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우라늄 농축·재처리 권한 확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필요"
美 소극적일 가능성…1월 에너지부 '민감국가' 지정 영향
김준형 "박정희 때도 비핵화 선언 후 바로 해제된 바 있어"
김상욱 "쉬운 것부터 풀어야…에너지 분야 제약 커"
김건 "민감국가 지정, 핵무장론 때문 아냐…협정 개정과 무관"
김태호 "굳이 그 문제 꺼낼 필요 있나…美 클리어 해주면 좋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만찬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511/713965_527926_4531.jpg)
한미가 발표한 '조인트 팩트시트(Joint Fact Sheet)'의 후속 작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우라늄 농축·재처리 권한을 확대하려면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 불가피한데, 미국이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어 단기간에 추진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범여권에서는 지난해 1월 미국이 한국에 부여한 '민감국가' 지정을 먼저 해제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팩트시트에는 '미국은 한미 원자력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사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로 이어질 절차를 지지한다'고 명시돼 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절차'를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는 담기지 않았다.
정부는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14일 브리핑에서 "농축 재처리 문제를 다루려면 미국과 후속 협의를 통해 기존의 협정을 조정해야 한다"며 "얼마나 조정할지는 협의 결과에 따라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美 소극적일 가능성…1월 에너지부 '민감국가' 지정 영향
문제는 미국이 협정 개정에 미온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배경에는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에 대한 우려가 자리한다. 이는 미국 에너지부가 지난 1월 한국을 '민감국가(Sensitive Country)'로 지정한 사유 중 하나로도 거론된다. 에너지부는 국가안보, 핵 비확산, 경제안보 위협, 지역 불안정 등을 이유로 특정 국가를 민감국가로 분류하며, 지정 시 미국과의 에너지·첨단과학기술·원자력 협력이 제한될 수 있다.
이번 팩트시트 발표가 예정 시점보다 늦어진 배경에도 미국 에너지부가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며 조율 과정이 길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외교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를 민감국가로 지정한 에너지부의 반대로 팩트시트 발표가 지연되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이에 정부는 우라늄 농축·재처리 권한 확대를 핵무장론과 연결하는 해석을 차단하고 있다. 위성락 실장은 "핵연료 농축·재처리 문제는 순전히 경제·산업적인 목적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어떠한 군사적 의미도 없고 핵잠재력·핵무장론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사회 어느 쪽에서든 이를 (핵무장론에) 연루시키려 하면 일이 어려워진다. (그렇게) 연결시키는 것을 철저히 배척한다"고 말했다.
김준형 "박정희 때도 비핵화 선언 후 바로 해제된 바 있어"
범여권에선 미국 내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민감국가 해제'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17일 통화에서 "원자력협정 개정과 관련해서는 사실상 공란 상태로, 양국이 인식만 공유한 수준"이라며 "미국 사회에는 한국이 결국 핵무장을 할 것이라는 의심이 남아 있다. 그래서 민감국가부터 푸는 게 먼저"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박정희 정부 시절 핵 개발 시도로 한 차례 민감국가로 지정됐지만, 비핵화 선언 후 바로 해제된 전례가 있다. 결심만 하면 해제가 가능하다"며 "이를 우선 조치하고, 2년 내 원자력협정을 개정한 뒤, 이후 몇 년 내에 핵잠 추진으로 가는 3단계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외통위 소속 김상욱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은 난도가 높고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쉬운 과제부터 단계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특히 미국 에너지부가 윤석열 정부 때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그는 "민감국가 지정으로 에너지 분야를 비롯해 여러 제약이 생겼다"며 "이 문제는 비교적 빨리 풀 수 있는 사안인 만큼 먼저 해제하는 것이 순서"라고 강조했다.
김건 "민감국가 지정, 핵무장론 때문 아냐…협정 개정과 무관"
반면 국민의힘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와 민감국가 지정 해제 문제는 직접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외통위 야당 간사인 김건 국민의힘 의원은 "민간국가가 지정된 건 미국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에 대한 보안 관련 문제이지, 핵무장론 때문이라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민감국가 지정으로 한국 과학자들이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와 교류하는 게 불편해서 해제가 필요하지만, 협정 개정은 상당히 민감한 정치적 사안으로 두 사안을 엮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또한 김 의원은 "미국 측이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과 관련해) 소극적인 것은 한국의 핵무장 우려 때문이 아니라, 미국의 비확산 감정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외통위 소속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은 "굳이 민감국가 해제 문제를 먼저 꺼낼 필요가 있겠나 싶다"면서도 "그런 게 있으면 (향후 협상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이 '클리어'해주는 게 좋고, 지금 상황이라면 가볍게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클리어되는 것이 앞으로의 행보에도 낫다"며 지정 해제 필요성에 동의했다.
[폴리뉴스 김민주 기자]