 정의당, 시민사회를 비롯해 오픈프라이머리에 찬성 입장을 밝힌 민주당 내 비명계 대선주자들을 중심으로 관련 논의가 다시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나라가 두 쪽 나 있는 비상시기에 야권 통합 오픈프라이머리가 압도적 승리로 국민 통합을 이뤄내는 신의 한 수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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