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화성에 연 25만 대 PBV 전용 공장…미래 모빌리티 사업 전면 확대
스마트팩토리·RE100까지 담은 'EVO Plant', 기아 제조혁신의 실험장
컨버전 센터 기반 PBV 생태계 구축…글로벌 경상용차 시장 선도 전략

기아가 PBV 전용 공장인 '화성 EVO Plant(이보 플랜트)'로 연 25만대 규모의 미래형 PBV 생산 허브 구축에 나선다.
기아는 14일(금)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에 위치한 오토랜드(AutoLand) 화성에서 'EVO Plant East' 준공식 및 'EVO Plant West' 기공식을 개최했다.
기아가 화성에 'EVO Plant'라는 이름의 PBV 전용 생산 허브를 구축하기로 한 결정은 단순한 신규 공장 증설이 아니라, 전동화·자율주행·물류 혁신이 한데 얽힌 미래 모빌리티 경쟁에서 '경상용차(PBV) 중심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승용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를 겪는 사이, 물류·모빌리티 서비스·라스트마일 배송 등 B2B 기반의 PBV 시장은 꾸준히 확장되고 있으며, 차량 효율·전력 관리·디지털 통합이 요구되는 특성상 완성차 기업의 제조 경쟁력과 소프트웨어 역량이 직접 매출로 연결되는 구조라는 점에서 전략적 가치가 크다.
기아가 연 25만 대의 PBV 전용 생산능력을 확보하며 국내에 대규모 제조 투자를 단행한 것도 이 같은 흐름을 선제적으로 잡기 위한 포석이다. 화성 EVO Plant는 자동화·스마트 물류·건식도장 등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제조기술이 집약된 실험장이자, 유연생산·셀 생산 방식 도입을 통해 다양한 차종과 변형 모델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춰 PBV 사업 특유의 주문형 생산·다품종 변형 수요를 소화하기 위한 체질 전환이라는 의미도 지닌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수장이 대거 참석한 준공·기공식 구성은 PBV가 단순한 기업 사업영역이 아니라 지역 산업 및 고용, 그리고 전기차 전환 정책과도 맞물린 국가 산업 의제임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송호성 사장이 밝힌 "2030년까지 국내 생산 비중 58%" 계획은 전동화 시대에 흔들리는 국내 자동차 생산 기반의 재정비와 동시에 수출 중심 제조 생태계 강화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PBV가 향후 한국 자동차산업의 수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전략축으로 활용될 것임을 암시한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에 포함된 '컨버전 센터'는 기아 PBV 전략의 핵심으로, 표준화된 기본 차체(PV5·PV7)에 다양한 특수 목적 모듈을 결합하는 구조를 통해 물류·상업·캠핑·지자체 수요 등 다종 수요에 맞춤형 모델을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 플랫폼화를 의미한다.
이는 테슬라나 중국 업체들이 강한 '범용 플랫폼' 전략을 펴는 것과 달리, 기아가 실사용자 중심의 B2B 시장에 진입해 생태계를 구축하는 차별화 전략으로 읽힌다. 나아가 50MW 규모의 태양광 설비 투자 계획은 공장 내부의 제조 혁신을 넘어 RE100 기반의 에너지 전환까지 포함한 기아의 ESG 전략 정비 흐름과 맞닿아 있으며, PBV 생산 과정부터 완성차 운영까지 이어지는 전체 라이프사이클에서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려는 현대차그룹의 장기적 체계 구축의 일부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화성 EVO Plant는 기아가 승용차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PBV를 기반으로 한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변곡점이자, 국내 제조업의 새로운 성장 축을 확보하려는 국가 산업 전략과 맞물린 중대한 신호탄이며, 글로벌 PBV 경쟁이 본격화될 2030년대 초반을 겨냥한 현대차그룹의 구조적 전환 선언에 가깝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