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쇼에서 '게임 애정' 강조하다 승부조작 선수 호명
정청래 "e스포츠 발전 일조하려던 마음…본의 아닌 큰 실수"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2025를 찾아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2025를 찾아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에서 열린 국제 게임 전시회 '지스타 2025'를 방문한 자리에서 과거 승부조작 혐의로 퇴출당한 선수의 이름을 언급했다가 일각에서 비판이 나오자 하루만인 15일 사과했다.

정 대표는 14일 오후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진행한 'K-게임 미래 전략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17대 국회 때 게임산업진흥법 통과 당시 자신이 역할을 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한국 게임산업 발전을 위한 적극 지원을 약속했다. 

정 대표는 "게임 산업을 하시는 분들께서 미비한 제도라든가 법정인 장애가 있다면 민주당이 그런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20년 전 게임산업진흥법 입법을 최초로 발의해 제정한 장본인"이라며 "e스포츠 발전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을 만들어 회장을 했고, 국회에서 처음으로 스타크래프트 대회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서지수 선수와 스타크래프트 시범게임을 했는데 5분도 못 버텨서 패하고 말았다"며 "그 이후로 게임를 배워서 이윤열, 임요환 선수와도 (경기를) 했다"고 전했다.

게임산업진흥법 입법을 말하는 과정에서 정 대표는 "지금 생각해보니 과거 세계적인 명성을 날린 임요환을 비롯해 이윤열, 홍진호, 마재윤, 박성준 선수들이 지금은 어디 가서 뭐 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됐다"며 "실제로 은퇴한 프로게이머들이 제도권 내 자리 잡지 못하는 현실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과 관련해 온라인상에서는 정 대표가 과거 승부조작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마재윤을 언급한 것을 두고 비판이 나왔다.

정 대표가 언급한 프로게이머 중 마재윤은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2010년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마 씨는 인지도가 매우 높은 프로게이머로서 팬들의 성원에 보답해야 함에도 수차례 승부조작에 가담했고, 전도유망한 게이머들을 게임 조작에 끌어들였다"고 판시해 한국e스포츠협회에서 영구제명됐다.

또 임요환, 홍진호 등은 각종 방송에 출연하며 프로 포커플레이어로 활약해 국제대회에서 수상 경력도 있다. 이윤열은 게임사를 설립해 운영하는 등 은퇴 후 커리어 전환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들인데 '자리 잡지 못했다'며 이들을 평가절하 했다는 논란도 일었다. 

정 대표의 발언이 알려지자 스타크래프트 팬들이 모인 '스타크래프트 갤러리'는 15일 오전 성명문을 통해 "승부조작으로 한국 e스포츠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인물을 레전드 프로게이머와 한 줄에 세워 회상하듯 언급한 것은 e스포츠의 역사를 모욕하고, 팬들이 지켜온 노력과 슬픔을 가볍게 여긴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마재윤은 단순히 한 경기에서 실수를 한 선수가 아니라, 다른 선수들까지 끌어들인 당사자로서 법원의 유죄 판결과 영구 제명이라는 엄중한 평가를 받은 인물"이라며 "공정한 경쟁과 스포츠맨십을 무엇보다 중시해야 할 K-게임 미래전략 간담회에서 집권 여당 대표가 레전드 프로게이머를 호명하는 자리에서 마재윤의 이름을 함께 올린 것은 단순한 '실수 한마디'로 치부할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한다"며 "e스포츠와 게임 산업을 논의하는 자리에 나서는 정치인과 공직자들이 기본적인 역사와 사건 경과조차 숙지하지 않은 채 행사에 참석하는 관행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2025 넷마블 부스를 찾아 게임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2025 넷마블 부스를 찾아 게임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청래 "e스포츠 발전 일조하려던 마음…본의 아닌 큰 실수"

이에 정 대표는 15일 오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어제(14일) 지스타 현장 방문에서 추억의 스타크래프트 레전드 선수들을 호명하는 과정에서 특정인을 언급함으로써 팬들께 실망과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e스포츠를 더욱 발전시키는 데 일조하고자 하는 마음을 표현하다가 부지불식간에 본의 아니게 큰 실수를 했다"며 "스타크래프트를 사랑하고 스타의 역사를 함께 써온 팬분들께 정말 죄송하다. 잘 살피지 못한 제 불찰이고 잘못이다.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도 스타를 즐기며 스타에 대한 애정이 깊다"며 "e스포츠 게임 산업 발전에 대한 기여로 보답하겠다. 앞으로 잘하겠다"고 덧붙였다. 

[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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